신시컴퍼니가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다시 한번 무대에 올린다. 이번에도 역시나 한국 연극계를 대표하는 원로 배우들부터 한국 연극의 미래를 이끌어 갈 배우들까지, 다양한 세대의 배우가 함께해 연륜과 역동성이 공존하는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신시컴퍼니의 <햄릿>은 지난 2016년 초연됐다. 당시 햄릿 역의 유인촌을 포함해 연기 인생 도합 422년 내공의 아홉 명 배우가 모여 28회 공연을 전석 매진시켰다. 2022년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공연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움츠러든 연극계를 활성화하기 위해 초연의 원로 배우에 더해 햄릿 역의 강필석, 오필리어 역의 박지연 등 젊은 배우들이 합류한 것이다. 이에 15명의 배우가 무대에 올라 신시컴퍼니만의 <햄릿>을 완성시켰다. 2년 만에 돌아온 이번 시즌에는 전무송, 박정자, 손숙, 정동환 등 한국 연극계의 전설적인 거장들과 길해연, 박지일, 전수경 등 중추를 이루는 중년 배우들, 강필석, 이승주, 루나 등 젊은 배우들까지 총 24명의 배우가 함께한다.
세 번의 시즌을 전부 이끌고 있는 손진책 연출은 <햄릿>을 “죽음에서 시작해 죽음으로 끝나는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삶과 죽음은 우리들의 영원한 화두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적극적으로 허물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가 메인 대사이면서 곧 주제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죽음을 통해 반추해 보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삶과 죽음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들 수 있는 건 예술밖에 없다. 사는 것과 죽는 것의 경계가 허물어진다면 삶 자체가 다시 보일 것이다. 인간이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인 고찰을 이 작품을 통해서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햄릿 역을 맡은 두 배우 강필석, 이승주에 대해서는 “강필석은 대사를 하는 힘이나 정교함이 그리스 조각 같다. 이승주는 멜랑꼴리, 슬픈 코러스 그 자체”라고 묘사하며 “두 캐릭터가 다른 색깔을 지녔기 때문에 두 번 봐야 한다”고 재치 있게 덧붙였다.
공연계를 대표하는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인 뜻깊은 작품인 만큼 참여하는 배우들 역시 영광스러운 마음을 품은 채 임하고 있다. 정동환은 “이런 연극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시 참여하는 작품이지만 모두가 처음인 것처럼 새롭게 작품을 구상해 나가고 있다. 머리는 아프지만(웃음) 그 점에 깊은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정자는 “이런 프로젝트는 나라에서 제작해야 마땅하다. 바라건대, 이런 작품들은 좋은 배우, 스태프와 함께 국가 브랜드 공연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숙은 “어떤 역할을 맡든 참여하는 자체가 행복하다”고, 이호재는 “이 작품을 안 하면 이 시대의 배우라고 할 수 없다”고, 박지일은 “이 시대의 전설적인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있게 되어 영광스럽다. 연습실 분위기가 정말 뜨겁다”고, 길해연은 “올해 환갑인데 막내 라인이다. 나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새롭게 연기를 시작하는 마음”이라고 작품을 향한 진한 애정을 드러냈다.
강필석은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너무 행복하다. 역사적인 순간에 제가 함께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2022년에 햄릿을 맡았을 때는 부담감이 정말 컸는데, 무대에 올라가서 공연을 하는 순간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감을 느꼈다. 이번 시즌에도 연습실에 오는 것 자체가, 선생님들과 연기하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고 다시 한번 햄릿을 연기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이승주는 “감개무량하다. 선생님들과 같은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다. 경이롭고 놀랍고 감사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실 처음 출연 제안을 주셨을 때는 제안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했다. 중압감이 엄청났다. 내가 과연 그릇이 되는 사람인가 고민했다. 하지만 내가 담을 수 없을지언정, 부딪히고 깨지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그릇을 만들어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매일 끓어오르고 식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그릇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라고 작품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공연 수익의 일부는 고 차범석 탄생 100주년을 맞아 차범석연극재단과 한국연극인복지재단에 기부하여 창작 희곡의 발굴과 연극 환경 개선에 일조할 예정이다. 박명성 프로듀서는 “이제는 신시컴퍼니만의 축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공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투자와 헌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연극 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는, 이런 축제 같은 작품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극 <햄릿>은 오는 6월 9일부터 9월 1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