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클로저>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되는 네 남녀의 관계와 그 관계가 종말에 이르기까지 소통과 진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조명하는 작품이다. 친밀한 관계를 맺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 관계가 가까워지며 겪는 불안감, 그로 인한 이별 등 관계의 생성과 소멸을 진지하게 탐구한다. 영국 극작가 패트릭 마버의 작품으로, 1997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됐다. 2004년에는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08년 초연됐으며, 이번 시즌은 8년 만의 재공연이다. 오랜만에 공연되는 만큼 원작을 다시 돌아보는 한편 시대와 발맞추어 새로운 작품으로 재구성했다. 번역가 황석희가 원작 대본의 번역과 윤색을 맡았으며, 김지호 연출이 각색을 맡았다.
“원작자의 의도를 어떻게 해야 전달할 수 있을까. 2024년의 한국에.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이었다. 사랑의 사이클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만 보여주는 작품이다. 사랑, 관계에 대한 이야기지만 관객분들이 불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많은 작품이기도 하다. 어떻게 해야 관객분들이 표면적인 내용에서 멈추지 않고 내면의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고민했다. 황석희 번역가와 함께 영국의 문화와 언어에 대해 고민하며 번역했고, 지이선 작가의 도움을 받아 전반적인 각색 작업을 진행했다.”(김지호 연출가)
1장
횡단보도에서 교통사고 때문에 우연히 마주친 앨리스와 댄이 병원에서 대화를 나눈다. 그렇게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된다.
“무대에서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클로저>를 통해 기회가 생겼다. 영화를 먼저 접했는데, 영화를 인상 깊게 봤던 기억이 있다. 앨리스는 다양한 매력을 지닌 인물이기 때문에, 제 입장에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이번 작품을 준비하면서 동료분들, 창작진분들에게 무대 위에서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많이 배웠다.”(안소희)
“댄이 ’사랑해’라는 대사를 뱉을 때 객석에서 한숨 소리가 들릴 때도 있다. (웃음) 다른 작품에서 인물이 ‘사랑해’라고 말할 때는 주로 벅찬 감정을 표현하고 싶어서, 상대방의 감정이 변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하는 경우가 많다. 댄 역시 언제나 사랑을 믿는 사람이긴 하지만, <클로저>에서는 다른 작품 속 감정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2장
안나의 스튜디오에서 만나게 된 댄과 안나, 앨리스. 안나와 댄, 안나와 앨리스 사이의 긴장감이 고조된다.
4장
온라인 채팅방에서 댄이 친 장난 때문에 수족관에서 만나게 된 안나와 래리. 두 사람의 첫 만남은 로맨틱 코미디의 한 장면처럼 당황스럽지만 기분 좋은 웃음이 난다.
“어떤 캐릭터를 만날 때 대본에서 힌트를 찾을 수밖에 없는데, 안나에 대한 힌트는 래리의 대사에서 가장 많이 나온다. 그 대사에 따르면 안나는 우울하고 공허하고, 외로운 지점이 있는 사람이다. 또, 그가 사람을 만나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사진을 찍는다’는 점에서 힌트를 얻었다. 버려진 건물과 슬퍼하는 사람들의 사진을 찍고, 추함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인물이다. 그런 안나가 관계 속에서 어떤 갈등을 겪는지 찾아봐 주셨으면 좋겠다.”(이진희)
“댄이 ‘사랑’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댄은 상대방의 상황에 따라, 지금의 감정에 따라 매번 다른 용도로 ‘사랑해’라는 말을 한다. 상대방에게 고마워서 할 때도 있고, 미안해서 할 때도 있다. ‘사랑’의 의미가 상황에 맞게 계속해서 변한다.”(최석진)
“작품 속에 공감되는 대사가 많다. 각색을 거치면서 더 좋아지고, 가슴 속에 명확하게 들어오는 대사도 많았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댄이 앨리스에게 ‘당신이 원하는 건 뭐냐’고 묻자 앨리스가 ‘사랑받는 거’라고 대답하는 장면을 좋아한다. ‘사랑받고 싶다’는 말이 앨리스의 영혼 같다고 생각한다.”(김주연)
5장
안나의 사진 전시회에서 마주친 앨리스, 댄, 안나, 래리. 네 남녀 사이에 갈등의 싹이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6장
앨리스, 댄 커플과 안나, 래리 커플이 각자의 집에서 격렬한 갈등을 겪는다.
“2008년 공연된 <클로저>에서 앨리스 역을 맡았다. 어렸을 때는 사랑이 고통스럽고 외로운, 앨리스의 정서밖에 몰랐다. 그 후 16년이 지났고, 그사이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생겼다. 그러면서 안나가 이해 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들이 매 순간 선택을 하지 않나. 안나 역시 자기 감정에 충실한 인물이다.”(진서연)
“래리는 모든 부분에서 위를 향했던 사람이다. 일적인 것도 그렇고, 인간과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안나에게 이성적인 호감이 있는 것은 물론이지만, 높은 계급을 얻고 싶다는 마음도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이상윤)
“어떻게 하면 대본 안에 있는 요소들을 잘 살릴 수 있을까 팀원들과 다 함께 고민했다. 특히 코미디적인 요소를 잘 살리는 것에 신경 썼다. 인물이 가진 전형성을 탈피해서 보여주고 싶었다. 이 인물이 정말 진짜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김다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