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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19세기 러시아에서 21세기 한국으로…전도연∙박해수∙손상규의 <벚꽃동산>

글 |이솔희 사진 |LG아트센터 서울 2024-04-23 795

 

연극 <벚꽃동산>이 한국에서 새롭게 태어난다. 그 과정에 세계적인 연출가 사이먼 스톤과 배우 전도연, 박해수, 손상규가 힘을 더한다.

 

연극 <벚꽃동산>은 안톤 체호프의 대표작 중 하나로, 벚꽃 동산의 지주 라네프스카야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한 귀족 가문의 몰락을 묘사하는 작품이다. LG아트센터가 제작하는 <벚꽃동산>은 19세기 말 러시아에서 펼쳐진 이야기를 지금 여기의 한국으로 옮긴다. 십여 년 전 아들의 죽음 이후 미국으로 떠났던 송도영이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녀가 마주한 서울은 자신의 기억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고, 무엇보다 가족들과 오랫동안 함께 살았던 집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다.

 

작품의 배경이 한국으로 바뀐 만큼, 등장인물도 한국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이름을 부여했다. 원작의 주인공 라네프스카야(류바)는 송도영, 원작의 로파힌은 황두식이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전도연이 송도영을, 박해수가 황두식을 연기한다. 손상규는 송도영의 오빠 송재영(가예프), 최희서는 송도영의 수양딸 강현숙(바랴) 역을 맡았다.

 

LG아트센터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관객에게 선보일 작품을 만들기 위해 사이먼 스톤과의 협업을 결정했다. 2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현정 LG아트센터장은 “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연출가를 만나는 것”이었다며 “한국 문화와 배우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높고, 글로벌한 작품을 만드는 데에 열린 사고를 가진 연출가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사이먼 스톤 연출을 추천받았다. 기존에도 한국 영화, 한국 배우에 대한 호감을 표현해 왔던 터라 함께 작업을 하기로 결심했다.”고 협업 계기에 대해 이야기했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사이먼 스톤은 영국 내셔널씨어터,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등 세계 최고의 무대를 오가며 활약 중인 연출가다. 그는 연극 <메디아> <예르마> <입센 하우스> 등의 작품을 통해 고전을 해체하고 재해석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한국에서 <벚꽃동산>을 선보이는 이유에 대해 “전통과 혁신, 희망과 절망을 오가는 이야기, 급변하는 사회의 이야기를 표현하는 데에 한국이 적합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의 시선에서 보기에 한국이 짧은 시간 내에 이룩한 경제적, 문화적 변화는 정말 놀랍다. 그러한 지점이 <벚꽃동산>에 잘 녹아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한국 배우들은 그걸 잘 표현하는 재능이 있다”며 “처음 캐스팅할 당시 제작진분들께 한국의 메릴 스트립이 꼭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 <벚꽃동산>의 류바는 굉장히 어려운 역할이다. 어떤 장면에서도 관객들에게 사랑스럽고 매력적으로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도연은 나쁜 역을 맡아도, 선한 역을 맡아도 매력적이더라. <벚꽃동산>의 메시지가 일반인들의 고민거리와 다를 수는 있겠지만, 주인공은 인간적인 면모로 관객과 호흡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부분을 전도연이 잘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작품을 이끌어 나갈 전도연에 대해 이야기했다. 박해수에 대해서는 “전 세계 배우 중 가장 좋아하는 배우 중 한 명”이라며 “연약함과 강함을 빠르게 스위치하는 능력이 있는 배우”라고 극찬했다.

 

 

전도연이 연극 무대에 서는 것은 1997년 <리타 길들이기> 이후 27년 만이다. 전도연은 “그동안 다양한 작품을 해왔지만 지금까지 해온 작품보다 앞으로 해야 할 작품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연극 역시 그중 하나”라며 “연극에 대한 갈망은 늘 가지고 있었지만 두려움이 컸다. 영화, 드라마에서는 정제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데 연극은 그럴 수 없지 않나. 자신이 없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 두려움으로 인해 공연 출연 제안을 거절하기로 마음먹었던 전도연은 사이먼 스톤 연출의 연극 <메디아>를 보고 마음을 바꿨다. “공연을 보는 내내 배우로서 피가 끓었다”는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좋은 평가를 받겠다’는 단순한 마음이었으면 출연을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도연은 “실수도 하겠지만, 그 실수를 통해 배우고 성장할 것이다. 저의 역량이나 연기력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작품에 대한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파우스트> 이후 일 년 만에 다시 연극 무대로 돌아온 박해수는 “작업 과정에서 배우고 도전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한다”며 “우선 로파힌 역할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있었다. 사이먼 스톤의 작업 과정에 대한 궁금증과 전도연과 함께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마음도 컸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연습 과정에서 저희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꺼내놨고, 사이먼 스톤은 그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작품을 한국적으로 각색했다. 한국 이름도 배우들과 함께 지었다. 한국적인 배경에서 느낄 수 있는 정서를 찾아가고 있다”고 작품의 변화에 대해 말했다.

 

손상규는 사이먼 스톤 연출의 연습 과정에 대해 “군더더기 없이 흘러간다”고 말했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느낌이다. 스케치를 하고, 구체적으로 그려 나가고, 색칠하는 과정이 효율적으로 진행된다. 그림을 빠르게 그려 나가기 때문에 나중에는 그 그림 안에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기대된다”고 전했다.

 

연극 <벚꽃동산>은 오는 6월 4일부터 7월 7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LG시그니처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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