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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④] 무대에 선 60대 여성 킬러…시리게 빛나는 삶의 '조각'

글 |이솔희ㅏ 사진 |PAGE1 2024-04-18 1,439

[한국 문학X뮤지컬]

 

독자들이 사랑하는 한국문학이 뮤지컬 무대 위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됩니다. 문학성과 재미를 겸비한 뮤지컬의 세계에서 독자와 관객이 교감하며 한층 더 풍부해질 이야기. 채널예스와 더뮤지컬이 함께 들여다 보았습니다.


 

 

구병모 작가의 소설 『파과』는 60대 여성 킬러 ‘조각’이 주인공이다. 40여년간 킬러로 살아오며 인간적인 감정들을 잊은 채 살았던 조각이 세월의 흐름을 마주하면서 점차 새로운 감정을 깨닫고, 변화하는 이야기다. 2013년 출간되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꾸준하게 사랑받는 스테디셀러다.

 

소설은 이지나 연출의 손길을 거쳐 뮤지컬로 재탄생되어 지난 3월부터 관객을 만나고 있다. <곤 투모로우> <서편제> 등 감각적인 연출로 매 작품 자신만의 색채를 보여주는 이지나 연출가는 뮤지컬, 연극, 무용 등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것은 물론, 하나의 작품을 선보일 때 움직임, 음악, 조명 등 공연 구성 요소에 다양한 시도를 하며 획일화된 형식에 반기를 드는 인물이다. 그래서 그의 이름 앞에는 주로 ‘파격’, ‘센세이션’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약 2년간의 준비 끝에 이지나 연출의 손끝에서 탄생한 뮤지컬 <파과>는 어떤 모습일까? 또, 소설을 사랑한 독자들은 뮤지컬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낄 수 있을까?

 

 

귀로 듣는 구병모 작가의 문장

뮤지컬의 가장 큰 장점은 구병모 작가가 긴 호흡으로 써 내린 문장을 배우의 목소리를 통해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뮤지컬은 대사와 가사의 제법 많은 부분을 소설 속 문장에서 따왔는데, 배우의 깊이감 있는 해석이 더해져 한층 명징해진 문장을 귀로 듣고 있노라면 각 인물이 느끼는 회한과 생경함, 절망과 분노가 절로 느껴진다. 세밀한 묘사로 인물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구병모 작가의 문장을 사랑했던 이들이라면 그 문장을 새롭게 감각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고, 소설을 읽으며 다소 설명적이고 장황한 문장을 흡수하기가 버거웠던 이들이라면 뮤지컬을 통해 조금 더 용이하게 작품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소설은 조각이 마주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보다는, 조각이 여러 사건을 마주하며 마음속에 품는 감정과 생각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이에 따라 뮤지컬 역시 사건과 상황 보다 인물의 감정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그 과정에서 내레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인물의 생각을 배우가 직접 대사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내레이션으로 풀어 나간다는 특징에 관객의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으나, 자신의 감정의 흐름을 찬찬히 따라가는 조각의 캐릭터성을 살리는 데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드라마틱한 선율의 음악과 만나 청각화된 문장들은 관객의 마음에 한층 순조롭게 스며든다. <파과>의 음악은 이나영 작곡가를 중심으로 작곡가 우디팍, 정재일이 힘을 합쳐 탄생시켰다. 1막 후반부에 등장하는 ‘흔적만 남은 칠판’ 넘버는 조각 역을 맡은 차지연이 직접 작곡에 참여해 인물의 감정을 오롯이 담아냈다.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쉬는 인물들

소설 속 인물들이 시각화되었다는 점도 의미 있다. 뮤지컬 무대 위 조각은 소설에서 그대로 튀어나온 듯 건조하지만 녹진한,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과 무딘 칼등이 공존하는 과도 같은 인물로 그려졌다. 조각의 손에 아버지를 잃은 뒤 그에게 복수를 꿈꾸며 복합적인 감정을 품는 남자 투우는 날렵하고 뾰족하지만, 어딘가 애잔하다. 뮤지컬만의 특색이 담긴 인물은 류와 강박사다. 류는 길거리에서 방황하던 어린 조각을 거둬준 과거의 인물이고, 강박사는 작업 중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조각을 구해준 현재의 인물이다. 조각에게 각기 다른 의미의 생명력을 건넨 두 인물을 뮤지컬에서는 배우가 1인 2역으로 연기해 캐릭터의 공통적인 특성을 강조하는 것이 흥미롭다.

 

무대 위 캐릭터들에게 숨을 불어넣는 것은 배우들의 몫이다. 주인공 조각은 차지연과 구원영이 번갈아 가며 연기한다. 두 배우는 삶의 마지막을 앞둔 노인이 마주한 허무함과 상실감, 동시에 새롭게 피어나는 생의 희망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관객을 조각의 감정에 동화시킨다. 투우는 신성록, 김재욱, 노윤이 맡아 인물의 광기와 집착을 내비친다. 류, 강박사 역에는 지현준, 최재웅, 박영수가 캐스팅됐다. 과거 회상 장면에서 조각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어린 조각’ 역은 유주혜, 이재림이, 조각이 속한 청부살인업체 ‘에이전시 제로’의 직원 해우 역은 김태한, 박희준이 맡았다. 공연은 5월 26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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