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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③] 천선란의 <천 개의 파랑>, 새로운 생명력을 얻다

글 |이솔희 사진 |국립극단, 서울예술단 2024-04-18 1,667

[한국 문학X뮤지컬]

 

독자들이 사랑하는 한국문학이 뮤지컬 무대 위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됩니다. 문학성과 재미를 겸비한 뮤지컬의 세계에서 독자와 관객이 교감하며 한층 더 풍부해질 이야기. 채널예스와 더뮤지컬이 함께 들여다 보았습니다.


 

 

 

천선란 작가의 소설 『천 개의 파랑』이 무대 위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다. 4월에는 연극으로, 5월에는 뮤지컬로 재탄생되는 것이다. 『천 개의 파랑』은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대상을 받으며 주목받은 작품이다. 2019년 출간 이후 15만 부 이상 판매되며 꾸준히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로봇과 함께 살아가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동물과 로봇, 인간의 종을 넘어선 회복의 연대를 그린다. 폐기를 앞둔 휴머노이드 기수 콜리와 안락사를 앞둔 경주마 투데이, 그리고 각기 다른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세 모녀 연재, 은혜, 보경의 이야기다. 소설은 상처 입고 소외된 이들을 따뜻하게 응시하며 행복, 위로, 자유로움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더 나아가서 장애인의 이동권, 동물의 존엄권 등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활자로만 존재하던 콜리의 이야기는 어떻게 무대 위에서 구현되었을까?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로봇 콜리

먼저, 연극 <천 개의 파랑>이 지난 16일 개막했다. 당초 지난 4일 개막 예정이었으나 리허설 도중 로봇 콜리의 기계적 결함이 발견되어 개막을 열흘가량 미뤘다. 연극은 2023년 ‘과학기술과 예술’을 주제로 진행된 국립극단의 작품개발사업 [창작공감: 연출]을 통해 제작됐다. 장한새 연출은 리서치, 스터디, 워크숍 등 심도 있는 고찰 과정을 거쳐 <천 개의 파랑>을 공연하기로 결정했고, 공연 준비에 앞서 기술 워크숍과 배우 워크숍을 거치며 로봇 기술의 세계와 가까워지는 과정을 거쳤다. 이후에는 배우와 스태프들이 다 함께 로봇 관련 전시를 관람하고, 과천 경마장과 말 전문 동물병원을 견학하는 등 극 중 인물의 세계를 직접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소설 속 세계는 연극 무대에서 훌륭하게 구현됐다. 무대는 소품 및 장치를 최소화하여 차가운 느낌을 주는 동시에, 무대 배경에 LED 패널을 설치해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작품에 색채를 더한다. ‘콜리의 메모리 박스’를 디자인 콘셉트로 잡은 영상은 소극장 무대의 공간적 확장을 도와 시각적인 만족감을 선사했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단연 로봇 콜리의 등장이다. 콜리는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로봇으로, 145cm의 키와 브로콜리색 몸체를 자랑한다. 얼굴은 LED로 제작되어 눈의 밝기를 조절할 수 있고, 가슴에는 스피커가 달려 있어 라이브로 대사를 소화한다. 김예슬 로봇∙소품 디자이너의 설명에 따르면 콜리는 기능적 효율성에 초점을 두고, 공기 저항이 낮은 스트림 라인 형태의 곡선으로 이어진 얇고 부드러운 외관으로 디자인되었는데, 그 덕분인지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시선을 끌었다. 상반신과 팔, 손목, 목 관절 등을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이 특징으로, 조명 장치 제어 시 사용하는 ‘DMX 신호’로 큐사인을 받아 자동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움직임을 돕는 보조장치가 연결되어 있어 콜리 역할을 함께 연기하는 인간 배우가 콜리를 조종하기도 한다. 장면 진행 시 간단한 대사는 로봇이, 감정이 담긴 대사는 인간 배우가 맡는데, 공연에 빠져들수록 두 존재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콜리의 상황과 감정에 동화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로봇 콜리와 함께 콜리를 연기하는 배우 김예은, 연재 역의 배우 최하윤이 작품을 이끌어 가는데, 유연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연기를 보여준 두 배우의 활약이 집중도를 높였다. 오는 28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소극장에서 공연된다.

 

 

노래로 풀어낼 희망과 연대

연극의 뒤를 이어 뮤지컬 <천 개의 파랑>이 오는 5월 관객을 만난다. 한국적이면서도 참신한 소재를 발굴해 창작극을 개발하는 서울예술단의 신작이다. 서울예술단은 ‘낮은 가능성에 희망을 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18일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이유리 예술감독은 “로봇, 동물, 인간의 관계성 안에서 따뜻한 휴머니즘을 찾고자 했다”고 제작 방향을 설명했다.

 

연극이 로봇을 실제로 무대에 올렸다면, 뮤지컬은 인형(퍼펫)으로 콜리와 투데이를 표현한다. 김태형 연출가는 “로봇, 기계 장치 등 현재의 과학 기술로 캐릭터를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할 경우 원작이 가지고 있는 따뜻한 이야기를 관객에게 정확히 전달하기는 어렵겠다는 판단을 했다”며 “콜리가 자신의 생각을 인간에게 전해줄 때 느껴지는 생경함과 깨달음이 소설에서 중요한 부분인데, 무대에서는 인형이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인형을 통해 두 캐릭터를 표현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공연 중에는 콜리 역을 맡은 배우와 퍼펫티어가 함께 등장해 퍼펫을 조종하며 생명력을 불어넣을 계획이다.

 

콜리와 투데이의 제작을 맡은 이지형 퍼펫 디자이너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그동안 인형을 수작업으로 만들었다면 이번에는 3D 모델링과 설계를 통해 미래적인 질감과 형태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모든 존재는 그 존재다움을 유지할 때 가장 아름답다는 생각이 든다. 인형에 억지로 기술을 붙여서 로봇처럼 만들면 인형의 정체성이 없어질 것이다. 무대 위에서도 인형답게 존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무대 및 영상 디자인을 통해 시간적 배경을 과감하게 구현할 예정이다. 박동우 무대 디자이너는 “시간적으로는 2035년을, 공간적으로는 경마장과 그 주변 일대를 배경으로 한다. 드라마 구성이 독특한 작품으로, 하나의 넘버가 불려지는 동안 공간적 배경이 다섯 번 정도 바뀐다. 그렇게 공간이 계속해서 흘러가는 구성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공간이 연결되어 있는 느낌의 무대를 선보일 예정”이라고 했다. 고동욱 영상 디자이너는 “시간적, 공간적 변화가 많은 작품이기 때문에 영상이 단순한 배경의 역할을 넘어서 공연과 맞닿아 있길 바랐다. 영상의 콘셉트를 ‘기억’으로 설정하고, 콜리의 기억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천휘 작곡가가 콜리와 투데이, 세 모녀의 이야기를 노래로 풀어낸다. “뮤지컬 역사를 돌아봐도 미래를 배경으로 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콜리가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담는다. 현재를 살아가기까지 얼마나 수많은 우연이 우리를 거쳐 갔는지, 각자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이 얼마나 다채로운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 각기 다른 삶을 표현하기 위해 반복되는 파트가 하나도 없는 노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콜리가 등장하는 장면에는 로봇의 특징을 보여줄 수 있는 전자 음악의 요소를 살짝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천선란 작가가 가장 기대한 부분 역시 음악이다. 그는 “노래로 듣는 콜리의 이야기가 기대됐다”고 뮤지컬화 된 소감을 전했다. 소설을 드라마, 영화 등 영상 매체로 제작할 경우 경주마인 투데이를 실제 말이 연기해야 한다는 점에 우려가 있었다고 밝힌 천선란 작가는 “공연은 무대 문법, 관객과의 약속으로 진행되는 장르이기 때문에 공연 제작 제안이 왔을 때 반가운 마음이 크게 들었다”고 말했다. <천 개의 파랑>은 곧 웹툰으로도 제작될 예정이라고. 천선란 작가는 “점점 더 먹먹한 세상이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내가 누구인가, 왜 사는가, 돈을 왜 버는가 등 회의적인 고민을 많이 하게 됐다. SF는 오래전부터 인간과 사회에 대한 담론을 담은 장르였다. 그렇기에 최근 들어 많은 사람들이 SF를 찾는 것”이라고 SF 장르가 사랑받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뮤지컬 <천 개의 파랑>은 오는 5월 12일부터 26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된다. 윤태호, 펜타곤 진호, 연정, 오마이걸 효정, 송문선, 김건혜, 최인형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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