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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머더 발라드> 장은아 [NO.129]

글 |안세영(수습기자) 사진 |김수홍 2014-06-18 5,933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을 꿈꾸다 



혜성 같은 등장이란 이런 때 쓰는 말일까. 데뷔 후 1년 반이라는 짧은 기간 <광화문 연가>,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서편제>라는 굵직굵직한 대극장 작품의 주연에 줄줄이 이름을 올린 신인 배우가 있다. 뮤지컬 전문 배우도, 아이돌 가수도 아닌 그녀의 이름은 장은아. 이례적인 행보에 따라붙는 ‘대체 누구?’라는 의문은 무대 위에서 더 돋보이는 그녀의 늘씬하고 큰 키와 파워풀한 목소리를 확인하고 나면 ‘어디서 이런 배우가 나타났지?’라는 관심으로 바뀐다. 그런데 그 이력이란 게 알면 알수록 더 특이하다. 프로필의 첫 줄을 차지하고 있는 건 ‘미술대학원 판화과 석사’라는 뜻밖의 학력. 그녀는 어떻게 무대에서 노래하는 장은아가 된 것일까? 인터뷰는 그 발자취를 쫓는 것으로 시작됐다.

“대학가요제에 출전하기 전까지는 아무도 제가 노래를 잘하는지 몰랐어요. 다들 웃기려고 나가는 줄 알았죠.” 막연히 노래를 좋아하는 미술학도였던 그녀가 본격적으로 가수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타면서부터다. 실력에 자신을 갖게 된 그녀는 이후 드라마와 영화 OST로 꾸준히 활동을 계속했다. ‘러브 홀릭스’의 객원보컬로 참여했던 영화 <국가대표>의 OST가 대중적인 인기를 누릴 때조차 ‘장은아’란 존재를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음악 일이 너무 미미해서 미술대학원까지 진학을 했어요. 하지만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는 생각에 끝까지 음악을 놓지 않았었요.” 

결국 그녀의 꾸준한 노력은 TV 오디션 프로그램 <보이스 코리아>에서 빛을 발했다.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나간 자리에서 그녀는 허스키한 보이스와 힘 있는 창법으로 대중에게 각인됐고, 밴드 W&JAS에서의 활동도 시작하게 됐다. 뮤지컬과의 인연도 여기서 시작됐다. <보이스 코리아>에 같이 출연한 배우 허규가 <광화문 연가> 일본 투어 공연 여주 역을 찾고 있던 이지나 연출에게 그녀를 추천한 것. 노래만 할 때와 다른 감성을 표출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뮤지컬에 도전했지만, 처음 하는 연기는 쉽지 않았다. “연기와 노래 둘 사이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게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김태한 오빠가 하루 종일 붙잡고 연기를 가르쳐주셨어요. 대사 한두 줄 연습하는 데 2시간씩 걸리곤 했죠.” 

하지만 고생한 만큼 해냈다는 뿌듯함이 크게 다가오는 게 뮤지컬의 매력이라고 그녀는 고백한다. “제가 힘들 게 사는 걸 좀 좋아하나 봐요. 너무 힘들어서 흰머리까지 생기는데도 새로운 걸 배워서 무대 위에 표현할 수 있는 매 순간이 행복해요. 왜 진작 뮤지컬을 안 했을까 싶고, 지금이라도 할 수 있어 감사해요.” 그중에서도 가장 가슴 벅찼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그녀는 <서편제> 마지막 공연을 꼽았다. “항상 마지막 공연 때가 되면 그동안의 힘든 일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서편제>만큼 많이 울었던 작품은 없어요.” 그녀의 대답은 그간의 숨은 노력을 짐작게 했다. 크리스마스 때도 빼놓지 않고 연습실에 나가면서 3개월간 판소리를 배웠다는 그녀. 차지연, 이자람이라는 쟁쟁한 배우들과 나란히 ‘송화’ 역을 맡은 것이 부담이 됐을 법한데 그녀는 자신만의 송화를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기왕 시작한 거 죽을 힘을 다해 해보자 싶었어요. 처음엔 이 역할이 나한테 어울릴까 고민도 했지만, 나중에는 사람들이 셋 중에 제가 제일 촌스러웠다고 얘기해 주시더라고요. 까매가지고 저만의 촌스러움이 있었다고”라며 농담을 던지는 모습에서 그녀의 시원시원한 성격이 엿보인다. 



<머더 발라드>에서 그녀가 보여준 터프한 사라는 그런 그녀의 실제 모습이 잘 드러난 역할이다. “털털한 성격이 의도하지 않아도 연기에 배어나는 것 같아요. 하지만 두 번째로 오르는 무대인 만큼 작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도 있어요.” 극적인 사건이 중심이 되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나 <서편제>와 달리, <머더 발라드>는 사랑과 이별이라는 상투적인 상황 속에서 인물들의 내면을 조명하는 극이다. 장은아는 그만큼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라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느끼는 <머더 발라드>의 가장 큰 메시지는 ‘인간은 나약하고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그것이 인생이다’란 거예요. 작품 중반의 ‘Built for Longing’이 그런 메시지를 담은 뮤지컬 넘버죠. 선택의 기로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러면서도 욕망과 상황에 끌려다니며 방황하는 인간. 그걸 중심으로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고 싶어요.” 그 해석 안에 매 순간 새로운 결단을 거듭하며 변화해온 그녀의 인생이 담겨있는 느낌이다.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그녀에게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묻자, 의외로 조금 여유를 갖고 싶다는 답이 돌아왔다. “뮤지컬이 좋고 오래하고 싶은 만큼, 조급하게 매달리지 않으려고 해요. 이걸 끝내놓고 차기작은 뭘 하고 뭘 하고… 그런 것에 너무 연연하다 보면 저만의 색을 잃을까봐 무서워요.” 무조건 많은 무대에 서기보다는 자기 색을 낼 수 있는 역할을 신중하게 택해 관객과 만나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바람. 수많은 샛길을 거쳐 뒤늦게 뮤지컬에 입문한 그녀는 그처럼 틀에 짜여있지 않은 ‘야생성’이 자신의 약점이 아닌 강점이라고 믿는다. 올여름에는 한동안 내려놓았던 붓도 다시 잡아볼 생각이라는 그녀의 포부는 마지막까지 남다르다. “전형적인 배우는 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미술도 밴드 활동도 놓지 않으려고 해요. 한 발짝 떨어져 넓게 보고 싶어서요. 미술, 밴드, 뮤지컬 세 가지를 왔다갔다 하면서 감정의 폭을 넓히는 게 다른 배우들과 다른 저만의 성장 방식인 것 같아요. 뮤지컬 배우만으로 길들여지지 않은 뮤지컬 배우가 되는 것, 이게 제 최대의 목표이자 고민이에요!”  



2012    <광화문 연가> 여주
2013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마리아
2013    <머더 발라드> 사라
2014    <서편제> 송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9호 2014년 6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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