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usical

더뮤지컬

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인터뷰 |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네이처 오브 포겟팅> 연출가 기욤 피지

글 |이솔희 사진 |연극열전 2023-12-22 1,661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조기 치매로 인해 기억을 잃어가는 한 남자 톰의 사랑과 우정, 만남과 헤어짐, 삶과 죽음의 여정을 배우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2인조 라이브 밴드의 섬세한 음악으로 표현하는 피지컬 시어터(신체극) 작품이다. 영국 극단 ‘시어터 리’가 2017년 런던에서 처음으로 공연했고, 2019년 내한해 한국에서 첫선을 보였다. 이후 2022년에는 라이선스 초연이 진행됐다. 지난 12월 1일 개막해 2024년 1월 2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재연에는 초연 무대에 올랐던 김지철, 김주연, 마현진, 강은나와 함께 전성우, 전혜주, 곽다인, 송나영이 출연한다.

 

시어터 리의 연출 및 안무가 기욤 피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2019년 초청 공연, 2022년 라이선스 초연 당시 많은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네이처 오브 포겟팅>을 통해 다시 한번 한국 관객을 만나는 소감이 어떤가.

A. 이번 공연은 나와 시어터 리, 그리고 한국 제작사인 연극열전과 한국 배우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탄생한 프로덕션이라는 점에서 뜻깊다. 라이선스 초연 당시 한국 배우들과 함께 공연을 준비하면서 <네이처 오브 포겟팅>이라는 작품이 내게 더욱 깊이 있게 다가왔는데, 이렇게 다시 한국에서 공연하게 되어 굉장히 신나고 기쁘다. 특히 이번 시즌에는 처음으로 두 달간의 장기 공연을 진행하게 됐다는 점 역시 감사하다.

 

Q. 단출한 무대 장치를 최대한 활용한 연출을 통해 관객이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주는 것이 인상적이다.

A. 스토리텔링에 필수적이지 않은, 이야기를 발전시키는 것과 무관한 소품은 무대에 두지 않는다는 것이 시어터 리의 철칙이다. <네이처 오브 포겟팅> 무대에 등장하는 소품의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책상, 의자, 옷 등 각각의 소품들은 기존의 역할 그 이상으로 활용되며 인물의 상황, 감정 등을 표현해 준다.

 

Q. 피아노, 바이올린, 퍼커션, 루프스테이션을 연주하는 2인조 라이브 밴드의 음악이 톰의 이야기에 한층 더 몰입할 수 있게 돕는다는 점도 <네이처 오브 포겟팅>의 매력이다.

A. 시어터 리에서 만드는 공연의 중심에는 음악감독이자 작곡가인 알렉스 저드가 있다. 우리가 만드는 공연에서의 음악은 다른 공연에서 대본이 하는 역할을 대신한다. 관객이 공연의 여정을 잘 따라갈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것이다. 특히 <네이처 오브 포겟팅>에서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유는 음악이 기억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공연에서도 표현되듯이 우리의 기억은 계속해서 왜곡되고, 또 재구성된다. 그 과정에서 기억에 저장된 음악이 큰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

 

 

Q.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대사, 노래 대신 배우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작품을 전개한다는 점이다. 공연 준비 과정이 궁금하다.

A. 보통의 작품은 창작진이 대본을 완성하면, 배우들이 그 대본을 바탕으로 연습을 진행해 나가지 않나. 우리의 작품은 정반대다. 배우에서 시작한다. 소품을 가지고 다양하게 움직여 보며 서로의 움직임의 형태를 관찰한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를 모아 구체적인 방향성을 잡고, 내용을 쌓아 올린다. 쉽게 설명해서, 만약 우리가 ‘어떤 사람이 친절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비유적으로 표현하고 싶다면 ‘그 사람의 심장은 돌 같았다’고, ‘돌’이라는 사물을 활용해서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시어터 리의 작품은 우리가 어떤 생각을 표현하고 싶은지가 아니라, ‘이 돌을 가지고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시작한다는 의미다.

 

Q. 그렇다면 <네이처 오브 포겟팅>은 어떤 고민에서 시작했나.

A. ‘영원한 건 무엇인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고민에서 시작해서 점점 구체적인 질문을 만들어 갔다. 결국 ‘기억이 사라져도 남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이 질문을 위해 여기까지 왔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공연이 완성된 후였다. 하나의 공연을 만드는 것은 등산과 비슷하다. 우리가 산을 오를 때는 어디까지 가는 건지, 이 길이 맞는 건지 의문을 품은 채로 가지 않나. 그러나 조금 헤맬지언정, 그 끝에는 언제나 정상이 있다.

 

Q. 스스로 던진 질문의 답은 찾았나.

A. <네이처 오브 포겟팅>이라는 공연 자체가 우리가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언어, 혹은 또 다른 방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질문들에 대한 진정한 대답을 찾기 위해 움직임으로, 공연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네이버TV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