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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FESTIVAL] 경계를 지우는 예술, 경계를 넘어서는 공연 - <2023 서울국제공연예술제>

글 |김주연(공연 칼럼니스트) 사진 |pascale cholette, quentin chevrier, Kyle Tunney 2023-10-25 862

그간 국내외 다채로운 공연과 예술가를 선보이며 동시대 공연예술의 흐름과 매력을 소개해 온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올해도 풍요로운 프로그램으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2023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10월 6일부터 2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국립정동극장 세실, 아르코예술극장, 대학로예술극장 등에서 개최된다. 올해는 ‘경계 없는 질문들’을 주제로 예술과 기술, 국가와 지역, 공연 장르 등 기존의 경계를 허물고 넘나드는 19개 작품을 선보인다. 또한 축제 기간에 예술과 기술, 동시대 예술의 새로운 서사 등을 주제로 다양한 질문을 펼치는 ‘SPAF 워크숍 페스티벌’과 아트코리아랩이 진행하는 토론회 등을 개최하여 동시대 공연예술의 현주소와 흐름을 확인하고 정보를 공유·소통하는 장의 역할을 수행한다. 올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 프로그램의 특징으로는 하나의 장르로 구분할 수 없는 공연이라는 점과 기술, 스포츠, 아크로바틱 등 다양한 분야가 결합한 공연이 많다는 점 그리고 관객 참여형, 강의형, 공간 이동형 공연 등 관극 형식이 다채롭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개막작인 프랑스의 샤요 국립무용극장의 <익스트림 바디>는 이러한 축제의 특징을 매우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프랑스 줄타기 선수와 스위스 클라이밍 선수가 8명의 아크로바틱 공연자와 허공에 몸을 던지고 영상 세트를 가로지르며 함께하는 무대는 서커스 예술과 현대 무용이 결합된 아찔하고 황홀한 순간을 만든다. 

 

 

<익스트림 바디> ⓒpascale cholette

 

 

새로운 서사를 담아내는 목소리  

서울국제공연예술제는 2022년 최석규 예술감독 부임 이후 2026년까지 장기적으로 이어갈 세 가지 큐레이션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동시대 관점과 시대적 가치를 담아내는 국제공연예술축제라는 비전 아래, 세 가지 큐레토리얼 방향은 올해의 축제 프로그램과도 매우 밀접한 관계를 지닌다. 첫 번째 방향성은 ‘새로운 서사’로, 동시대의 새로운 가치를 담아내는 작품들과 그간 들리지 않았던 목소리에 주목하겠다는 축제의 의지가 담겨있다. 올해 프로그램 중에도 남자들이 사라지고 여자들만 남게 된 어느 도시를 통해 주체와 타자가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는 극단 돌파구의 <지상의 여자들>, 신체와 성별을 수행적으로 사유하고 써온 트랜스젠더 작가 김비의 <연극연습3. 극작연습-물고기로 죽기>, 미디어의 과잉 공유와 포화 상태에 이른 정보의 홍수가 촉발하는 동시대의 위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허 프로젝트의 <내일은지금이고오늘은어제이다>, 탈탄소 에너지로의 전환을 맞이하고 있는 세상과 기후 위기를 다루는 <에너지_보이지 않는 언어> 등 동시대적 시선과 목소리를 담은 작품들이 관객들을 기다린다.

 

 

<플레시> quentin chevrier

 

 

기술과 예술을 통해 확장되는 감각  

두 번째 방향성은 ‘예술과 과학, 기술의 혁신과 포스트 휴머니즘’으로, 기술 및 과학과 예술의 만남, 그리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확장된 세계를 지향한다. 이 역시 이번 축제의 여러 프로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험적인 전자 음악부터 음악극까지 다양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프랑스의 사운드 아티스트 프랑크 비그루가 콘셉트와 음악을 맡은 <플레시>는 실험적인 사운드, 영상과 무용이 함께 어우러지는 독특한 작품이다. 아트코리아랩과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예술×기술 협력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이 공연은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감동의 강렬한 미학”이라는 평을 받은 바 있다.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 <인.투Independent.Together>도 기술을 통한 예술의 향유와 확장된 감각을 모토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독일문화원Goethe-Institut의 동아시아 지역 프로젝트인 ‘도시 걷기’의 일환으로 공연된다. 관객들은 AR 글래스를 쓰고 직접 극에 참여하거나 퍼포먼스를 관람하며 도시의 공간성과 시간의 역사성이 만나는 순간을 체험한다. 아일랜드 연극 단체인 데드 센터의 <베케트의 방>은 서사 중심이 아니라 기술을 활용한 사운드 연극으로 분류된다. 배우가 등장하지 않는 이 무대에서 관객들은 헤드폰을 통해 부재의 광경을 바라보고 사운드와 물체의 움직임을 통해 이야기를 따라가는 특이한 경험을 하게 된다.

 

 

<베케트의 방> Kyle Tunney

 

 

지금, 이곳의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 

마지막 세 번째 방향성은 ‘지역성과 초지역성’이다. 올해 축제에는 서울과 한국의 역사, 사회, 공간, 건축, 그리고 고유한 지역성을 토대로 세계와 소통하는 초지역성을 지향하고자 하는 여러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고단한 한국사를 온몸으로 관통해 살아온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를 이야기하는 극단 골목길의 <이장>,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태국의 안무가를 초청해 한국의 아시아 이주 노동자들과 함께 그들만의,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춤으로 그려내는 안은미컴퍼니의 <웰컴투유어코리아>, 서구적 규범으로 정립된 한국 연극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성찰을 담은 구자하 작가의 <한국 연극의 역사> 등 연극과 무용을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들이 한국이라는 사회와 공간,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의 층과 고민의 결을 선보인다. 이외에도 콘셉트 퍼포먼스라는 독특한 공연 형식을 표방하는 <구조와 의식>, 말레이시아 근현대사를 소재로 다큐멘터리와 영상, 연극을 교차해 새로운 말레이시아의 역사적 가능성을 탐색하는 <노셔널 히스토리>, 대학로에서 주목받는 연출가 중 한 명인 김풍년의 신작 <싸움의 기술, 졸_2.0>, 신체와 움직임으로부터 발생하는 의미와 각 매체의 특성이 부딪히면서 발생하는 틈을 탐구하는 최강프로젝트의 <이들은 그냥 존재한다>, 자신의 몸과 생각으로부터 단절되었거나 분리되었다고 느끼는 비인격화 장애에 대한 안무가의 경험을 토대로 정신-몸의 이중성을 탐색하는 <마치, 내가 나를...>, 현대인이 일상에서 느끼는 삶의 공허함과 허무함에 대한 고찰을 담아낸 김성훈 댄스프로젝트의 <조동>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매체의 경계, 현재와 역사의 경계를 넘어서는 다채로운 작품들을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만날 수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9호 2023년 10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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