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가 예술가라고 믿는 아트 커뮤니티 1막1장은 누구든지 예술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표현함으로써 지금보다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게 목표다.
예술로 한 걸음 떼기
1막1장 이지현 대표는 홍보마케팅 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는 하루 종일 격무에 시달리던 직장 동료들이 퇴근 후 휴식 대신 다양한 모임을 찾아 나서는 게 신기했다. 그런데 모임이 재미있었냐는 질문에는 하나같이 “그냥 그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 무렵 퇴사를 고민 중이던 이 대표는 동료들을 보고 ‘연기 모임’을 떠올렸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색다른 경험을 하는데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잖아요. 이들에게 새롭고 유익한 모임을 제공하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내가 잘 아는 게 연극이니까 연극으로 무언가를 해보자고 생각한 거죠.”
이 대표는 외국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배우가 되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학과 특성상 연기 수업은 필수로 들어야 했다. 연기를 배우면서 새로운 자신을 발견했고 이 경험이 창업에 결정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했다. “원래 저는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이었어요. 연기는 내 안에 있는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잖아요. 연기를 통해 평소라면 절대 표현하지 못했을 것들을 해보니 너무 짜릿한 거예요. 나에게 이런 면이 있었나 하고 놀라기도 했죠. 연기를 배우고 성격도, 삶을 대하는 태도도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바뀌었어요. 저와 같은 사람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고 회사를 차렸어요.”
그렇게 2020년 1막1장이 탄생했다. 창업 초기에는 운영하는 프로그램 수가 지금보다 훨씬 많았다. 장르도 연극뿐만 아니라 뮤지컬, 무용, 탈춤과 판소리까지 다양했다. 여기에는 선택의 폭이 넓어야 1막1장의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것이라는 기대도 깔려있었다. 하지만 운영해 보니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예술 활동을 해보고 싶은 사람은 대부분 한 번의 경험에 만족했던 것이다. 이후 1막1장은 예술 활동을 망설이는 사람들이 한 걸음을 뗄 수 있도록 돕는 곳으로 역할을 명확히 설정하고, 프로그램은 연기 위주로 대폭 개편했다. 각 프로그램은 그간의 운영 경험, 프로그램 참여자의 후기, 시장 조사 등을 참고해 정한다. 그다음 운영진이 큰 구성과 커리큘럼을 짜고, 프로그램을 진행할 배우와 논의하여 세부 사항을 조정한다. 1막1장은 프로그램마다 콘셉트가 뚜렷하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보통 ‘연기’하면 뭔가 전문적으로 배워야 할 것 같은 이미지라 쉽게 도전하기 어렵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최대한 진지한 이미지는 배제하고 프로그램 이름부터 커리큘럼까지 ‘쉽고 재미있게’에 초점을 두었어요.”
쉽고 재미있게 접하는 예술
현재 1막1장은 한 달 과정으로 연기를 배울 수 있는 세 가지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다. 기초 연기 훈련을 받는 ‘나의 첫 액팅 워크샵’, 영화나 드라마에서 단 두 명이 등장하는 장면을 골라 연기해 보는 ‘티키타카 2인극 살롱’, 10분 내외의 짧은 희곡을 낭독하며 연기의 재미를 배워보는 ‘초단막극 워크샵’이 그것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 진짜 무대에 오르고 싶은 멤버를 위해 3개월 동안 연극을 연습하고 소극장에서 공연하는 ‘씨어터 워크샵’도 운영한다. 1막1장은 ‘연기 수업’이나 ‘연기 클래스’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누구나 배우의 소양을 타고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배우는 ‘아티스트’, 참가자는 ‘멤버’로 부른다. 모임에서는 각자 이름 대신 별명으로 부르며 수평적 관계를 유지한다. 모든 프로젝트는 연기 경력이 긴 아티스트가 연기 경력이 짧은 멤버에게 가이드를 제공하는 방식을 지향한다. 덕분에 모임의 분위기는 친한 선후배가 함께 어울리는 연습실과 비슷하다.
프로젝트 중 ‘초단막극 워크샵’은 한 편의 공연에 참여하고 싶지만 긴 호흡의 희곡은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딱이다. 준비된 여러 희곡을 읽어본 후 최종적으로 한 편을 정해 처음부터 끝까지 리딩하는 것이 목표다. 모임은 몸을 푸는 것으로 시작한다. 언뜻 놀이처럼 보이는 몸풀기는 사실은 외부 자극에 대한 연습이다. 그다음 본격적인 대본 읽기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멤버들이 마음대로 읽어보고 다 같이 작품을 분석한다. 초단막극이지만 기승전결은 물론 반전까지 담겨있어 멤버 간에 다양한 해석과 분석이 오간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대본을 읽는데, 이때는 아티스트가 코멘트를 준다. 상황과 인물을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연기의 기술적인 팁을 공유하는데 연기 초심자들이라는 것을 감안해 주로 일상적인 예시를 들어 설명한다. 예를 들어 커다란 바퀴벌레를 마주쳤을 때의 심정을 떠올려 보라는 식이다. 멤버들은 아티스트의 피드백을 가이드 삼아 다시 대본을 읽는다. 짧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멤버들의 연기 변화가 눈에 띌 정도로 향상되었다. 이에 대해 한 멤버는 “정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멤버들이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 있도록 격려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1막1장은 연기 외에도 다양한 예술적 도구를 제안하려고 한다. 온라인 글쓰기 프로젝트 ‘하루 예술’이 그중 하나다. ‘하루 예술’은 매일 작가들에게 글감을 받아 글을 쓰고 피드백을 받는 프로그램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참여하면 그동안 쓴 글을 묶어 소책자로 만들어 준다. 시간과 공간 제약이 없는 온라인 프로젝트인 만큼 연기 프로젝트보다 더 많은 사람에게 열려있다는 게 특징이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는 게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누구든 예술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표현함으로써 삶을 조금 더 재미있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요. 거기에 1막1장이 작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9호 2023년 10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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