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스토리>에서 달에서 온 쌍둥이 린과 이헌, <팬레터>에서 한 인물의 양면인 히카루와 세훈을 연기했던 배우 소정화와 김진욱. 연달아 같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었던 두 배우가 지난 6월 백년가약을 맺고 한 가족이 되었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두 배우가 자신들을 맺어준 작품 <문스토리>에 다시 출연한다는 것! 초연과 마찬가지로 소정화는 트랜스젠더 가수 지망생 린을, 김진욱은 한때 만화가로 유명했으나 린이 떠난 후 외톨이 택시 기사가 된 이헌을 연기한다. 7년 후 다시 만나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인물들처럼, 소정화와 김진욱 역시 2년 만에 돌아온 <문스토리>를 통해 첫 만남의 기억을 되새기고 있다.
무대에서 맺은 인연
<문스토리> <팬레터>에 함께 출연한 두 분의 결혼 소식은 뮤지컬 팬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어요. 결혼 발표 후 주변의 반응 가운데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소정화 사귀는 걸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공식적으로 알리는 건 조심스러웠어요. 공연을 보는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팬레터> 공연이 끝날 때까지는 조용히 지내려고 했죠. 그런데 하루는 <팬레터>의 제작사인 라이브 강병원 대표님이 저희가 똑같은 팔찌를 차고 있는 걸 보고 “뭐야, 둘이 사귀는 거 아니야?”라고 하시는 거예요. 걸렸구나 싶어서 순순히 인정했는데 그냥 농담으로 하신 얘기였다며 되려 깜짝 놀라셨어요. (웃음)
김진욱 <팬레터> 지방 공연 때 처음으로 동료 배우들에게 저희가 사귀고 있다는 사실을 알렸어요. 애써 숨기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은 눈치를 채고 계셨는데, 유일하게 이윤 역의 박정표 형만큼은 상상도 못 했다며 배신감을 표하더라고요. (웃음) 결혼 소식을 알린 뒤에는 팬들에게 이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세훈과 히카루가 결혼하면 해진 선생님은 어떡하냐고!
지난 6월 열린 결혼식은 세훈과 히카루가 결혼하고 해진 선생님이 사회와 축가를 맡아 <팬레터> 세계관 붕괴 현장으로 회자되기도 했죠.
소정화 하하,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저희 둘 모두와 친한 사람에게 부탁하다 보니 공교롭게도 <팬레터>에서 김해진을 연기한 윤나무, 백형훈 배우가 사회와 축가를 맡았어요. 나무는 당시 드라마 촬영 때문에 굉장히 바빴는데도 시간을 내서 사회를 봐줬어요. 형훈이도 “원래 축가 잘 안 부르는데 두 사람 결혼식이면 해야지”라며 흔쾌히 축가를 맡아줬고요. 두 배우에게 무척 고마워요.
결혼 후 서로가 곁에 있어서 좋은 점이 있다면 뭐예요?
소정화 얼마 전에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는데 진욱 씨가 보호자로 따라왔어요.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라는 간호사의 질문에 진욱 씨가 “남편입니다”라고 대답하는 걸 듣는데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배우는 직업 특성상 다른 직장인과 생활 패턴이 조금 다른데, 저희 부부는 둘 다 배우이니까 생활 패턴이 어긋나지 않아서 좋아요.
김진욱 아침에는 <레미제라블> 연습 때문에 제가 먼저 집을 나서지만, 저녁에는 <문스토리> 연습에 합류해서 꼭 함께 퇴근해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혼자가 아니라 정화 씨와 함께라는 데에서 느끼는 안정감이 굉장히 커요. 같은 배우이다 보니 직업상 고충이 생길 때 힘든 점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도 있고요.
2021년 <문스토리>에서 서로를 처음 만났다고 들었어요. 당시 작품을 함께하며 상대에게서 어떤 인상을 받았나요?
소정화 처음에는 그냥 키 크고 잘생긴 신인이 들어왔구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연습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니 정말 열심이더라고요. 대본을 뚫어져라 들여다보고, 선배들 얘기를 귀담아듣고, 땀을 뻘뻘 흘리며 연습하는 모습이 성실해 보였어요. 꾸며낸 모습이라면 금방 들통날 텐데 끝까지 한결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걸 보고 알았죠. 그게 이 사람 성품이라는 걸.
김진욱 정화 씨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멋진 선배였어요. 프로페셔널하게 연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며 후배로서 동경심을 품었죠. 조금이라도 닮고 싶고 친해지고 싶어서 제가 먼저 다가갔어요. 저는 지금도 정화 씨에게 이렇게 얘기해요. 평생 배우로 남아 달라고. 결혼식 때 원로 배우가 될 때까지 연기하겠다고 서약도 했잖아요, 그렇죠?
소정화 그거야 불러주셔야 하는 거지~ 제작사 대표님들 보고 계시죠? (웃음)
<문스토리>는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기에 초연과 재연에 연달아 참여를 결정했나요?
김진욱 저는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에 <문스토리> 대본을 받았던 터라 따뜻한 위로를 건네는 이야기에 마음이 끌렸어요. 이 작품에 참여하면 관객뿐 아니라 저 스스로도 힐링을 받을 수 있겠다 싶었죠. 실제로 이헌을 연기하면서 큰 위로를 받았고요. 초연이 워낙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서 재연도 꼭 참여하고 싶었어요. 물론 정화 씨와 다시 한 무대에 서고 싶기도 했어요. 제 바람 같아서는 더 많은 작품을 함께하고 싶어요. 뮤지컬뿐 아니라 연극도 함께하고 싶고요.
소정화 어휴, 맨날 저 소리라니까요. 사실 초연 때는 평소 신뢰하는 창작자인 김은영 작곡가님께 출연 제의를 받고 고민 없이 바로 수락했어요. 그런데 재연에 저와 진욱 씨가 함께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는 조금 망설였어요. 부부인 저희가 한 무대에 선 모습이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갈까 싶어서요. 하지만 둘이 함께 연기할 기회가 언제 또 찾아올지 모르고, 초연의 감동을 기억하는 분들에게는 저희의 결혼이 해피엔딩 느낌으로 다가가지 않을까 싶어서 용기를 냈어요. 관객분들은 어떻게 느끼실지 모르겠지만, 둘이 함께 호흡을 맞추면 확실히 편안하더라고요.
달의 아이들을 위하여
초연에 이어 재연에서도 고아원에서 함께 자란 두 친구 나이헌과 린(본명 이찬영)을 연기해요. 그들은 함께 만든 만화 『문스토리』에서 자신들을 달에서 온 쌍둥이로 표현하죠. 둘은 서로에게 어떤 존재였을까요?
소정화 대사에 쓰인 표현 그대로예요. “그 아이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져본 울타리이자 형제이자 연인이었다.” 하나의 존재가 이 모든 걸 의미한다는 건 결국 그 사람이 나의 우주나 다름없다는 뜻이에요.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 하는 어린아이에게 엄마, 아빠가 온 우주이듯이 이헌과 린에게는 서로가 서로의 우주였다고 생각해요.
김진욱 어린 시절 이헌의 우주에는 린 외에 다른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어요. 당연히 그가 그리는 모든 만화의 주인공은 린일 수밖에 없었죠. 만화가 아니라 무엇을 해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이헌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었다면 그 노래의 주인공은 무조건 린이었을 거예요.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그 글의 주인공 역시 린이었을 테고요.
린이 상상한 이야기를 이헌에게 들려주면, 이헌이 그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잖아요. 린은 왜 이헌에게 달에서 온 아이들 이야기를 들려준 걸까요?
소정화 도피이자 위로의 방법이었을 것 같아요. 린은 어른들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는 눈치 빠른 아이였을 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이헌만큼은 현실이 얼마나 아픈지 모르길 바라서, 우리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가 아니라 달에서 온 특별한 아이라는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준 거죠. 상상력으로 이헌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도와준 거예요.
김진욱 처음에는 이헌도 린의 이야기를 진실로 받아들여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저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라고 생각하게 되죠. 만화를 그리는 일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게 되고요. 트랜스젠더인 린은 자신이 달에서 지구로 오는 과정에서 성별이 바뀌었을 뿐 원래 여자라고 이야기하는데, 이헌은 그런 린을 이해하지 못하고 망상에 빠져있다고 여겨요. 그러다 막상 린이 떠나고 혼자가 되자 무너져 버리죠.
린 입장에서는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이헌에게 배신감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소정화 제 성향 때문인지 몰라도, 이헌이 아니라 이헌을 변하게 만든 세상에 화가 나더라고요. 그래서 린 스스로 떠났다고 해석했어요.
김진욱 이헌은 린이 자신을 저주하며 떠났을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약을 먹으면서까지 기억을 지우려 하고, 다시 눈앞에 나타난 린을 피하죠. 그런데 린은 이헌을 원망하는 대신 또 한 번 위로해 줘요. 덕분에 이헌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고요.
달에서 온 또 다른 아이 용은 지구에서 다시 만난 이헌과 린에게 “너희는 여전히 하나구나”라고 말해요. 두 사람이 하나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한다고 생각해요?
김진욱 저는 이헌이 마음속에서 린이라는 존재를 온전히 받아들였다는 의미로 해석했어요. 이헌은 극이 진행되는 내내 린을 찬영이라고 부르다가, 그 장면에서 처음으로 린이라고 불러요. 다시 한번 어린 시절처럼 있는 그대로 린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게 된 거죠. 그런 다음 린과 작별 인사를 나누는데, 그때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뒤섞인 복잡한 기분이 들어요.
소정화 저는 린이 이헌과 하나가 되어 그를 살리는 결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오롯이 이헌의 성장으로 마무리된다고 생각해요. 린이 이런저런 말로 도움을 주긴 하지만 결국 다시 의지를 갖고 살아보겠다는 선택을 한 건 이헌이잖아요. 마음으로 린이 자신을 위해 달 이야기를 들려주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임으로써 이헌 스스로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한 거죠. 마지막으로 용과 린 모두 떠나보내면서 이헌의 진정한 홀로서기가 시작된다고 생각해요.
작품 속에서 특히 와닿았던 장면은 무엇인가요?
김진욱 ‘그곳에 가면’이라는 노래가 특히 와닿아요. 거기 이런 가사가 나오거든요. “우린 어디에서 왔을까? 지구는 아닐 거야. 이렇게 지독할 리가 없어.” 그 대목을 부를 때마다 연기하기 힘들 만큼 마음이 아려요.
소정화 저는 최근에 용의 대사에 꽂혔어요. “너흰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야. 너흰 달에서 온 특별한 사람이야.” 극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대사도 좋아요. “난 나에 대해 더 알고 싶다. 날 더 안아주고 싶다.” 세상살이가 힘들다고 절망에 빠져 삐딱한 마음을 키우는 대신 이렇게 생각하면 조금 덜 힘들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뉴스를 보면 사람들 마음이 점점 강퍅하고 피폐해지는 것 같아요. 이런 때일수록 마음을 바꿀 수 있는 매개체가 필요한데, <문스토리>가 그런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더 많은 어른들이 이 작품을 보고 위로를 받아가시면 좋겠어요.
이야기가 전하는 위로
진욱 씨는 극 중 이헌처럼 스스로에게 ‘나는 왜 여기에?’라는 질문을 던진 경험이 있나요?
김진욱 저는 MBTI 유형이 T(사고형)거든요. 근데 배우라는 직업 특성상 F(감정형)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해요. 지금은 그래도 F처럼 많이 바뀌었는데, 연기를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는 이게 내 적성에 맞나 진지하게 고민했어요. 처음 연기 수업을 받은 건 아이돌 연습생 시절이었는데, 하루는 다 함께 불 꺼진 방에 앉아 감정에 몰입하는 연습을 했어요. 슬픈 상황이 제시된 카드를 뽑아 읽고 눈물이 나면 방을 나가는 거예요. 그런데 저 혼자 그 방에 한 시간을 앉아있었어요. 어떤 친구는 시작하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나가는데, 저는 아무리 쥐어짜도 눈물이 안 나는 거예요! 그때 연기는 내 길이 아니구나, 노래나 열심히 해야겠다 생각했죠. (웃음)
그런데 지금은 뮤지컬배우로 활동하고 있잖아요.
김진욱 지금은 연기가 재미있어요. 배우는 무대에서 미리 짜놓은 합에 따라 연기를 하잖아요. 내가 이렇게 움직이고 말하면, 상대역이 저렇게 받아칠 거라는 걸 미리 알고 있죠. 그럼에도 그 안에서 많은 교감을 할 수 있어요. 매일 똑같은 공연을 해도 상대의 호흡에서 눈빛에서 매번 다른 느낌을 받아요. 일단 무대에 조명이 켜지면 객석은 사라지고, 제4의 벽으로 닫힌 무대 위 세계에서 저와 상대역이 극 중 인물로 만나는 거예요. 그 찰나의 교감이 짜릿해서 연습이 아무리 힘들어도 무대에 오르는 순간 다 잊어버려요. 배우가 적성에 맞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아요. <문스토리> 식으로 표현하자면 ‘더 알고’ 싶어요.
정화 씨도 배우로 활동하면서 ‘나는 왜 여기에?’라는 생각에 빠진 적이 있나요?
소정화 너무 많죠. 배우가 되기 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난 배우가 되고 싶은데 왜 여기서 이러고 있지?’ 생각했어요. 배우가 된 뒤에는 잘나가는 배우들 사이에서 나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져 ‘내가 과연 여기에 필요한 사람인가?’ 생각했고요. 하지만 저만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서 그런 생각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 저는 허스키하고 독특한 목소리가 굉장히 콤플렉스였거든요. 그런데 생각을 바꾸니까 콤플렉스가 장점이 되더라고요. 같은 노래라도 저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는 방법을 찾은 거죠. 그러자 ‘나도 저들처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저들은 나처럼 못 해’라는 생각으로 바뀌었어요.
장점 얘기가 나온 김에 배우로서 서로의 장점을 꼽아주세요.
소정화 진욱 씨는 무대에서 잔꾀를 부리지 않는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극의 흐름과 상관없이 자기가 돋보이려고 욕심부리는 배우가 많은데, 진욱 씨는 늘 정도를 지키더라고요. 자기를 보여주려고 애쓰기보다 상대방을 잘 보고 들으려고 노력해요. 제가 ‘리스펙’하는 부분이에요.
김진욱 쓸데없이 욕심부리지 않는 건 다 정화 씨한테 배운 거예요. 평소 연기에 대한 얘기를 자주 나누어서 그런지 점점 생각의 회로가 닮아가는 것 같아요. 함께 공연해 본 입장에서 정화 씨는 리액션이 정말 좋은 배우예요. <문스토리> 연습실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눈빛에서 ‘네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봐’라는 메시지가 읽혔어요. 제가 뭘 어떻게 던지든 척척 받아내니까 함께 연기하는 입장에서 정말 즐거워요. 그래서 늘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예요.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사이로서 상대에게 잘 어울릴 것 같은 역할을 추천한다면요?
소정화 진욱 씨는 이제 데뷔 5년 차잖아요. 한창 배우로서 근육을 키우는 시기이기 때문에 한 가지 이미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면 좋겠어요. 그래도 지금 나이에 어울릴 법한 역할을 하나 꼽는다면 <하데스타운>의 오르페우스요. 진욱 씨가 팝적인 노래를 잘 소화하거든요. 전에 <디어 에반 핸슨>의 뮤지컬 넘버를 부르는 걸 들었는데 정말 잘하더라고요. 근데 키가 너무 커서 <디어 에반 핸슨>의 주인공은 못 할 것 같아요. (웃음)
김진욱 저는 <문스토리> 이후 정화 씨의 출연작은 다 챙겨봤는데, 정화 씨가 무대에서 연기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끔 화가 나요. 제가 머리 싸매고 고민해서 겨우 해내는 걸 정화 씨는 너무 쉽게 해내는 거예요!
소정화 당연하지. 난 15년이나 했잖아!
김진욱 그야 그렇지만… 한 번쯤 어려운 역할을 만나 흔들리는 모습도 보고 싶어요. 지금도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데 한계를 깼을 때의 모습은 얼마나 멋질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고민도 엄청 해야하고 심적으로도 힘든 역할이 뭐가 있으려나?
소정화 참 멀리 못 보네. 내가 힘들면 자기가 제일 힘들어질 걸? (웃음)
<문스토리>는 ‘이야기’가 지닌 위로의 힘을 알려주는 작품이에요. 두 분은 배우로서 늘 무대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공연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소정화 팬들의 편지를 받을 때요. <문스토리> 초연 당시 한 관객으로부터 “공연을 보고 다시 일어날 힘을 얻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어요. 그분도 줄곧 다시 일어나고 싶다고 생각했겠지만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저희 공연이 그 계기가 됐다고 생각하니 굉장히 보람차고 사명감이 느껴졌어요. 결국 그게 저희가 공연을 하는 이유거든요. 공연을 보고 단 한 명이라도 위로를 받는다면 저희의 노력이 헛되지 않다고 믿어요.
김진욱 공연을 보고 힘을 얻었다고 말씀해 주시는 관객분들이 계셔서 저희도 힘을 얻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문스토리> 초연 당시 저는 개인적으로 무척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어요. 그래서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을 할 때 객석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이렇게 물었어요. ‘이 이야기가 저한테는 위로가 됐는데 여러분에게도 그런가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때라 관객들 모두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마스크 위로 빛나는 눈만 봐도 ‘위로가 되었다, 고맙다’라는 대답이 느껴지곤 했어요. 그때마다 뿌듯함을 느꼈죠.
마지막으로 공연을 앞둔 서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소정화 진욱 씨는 데뷔 이래 지금까지 대극장과 소극장을 오가며 꾸준히 연기 변신을 꾀하고 있잖아요. 그때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도전의 재미를 느끼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아요. 앞으로도 지치지 않고 재미있게 공연하길 바란다고 응원해 주고 싶네요.
김진욱 가끔 정화 씨가 까먹는 것 같아서 제가 한 번씩 상기시켜 주곤 하는데, 정화 씨는 제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이자 가장 멋지다고 생각하는 배우예요. 그러니까 어떤 일이 있어도 확신을 갖고 공연을 해나가면 좋겠어요. 이번에도 어김없이 ‘짜잔!’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줄 거라 믿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8호 2023년 10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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