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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공동경비구역 JSA> 강정우 [NO.127]

글 |나윤정 사진 |권용구 2014-05-07 5,791
당신의 모든 순간 





나를 찾아가는 길
처음 강정우란 배우를 주목하게 된 이유는 단순했다. <빨래>의 솔롱고, <공동경비구역 JSA>의 김수혁. 배우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역할에 동시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엔 그의 디테일함에 더 눈이 갔다. 역할의 이면을 새로이 발견하게 하는 섬세함. 그것이 그려내는 자연스러움. 강정우는 그만큼 역할에 흡수되어, 이것이 연기라는 인식을 남기지 않았다. 

같은 시기에 공연 중인 두 작품을 놓고 보면 새삼 강정우의 외형이 꽤 매력적임을 느낄 수 있다. 특정한 캐릭터에 국한되지 않고, 넓은 스펙트럼을 넘나들기에 유리한 인상. 그것은 디테일한 성향과 시너지를 이루어 인물에 리얼리티를 부여하는데 강점이 됐다. 관객들에게 진짜 몽골인, 진짜 군인 같다는 말을 많이 듣는 이유도 그래서일 것이다. “디테일에 강한 건 사실 제 무기였어요. 그러다보니 어릴 때부터 연기하다 의견 충돌이 생겼을 때, 그런 말을 많이 들었어요. 넌 왜 그런 것까지 생각해? 전 오히려 그걸 생각하지 않는 게 더 이상했거든요. 그러다보니 학생 땐 오류에 빠질 때도 있었어요. 너무 디테일만 찾다 보니 숲을 보지 못하고, 그 인물보다 더 멀리 나가게 된 거죠. 지금은 중간선을 찾아가는 과정이에요.” 

강정우는 어린 시절부터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선생님을 보면서 나라면 더 재밌게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을 텐데, TV를 보면서 나라면 저기서 이렇게 할 것 같은데. 어렸을 때부터 이런 생각들을 계속 했어요. 주위에서 개그맨 해보란 말은 많이 해서 그쪽 방면으로 관심을 갖다 중학교 2학년 때쯤 구체적으로 배우를 해야겠다 생각했죠.” 그는 자연스레 연극영화과로 진학하며, 상경했고 한 걸음씩 꿈을 향해 나아갔다. 

그는 학교 뮤지컬 동아리의 창단 멤버로 활동하며, 점차 뮤지컬과 인연을 쌓아갔다. “노래 부르는 걸 참 좋아했어요. 노래 부르려고, 혼자 일부러 어두운 길을 찾아다니곤 했죠. 그런 반면 연기는 더 잘하려는 부담감 때문인지 점점 즐기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노래와 연기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거죠.” 그는 2009년 <스페셜 레터>의 일병 역을 시작으로 2010년 <맘마미아!>, <키스 미 케이트>의 앙상블로 뮤지컬 활동을 이어갔다. 그리고 2013년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조동현, <오! 당신이 잠든 사이>의 최병호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만나기 전, 그는 2여 년 동안 뮤지컬과 떨어져 있었다. 자신의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점점 연기에 대한 갈증이 커졌어요. 제 삶의 궤적이 그랬어요. 식당 알바를 하지 않으면 무일푼인데도, 알바를 그만두고라도 더 연극적인 작품이 하고 싶었거든요.” 그는 이 때 단편영화, 광고 등 짧은 호흡의 연기 활동을 하면서, 연기 외 다양한 경험을 했다. “매우 힘들었지만 또 열정적이던 시기였어요. 앞으로의 방향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저의 폭을 넓혀준 시간들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여신님의 보고 계셔>가 다시 무대로 그를 끌어당겼다. “처음 볼 때부터 저랑 잘 맞겠단 느낌이었어요. 정말 행복하게 작업했어요. 동현의 상사인 이창섭 역의 임철수, 박해수 배우와도 잘 통했고, 또 저를 당혹시키는 순호가 있으면 즐거웠어요. 제가 그런 걸 좋아하거든요. 살아있는 반응들!” 그는 연극성이 강한 뮤지컬 작품들을 차례로 만나며, 자신의 방향을 좀 더 견고히 다져나갔다. 





넓고 깊게 다가가기 
<빨래>는 강정우가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 있었던 작품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솔롱고는 촘촘했다. “<빨래>에 대한 애착이 컸어요. 제가 대구 출생이거든요. 스무 살에 처음 서울에 올라왔는데, 그때 서울역의 노숙자 아저씨가 서울말로 말을 걸던 게 굉장히 충격적이었어요. 서울은 제게 그런 곳이었죠. 그래서 <빨래>를 볼 때마다 정말 좋았어요. 2006년부터 계속 봤는데, 매번 울었죠. 이 역할 꼭 해보고 싶다!” 

원하던 역할을 맡게 된 지금, 그는 예전에 보지 못했던 솔롱고의 면모를 하나씩 발견해 나가고 있다. “처음엔 지금까지 봤던 솔롱고들이 몸에 익숙해져 있는 거예요. 제 자신을 많이 가두고 있더라고요. 때문에 연습 과정에서 그냥 평균치 같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래서 다시 제 자신에서부터 출발을 했죠.” 이후 그는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다. “네가 좋아하는 여자를 그렇게 우연히 만난다면 어떨 거 같아?” 실제 집 앞에서 빨래도 널어보고, 옆집 옥상을 바라보며 ‘안녕’을 부르기도 하고, 그는 점차 자신의 삶 속에 솔롱고를 투영시켰다.

“객석에선 솔롱고가 사람들에게 맞고 무시당할 때 불쌍하고 눈물이 날 것 같았는데, 막상 무대에 오르니 다른 감정이 보이더라고요. 세상에 대한 울분을 토하기보단 오히려 참으려고 하고. 나영을 감싸주고 싶은데 대신 맞아주는 일밖에 하지 못해서 미안하고. 예전엔 ‘참 예뻐요’를 슬프게 해석했는데, 이젠 설레는 감정이 더 크고.” 이렇듯 보는 것과 직접 연기해보는 것이 다르다는 걸 새삼 느끼고 있는 지금이다. “제 카톡 메시지에 자주 써놓는 말인데,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자! 사실 이것이 현실에선 말처럼 쉽지가 않거든요. 그런데 솔롱고는 있는 그대로 세상을 보는 밝은 친구에요. 이런 에너지가 관객들을 조금씩 환기시킬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한편 강정우는 솔롱고와 전혀 다른 느낌의 인물인 <공동경비구역 JSA>의 김수혁을 표현하는데는 두 가지 포인트를 두었다. 하나는 이 인물의 극단적인 모습을 강조하는 것, 또 하나는 현재와 재연을 오가며 정서를 표현할 때와 정보를 진술할 때의 차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김수혁은 원래 철이 없고 밝은 친구거든요. 그가 사고가 난 뒤에 어떻게 바뀌게 되는지. 자신의 잘못을 알았을 때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 차이들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앞으로 강정우의 꿈은 조승우나 정재형처럼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가 되는 것. “이제 어떤 작품을 맡든, 연극적이지 않은 건 없을 거예요.” 연기에 대한 열정이 이끌어낼 배우의 변신들. 그것은 또 얼마나 다채로운 색깔일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좋은 배우가 될 수 있게요.” 이제 곧 그의 착한 바람이 무대 안팎에 특별한 스펙트럼을 펼칠 것이다. 





2009 <스페셜레터> 일병 
2013 <여신님이 보고 계셔> 조동현
       <오! 당신이 잠든 사이> 최병호
2014 <공동경비구역 JSA> 김수혁
        <빨래> 솔롱고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8호 2014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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