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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FACE] <여신님이 보고 계셔> 정순원 [NO.128]

글 |이민선 사진 |김호근 2014-05-07 5,032
긍정과 웃음의 힘으로 





‘저 배우, 정말 저런 사람일 것 같아!’ 이건 사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연기에 대한 찬사일 때도 있고, 그가 지닌 강력한 개성의 발현에 대한 반응일 때도 있다. 물론 둘 다일 때도 있고. 연기하는 것만 봐선 실제로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없는 이가 있는 반면에, 무대 위의 연기가 본모습의 반영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주는 배우가 있다. 정순원의 경우는 후자에 가깝다. <파리의 연인>에서 정순원을 처음 보았을 때 ‘어디서 저런 배우가 나왔나’ 생각될 만큼, 어린 신인 배우가 신통방통하게 떨지도 않고 큰 무대를 제 아지트처럼 누볐고 별것 아닌 대사와 행동도 감칠맛 나게 살려냈다. 이후 <그날들>과 <웨딩싱어> 등에서 그를 볼 때마다 그의 코미디 감각에 대한 첫인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참 맛깔나게 코미디 연기 잘한다!’에 뒤따른 생각은 ‘저 배우, 평소에도 유쾌하고 활발한 사람일 것 같다’는 것이었다. 

인터뷰하기 전 그는 어떤 사람일까 예상해볼 때 떠오른 장면이 있었다. 집안 잔치에서 또랑또랑한 자기소개와 더불어 앙증맞은 노래와 율동으로 어른들의 사랑을 받는 예닐곱 살의 아이, 또는 장기 자랑 시간이면 교내 스타로 등극하는 쾌활한 남학생. 실제로 그의 과거는 예상한 대로였다. ‘지금부터 OOO 유치원의 재롱 잔치를 시작하겠습니다’ 하며 마이크 앞에 섰고, 교회에서 하는 성극이나 여타 발표회의 주인공은 대개 그의 몫이었다. 무대에 선 그에게 웃어주는 관객들을 보며 만족감과 짜릿함을 맛본 유년의 정순원이 막연하게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하고 바랐음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조금 창피하지만, 연말이면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보던 ‘연기대상’의 주인공이 되는 건 여전히 꿈의 일부예요.” 입버릇처럼 내뱉었던 ‘배우 할 거예요’라는 그의 바람은 계원예고와 서울예술대학에 진학하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실현됐다.

끼 많은 배우들이 넘쳐나는 대학로에서 정순원이 주눅 들기는커녕 여유롭게 무대를 즐기고 입지를 다질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을 향한 믿음과 노력 덕인 듯하다. 더불어 연기의 재미가 그를 더욱 북돋운다. 좋은 소리에 기뻐하고 쓴소리에는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하지만, 그는 채찍보다 당근을 원동력 삼아 일어서는 낙천적인 사람이다. 어려서부터 할머니가 늘 그에게 해주신 ‘잘한다 잘한다’는 말은 여전히 효력 있는 주문이다. 그리고 칭찬은 더 잘하려는 의지로 이어진다. 즉흥적으로 대처하는 순발력과 동물적인 감각이 가장 큰 장점일 것만 같은 그이지만, “거기에만 의존하면 (연기를) 오래 못할 거란 걸 알기 때문에 직감을 의심하고 견제하며 논리적으로 접근하려 한다”는 말에서 그의 노력을 가늠할 수 있었다.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는 선배들의 말을 이해 못 하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조금 실감한다며 덧붙이는 말이 개구쟁이 같은 첫인상의 그답다. “내가 어른이 되어가는 건가, 덜컥 겁이 나요!”



지금껏 코미디 연기를 주로 했고 그에 좋은 평가를 받아왔기에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석구 역은 그에게 맞춤인 듯 어울린다. 허풍 떨고 상관에게 깐족대며 웃음을 자아내는 석구 역에서 그 특유의 코믹한 표정과 유들유들한 말투가 빛을 발할 듯하다. “석구 역시 굉장히 유쾌하고 까부는 캐릭터지만, 그가 지닌 그리움과 아픔도 보여줄 수 있어서 좋아요.” 주로 감초 역할로 잠깐 등장해 웃음을 남기고 사라졌던 데 비하면,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석구 역은 그 이면도 보여주고 싶은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다양한 역할, 많이 하고 싶죠. 하지만 이왕 이렇게 된 거, ‘웃겨야 하는 역할? 그렇다면 정순원이지!’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달려보고 싶어요.” 그리고 신인 배우에게는 다소 의외인 답이 이어졌다. “어려서부터 주인공 욕심은 없었어요. 과분한 것일 수도 있지만, 남우조연상을 받는 게 꿈이에요. 요즘엔 뮤지컬과 연극에도 다양한 성격의 주인공이 많아졌지만, 아직은…. 매력적인 조연이 정말 많잖아요.”

예상했던 대로 정순원은 처음 만난 사람에게도 유쾌한 인사와 농담을 건네는 서글서글한 성격이었고, 촬영 때는 옆에 놓인 빈 담뱃갑마저 콩트 소품으로 활용하는 순발력과 센스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의 겸손함과 진중함은 그를 새롭게 보게 만들었다. 자족하는 긍정적인 성격은 그의 배우 생활이 오래 지속되리라 예상하게 했다. 이제 막 필드에 들어서서 활동을 시작한 배우에게 예상치 못했던 마지막 말은 독자가 아닌 기자에게 먼저 울림을 주었다. “제가 즐겁고 재밌게 윤택하게 살기 위해서 연기를 하는 것이지, 배우가 되는 것 자체가 목적은 아니거든요. 오래 버티는 것도 중요하지만, 연기를 위해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일을 해야 하거나 제 실력이 바닥을 친다면, 그럴 땐 언제든 떠나서! 식당 차리고 싶어요. 손님들과 이야기와 맥주 한잔을 나누는. 제 삶이 좋다고 하는 걸 계속 찾아가야죠.” 




2011    <파리의 연인> 강건
2013    <그날들> 상구
2013    <웨딩싱어> 새미
2014    <여신님이 보고 계셔> 신석구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8호 2014년 5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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