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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2023 K-뮤지컬국제마켓 : 팬데믹 이후 뮤지컬계가 마주한 과제 [No.227]

글 |이솔희 사진 | 예술경영지원센터 2023-08-18 1,297

2023 K-뮤지컬국제마켓이 지난 6월 27일부터 7월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과 정동1928 아트센터에서 열렸다.

K-뮤지컬국제마켓은 창작 뮤지컬의 해외 진출을 도모하고 국내외 뮤지컬 관계자가 교류하는 자리로,

올해는 주요 뮤지컬 제작사 및 극장 관계자가 모여 팬데믹 이후 뮤지컬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코로나19 엔데믹에 접어든 지금, 국내외 뮤지컬계는 어떤 과제를 마주하고 있을까.

 

 

▲ (왼쪽부터) 한국 오디컴퍼니 신춘수 대표, 미국 정크야드 도그 프로덕션 프로듀서 수 프로스트, 영국 플레전스 트러스트 시어터 대표 닉 코너튼

 


뮤지컬 해외 진출의 장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주관하는 K-뮤지컬국제마켓은 2021년 처음 개최되어 올해로 3회를 맞은 뮤지컬 전문 마켓이다. 행사의 목적은 창작뮤지컬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해 안정적인 뮤지컬 제작·유통 환경을 조성하고, 더 나아가 창작뮤지컬의 해외 시장 진출을 촉진하는 것이다. K-뮤지컬국제마켓에서 진행된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갈래로 나눌 수 있다. 작품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 유치의 장을 열어주는 프로그램과 국내 뮤지컬 시장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해외 제작사의 시장 진입을 활성화하는 프로그램이다. 전자에는 개발 중인 작품 혹은 해외 진출을 희망하는 작품을 국내외 관계자에게 소개하는 쇼케이스 ‘뮤지컬 드리밈’과 ‘뮤지컬 선보임’이, 후자에는 국내 공연 제작사와 해외 관계자의 만남을 주선하는 ‘네트워킹 프로그램’, 뮤지컬에 관련된 각종 콘퍼런스 및 강연을 진행하는 ‘정보제공 프로그램’이 해당한다. 정보제공 프로그램 중 ‘K-뮤지컬 콘퍼런스’에서는 국내외 뮤지컬 전문가가 모여 코로나19 이후 뮤지컬 시장 동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자리에는 K-뮤지컬국제마켓 총감독이자 공연제작사 오디컴퍼니 대표인 신춘수, <멤피스> <컴 프롬 어웨이> 등을 제작한 미국 정크야드 도그 프로덕션의 프로듀서 수 프로스트,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기획하는 영국플레전스 트러스트 시어터의 대표 닉 코너튼 등이 참석했다.

 

 

고민에 빠진 한국 뮤지컬 시장

 

팬데믹으로 위기를 맞았던 한국 뮤지컬 시장은 코로나19 관련 규제가 완화되자 2022년 티켓 판매액 4000억 원을 돌파하며 높은 매출 성과를 냈다. 그러나 앞으로 국내 뮤지컬 시장의 전망은 마냥 희망적이지만은 않다. 뮤지컬 티켓 판매액의 70%는 대극장 뮤지컬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막상 전체 공연 건수의 70%를 차지하는 것은 중소극장 뮤지컬이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전국에 등록된 뮤지컬 제작사는 830여 개에 달한다. 2022년에만 2778개의 뮤지컬이 만들어졌다. 매일 새로운 뮤지컬 일곱 편이 공연된다는 의미다. 하지만 단순히 제작 편 수가 많다고 해서 창작뮤지컬 시장이 활성화되었다고 볼 수 없다. 기형적인 제작 환경을 돌아보고,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창작뮤지컬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완성도 높고 경쟁력 있는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적 기반을 다지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익숙함을 좇는 브로드웨이 관객

 

신작 뮤지컬을 개발・제작하는 미국의 공연 제작사 정크야드 도그 프로덕션의 프로듀서 수 프로스트는 코로나19 이후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장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익숙함’을 꼽았다. 낯선 신작 대신 <위키드> <라이온 킹> <해밀턴> 등 오랫동안 공연되어 익숙한 작품을 찾는 관객이 많다는 것이다. 35년간 브로드웨이에서 장기 공연한 <오페라의 유령>은 코로나19로 인해 수익성이 나빠져 지난 2월 막을 내릴 예정이었으나 폐막 소식이 전해진 이후 티켓 판매율이 급격히 높아져 폐막일을 4월로 미룬 바 있는데, 수 프로스트는 이러한 현상 역시 관객들이 과거의 향수를 찾아 공연장으로 돌아온 결과라고 해석했다. 근래 브로드웨이 개막작 중 이나 <앤줄리엣>이 사랑받는 이유도 익숙함에 있다. 은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노래를, <앤줄리엣>은 브리트니 스피어스, 아리아나 그란데 등 유명 팝 스타의 노래를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대중적으로 익숙한 음악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관객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익숙한 재미를 찾아 공연장에 방문한 관객이 다수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이탈한 기존 관객층이 전부 돌아온 것은 아니다. 브로드웨이의 티켓 판매액과 관객 수용률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밑돈다. 수 프로스트는 “현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이 새로운 재미를 찾고자 공연장을 방문하도록 신작 개발에 힘을 쏟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브로드웨이 시장의 또 한 가지 특징은 젊은 관객이 늘고 있다는 것인데, 콘서트형 뮤지컬인 <식스 더 뮤지컬>처럼 기존 뮤지컬 문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식과 음악을 지닌 작품이 젊은 관객을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수 프로스트는 “브로드웨이에서 유명 대극장 뮤지컬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뮤지컬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작을 개발하고, 신규 관객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관객을 발굴하기 위한 창의적인 마케팅 기법은 물론, 신작 개발을 위한 경로를 개척할 때다.”라고 전했다.

 

 

신작 찾아 나선 웨스트엔드

 

대중에게 익숙한 대형 뮤지컬로 시장의 정상화를 이끌고 있는 브로드웨이와 달리, 웨스트엔드는 실험적인 작품 개발에 나서 다양성을 키우는 방법으로 코로나19 이후 시장의 회복을 꾀한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각종 공연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영국의 플레전스 트러스트 시어터의 수장 닉 코너튼은 “코로나19 이후 뮤지컬의 단기 상연이 일반화되면서 새로운 제작사들이 등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웨스트엔드를 장악했던 대형 제작사들이 장기 상연을 중단하면서 신흥 제작사가 작품을 선보일 기회를 얻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 사업도 이러한 변화에 힘을 더한다. 영국예술위원회와 음악가 지원 단체인 PRS 재단의 후원을 받아 진행하는 ‘BEAM’ 프로젝트는 꾸준히 새로운 작품 및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후원으로 운영 중인 버밍엄 히포드롬 극장에서는 실험적인 공연을 위한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역시 신작 뮤지컬의 실험장 역할을 한다.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매년 8월 영국의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공연예술 축제로, 세계 각국의 소규모 공연을 선보인다. 올해는 신작의 출품이 두드러지게 증가했는데, 그중에는 전 영국 총리 토니 블레어의 삶을 다룬 코미디 뮤지컬 <토니! 토니 블레어 록 오페라TONY! The Tony Blair Rock Opera>가 포함되어 있다. 닉 코너튼은 “페스티벌 혹은 피칭 프로그램을 통해 개발된 작품은 관객의 피드백을 작품 개발 과정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웨스트엔드는 극장 접근성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극장이 문을 닫고 있다. 이제는 상업적인, 대극장 중심의 작품만 개발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극장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7호 2023년 8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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