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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언어의 장벽을 허무는 뮤지컬 마니아③ - 오로시 [No.225]

글 |안세영 사진 | 2023-07-06 801

온라인으로 최신 해외 뮤지컬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대!

하지만 막상 정보를 찾다 보면 만만치 않은 언어의 장벽을 느끼고 좌절하기 십상이다. 이에 답답함을 느끼고 언어의 장벽 허물기에 나선 뮤지컬 마니아들이 있다.

해외 공연을 국내에 소개하거나 국내 공연을 해외에 소개하며, 자신이 사랑하는 뮤지컬을 직접 세계에 알리고 있는 SNS 계정을 소개한다.

 

 

 

 

*Youtube : @olosi

 

 

‘오로시’는 한국 뮤지컬의 멋짐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뮤지컬 넘버의 가사를 영어로 번안하여 커버 영상을 제작하는 팀이다. 유튜브 채널 외에도 인스타그램에서 해외 팬덤을 타깃으로 한국 뮤지컬의 영어 번안 가사를 업로드하는 계정(@olosi_the_lyrics)과 국내 팬덤을 타깃으로 다양한 뮤지컬 관련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계정(@olosi_the_official)을 운영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및 유튜브 채널 ‘오로시’를 운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뮤지컬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작품성이 뛰어난 한국 뮤지컬이 언어의 장벽에 가로막혀 브로드웨이 뮤지컬만큼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한국어 가사를 영어로 번안하여 해외에 소개하면 한국 뮤지컬을 좋아하는 사람이 더 많아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여러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을 모았습니다. 그리하여 2021년 창작뮤지컬 번안 팀 ‘오로시’가 탄생했습니다. 저희가 번안한 가사를 널리 알리기 위해 인스타그램 채널을 열었고, 보컬을 섭외해 커버 영상을 제작하면서 유튜브 채널도 개설했죠. 현재는 번안 커버 영상을 중심으로 일상 속에서 뮤지컬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현재 운영진은 몇 명이며, 각자의 업무는 어떻게 나누어져 있나요?

‘오로시’는 대학생, 대학원생, 직장인 등 다양한 청년층이 모여 활동하는 연합 동아리입니다. 6명의 운영진(총괄 대표 반물, 커버 디렉터 도원, 아트 디렉터 그레이, 번안가 구름, 콘텐츠 매니저 앰버와 유티)이 5개의 팀(가사를 번안하는 번안 팀, 보컬을 담당하는 커버 팀, 음원을 제작하는 사운드 팀, 영상을 제작하는 미디어 팀,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제작하는 콘텐츠 팀)을 이끌고 있어요. 정기적으로 활동자를 모집하는데, 운영진을 포함한 올해 상반기 활동자는 총 28명입니다. 상상에만 그칠 수 있었던 일을 현실로 만들어주신 모든 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국 뮤지컬 영어 번안 커버 영상의 제작 과정과 소요 기간이 궁금합니다. 

지금까지 <데스노트> <프랑켄슈타인> <웃는 남자>의 영어 번안 커버 영상을 선보였는데, 한 작품당 6~8개월에 걸쳐 제작했습니다. 보통 가사를 번안하고 보컬을 섭외하는 등 준비 작업에 3개월, 연습과 녹음에 2개월, 음원 및 영상 제작에 3개월이 걸립니다. 운영진과 활동자 대부분이 대학생이기 때문에 연습과 녹음은 방학 기간에 맞춰 진행합니다. 2월 말부터 6월까지 준비해서 여름 방학에, 8월 말부터 12월까지 준비해서 겨울 방학에 연습에 들어가요.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가 필요한가요?

먼저 운영진이 상의하여 커버할 작품을 선정합니다. 악보집과 MR을 구할 수 있는지, 가사 번안의 난이도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고려해 결정해요. 한 작품당 20여 곡을 커버하는데, 작품의 중심 서사가 담긴 곡 위주로 고르되 한 배역에만 곡이 편중되지 않도록 조율합니다. 이후 2개월에 걸쳐 가사 번안과 보컬 섭외가 이뤄집니다. 보컬은 대학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집합니다. 데모곡을 받아서 들어보고 작품과 어울리는 분들을 선발하죠. 그런 다음 모든 보컬에게 커버할 노래의 일부 구간을 불러보게 하고, 각자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곡을 배정해 드립니다. 가사 번안과 곡 배정이 끝나면 연습과 녹음에 필요한 자료를 만듭니다. 악보를 사보하거나 채보하고, 필요한 경우 MR도 직접 만듭니다. 연습실을 빌리고 연습 시간표까지 짜고 나면 모든 준비가 끝납니다.

 

연습과 녹음은 어떤 식으로 진행하나요?

보컬 한 명당 평균 네 번의 연습을 거칩니다. 1~2차 연습에서는 악보만으로 미처 파악할 수 없는 번안가의 의도와 영어 발음을 설명하고, MR의 속도와 키를 조정합니다. 3~4차 연습에서는 어떻게 곡을 표현하고 전사를 담아낼 것인지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하죠. 연습이 끝나면 녹음에 들어갑니다. 연습 때의 기억을 되살려 여러 차례 녹음을 진행하고, 차후 운영진이 다시 들어보며 최선의 결과물을 선택합니다. 사운드 팀의 후작업을 거쳐 완성된 음원은 미디어 팀에 넘겨 영상으로 제작합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저희가 번안한 가사로 노래하는 보컬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힘들었던 기억이 눈 녹듯 녹아버리곤 한답니다.  

 

한국 뮤지컬 넘버의 가사를 영어로 번안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나요? 

첫 번째 목표는 최대한 부르기 쉽게 번안하는 거예요. 가사가 아무리 예쁘고 독창적이어도 부르기 힘들면 아무 의미가 없거든요. 둘째로 노래 안에 담긴 서사를 잘 표현하는 게 중요합니다. 각각의 뮤지컬 넘버가 모여 결국 하나의 이야기를 이루기 때문에, 주요 어휘와 표현을 통일하고 가사에 숨은 맥락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직역 대신 의역을 택하거나 아예 새롭게 가사를 쓰기도 합니다. 뮤지컬 가사 번안이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이유죠.

 

특히 번안이 어려워 고심했던 표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프랑켄슈타인>의 뮤지컬 넘버 ‘상처’에 “무책임한 욕심일 뿐”이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가사를 “Irresponsible greed that he has”라고 번안했어요. ‘무책임하다’라는 의미를 살려 ‘Irresponsible’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거죠. 하지만 발음이 어려워서 녹음 도중에 ‘Unconsidered’로 수정해야 했어요. <웃는 남자>의 뮤지컬 넘버 ‘내 안의 괴물’에는 “너의 얼굴이 내 안의 괴물을 비춰주네”라는 가사가 나오는데, 이때 ‘괴’에 강세를 줘서 불러야 해요. 저희가 번안한 영문 가사는 “The face of you makes me awake, The monster sleeping in me”였고, 원곡대로라면 ‘The monster’의 ‘The’에 강세를 줘야 했죠. 하지만 영어는 관사에 강세를 주는 경우가 드물어서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다행히 영어통번역학 전공자이자 지금은 운영진이 된 보컬 앰버님이 ‘The’는 짧게 ‘Mon’은 길게 발음해 영어로도 어색하지 않게 불러주셨어요.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보람을 느낀 순간은 언제인가요? 

‘오로시’ 덕분에 가사의 뜻을 이해하며 한국 뮤지컬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해외 뮤지컬 팬의 댓글이 달릴 때마다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걸 느낍니다. 저희의 활동이 한국 뮤지컬의 세계화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길 바랍니다.


구독자의 반응이 가장 좋았던 콘텐츠는 무엇인가요?

유튜브에서 가장 조회 수가 높은 번안 커버 영상은 <데스노트>의 ‘선을 넘지 마’입니다. 사신의 노트로 범죄자를 처단하는 주인공 라이토와 경찰청 형사국장인 아버지 소이치로가 함께 부르는 곡인데, 번안한 가사가 매끄럽고 두 보컬의 합도 잘 맞았어요. 특히 라이토가 “Of Course, I have grown up to become just like you father(알아요, 언제나 아버지 뒷모습 보면서 자랐어요)”라며 소이치로의 말을 가로막고 나오는 대목을 꼭 들어보시길 바라요! 연극영화과 재학생이자 운영진으로 함께하고 있는 도원님이 라이토 역을 멋지게 소화해 주셨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반응이 좋았던 콘텐츠는 ‘힐링 한 줄 수능응원편’입니다. 수험생의 불안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싶은 마음에 그림과 함께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뮤지컬 가사를 발췌해 올렸는데, 예상 밖의 큰 호응을 얻어서 ‘힐링 한 줄’이 정기 콘텐츠로 자리 잡았어요.

 

운영상 고충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크게 세 가지 고충이 있는데 첫째는 자료 부족입니다. 번안 커버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악보가 필요해요. 악보가 없으면 음악과 가사가 어떻게 연결되는지 정확히 확인할 수 없어 보컬과 원활하게 소통하기 힘들거든요. 하지만 유명 뮤지컬이 아니면 악보나 MR을 구하기 어렵다 보니 다룰 수 있는 작품이 제한적이에요. 둘째는 인력 부족입니다. 아무래도 채보, 음원 작업, 영상 편집 등은 비전공자가 단기간에 배워서 하기 힘든 일이라서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 힘들어요. 운영진끼리 서로를 가르치고 배우며 모자란 인력을 충당하고 있답니다. 마지막은 운영비 부족입니다. 저희는 여러 대학 학생이 모인 연합 동아리라서 학교 차원의 지원을 받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각종 외부 공모 사업에서 지원금을 따와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오로시’를 만든 당시와 현재, 운영 목표에 변화가 생겼나요?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저희 스스로를 ‘뮤지컬 번안 및 커버 팀’이라고 소개했지만 이제는 ‘뮤덕 스튜디오’라고 소개합니다. ‘오로시’를 처음 만들 때 세운 목표가 한국 뮤지컬을 해외에 알리는 것이었다면, 지금은 그에 더해 국내에서 뮤지컬 장르의 진입 장벽을 낮추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거든요. 그러기 위해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뿐 아니라 트위터, 핀터레스트, 브런치스토리까지 다양한 SNS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는 귀여운 틱톡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고, 뮤지컬배우 지망생을 응원하는 콘텐츠도 기획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5호 2023년 6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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