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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인공지능과 함께 뮤지컬 만들기① - 인공지능은 예술가의 적일까 친구일까? [No.224]

글 |안세영 사진 | 2023-06-07 3,306

인공지능은 예술가의 
적일까 친구일까?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

 

#1
2022년 8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 대회에서 AI 프로그램 미드저니Midjourney로 만든 그림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 디지털 아트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수상자 제이크 앨런은 출품 당시 작가 이름을 ‘미드저니를 이용한 제이슨 M. 앨런Jason M. Allen via Midjourney’이라고 명시했지만, 미드저니가 무엇인지 몰랐던 심사 위원이 상을 준 것이다. 뒤늦게 이를 두고 논란이 일자 앨런은 “80시간 동안 900번의 명령어 입력과 후반 작업을 거쳐 작품을 완성했다”라고 밝히며, 디지털 아트 부문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창작을 허용하기 때문에 규칙을 어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
2023년 2월, 온라인으로 단편 소설을 상시 투고받았던 미국의 유명 SF 잡지 『클락스월드 매거진Clarkesworld Magazine』이 작품 접수를 중단했다. 챗지피티ChatGPT와 같은 AI 언어 모델이 쓴 소설 투고가 쇄도했기 때문이다. 클락스월드에 따르면 이전까지 표절 등의 이유로 반려된 작품은 한 달 평균 10편 정도였으나 올해 1월에는 100편, 2월에는 500편을 넘어섰다. 발행인 닐 클라크는 너무 많은 작품이 접수되어 심사가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며 “이런 상황이 신인 작가가 작품을 내는 데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라고 덧붙였다.

 

#3
2023년 4월, 세계 최대 규모의 사진 대회 ‘소니 월드 포토그래피 어워드’의 크리에이티브 부문에서 수상한 독일 작가 보리스 엘다크젠이 자신의 출품작이 AI 프로그램 달리2DALL-E 2로 만든 이미지임을 고백했다. ‘가짜 기억: 전기 기술자Pseudomnesia: The Electrician’라는 제목을 단 이 수상작은 노년의 여성과 젊은 여성이 등장하는 흑백 이미지다. 엘다크젠은 사진 대회가 AI 이미지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이와 같은 작품을 출품했다고 밝히고 “AI가 만든 이미지는 인간이 찍은 사진과 같은 선상에서 경쟁해선 안 된다”라며 수상을 거부했다.

 

가짜 기억 : 전기 기술자

 

#4
2023년 4월, 캐나다 힙합 가수 드레이크와 싱어송라이터 위켄드의 신곡으로 알려진 ‘하트 온 마이 슬리브Heart on my Sleeve’가 AI로 가수의 목소리를 합성해 만든 가짜임이 밝혀졌다. 이 곡은 ‘고스트라이터977’이라는 닉네임의 이용자가 동영상 플랫폼 틱톡에 처음 게시했는데, 인기에 힘입어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등 음원 사이트에도 올라갔다. 두 가수의 소속사 유니버설뮤직 그룹은 음원 사이트에 저작권 침해를 이유로 해당 곡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결국 ‘하트 온 마이 슬리브’는 나흘 만에 음원 사이트에서 삭제됐다.

 

2016년 인공지능(이하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프로 기사 이세돌을 이겼을 때, AI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대두되었지만 예술 분야만은 예외일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비약적인 속도로 발전한 AI는 이제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간주되었던 예술 창작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앞서 소개한 네 가지 사례는 문학, 미술, 음악 분야에서 AI의 창작 능력이 얼마나 정교한 수준에 이르렀는지, 또한 이로 인해 어떠한 혼란이 야기됐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설이나 영화 각본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AI는 이미 2010년대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만 과거에는 이러한 AI 프로그램이 일부 기술 전문가의 전유물로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다르다. 미드저니, 달리2,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iffusion 등 새로 등장한 이미지 생성 AI의 경우 프로그래밍 언어를 몰라도 몇 개의 단어만 입력하면 몇 초 만에 그럴듯한 합성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림은 물론 실제 사진처럼 보이는 이미지도 만들 수 있다.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AI 서비스 챗지피티는 질문을 던지면 그동안 학습한 방대한 데이터를 토대로 즉각 답변을 내놓는다. 간혹 허위 사실을 섞어 답변하는 문제가 있지만, 놀랍도록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가능하며 정보를 찾아 정리하는 시간을 대폭 절약시켜 준다. 간단한 설정을 던져 주고 특정 작가의 문체로 소설을 써달라고 부탁하는 일도 가능하다. 챗지피티는 2022년 11월 출시되자마자 5일 만에 가입자가 100만 명이 되었고, 두 달 만에 1억 명을 돌파하며 인터넷 등장 이후 가장 빠르게 이용자 수가 증가하는 서비스에 등극했다.

 

이처럼 일반인도 AI 프로그램에 명령어만 입력하면 순식간에 그럴싸한 텍스트, 이미지, 오디오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자, 예술가가 일자리를 빼앗길 거라는 우려가 번졌다. 또한 AI가 기존 예술가의 작품을 학습하고 이를 모방 및 조합하여 결과물을 생성한다는 점에서 저작권 문제가 불거졌다. 2023년 1월, 일러스트레이터·만화가 사라 안데르센, 켈리 맥커넌, 칼라 오티즈는 이미지 생성 AI 스테이블 디퓨전, 미드저니 개발사를 상대로 미국 법원에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AI 개발사가 원작자 동의 없이 무단으로 웹에 있는 작품을 AI 학습에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2월에는 미국 최대 이미지 플랫폼 게티이미지도 스테이블 디퓨전 개발사가 자사 소유 이미지를 무단으로 학습시켰다며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저작권을 인정해야 하는지도 논란거리다. 만약 그렇다면 그 저작권은 AI 프로그램을 만든 개발사와 AI에 명령을 내린 사용자 중 누구에게 돌아가야 할까? 쉽게 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다른 한편으로 AI를 예술가의 적이 아닌 새로운 창작의 도구로 바라봐야 한다는 관점도 존재한다. 머릿속으로 구상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AI 프로그램에 명령어를 입력하고 적절한 결과물을 선별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며, 이 역시도 창의성이 요구되는 예술 활동이라는 견해다. 처음 카메라가 발명되었을 때 시인이자 미술 평론가였던 보들레르는 사진을 “예술의 가장 치명적인 적”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현재는 사진 또한 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받고 있다. 포토샵과 같은 디지털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도 비슷한 이유로 비난을 받았지만 지금은 창작의 도구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AI라는 신기술은 이제 막 그다음 바통을 넘겨받았을 뿐이다.

 

지난 4월, 인간과 인공지능이 공동 집필한 국내 첫 소설집 『매니페스토』가 발간되었다. 작가 7명이 챗지피티를 이용해 쓴 SF 단편 소설과 더불어 협업 후기를 담았다. 이 책에 참여한 작가 채강D는 이런 후기를 남겼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는, 소설책의 서두에 챗지피티 사용 여부를 밝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마치 조미료를 넣지 않은 식품을 따로 표기하는 것처럼.” 아날로그의 매력을 고수해 온 연극과 뮤지컬 장르에서도 AI의 활약을 보게 될 날이 머지않았는지 모른다. 

 

>> 인공지능과 함께 뮤지컬 만들기② - 챗지피티로 뮤지컬 넘버 만들기
>> 인공지능과 함께 뮤지컬 만들기③ - 인공지능과 함께 만든 디자인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4호 2023년 5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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