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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NOW IN NEW YORK] <타이타닉 패러디 뮤지컬> 뮤지컬이 패러디를 만났을 때 [No.223]

글 |여태은(뉴욕통신원) 사진 |Chad David Kraus 2023-04-17 986

<타이타닉 패러디 뮤지컬>
뮤지컬이 패러디를 만났을 때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성황리에 공연 중인 <타이타닉 패러디 뮤지컬>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와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한 영화 <타이타닉>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하지만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를 그대로 뮤지컬로 옮긴 것이 아닌 ‘패러디’에 방점을 찍은 작품이다. 주인공은 잭과 로즈, 그리고 영화의 주제가 ‘My Heart Will Go On’을 부른 가수 셀린 디온이다. 

 

 

미용실 예약 때문에 침몰한 타이타닉


공연이 시작되기 전 극장 가득 빠른 템포의 팝송이 울려 퍼지며 관객의 흥을 돋운다. 무대 중앙에는 영화에서 로즈가 착용했던 목걸이 ‘대양의 심장’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장식이 매달려 있고, 무대 양옆과 상단에는 타이타닉이 부딪혔던 빙하 모양의 구조물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의 주제가인 ‘My Heart Will Go On’을 편곡한 서곡이 연주되면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한다. 이야기는 타이타닉 박물관을 방문한 사람들이 블루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구경하는 중에 허름한 차림의 노파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자신이 타이타닉호에 타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노파의 정체는 다름 아닌 셀린 디온이다. 셀린 디온은 자신이 기억하는 ‘진짜’ 타이타닉에서 일어났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원작 영화와 마찬가지로 잭과 로즈, 로즈의 약혼자 칼, 로즈의 어머니, 몰리 브라운 등 주요 인물이 등장한다. 재미있는 점은 영화에서 타이타닉의 설계자 토마스 앤드류스를 연기한 영화배우 빅터 가버도 등장인물 중 하나라는 것이다. (실제 빅터 가버가 출연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배우가 빅터 가버의 역할을 연기한다.) 이 역할을 연기하는 배우는 잭의 친구 루이지 역할도 겸하는데, 이 루이지는 게임 ‘수퍼 마리오’에 등장하는 마리오의 동생 루이지다. 공연은 이내 칼의 미용실 예약 날짜를 맞추기 위해 빅터 가버가 배의 속도를 높이는 바람에 타이타닉이 침몰하게 되었다는 얼토당토아니한 이야기로 이어진다. 원작 영화의 줄거리를 따라가며 적재적소에 풍자와 농담을 배치한 <타이타닉 패러디 뮤지컬>은 타이타닉과 부딪힌 빙하에 인격을 부여한 캐릭터 ‘빙하The Iceberg’가 티나 터너의 노래 ‘River Deep Mountain High(깊은 강 높은 산)’를 부르는 것으로 쇼의 정점을 찍는다. 마지막으로 극의 해설자인 셀린 디온이 ‘My Heart Will Go On’을 부르며 공연을 끝내는가 싶더니 이내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타이타닉의 희생자들이 부활한다. 이어서 가발을 벗은 셀린 디온이 블루 다이아몬드 목걸이의 주인인 로즈였다는 반전을 보여주며 <타이타닉 패러디 뮤지컬>은 막을 내린다. 

 

 

농담에서 시작된 패러디 뮤지컬


<타이타닉 패러디 뮤지컬>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캐나다 퀘백 출신의 셀린 디온을 주인공으로 하는 패러디 뮤지컬인만큼 제목도 프랑스어로 라고 지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이 뮤지컬은 배우 말라 민델과 콘스탄틴 루줄리, 그리고 연출가 타이 블루가 공동 창작한 작품이다. 말라 민델은 <시스터 액트>의 메리 로버트 수녀, <신데렐라>의 가브리엘라 역을 맡았던 배우로, <시스터 액트>로 외부 비평가 협회상 후보에 오른 경력이 있다. 콘스탄틴 루줄리는 <헤어스프레이> <고스트> <위키드> 등에서 주요 배역의 언더스터디로 참여했다. 그는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90년대 뮤지컬>의 오리지널 캐스트로 참여한 적이 있는데, 이 작품도 <타이타닉 패러디 뮤지컬>처럼 동명 영화를 패러디한 오프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다. 연출가 타이 블루는 주로 지역 극장에서 다양한 뮤지컬 코미디 작품을 연출하고 제작했다. 세 사람은 현재 작품에서 배우와 연출가로 활약 중이다. 말라 민델은 셀린 디온 역을, 콘스탄틴 루줄리는 잭 역을 맡았다. 


<타이타닉 패러디 뮤지컬>의 여정은 2016년 로스앤젤레스의 한 술집에서 시작됐다. 당시 디너쇼 형식의 팝 패러디 뮤지컬 공연에 함께 출연 중이던 말라 민델과 콘스탄틴 루줄리는 셀린 디온을 주인공으로 한 <타이타닉> 패러디 뮤지컬을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곧바로 둘의 지인이자 로스앤젤레스에 작은 극장을 갖고 있던 연출가 타이 블루를 찾아가 공동으로 대본을 썼다. 그렇게 완성된 <타이타닉 패러디 뮤지컬>은 로스앤젤레스와 뉴욕에서 팝업 콘서트 형식으로 공연되었고, 2022년 6월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했다. 당시 유명 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의 오빠 프랭키 그란데가 작품에 출연한 사실이 SNS를 통해 퍼져나가면서 입소문을 탔고, 그 이후에는 작품을 본 관객들의 좋은 평가에 힘입어 매진 행렬을 이어갔다. 9월까지 공연 예정이던 작품은 11월까지 공연을 연장했고, 그 후에 다시 극장을 옮겨 지금까지 공연 중이다. 

 

 

매일 바뀌는 공연의 묘미


<타이타닉 패러디 뮤지컬>은 유명 영화를 패러디한 이야기에 셀린 디온의 노래를 접목한 일종의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패러디는 잘 알려진 원작을 재생산해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하는 표현 형식으로 단순히 모방에 그치지 않고 원작이 지닌 문제점을 폭로하거나 비틀어 풍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타이타닉 패러디 뮤지컬>도 원작 영화의 유명 장면들을 패러디해 관객에게 큰 웃음을 선사한다. 공연 시작 전 무대 중앙에 걸려 있는 커다란 장식은 로즈의 목걸이를 떠올리게 하지만, 파티에서 볼 수 있는 피냐타(높은 곳에 매달고 눈을 가린 채 두들겨 깨는 인형으로 안에는 사탕이나 초콜릿이 들어 있다)만큼 커다래서 관객을 당황하게 한다. 그런가 하면 극 중 로즈의 목걸이는 핸드백만큼 커서 목에 걸기에 벅차다. 잭이 로즈의 누드화를 그리는 장면에서는 로즈가 마치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처럼 보이는 속옷을 입고 나와 웃음을 자아냈다. 잭과 로즈의 애틋한 이별 장면은 충분히 자리가 있는데도 로즈만 나무판자 위에 올리고 자신은 물속으로 가라앉는 잭의 모습을 부각하며 코믹하게 풀어낸다. 패러디는 원작 영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타이타닉 패러디 뮤지컬>은 다양한 뮤지컬과 TV 드라마를 패러디하고 때로는 사회 문제를 비꼰다. 예를 들어 극 중 셀린 디온이 노파로 등장하는 첫 장면은 <숲속으로>의 마녀의 등장을 패러디한 장면이다. 지난해 <컴퍼니>의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배우 패티 루폰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관객을 호되게 야단친 사건을 패러디하는가 하면, 화제의 드라마 <화이트 로터스>의 제니퍼 쿨리지의 대사를 극 중에 인용하기도 한다. 개막 후 작품에 변화를 허용하지 않는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달리, 패러디 뮤지컬은 현재 화제인 사회 현상이나 각종 엔터테인먼트 산업 관련 밈Meme을 작품에 즉각 반영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그때그때 화제가 되는 요소들을 공연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패러디하다 보니 매일 달라지는 디테일을 찾기 위해 공연을 재관람하는 관객도 많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패러디가 <타이타닉 패러디 뮤지컬>의 전부는 아니다. 상황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는 셀린 디온의 노래는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이다. ‘My Heart Will Go On’뿐 아니라 ‘All By My Self’, ‘You and I’, ‘Tell Him’ 등 그의 대표곡이 작품에 연이어 등장한다. 여기에 셀린 디온이 불렀던 <미녀와 야수>의 주제가 ‘Beauty and the Beast’나 셀린 디온이 커버해 유명해진 다른 가수의 노래까지 작품에 알차게 담았다. 

 

오프 브로드웨이의 패러디 뮤지컬


뉴욕의 상업 공연은 크게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는 뮤지컬과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연극으로 나뉜다. 오프 브로드웨이와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는 상업 공연을 찾아보기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제작비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뉴욕은 극장 대관료와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극장에서는 좀처럼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힘들다. 그래서 중소극장 규모의 작품들은 대부분 비영리 극장의 작품이다. 하지만 오프 브로드웨이와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에도 드물게 상업 공연이 존재한다. 현재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 <리틀샵 오브 호러스>는 유명 배우를 출연시키고 티켓 가격을 높게 매겨 상업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오프 브로드웨이와 오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상업 공연의 대부분은 인기 영화나 드라마를 패러디한 작품이다. <타이타닉 패러디 뮤지컬> 외에 현재 공연 중인 패러디 뮤지컬을 살펴보면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를 패러디한 <스트레인저 싱스! 더 뮤지컬 패러디(Stranger Sings! The Musical Parody)>, 시트콤 <오피스>를 패러디한 <더 오피스! 패러디 뮤지컬>, 시트콤 <프렌즈>를 패러디한 <프렌즈 더 패러디 뮤지컬> 그리고 연극 <더 플레이 댓 고우즈 롱>의 형식을 차용해 소설 『피터 팬』을 패러디한 <피터 팬 고우즈 롱>이 있다. 이 공연들은 짧게는 몇 개월부터 길게는 몇 년 동안 공연되면서 패러디 뮤지컬의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다. 최근에는 인기 SF 드라마 시리즈 <스타트렉>의 패러디 뮤지컬 <칸!!! 더 뮤지컬!(Khan!!! The Musical!)>의 제작 계획이 발표됐다.


패러디 뮤지컬의 시초로는 <포비든 브로드웨이>가 꼽힌다. 1982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개막한 이 작품은 다양한 버전으로 공연되며 지금까지 총 9,000회 이상 공연되었다. 가장 최근 버전은 2019년에 개막한 <포비든 브로드웨이: 차세대!(Forbidden Broadway: The Next Generation!)>이다. <포비든 브로드웨이>는 춤과 노래가 주를 이루는 레뷔 형식의 뮤지컬로 당대 인기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패러디한 것이 특징이다.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라이온 킹> <렌트> 등 유명 뮤지컬뿐만 아니라 브로드웨이의 유명 작가, 작곡가, 배우, 연출가, 안무가 등을 패러디해 뮤지컬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포비든 브로드웨이: 차세대!>는 <디어 에반 핸슨> <물랑루즈!> <하데스타운> 등 최신 브로드웨이 뮤지컬과 린 마누엘 미란다, 빌리 포터 등의 인물을 패러디했다. <포비든 브로드웨이>의 창작자인 제러드 알레산드리니는 <해밀턴>이 토니 어워즈를 휩쓸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2016년에 <해밀턴>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패러디 뮤지컬 <스패밀턴>을 만들었다. <포비든 브로드웨이>와 마찬가지로 여러 뮤지컬과 유명 인사들이 작품에 등장했다. 이 작품은 비평가는 물론 <해밀턴>의 원작자인 린 마누엘 미란다의 지지를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포비든 브로드웨이>처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뉴지컬>도 최근 오프 브로드웨이로 돌아왔다. 2004년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첫선을 보인 <뉴지컬>은 유명 TV 쇼 SNL의 뮤지컬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뮤지컬 형식으로 한 주간 화제가 된 뉴스와 밈을 풍자하기 때문에 매주 내용이 바뀐다. <뉴지컬>은 2004년, 2009년, 2011년에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2011년 개막한 공연은 2019년까지 이어지며 총 3,000회 이상 공연되었다. 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공연을 마친 <뉴지컬>은 지난 3월 19일부터 다시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이다. 

 


패러디 뮤지컬은 공연 시간이 짧아 부담없이 관람할 수 있고 누구나 한 번쯤은 봤던 영화, 드라마, 시트콤을 비틀어 웃음을 전하기 때문에 공연 관람이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관객층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다. 패러디와 주크박스 뮤지컬의 접목이라는 새로운 시도로 주목받는 <타이타닉 패러디 뮤지컬>은 150석 규모의 어사일럼 시어터에서 개막한 후 관객 반응에 힘입어 작년 겨울 500석 규모의 데릴 로스 시어터로 자리를 옮겼다. 이미 몇 차례 공연 기간을 연장한 <타이타닉 패러디 뮤지컬>은 올해 9월까지 공연을 이어간다고 밝혔다. 오프 브로드웨이 패러디 뮤지컬의 인기 속에 <타이타닉 패러디 뮤지컬>의 항해는 언제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3호 2023년 4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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