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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Long Live The Queen!① - <식스> 손승연·유주혜 [No.223]

글 |최영현·안세영·이솔희 사진 |김현성 Stylist | 최혜련 Hair | 애리 Make-up | 영란 2023-04-17 2,438

Long Live The Queen!

<식스> 손승연·유주혜

 

<식스 더 뮤지컬>(이하 <식스>)의 주인공은 영국 왕 헨리 8세의 여섯 왕비다. 지금까지 헨리 8세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는 넘쳐났지만, 그의 여섯 왕비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없었다. 젊은 창작자 토비 말로우와 루시 모스는 헨리 8세의 이야기 속에 들러리로만 존재했던 여섯 왕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의 이야기로 뮤지컬을 만들었다. 이제 왕비들은 역사 속에서 지워지고 잊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마이크를 들고 무대 위에 섰다. 웨스트엔드에서 시작된 왕비들의 외침은 브로드웨이를 지나 한국에 닿았다. <식스> 아시아 초연 무대에 오르는 여섯 배우를 만나보자.

 

 

<식스>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유주혜 <식스>는 영상으로 먼저 접해서 알고 있던 작품이었어요. 굉장히 화려하고 재미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어요. 콘서트 형식이라는 점도 독특하고요. 그런데 얼마 안 지나서 오디션 공지가 올라온 거예요. 바로 지원했죠. 제가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있기도 했지만, 연극 <눈을 뜻하는 수백 가지 단어들>을 함께했던 김세은 연출가가 오디션을 꼭 봐야 한다고 강력하게 추천했거든요. 
손승연 저도 영상을 통해서 <식스>라는 작품을 처음 알게 됐는데, 영상만 봐도 눈길이 확 가더라고요. 그 후 한국에서 공연된다는 소식을 듣고 올 게 오는구나 싶었어요. (웃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작품이기도 하고, 여섯 명의 여자 배우가 중심이 되는 작품이라는 점에 끌려서 오디션을 봤어요.
 
기억에 남는 오디션 에피소드가 있나요?
유주혜 오디션 날 제가 지원한 캐릭터 파의 시그니처 컬러인 파란색 섀도우를 이용해서 풀메이크업을 하고 갔어요. 그런데 열과 성을 다해 춤을 추다 보니 땀 때문에 어느새 화장이 다 지워져 버렸더라고요. (웃음) 그만큼 즐거운 오디션이었어요. 특히 각 캐릭터에 지원한 여섯 배우를 한 팀으로 묶어서 최종 오디션을 본 게 기억에 남아요. 서로를 응원해 주고, 힘을 실어줘서 시너지 효과가 났죠. 그때 같이 오디션을 본 여섯 명 중 네 명이 합격했는데, 저와 승연이, 그리고 불린 역의 (배)수정 언니, 클레페 역의 (최)현선 언니예요. 지금 돌아보니 팀 운이 좋았던 것 같네요.
손승연 사실 저는 시모어의 ‘Heart of Stone’이라는 뮤지컬 넘버를 제일 좋아해서 시모어 역할에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1차 오디션이었던 영상 오디션에 지원할 때 시모어의 모티프가 된 팝 가수 셀린 디온의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보냈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시모어와 어울리는 인물인지 모르겠더라고요. 시모어는 ‘마르고 닳도록 사랑’하는, ‘코미디에 소질이 없는’ 인물인데, 관객분들이 저에게 기대하는 모습과는 다르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라곤으로 노선을 변경했죠. 의리가 있고, 자기 사람들을 잘 챙기는 아라곤이 저와 닮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오디션 과정에서 창작진이 배우에게 다른 캐릭터가 어울릴 것 같다는 판단이 들면 그 캐릭터를 시켜보는데, 제게는 언제나 아라곤 역할만 시켰어요. 제 선택이 옳았던 것 같아요. 
 
<식스>에서 여섯 왕비는 그룹을 결성한 뒤 헨리 8세로 인해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사람을 리드 보컬로 선정하기로 하죠. 본인이 맡은 캐릭터는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소개해 주세요.
유주혜 헨리 8세의 마지막 왕비인 파는 헨리 8세와 결혼하기 전 두 명의 남자와 결혼했다가 사별하고, 자신이 진심으로 사랑하는 토마스 시모어를 만나요. 하지만 헨리 8세와 결혼하면서 그와 어쩔 수 없이 이별하죠. 한마디로 헨리 8세 때문에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아픔을 겪게 된 인물이에요. 그와는 별개로 왕비로서는 굉장히 멋진 업적을 남겼어요.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낸 영국 최초의 여성이고, 여성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한 사람이죠. 파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갈수록 전작인 <웨이스티드>에서 연기했던 영국의 소설가 샬롯 브론테가 떠오르더라고요. 가족을 먼저 떠나보낸 아픔이 있고, 글을 누구보다 사랑했다는 공통점이 있거든요. 어쩌면 저는 파를 연기할 운명이었나 봐요. 
손승연 아라곤은 여섯 왕비 중 유일하게 왕족이었어요. 헨리 8세의 형인 아더와 결혼했다가 아더가 죽고 나서 헨리 8세와 다시 결혼했죠. 죽은 남편의 동생과 결혼한다는 게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일이 빈번했다고 하더라고요. 헨리 8세와 가장 오랫동안 결혼 생활을 유지했지만 여러 차례 유산하고, 아들을 낳지 못하면서 관계가 악화됐어요. 그러다가 헨리 8세가 앤 불린과 바람이 나서 이혼을 당하죠. 작품의 화려한 분위기와 달리 각각의 왕비에게 얽힌 안타까운 사연이 참 많아요. 저희가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역사에서 가려진 부분을 저희의 목소리로 들려드릴 수 있다는 데에 사명감을 느껴요. 
 
왕비마다 각자를 소개하는 키워드가 있어요. 아라곤의 키워드는 ‘거침없음, 자신만만함, 대담, 신념고수’이고, 파의 키워드는 ‘사려 깊은, 독립적’이에요. 본인의 캐릭터에 또 하나의 키워드를 더한다면 어떤 단어를 선택하고 싶나요?
손승연 겸손한.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베풀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들여다보면 겸손한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아라곤이 솔로곡 ‘No Way’를 부르는 도중에 헨리 8세에게 내가 당신에게 잘못한 게 있냐고, 있다면 말해보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와요. 그런데 헨리 8세는 아무 말도 못하죠. 그렇게 당당하게 물어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본인이 조금의 잘못 없이, 겸손하게 살았기 때문일 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유주혜 저는 카리스마라는 키워드를 추가하고 싶어요. 파는 말수도 적고 차분한 인물이지만, 자신에게 선택권이 있었다면 헨리의 사랑이 필요 없다고 말했을 것이라는 내용의 노래 ‘I Don't Need Your Love’를 부를 때 드러나는 조용한 카리스마가 있거든요. 
 
<식스>는 역할별로 돌아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하는 콘서트 형식의 뮤지컬이에요. 색다른 형식의 작품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애로 사항이 있나요?
유주혜 연출님의 첫 번째 디렉션이 ‘관객들과 눈을 마주쳐라’였어요. 오프닝곡을 부를 때 관객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마주치며 노래를 부르라는 거였죠. 뮤지컬에서는 의도적으로 관객과 눈을 마주치는 경우가 거의 없잖아요. 그래서 관객과 눈을 마주치며 호흡해야 한다는 게 가장 걱정되면서도 기대돼요. 관객과 눈을 마주친다는 게 내게 어떤 영향을 줄까? 관객에게는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머릿속에 계속 떠다니고 있어요.
손승연 저는 가수 활동을 주로 해왔기 때문에 콘서트 형식이 오히려 익숙해요. 특히 관객과 눈을 마주치며 호흡하는 건 더없이 자신 있죠! 하지만 노래를 하다가 중간중간 인물의 드라마를 풀어가야 한다는 점이 조금 낯설더라고요. 공연 내내 핸드 마이크를 이용하다 보니 손동작이 헷갈릴 때도 있고요. 대사를 하지 않을 때는 마이크를 내려야 하는데, 정신 차리고 보면 계속 마이크를 들고 있더라고요. 반대로 제가 대사를 해야 하는 장면인데 마이크를 들지 않고 혼잣말을 하고 있을 때도 있고요. (웃음) 덧붙여서 <식스>는 생각보다 안무의 비중이 높은 작품이에요. 그래서 요즘 연습실에서 아침부터 밤까지 계속 춤만 추고 있어요. 살면서 이렇게까지 춤을 많이 춘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요. 
 
배우들이 거의 공연 내내 춤을 춰야 하더라고요.
유주혜 맞아요. <식스>가 인물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라서 배우 입장에서는 다른 작품에 비해 난도가 높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막상 연습해 보니 익혀야 할 안무와 동선이 엄청나요. 모든 배우가 퇴장하는 장면이 거의 없이 계속 무대 위에서 함께 장면을 만들어가야 하고요. 의상도 무거운 편이라서, 연습실에서 200%로 연습을 해야만 무대 위에서 100%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손승연 한 사람 한 사람이 해내야 하는 몫이 워낙 많아서 각자 연습에 몰두하다 보니 처음에는 배우들끼리 가까워질 여유조차 없었어요. 그런데 굳이 가까워지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하루 종일 함께 치열하게 연습하다 보니까 배우들 사이에서 절로 전우애가 생기더라고요. (웃음) 주혜 언니가 말했듯 여섯 명의 배우가 무대 위에서 계속 함께하다 보니 배우들의 호흡이 정말 중요한 작품이에요. 그래서 호흡을 잘 유지하는 게 저희의 숙제예요. 
 
극 중 여섯 왕비는 자신의 새로운 결말을 써 내려가며 이야기를 마무리하죠. 두 사람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면, 아라곤과 파에게 어떤 결말을 안겨주고 싶은가요?
손승연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면… 아라곤이 굳이 헨리와 결혼해야 할까요? (웃음) 아라곤은 그 자체로도 백성들을 잘 보살피는, 충분히 자격이 있는 여왕이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아라곤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선물할 수 있다면, 헨리와 결혼하지 않고 자신의 나라를 통치하는 모습으로 그려주고 싶어요.
유주혜 저는 여섯 명의 여왕이 같이 살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게임도 하고, 누구 한 명이 결혼하면 다 같이 축가도 불러주는, 다 함께 연대하는 결말도 좋을 것 같아요. 아, 헨리 욕도 같이 하면서요. (웃음) 
 
마지막으로 <식스>의 매력을 여섯 글자로 소개해 주세요.
손승연 하나밖에 없는.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뮤지컬이에요. <식스> 같은 뮤지컬은 다시없을 거라고 확신해요! 
유주혜 ‘개 쩌는’ 뮤지컬. (웃음) 저희 작품에 ‘개 쩐다’는 말이 많이 나오거든요? 관객분들도 보시면 제가 왜 이렇게 소개했는지 공감하실 거예요. 공연을 보고 공연장을 나서면서 ‘개 쩐다’는 말이 절로 나올 거랍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3호 2023년 4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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