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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KETCH] <뮤지컬 스타 옥션 콘서트> 추억 깃든 애장품, 새 주인을 찾다 [No.221]

글 |이솔희 사진 |원민화 2023-03-09 514

<뮤지컬 스타 옥션 콘서트> 
추억 깃든 애장품, 새 주인을 찾다

 

경매와 공연이 접목된 흥미로운 형식의 콘서트가 관객을 만났다. 지난 1월 9일 서울숲 씨어터 2관에서 열린 <뮤지컬 스타 옥션 콘서트>다.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의 부대 행사로 열린 이번 콘서트에는 여러 뮤지컬배우의 애장품이 경매 물품으로 등장했는데, 참여자들의 치열한 입찰 경쟁 끝에 최고 낙찰가가 110만 원까지 치솟았다. 최고 낙찰가의 자리를 차지한 애장품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열띤 경매의 현장을 돌아보자.  

 

 

일석이조의 옥션 콘서트 


올해 제7회를 맞이한 한국뮤지컬어워즈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뮤지컬 축제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시상식과 더불어 여섯 개의 부대 행사를 선보였다. 뮤지컬 실황 영상을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는 ‘시네마 스테이지’, 뮤지컬 업계 종사자가 모여 다양한 담론을 펼치는 ‘포럼 스테이지’ 등 ‘스테이지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뮤지컬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여러 행사가 진행됐다. 뮤지컬배우들의 애장품을 기증받아 관객을 대상으로 경매를 진행하는 ‘옥션 스테이지’의 <뮤지컬 스타 옥션 콘서트> 역시 여섯 개의 부대 행사 중 하나다. ‘옥션 콘서트’는 행사명에 담겨 있듯 애장품 경매와 특별 콘서트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행사로, 한국뮤지컬협회 배우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영주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배우 애장품 경매는 지난 2013년 제3회 서울뮤지컬페스티벌에서 처음 개최된 후 3회가량 진행된 다음 아쉽게 중단되었다가, 이번 제7회 한국뮤지컬어워즈의 ‘옥션 스테이지’를 통해 약 8년 만에 재개하게 됐다. 

 

이날 경매에는 배우들이 무대에서 사용한 액세서리부터 오랜 시간 간직해 온 개인 소장품 등 다양한 종류의 애장품이 출품됐다. 경매의 시작을 장식한 것은 정영주의 손목시계다. 그가 2001년 뮤지컬 오디션에 참여하기 위해 브로드웨이에 방문했다가 뉴욕의 벼룩시장에서 구매한 제품이다. 사전에 ‘옥션 참여석’을 예매한 100명의 관객에게 경매 참여 자격이 주어졌는데, 참여자 대부분 경매에 참여하는 것은 처음인지 첫 번째 경매가 시작하자 조심스럽게 번호표를 들어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정영주의 시계가 6만 원에 낙찰되며 순조로운 시작을 알렸고, 뒤를 이어 송원근의 기부 물품이 등장했다. 물품을 기증한 배우들은 영상을 통해 애장품에 얽힌 사연을 공개했는데, 송원근은 본인이 착용하기 위해 새로 구입한 모자와 평상시에 애용하던 크로스 백을 경매 물품으로 내놓으며 “제 애장품을 사용하시면서 저의 기운을 그대로 받아 가셨으면 좋겠다”라는 말을 남겼다. 다음으로 김소현, 손준호 부부의 향수와 선글라스, 김소향이 오랫동안 보관해 온 왕관 모양 크리스마스 오너먼트가 경매품으로 등장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뒤를 이어 <브로드웨이 42번가>에서 활약한 이종혁과 전수경이 애용한 선글라스, 박혜나의 슈트, 강필석의 운동화, 최재웅이 <트레이스 유> 공연 당시 사용했던 기타, 김지우의 원피스 등 다양한 애장품이 등장했다. 특히 공연의 추억을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특별한 애장품을 향한 관심이 뜨거웠는데, 윤소호가 <헤드윅> 무대에 오를 때 사용했던 네일 팁 역시 그중 하나였다. 네일 팁에는 <헤드윅>의 트레이드 마크인 금발 가발 등 작품을 떠올릴 수 있는 여러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었는데, 네일아트 작업을 완성하는 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을 정도로 정성 어린 아이템이었다. 소장 가치가 높은 제품인 만큼 많은 참가자들이 경쟁에 뛰어들었고, 23만 원에 낙찰되었다. 정영주는 능숙한 진행으로 경매를 이끌며 새로운 애장품이 무대에 오를 때마다 각 물품의 소재와 사이즈, 브랜드 등 상세한 설명을 덧붙이는 것은 물론, 의류를 소개할 때는 코디 노하우까지 전달하는 센스로 감탄을 자아냈다.

 

 

열기 달군 세 명의 게스트 


2022년 정영주와 함께 <킹아더> 무대를 꾸몄던 세 배우 김찬호, 노윤, 홍륜희가 특별 게스트로 등장했다. 첫 번째 게스트인 노윤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미국 그룹 저니의 ‘Open Arms’를 부르자 객석 분위기가 한층 달궈졌다. 노래를 마친 그가 소개한 애장품은 바로 유명 브랜드의 청 재킷! 직접 착용하기 위해 구매했지만, 사이즈 문제로 단 한 번도 입은 적 없는 새 제품이라고. 5만 원으로 시작한 경매가는 빠르게 50만 원을 돌파했고, 두 참가자의 경쟁 끝에 최종 낙찰가 53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노윤은 낙찰자와 감사의 의미를 담은 악수를 나눴는데, 이를 바라보던 정영주가 포옹을 제안하자 낙찰자가 단칼에 거절해 객석에 큰 웃음을 안겼다. 

 

두 번째 게스트 홍륜희는 ‘애장품’의 의미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물품을 경매에 내놔 눈길을 끌었다. <그레이트 코멧> 공연 당시 착용했던 목걸이와 반지, <명동로망스> 무대에 오를 때 즐겨 착용했던 귀걸이, <위대한 개츠비> 때부터 꾸준하게 사용하는 ‘최애’ 립스틱, <미드나잇: 액터뮤지션>에서 사용한 손때 묻은 기타 피크, 여기에 자신의 애장품에 대한 설명과 새해 인사를 적은 편지를 한 세트로 준비해 온 것. 정성이 가득 담긴 물품이 등장하자 경매가 시작되기 전부터 객석이 들썩였는데, 한 참가자가 경매 시작과 동시에 번호표를 번쩍 들며 “이십만 원”을 외쳐 모두를 놀라게 했다. 20만 원으로 출발한 경매가는 금세 70만 원을 넘겼는데, 경매가가 계속해서 올라가자 정영주는 벅찬 마음을 숨기지 못하며 들뜬 목소리로 진행을 이어갔다. 경매가가 90만 원대로 접어들면서 낙찰 경쟁은 두 참가자의 손에 맡겨졌다. 100만 원을 넘어설 때까지 번호표를 들고 있는 두 사람의 손에 흔들림이 없자 정영주는 지나친 경매가 상승을 막기 위해 애장품을 나눠 갖는 것을 제안했고, 홍륜희의 애장품 다섯 종류는 최종가 110만 원에 두 사람이 나눠 갖게 됐다. 열띤 경쟁을 바라보며 눈가에 눈물이 맺힐 정도로 크게 감동받은 홍륜희는 경매가 끝나자 즉흥적으로 <그레이트 코멧>의 뮤지컬 넘버 한 소절을 선보이며 감사를 전했다.  

 

옥션 콘서트의 마지막 게스트는 김찬호였다. 평소 축구 사랑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가 기증한 애장품 역시 축구와 관련된 물품이었다. 우리나라 국가 대표 유니폼과 세계적인 축구 선수 메시의 소속 팀이었던 FC바르셀로나의 저지다. 두 제품 모두 자신이 축구할 때 즐겨 입었던 유니폼이라는 설명을 덧붙였음에도 객석 반응이 차분하자 김찬호는 “정말 귀한 제품”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무대 위에서 직접 티셔츠에 사인하는 열정을 보였다. 그럼에도 2만 원이라는 다소 낮은 가격에 경매를 시작하자 “생각보다 낮은 가격”이라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 객석에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경매가 시작하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수의 번호표가 객석에서 등장했다. 경매가는 2만 원에서 순식간에 60만 원으로 뛰어올랐고, 90만 원이 넘어서자 두 참가자 간의 경쟁이 시작됐다. 정영주는 홍륜희의 애장품 경매와 마찬가지로 과도한 경쟁을 막기 위해 두 벌을 하나씩 나눠 가질 것을 제안했지만 두 참가자의 열정은 뜨거웠다. 결국 최후의 1인이 선정되어 102만 원에 두 벌 모두 낙찰받게 됐다. 김찬호 역시 감사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 낙찰자에게 다가가 악수와 포옹을 나눴는데, 큰돈을 지불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지 “계좌 번호를 알려달라”라고 걱정하는 모습을 보여 웃음을 안겼다.


 
<뮤지컬 스타 옥션 콘서트>에서는 총 16명 배우의 애장품 18개가 판매되어 432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수익금 전액은 뮤지컬배우들의 제반 권익을 보호하고,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기증자(배우)와 구매자(관객)의 이름으로 한국뮤지컬협회 배우분과에 기부될 예정이다. 경매 수익금을 의미 있게 사용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친 정영주는 “뮤지컬배우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다. 경매 수익금은 앞으로 대한민국 뮤지컬배우 협회를 발족하는 등 뮤지컬배우의 권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곳에 쓰도록 하겠다”라는 말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1호 2023년 2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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