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소음>
층간 소음을 법으로 해결할 수 있을까
층간 소음, 법적 해결책이 있을까?
<청춘소음>은 서울 외곽의 낡은 빌라에 사는 청춘들이 층간 소음으로 인해 갈등을 겪는 이야기다. 이 빌라에 사는 여행 작가 오영원은 낮에 자고 밤에 글을 쓰는 생활 패턴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밤새 글을 쓰고 아침에 잠을 청할 때마다 위층에서 들리는 소음 때문에 수면에 방해를 받는다. 위층에 이사 온 취업 준비생 한아름은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데, 일을 마치고 밤이 되어 집에 돌아오면 아래층에서 들리는 소음 때문에 역시 괴로움을 겪는다.
이때 소음이 어느 정도로 커야 법적으로 층간 소음에 해당할까? 판단 기준은 소음의 종류와 발생 시각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법은 층간 소음을 뛰거나 걷는 동작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직접충격 소음’과 TV, 음악 등의 사용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공기전달 소음’으로 구분한다. 또한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를 주간으로, 나머지 시간은 야간으로 간주한다. 직접충격 소음의 경우 주간 39데시벨, 야간 34데시벨, 공기전달 소음의 경우 주간 45데시벨, 야간 40데시벨을 초과하면 층간 소음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층간 소음으로 피해를 입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좋을까? <청춘소음>의 주인공 오영원은 소음을 낸 당사자 한아름에게 직접 항의하는데, 이는 되도록 피해야 할 행동이다. 대신 관리사무소장과 같은 관리 주체에게 층간 소음 발생 사실을 알리는 것이 좋다. 관리 주체는 소음을 내는 입주자에게 층간 소음 발생을 중단하거나 소음 차단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할 의무가 있고, 소음을 내는 입주자 또한 이에 협조할 의무가 있다. 관리 주체의 조치와 권고에도 불구하고 층간 소음이 계속 발생한다면 피해자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러한 법적 조치를 통해 층간 소음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층간 소음은 다양한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입주자가 층간 소음을 발생시키는 행위를 중단했거나 소음 차단 조치를 취했는데도 계속 층간 소음이 발생한다면, 건물에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이웃의 청력이 과하게 예민한 탓일 수 있다. 건물의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라면 양 당사자의 양보로 성립되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만으로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기 어렵다. 최후의 수단으로 층간 소음 피해자는 가해자를 경범죄처벌법 위반으로 고소하거나, 층간 소음으로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법적 조치를 취한다고 해도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한 층간 소음이 사라지기는 힘들다.
방구석 여행기, 사기죄가 성립할까?
<청춘소음>의 오영원은 실제로 여행을 다녀온 적이 없는데도 ‘팩트 트립’이란 제목의 여행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그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숙소와 맛집을 자신이 직접 가본 것처럼 소개하고, 베네치아산 손수건에 얽힌 여행의 추억을 들려준다. 그리고 마치 그 손수건을 사면 베네치아의 감성까지 살 수 있는 것처럼 홍보해 독자들이 지갑을 열도록 부추긴다. 오영원이 쓴 글은 표면상 여행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특정 숙박업소를 홍보하고 기념품을 판매하기 위한 광고라고 볼 수 있다. 만약 독자가 오영원이 쓴 거짓 여행기를 믿고 글에 나온 숙박업소를 이용하거나 기념품을 산다면, 오영원은 허위 과장 광고로 사기죄를 저지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자가 이용한 숙박업소와 구입한 기념품이 다른 업소나 제품과 비교해 특별히 고가이거나 심각하게 질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면 사기죄가 성립하기 힘들다. 형법상 사기죄란 고의로 타인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면 성립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업자가 적극적인 홍보를 위해 어느 정도 과장을 곁들이는 것은 사회 통념상 허용된다고 판례도 인정한다.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과장의 정도가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상술의 정도를 벗어나야 하는데, 예를 들어 음식의 원산지를 국내산이라고 표기해 놓고 중국산을 사용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따라서 오영원이 홍보한 숙박업소가 칼럼에서 말한 곳이 아닌 전혀 다른 도시에 있거나, 시설이 너무 열악하거나, 기념품의 품질이 아주 떨어지는 게 아니라면, 즉 소비자가 선택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중요한 부분에 대한 기망의 정도가 사회 통념상 허용되는 광고 수준이라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물론 궁극적으로 ‘팩트 트립’이 실제 여행기가 아니라는 점을 솔직하게 밝히는 것이 앞으로의 잠재적 분쟁 가능성을 없애는 길이지만 말이다.
동거하다 헤어진 애인, 집세를 돌려줘야 할까?
한아름은 함께 살던 애인과 헤어지고 낡은 빌라로 이사를 온다. 그런데 어느 날, 헤어진 애인이 한아름을 찾아와 그동안 자기 집에 얹혀살았으니 집세를 달라고 요구한다. 이는 법적으로 집세에 해당하는 임료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청구에 해당한다. 하지만 한아름은 애인과 함께 사는 동안 두 사람 몫의 생활비를 책임졌기 때문에 헤어진 애인에게 그동안 지출한 생활비의 절반을 부당이득으로 반환청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가장 간단한 해결책은 두 사람이 각자 상대방에게 받을 돈을 계산해서 상계(채권과 채무를 대등액에 있어서 소멸하게 하는 의사 표시)하는 것이다. 다만 한아름이 애인의 집에 살았다는 사실은 입증이 어렵지 않은 반면, 한아름이 지출한 생활비에 애인의 몫까지 포함된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은 조금 까다로울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동거하는 연인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여 생활비를 지출할 때 증빙 자료를 잘 챙겨두어야 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1호 2023년 2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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