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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GUIDE] ‘몽드샬롯’ 식탁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 [No.220]

글 |이솔희 사진 |이배희 2023-01-11 779

‘몽드샬롯’

식탁 위에서 펼쳐지는

공연 

 

공연이 주는 감동을 음식으로 재해석한 레스토랑이 문을 열었다. 뮤지컬 스토리텔링 레스토랑 몽드샬롯이다. 지난해 12월 15일 샤롯데씨어터 4층에 문을 연 몽드샬롯은 <스위니토드>를 시작으로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되는 작품을 테마로 한 음식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낯설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뮤지컬 스토리텔링 레스토랑’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이야기가 있는 레스토랑


몽드샬롯은 뮤지컬 전용 극장 샤롯데씨어터와 영화 스토리텔링 레스토랑 몽중식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스토리텔링 레스토랑’이란 스토리텔러의 설명과 함께 테마가 있는 코스 요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몽중식은 <중경삼림> <냉정과 열정 사이> 등 인기 영화를 주제로 하는 스토리텔링 레스토랑으로 잘 알려진 곳인데, 샤롯데씨어터는 몽중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뮤지컬 전문 스토리텔링 레스토랑인 몽드샬롯을 기획했다. 몽드샬롯夢 de charlotte의 의미는 ‘샤롯데씨어터에서 즐기는 꿈같은 공연과 식사’로, 음식뿐 아니라 식기와 플레이팅에도 작품 콘셉트를 녹여내는 것이 특징이다.

 

 

몽드샬롯의 첫 번째 작품은 <스위니토드>다. 작품은 19세기 영국 런던, 억울하게 추방당한 이발사 벤자민 바커가 15년 후 다시 돌아와 스위니 토드로 이름을 바꾸고 복수를 꿈꾸다 스스로 파멸하는 이야기다. 레스토랑에 들어서 자리에 앉으면 <스위니토드>를 연상시키는 소품들이 손님을 맞는다. 작품의 주요 배경이 스위니 토드의 이발소와 스위니 토드를 돕는 러빗 부인의 파이 가게인 만큼 몽드샬롯도 이발소와 파이 가게의 이미지를 음식과 식기에 접목했다. 스위니 토드의 이발소 의자와 쉐이빙 브러시, 면도칼 장식이 올라간 접시, 러빗 부인의 주방 칼 모양을 하고 있는 나이프 등 흥미를 돋우는 소품들을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스토리텔러가 등장해 식사의 시작을 알린다. 스위니 토드 또는 러빗 부인처럼 꾸민 스토리텔러는 작품 내용을 설명해 주는 것은 물론 공연에서 모티프를 얻어 만든 음식을 소개하며 요리에 사용된 식재료, 조리법, 먹는 방법 등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방문객이 몽드샬롯을 더욱 풍성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이와 더불어 요리의 주제가 된 장면을 그림으로 묘사한 스토리 카드가 함께 제공되고, 장면에 맞는 뮤지컬 넘버가 흘러나와 눈과 귀를 동시에 만족시킨다. 다만 스토리텔러의 설명이 공연을 관람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공연을 먼저 관람한 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스토리텔링 코스는 하루에 총 4회 진행된다. 런치 코스에는 여섯 가지 요리가 준비되며, 디너 코스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8~9 가지 코스가 제공된다. 이번 <스위니토드> 코스에서 만날 수 있는 메뉴는 아뮤즈 부쉬부터 샐러드, 뇨끼 등 총 아홉 가지다. 극 중 등장하는 음식을 재탄생시키거나 캐릭터의 감정을 음식으로 표현하는 등 <스위니토드>만의 특색을 요리에 담아냈다. 예를 들어 러빗 부인이 만든 ‘인육 파이’를 대신해 고기가 들어간 파이 모양의 비프 웰링턴을 준비하고, 스위니 토드가 느끼는 분노를 새까만 먹물 소스로 표현하는 식이다. 

 

 

현재 몽드샬롯은 <스위니토드> 콘셉트로 운영 중이지만 샤롯데씨어터 상연작에 맞춰 변화를 줄 계획이다. 작품마다 레시피 개발부터 식기 제작까지 전부 새롭게 준비해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뮤지컬 전용 극장으로서 관객에게 새로운 경험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이러한 시도에 나섰다고. 몽드샬롯을 기획한 윤세인 롯데컬처웍스 공연사업팀 팀장은 “뮤지컬이 익숙지 않은 이들에게는 공연 관람과 몽드샬롯 방문이 좋은 추억으로 남길 바라고, 뮤지컬을 자주 접하는 이들에게는 확장된 형태의 공연 경험, 즉 ‘체험형 MD’로 다가가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발했다”라며 “몽드샬롯이 뮤지컬 대중화에 기여하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라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1
# No Place Like London
치즈와 해산물을 곁들인 아뮤즈 부쉬 3종

아뮤즈 부쉬는 ‘입을 즐겁게 하는 음식’을 뜻하는 프랑스어로, 식사 전 제공되는 한입 요리를 의미한다. 스위니 토드와 안소니가 런던에 도착해 부르는 뮤지컬 넘버인 ‘No Place Like London’을 주제로 준비되는 아뮤즈 부쉬는 빈부 격차가 극심했던 19세기 런던, 가난한 이들이 ‘백색 고기’라 불렸던 치즈, 우유, 버터 등으로 끼니를 챙긴 당시 상황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치즈가 들어간 타르트, 프로슈토 햄으로 감싼 코티지치즈, 능이버섯을 곁들인 갑오징어 타다끼가 제공된다. 

 

 

2
# The Ballad of Sweeney Todd
그릴드 옥토퍼스 샐러드

본격적인 식사의 시작을 알리는 메뉴는 쫄깃한 식감의 구운 문어를 맛볼 수 있는 그릴드 옥토퍼스 샐러드다. 평범한 이발사에서 복수의 화신으로 변신한 스위니 토드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 메뉴는 샐러드 주변을 감싼 볏짚에 즉석에서 불을 붙여주는 화려한 퍼포먼스로 볼거리를 제공한다. 

 

 

3
# The Worst Pies in London
치차론 핑거푸드

돼지 껍데기를 튀긴 음식인 치차론은 파삭하게 바스러지는 식감을 자랑하는 메뉴다. 궁핍한 형편 탓에 재료를 넣을 수 없어 속이 텅 비어 있는 러빗 부인의 파이에서 영감을 얻었다. 러빗 부인이 오랜 시간 숨겨두었다가 런던으로 돌아온 스위니 토드에게 돌려준 면도칼 보관함을 닮은 플레이트에 담아 서빙된다. 

 

 

4
# Green Finch and Linnet Bird 
샤프란 골드스프

새장 속의 새처럼 집 안에 갇혀 외롭게 살아가는 조안나를 표현한 메뉴다. 분자 요리 기법을 사용해 동그란 방울 모양으로 만든 단호박 크림에 따뜻한 스프를 부어 먹는 음식이다. 금빛 단호박 크림은 조안나의 머리 색깔을 의미하고, 그 위에 올려진 향신료 샤프란은 조안나의 사랑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안소니의 마음을 표현한다. 

 

 

5
# The Contest
피시앤칩스

머리에 뿌리기만 해도 ‘머리털이 팍팍’ 난다는 피렐리의 묘약! 몽드샬롯에서는 그 묘약을 영국의 대표 음식인 피시앤칩스와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다. 음식과 함께 서빙되는 묘약의 정체는 맥주의 주재료인 맥아로 만든 식초인데, 맥주 효모가 탈모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또한 튀김 반죽에도 영국 에일 맥주가 첨가되어 있다는 사실!

 

 

6
# Epiphany
블랙소스 치즈 피자

스위니 토드는 터핀 판사에게 복수할 기회를 놓친 후, 복수심에 눈이 멀어 무차별적인 살인을 저지른다. 블랙치즈 마르게리타 피자는 자기 자신마저 검게 집어삼키기 시작한 스위니 토드의 분노를 표현한 음식이다. 피자 위에 올려진 먹물 소스를 면도 크림을 바르듯 나이프로 펴 발라 먹으며 스위니 토드의 분노를 상상해 보자. 

 

 

7
# A Little Priest 
비프 웰링턴

<스위니토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은 바로 고기파이다. 스위니 토드의 면도칼을 본뜬 접시와 붉은 피처럼 흘러내리는 레드와인 소스가 파이의 정체에 의문을 품게 하지만, 몽드샬롯의 비프 웰링턴은 다행히도 목사나 시인이 아닌 송아지 안심에 버섯 페이스트를 발라 페이스트리 반죽을 입혀 구운 요리다. 테이블에 러빗 부인의 주방 칼처럼 만든 나이프가 준비되어 있으니 꼭 사용해 보자. 당신의 ‘과몰입’을 도울 것이다. 

 

 

8
# Not While I’m Around
트러플 뇨끼

장작 형태의 플레이트에 드라이아이스를 얹은 후 물을 부어 매일 밤 수상한 연기가 피어오르는 러빗 부인 파이 가게의 굴뚝을 표현했다. 붉은색 뇨끼 사이에 숨어 있는 하얀색 뇨끼는 파이 가게의 지하, 피가 가득한 하수구 안으로 몸을 숨겼다가 모든 진실을 알게 되는 순수한 토비아스를 의미한다. 

 


9
# Final Scene  
무화과 파이

코스의 마지막에는 무화과 파이가 디저트로 준비된다. 다른 재료를 넣지 않은 파이에 무화과 잼을 곁들여 먹는 메뉴인데, 잼을 마치 피가 흩뿌려진 것처럼 플레이팅해 시선을 끈다. 그 옆에 살포시 자리를 잡은 손가락 모양 쿠키는 방문객이 마지막까지 <스위니토드>의 분위기를 즐길 수 있게 돕는다. 공연 중 실제로 배우들이 먹는 것과 같은 파이라고 하니, 공연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껴보자.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20호 2023년 1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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