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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NOW IN NEW YORK] <올모스트 페이머스> 음악 속에서 성장하는 청춘 [No.219]

글 |여태은(뉴욕통신원) 사진 | 2022-12-19 634

<올모스트 페이머스>

음악 속에서 성장하는 청춘

 

<넥스트 투 노멀>의 작곡가로 국내 관객에게 익숙한 톰 킷의 신작 <올모스트 페이머스>가 지난 11월 3일 뉴욕 버나드 B. 제이콥스 시어터에서 정식 개막했다.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올모스트 페이머스>는 1970년대를 배경으로 유명 음악 잡지 『롤링스톤』의 기자가 된 10대 소년의 성장기를 다룬다. 

 

©Matthew Murphy

 

인기 영화가 무대로 오기까지


뮤지컬로 만들어진 음악 영화의 전설 <올모스트 페이머스>는 로드 무비 형식의 청춘 성장담이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로 스타 감독의 반열에 오른 카메론 크로우가 실제 유명 음악 잡지 『롤링스톤』에서 기자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 제목인 ‘올모스트 페이머스’는 주인공이 ‘이제 막 뜨기 시작한’ 밴드의 투어 공연을 따라다니는 데서 유래했다. 이 영화는 2001년에 열린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빌리 엘리어트> <에린 브로코비치> <글래디에이터> <유 캔 카운트 온 미> 등 쟁쟁한 후보작을 제치고 극본상을 받았다. 또 같은 해 골든글로브에서 뮤지컬 코미디 부문 작품상과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1970년대 활약했던 밴드 음악으로 가득 채워진 영화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도 좋은 반응을 얻으며 2001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베스트 컴필레이션 사운드트랙상을 받았다. 2019년 샌디에이고에서 첫선을 보인 <올모스트 페이머스>의 무대화는 2018년 카메론 크로우가 <넥스트 투 노멀> 작곡가 톰 킷과 함께 뮤지컬 작업 중이라고 공식 발표하며 가시화됐다. 카메론 크로우는 원작을 뮤지컬로 각색하고, 직접 가사 작업에도 참여했다. 연출은 영국에서 혁신적인 작품을 선보여온 헤드롱 시어터의 예술감독을 역임한 제레미 헤린이 맡았다. 영국을 주 무대로 활동한 제레미 헤린은 지난 2016년 <울프 홀 파트 원&투>로 토니 어워즈 연출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안무는 <프로즌>의 협력 안무가였던 사라 오글레비가 맡았는데, 그녀는 이 작품으로 브로드웨이에 신고식을 치렀다. <물랑루즈!>의 무대 디자이너 데렉 맥레인이 무대와 영상을 디자인했고, < MJ 더 뮤지컬 >의 나타샤 캣츠가 조명 디자인에 참여했다. 

 

록 키드 십 대 소년의 성장기


십 대 소년 윌리엄은 엄마의 성화로 월반한 탓에 친구 한 명 없이 외로운 사춘기를 보내는 중이다. 그의 유일한 낙은 바로 로큰롤 음악 듣기. 누나 아니타가 집을 떠날 때 남긴 LP를 들으며 로큰롤에 심취한 윌리엄은 록 음악 저널리스트가 되는 게 꿈이다. 윌리엄은 한 신문에 록 음악 관련 글을 기고해 이를 계기로 록 음악 저널리스트 레스터 뱅크스를 만난다. 윌리엄의 글을 인상적으로 읽은 레스터는 인기 록 밴드 블랙 사바스의 리더 오지 오스본을 인터뷰해 오면 저널리스트로 인정해 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록 밴드에 대한 글을 쓸 때는 ‘그들과 가까이 지내되 절대 친구가 되지 말라’는 충고를 해준다. 레스터의 말대로 블랙 사바스의 콘서트장으로 향한 윌리엄은 오프닝 무대를 맡은 록 밴드 스틸워터의 투어 공연을 따라다니는 열성적인 소녀 팬들의 리더 페니 레인을 만난다. 전형적인 그루피인 페니는 자신을 록스타보다 그들의 음악을 더 사랑하는 ‘밴데이즈The Band-Aids’라고 소개하고, 윌리엄은 신비로운 분위기의 페니에게 홀린 듯 빠져든다. 윌리엄은 밴드 스틸워터를 인터뷰하러 왔다고 거짓말을 하고 페니를 따라 백스테이지에 들어선다. 이제 막 뜨기 시작한 밴드 스틸워터를 직접 만난 윌리엄은 그들에게 흥미를 느끼고, 블랙 사바스가 아닌 스틸워터에 대한 글을 쓰기로 한다. 밴드와 친구가 되면 저널리스트로서 객관성을 잃게 된다는 레스터의 충고에도 불구하고, 윌리엄은 스틸워터의 투어를 따라다니며 그들과 점점 가까워진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지켜본 스틸워터는 윌리엄이 생각한 것과 전혀 달랐다. 프론트맨 제프와 기타리스트 러셀의 신경전 때문에 팀 내 분위기는 엉망이고, 러셀은 페니와 가벼운 관계를 이어가는 중이다. 스틸워터의 본모습에 실망한 윌리엄은 투어 버스에서 내리려 하는데, 『롤링스톤』에서 스틸워터의 인터뷰로 표지를 장식할 기회를 주겠다고 제안한다. 결국 윌리엄은 다시 투어 버스에 올라 여행을 이어간다.


한동안 평화로운 시간을 보낸 것도 잠시, 러셀의 전 부인이 공연을 보러 온다는 소식에 페니는 투어 버스에서 내쫓긴다. 무참히 버려졌다는 충격에 페니는 술과 약에 취해 쓰러진다. 때마침 그녀를 찾아온 윌리엄 덕분에 목숨을 건진 페니는 이제부터는 자기 자신을 위해 살기로 결심한다. 윌리엄은 페니를 헌신짝처럼 버린 밴드에 대한 분노를 품고, 다음 공연장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난기류를 만난 비행기 안에서 제프와 러셀의 갈등이 폭발하고, 보다 못한 윌리엄은 그들에게 결별을 선언한다. 스틸워터에 대한 글을 써서 『롤링스톤』에 넘긴 윌리엄은 편집장으로부터 ‘스틸워터와 너무 가까워져 그들의 입맛에 맞게 쓰인 글’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글을 실을 수 없다는 통보를 받는다. 윌리엄은 레스터의 충고를 되새기며 록 음악 저널리스트로서 자신이 목격한 스틸워터의 진실을 써 내려간다. 마침내 윌리엄의 글이 『롤링스톤』에 실리기 직전, 러셀의 반대로 출판이 되지 못할 위기에 처한다. 한편 러셀은 페니에게 전화를 걸어 용서를 구하고, 그녀를 만나러 가기 위해 집 주소를 받는다. 하지만 페니가 알려준 주소는 윌리엄의 집이었고, 러셀은 윌리엄에게 사과하고 잡지에 글을 싣는 것을 허락한다. 스틸워터가 『롤링스톤』 표지를 장식하는 동안, 페니는 꿈에 그리던 모로코로 떠난다.

 

©Sara Krulwic

 

 

영화를 고스란히 옮긴 무대


1970년대 록 음악을 대대적으로 사용한 원작과 달리 <올모스트 페이머스>는 주크박스 뮤지컬이 아니다. 레드 제플린의 ‘Ramble On’부터 레너드 스키너드의 ‘Simple Man’, 엘튼 존의 ‘Tiny Dancer’, 캣 스티븐스의 ‘The Wind’, 조니 미첼의 ‘River’까지 총 6곡의 히트곡이 뮤지컬 넘버에 포함되어 있지만, 스무 곡이 넘는 뮤지컬 곡은 모두 톰 킷이 작곡했다. <넥스트 투 노멀>을 통해 팝, 록,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자유자재로 활용해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보인 톰 킷의 실력은 <올모스트 페이머스>에서도 빛을 발한다. 윌리엄이 쿨하지 못한 소년으로서 쿨한 밴드의 멤버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과 저널리스트로서 밴드 스틸워터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며 부르는 노래 ‘No Friends(친구는 안 돼)’는 서정적인 발라드 음악으로 윌리엄의 감정을 섬세하게 전달한다. 이외에도 윌리엄의 엄마 일레인이 아들의 부재로 인한 공허함을 노래하는 ‘Elaine's Lecture(일레인의 강의)’와 러셀과 통화하게 된 일레인이 아직 어린 윌리엄을 잘 돌봐달라고 신신당부하는 노래 ‘Listen to Me(내 말 잘 들어)’는 관객의 눈시울을 붉게 만든다. 


뮤지컬 무대에는 원작 영화를 그대로 옮긴 장면이 많았다. 영화의 오리지널 곡이자 밴드 스틸워터가 처음으로 등장해 들려주는 노래 ‘Fever Dog’는 뮤지컬 1막에 사용되어 원작에 대한 향수를 자극한다. 이 노래는 커튼콜 때 ‘Fever Dog Bows’라는 제목으로 리프라이즈되며 엔딩을 장식한다. 또 밴드를 탈퇴하겠다고 무작정 뛰쳐나갔던 러셀이 다시 투어 버스에 합류해 밴드가 화해하는 장면에서는 영화처럼 엘튼 존의 ‘Tiny Dancer’가 사용된다. 이 밖에도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윌리엄에게 “여기가 네 집”이라며 속삭이는 페니의 모습을 비롯해 영화 속 많은 장면과 대사가 무대로 고스란히 옮겨졌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윌리엄의 열한 살부터 열다섯 살까지의 이야기는 오프닝곡인 ‘1973’으로 압축되었다. 이 장면에서 누나 아니타가 준 LP를 들으며 자유를 느끼는 윌리엄의 모습을 아름다운 안무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로드 무비를 무대로 옮긴 탓에 영화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장소와 배경을 어떻게 무대에서 구현할 것인지 궁금했는데, 뮤지컬은 무대 전면에 설치된 스크린에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배경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택했다. 영상 기술과 장비의 발달로 더욱 생생한 장면을 만들어내는 것이 가능한 덕분에, 최근 브로드웨이 공연에서는 영상을 사용하지 않는 공연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반면, 극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스틸워터의 투어 이야기 중 투어 버스나 비행기 장면은 연출이나 소품 사용에 있어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마치 학생 공연처럼 배우들이 앞뒤로 높이가 다른 의자에 앉아 뒷자리에 앉은 인물이 보이게 하는 장면 연출이나 비행기가 난기류에서 흔들리는 장면에서 사용된 조악한 소품은 전체적인 작품의 결과 잘 맞지 않았다. 


원작 영화가 워낙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올모스트 페이머스>는 개막하기 전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뒤섞였었다. 하지만 브로드웨이 정식 개막 이후 다수의 평론가는 과연 영화가 무대로 옮기기 적합한 작품이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또 대부분의 장면을 영화에서 그대로 가져온 탓에 원작 영화의 감독인 카메론 크로우가 뮤지컬에 참여한 것이 부적절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쉬움을 남기는 무대


뮤지컬은 윌리엄의 정신적 지주이자 조언자인 레스터 뱅크스가 내레이터처럼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그로 인해 그가 이 작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 같은 기대감이 들지만, 정작 공연이 시작하고 나서 그의 존재감은 크게 드러나지 않는다. 물론 영화에서도 레스터는 초반에 윌리엄과 만나는 것 말고는 전화 통화 목소리로만 등장한다. 그러나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줘 관객의 뇌리에 그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반면 뮤지컬에서는 같은 무대 공간이지만 마치 먼 곳에서 통화하는 것처럼 연출해 다소 카리스마가 부족하게 느껴졌고, 더 나아가 캐릭터의 존재 이유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윌리엄의 엄마 일레인이다. 뮤지컬은 주인공 윌리엄의 성장뿐만 아니라 엄마 일레인의 성장까지 그려내며 원작과는 다른 감동을 전한다. <뷰티풀: 더 캐롤 킹 뮤지컬>로 드라마데스크 여우조연상을 받은 아니카 라슨의 호연은 일레인 역할에 더욱 힘을 실어줬다. 


페니 역의 솔레아 파이퍼는 이 작품이 브로드웨이 데뷔작이라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호소력 짙은 목소리로 록 발성까지 소화해 낸다. 영화에서 러셀과 밴드에게 버림받은 페니가 윌리엄의 부축을 받으며 센트럴 파크를 거니는 장면은 뮤지컬에서 페니와 윌리엄이 벤치에 앉아 ‘The Real World(진짜 세상)’를 부르는 것으로 바뀌었다. 페니는 이 노래를 통해 자신은 진짜 세상에서 벗어나 서커스 같은 투어를 따라다니며 허상을 좇아왔다고 고백한다. 이 장면은 매우 아이러니하게도 페니가 그토록 원하던 허상, 즉 로큰롤의 세계에 사는 러셀은 페니와 달리 평범한 세상을 추구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상반된 세상을 원하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아무 기대 없이 가벼운 관계를 이어가지만, 결국 상처받는 것은 페니다. 스틸워터, 그리고 페니와 함께한 여정에서 이상과 현실이 다름을 깨달은 윌리엄은 쿨하지 못한 저널리스트 지망생에서 진짜 저널리스트로 성장한다. 


원작 영화는 윌리엄이 밴드의 투어 여정을 함께하며 성장하는 모습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큰 갈등이나 사건 없이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지만 이를 2막짜리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만들기에는 인물 간의 갈등, 개인의 내적 갈등이 부족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뮤지컬은 영화에서 짧게 다뤄지는 제프와 러셀의 갈등을 조금 더 부각했지만, 문제는 그들의 갈등이 이 작품의 주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또 윌리엄의 엄마 일레인의 비중이 커졌지만, 그녀 역시 작품을 끌어나가기에는 다소 힘에 부친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영화에서 클로즈업 장면을 활용해 신비하고 매력적으로 그려진 페니의 캐릭터가 무대에서는 다소 평면적이고 수동적인 성향으로 그려졌다는 것이다. 영화와 뮤지컬은 록 밴드가 투어를 다니면서 여성 팬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문화와 그것을 암묵적으로 용인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만, 20년 전의 영화에서 그린 1970년대를 굳이 2022년의 브로드웨이 무대에 재현했어야만 하는지는 의문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9호 2022년 12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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