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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OLUMN] <여신님이 보고 계셔> 무인도에는 아무나 들어가도 될까 [No.219]

글 |고봉주(변호사) 사진 |연우무대 2022-12-05 955

<여신님이 보고 계셔>
무인도에는 아무나 들어가도 될까

 

 

무인도 출입이 허용되는 경우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한국 전쟁 당시 무인도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남한군 한영범은 부하 신석구와 함께 북한군 포로 4명을 포로수용소로 이송하는 임무를 맡는다. 하지만 기상 악화로 6명의 남북한 병사 모두 무인도에 표류하게 된다.

 

무인도는 말 그대로 사람이 살지 않는 섬으로, 법률상으로는 ‘무인도서’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총 3348개의 섬을 가지고 있는데 이 중 약 86%에 해당하는 2878개가 무인도다. 하지만 사람이 살지 않는 섬이라고 해서 소유자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체 무인도 가운데 국가가 소유한 곳이 약 46%(1327개), 사유지가 44%(1271개), 그 외 공유지나 소유자가 복수인 경우가 10%(280개)를 차지한다. 이러한 무인도는 행정안전부가 관리하는 유인도와 달리 해양수산부가 관리한다. 단, 독도 같은 특정 도서는 환경부가 관리한다.

 

무인도를 규율하는 기본법으로는 ‘무인도서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약칭 무인도서법)’이 있다. 이 법률에 따르면 무인도는 ‘절대보전’, ‘준보전’, ‘이용가능’, ‘개발가능’이라는 네 가지 관리 유형으로 구분된다. 보전 가치가 높은 절대보전 무인도는 상시적으로 출입이 제한되고, 준보전 무인도는 일시적으로 출입을 제한할 수 있다. 이용가능 무인도는 무인도의 형상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출입과 활동이 허용된다. 해양 레저 활동, 생태 교육, 야생 동식물을 해양수산부령에서 정하는 방법으로 포획하거나 채취하는 행위 등이 가능하다. 유일하게 개발이 가능한 개발가능 무인도는 개발 사업 계획을 승인받으면 건축물 등을 세울 수 있다. 

 

상시 출입이 제한되는 절대보전 무인도로 지정되면 소유자라 해도 마음대로 섬에 출입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고 섬에 출입하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받는다. 하지만 예외적인 경우에는 절대보전 무인도라도 허가 없이 출입이 가능하다. 바로 재해 예방, 응급 대책 및 복구, 구호 활동, 군사상 목적, 무인도 점검,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긴급 피난을 위해 출입하는 경우다. 


뮤지컬에서 남북한 병사들이 표류한 무인도가 네 가지 관리 유형 중 무엇에 속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가장 엄격한 규제를 받는 절대보전 무인도라도 자연재해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라면 출입할 수 있다. 따라서 병사들이 기상 악화로 배가 난파된 상황에서 무인도에 표류해 구출될 때까지 몇 개월 동안 거주한 행위는 처벌받지 않는다. 

 

무인도에서 일어난 사고의 책임자는?


무인도에 고립되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남북한 병사들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폭력성을 드러낸다. 북한군 상위 이창섭은 식량을 빼돌린 부하 변주화의 손가락을 절단하려고 하는데, 다행히 또 다른 북한군 류순호가 말려서 화를 면한다. 점점 야만적으로 변해가던 이들은 섬의 주인인 가상의 ‘여신님’을 위해 공동의 규칙을 세우면서 평화를 찾는다. 


뮤지컬처럼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 체험 삼아 무인도를 방문한 상황이라면, 그 안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누가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실제로 무인도 체험 캠프에 참여한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물놀이를 하던 중 조류에 떠밀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한 적이 있다. 해당 사건에서 무인도 체험 캠프 운영자는 안전사고 예방 및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할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하였다는 판결을 받았다. 운영자는 조류가 빠른 해안에서의 물놀이를 엄격히 통제하고, 인명 구조 장비 및 구조 요원을 배치하여 안전사고를 방지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학교 교장 또한 업무상 주의 의무를 위반한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했다. 교장은 현장교육 학생안전관리 규칙에 따라 교육 장소 및 시설 등에 대해 사전 답사를 실시하고, 적정한 인원의 인솔 책임자와 지도 교사를 지정하여 학생과 동행시킬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외국에 있는 한국 선박에서 범죄를 저지르면


포로 이송선이 기상 악화로 무인도에 표류하기 전, 북한군 포로들은 배 안에서 폭동을 일으킨다. 이때 북한군 이창섭이 남한군 한영범을 해쳤다면 어느 나라 법률을 적용해 죄를 물어야 할까?

 

우리 형법은 ‘속지주의’를 기본으로 하되 ‘속인주의’도 병용하고 있다. 속지주의는 대한민국 영토에서 죄를 지으면 내국인과 외국인을 불문하고 대한민국 형법을 적용하여 처벌한다는 의미이다. 반면 속인주의는 대한민국 국민이 외국 영토에서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대한민국 형법을 적용한다는 의미이다. 즉, 범인이 외국법에 따라 그 나라에서 형 집행을 받았더라도 한국에서 우리 형법을 적용하여 형을 선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형법의 속지주의에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외국인이 외국 영해나 영공에 있는 대한민국 선박, 항공기 내에서 저지른 범죄에도 대한민국 영토에서 저지른 범죄와 마찬가지로 우리 형법을 적용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뮤지컬 속에서 북한 사람의 법적 지위를 일단 논외로 생각한다면, 대한민국 선박 내에서 폭동을 일으켜 한영범을 해친 이창섭은 우리나라 형법에 의해 처벌받는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9호 2022년 12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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