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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INTERVIEW] PALMTREE ISLAND 꿈꾸는 사람들의 섬② - 김소현·정선아 [No.216]

글 |배경희, 이솔희 사진 |김현성 Style Director |최혜련(AT mint friends) Stylist |김민지(AT mint friends) 2022-10-14 716

서로 다른 매력을 자랑하는 김소현과 정선아, 두 배우에게는 그 어떤 배우보다 화려한 데뷔식을 치렀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뮤지컬계에 등장해 줄곧 사랑과 열정으로 무대를 지켜왔다는 점도 두 사람을 단단히 결속시키는 공통점이다.

 

 

두 분 다 김준수 배우와 인연이 깊은 터라, 소속사 합류 소식이 놀랍지 않았어요. 하지만 가까운 사이일수록 결정에 신중했을 텐데, 어떻게 합류를 결심하게 됐나요?
정선아   준수 씨가 하는 거라면 잘될 테니까, 그 성공에 숟가락을 얹기 위해? 하하. 준수 씨는 이전에 같은 소속사에 있으면서 오랜 시간 지켜본 결과, 책임감이 엄청 강한 사람이에요. 다른 것보단 그에 대한 믿음이 있었어요. 그리고 합류를 결정할 때쯤 소현 언니도 함께할 거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엄청난 뮤지컬 회사가 하나 만들어지겠다 싶더라고요.
김소현   저는 준수 씨와 2013년에 <엘리자벳>으로 처음 만났어요. 그때의 인연으로 그해 열린 준수 씨의 연말 콘서트 게스트를 하게 됐고요. 아직도 기억나는 게, 콘서트 리허설 날 택시를 타고 집에 갔거든요. 그랬더니 준수 씨가 제 뒤에서 “누나, 혼자 다니지 말고 저희 회사 들어오세요!” 이렇게 외치더라고요. 일을 마치고 혼자 집에 가는 게 후배로서 신경 쓰였나 봐요. 별거 아닌 그 말이 저한테는 되게 고마웠어요. 그리고 저는 준수 씨 데뷔작인 <모차르트!>를 봤거든요. 에너지가 대단한 사람이다 싶었는데, 그 후로도 변치 않는 모습이 참 좋았어요.  

 

선아 씨는 그 데뷔 무대를 함께했죠. 어떤 기억을 가지고 있나요?
정선아   저는 <모차르트!>를 떠올리면, 1층부터 3층까지 가득 채워진 객석과 객석이 떠나갈 듯했던 환호성이 생각나요. 뮤지컬을 하면서 그렇게 큰 함성 소리를 들었던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요. 물론 준수 씨가 유명한 아이돌이라는 건 알았지만, 연습실에서는 그런 티를 전혀 안 냈거든요. 그냥, 자기 할 일 열심히 하는 조용한 소년 같았죠. 그때만 해도 인기 아이돌 스타가 계속 뮤지컬을 할 거라곤 생각 못 했는데, 그 후로 10년 넘게 꾸준히 무대에 섰으니 뮤지컬의 대중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겠죠. 동료 배우로서 참 고마운 점이에요. 

 

비슷한 시기에 데뷔해서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지만, 두 분 다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이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데뷔 초 서로에 대해 어떤 인상을 가지고 있었나요? 
김소현   저는 선아의 데뷔작 <렌트>를 봤어요. <라 보엠>을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라니까 궁금하더라고요. 제 오페라 데뷔작이 <라 보엠>이거든요. 뮤지컬로는 제가 선아보다 일 년 정도 일찍 데뷔했는데, 선아는 저랑 정말 다른 이미지를 가진 배우잖아요? 선아가 2층 난간에서 ‘Out Tonight’을 부르는 모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에너지가 진짜 얼마나 대단하던지. 딱 봐도 어려 보이는 친구가 프로 배우처럼 너무 잘해서 진짜 충격적이었어요. 그때 선아 나이가 열아홉 살이었을 거예요. '아, 뮤지컬배우는 이런 사람이 하는 거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죠.  
정선아   옛날 얘기하니까 부끄러운데요? 하하. 저도 소현 언니의 데뷔작 <오페라의 유령>을 봤어요. 당시 성악과 출신의 대학원생이 크리스틴을 맡아서 굉장한 화제를 모았던 기억이 나요. ‘혜성처럼 등장했다’는 표현이 진짜 잘 어울리는 데뷔였죠. 언니는 일단 너무너무 예뻤으니까요. 김소현의 크리스틴은 뮤지컬계의 상징적인 캐릭터로 남았는데, 그 후로 계속 한결같은 이미지를 지켜왔다는 게 존경스러워요. 그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거든요. 선배이자 동료로서 뮤지컬계를 든든히 지켜준 것도 고맙고요.

 

선아 씨는 다시 해보고 싶은 작품으로 <안나 카레니나>를 꼽았는데, 이 작품은 소현 씨도 재연에 참여한 바 있죠. <안나 카레니나>는 출연작이 거의 겹치지 않는 두 분의 몇 안 되는 교집합 같은 작품이에요. 
정선아
   <안나 카레니나>의 마지막 기차 신은 이상할 정도로 크게 마음에 남은 장면이에요.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금지된 사랑과 차마 떠날 수 없는 남편과 아이 사이에서 갈등하다 스스로 몰락하는 안나의 마지막 선택이 참 아팠거든요. 하지만 초연에 참여했을 때는 미혼일 때라 아이에 대한 안나의 마음이 절절하게 와닿지 않았어요.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감정적으로는 깊이 공감하지 못했달까요.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그 마음을 더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언젠가 꼭 다시 해보고 싶어요. 
김소현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작품이라는 점에서 신선했는데, 확실히 이전에 했던 여타의 뮤지컬들과는 분위기가 달랐어요. 개인적으론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역할은 처음 해보는 거라 배우로서 제가 가진 연기의 스펙트럼이 확장되는 기분이었고요. 눈 내리는 겨울에 유독 많이 생각나는데, 저도 선아처럼 언젠가 다시 <안나 카레니나>를 만나고 싶어요. 다시 안나를 연기한다면 이전엔 몰랐던 새로운 점을 발견하게 될 것 같거든요. 사실 배우에겐 모든 작품이 그래요. 아무리 많은 횟수의 공연을 한다고 해도, 매번 공연할 때마다 새로운 보물을 찾게 되죠. 

 

소현 씨는 예전 인터뷰에서 아이를 낳은 후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을까 두려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덕분에 복귀 후 무대의 소중함을 더 크게 느끼게 됐다고요. 
김소현   가정을 꾸리면 개인으로서 보내는 시간이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어요. 아내와 며느리라는 새로운 역할이 생기니까요. 아이가 태어나면 엄마라는 역할도 추가되고요. 그러다 보니 한 개인으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 소중할 수밖에요. 제 경우에는 뮤지컬배우라는 정체성이 제 삶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으니, ‘배우 김소현’으로 존재할 수 있을 때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게 돼요. 결혼과 출산, 육아의 또 다른 좋은 점은 무대에서 얻을 수 없는 인생 경험들이 내 안에 크루아상처럼 겹겹이 쌓인다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선아의 앞으로가 더욱 기대돼요. 

 

 

소현 씨는 작년이 데뷔 20주년이었고 선아 씨는 올해 20주년을 맞이하게 됐죠. 데뷔한 지 단지 20년이 지난 게 아니라, 그 오랜 시간 동안 쉼 없이 활동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자축할 만한 일이 아닐까 해요.
정선아
   소현 언니도 비슷한 마음일 텐데, 20주년이 됐다는 사실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시간이 언제 이렇게 지났지?’였어요. 배우로 얼마큼 활동하겠다는 생각으로 달려온 게 아닌데, 좋아하는 작품을 한 편 한 편 했더니, 어느새 시간이 이만큼 흘렀더라고요. 이러다 눈 깜짝할 사이에 40주년이 되는 건가! (웃음) 저도 어딜 가나 항상 막내였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어딜 가나 선배로 불리니까, 제 자신만 챙기기보다 뮤지컬계에 좀 더 책임감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왜냐하면 뮤지컬은 제게 인생 그 자체나 다름없거든요. 제가 어릴 적부터 항상 존경해 온 최정원, 남경주 선배님이 후배들을 위한 길을 잘 닦아주셨듯 이제는 제가 그런 노력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김소현   선아 말에 전적으로 공감해요. 저도 작년에 20주년을 맞이했을 때,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선배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거든요. 어떤 기사에서 읽은 건데, 남경주, 최정원 선배님이 우리나라 뮤지컬 1세대, 저랑 선아가 2세대, 준수씨는 3세대래요. 그 기사에 새삼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됐죠.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리느라 주위를 살피지 못한 건 아닐까 하고요. 어느새 2세대라 불리는 선배가 된 만큼 예전에는 느끼지 못한 책임감을 느껴요. 경주 선배님이나 정원 선배님처럼 주변을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고요. 게다가 두 분은 옆에서 보면 열심히 한다는 게 무엇인지 행동으로 알려주시는 존경스러운 선배님들이세요.

 

이번 인터뷰는 팜트리아일랜드의 첫 번째 갈라 콘서트를 앞두고 진행하는 거잖아요. 소속사 배우들과 함께하는 자리인 만큼 남다른 기대가 있겠죠?
김소현   새로운 가족이 된 사람들과 함께하는 첫 공연이라 그런지, 일단 무척 설레요. 지금까지 적지 않은 갈라 콘서트에 참여했지만, 이렇게 큰 소속감을 느끼는 콘서트는 처음이거든요.  저만 들뜬 건 아닌지 선곡할 때부터 다들 난리가 났죠. (웃음) 각자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그걸 어떻게 줄여나가느냐가 관건일 것 같아요. 오늘도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한창 아이디어를 나눴는데, 준수 대표님이 잘 정리해 주실 거라 믿고 있어요. 하하. 다양한 경력과 서로 다른 색깔을 가진 배우들이 모인 만큼 다채로운 공연을 만나실 수 있을 거예요.
정선아   저도 지금까지 적지 않은 콘서트에 참여했지만, 이번 공연은 다른 때와는 다른 부담이 있어요.  제 개인 콘서트를 하는 것보다 더 떨린다고 해야 하나. 저와 소현 언니는 다른 소속 배우보다 경력이 많다 보니, 그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도 우리 대표님이 콘서트 쪽으로는 워낙 재능이 출중하니까 저도 대표님을 믿겠습니다. (웃음) 희망 사항이 하나 있다면, 이번 콘서트를 잘 마무리해서 앞으로도 종종 함께하는 자리가 만들어지는 거예요. 언젠가 다 같이 출연하는 공연을 한다면 정말 재미있지 않을까요? 그때도 이렇게 함께 인터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6호 2022년 9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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