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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뮤지컬 팬의 그림일기③ - 생생한 표현력, 커피콩 [No.216]

글 |이솔희 사진 | 2022-10-14 541

생생한 표현력 
커피콩 

@coffee_kkong

 

커피를 사랑해 까맣고 동글동글한 원두로 자신을 표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커피콩이 커피만큼 애정을 쏟는 대상이 있으니, 바로 뮤지컬이다. 닮은 점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이 두 대상의 공통점은 어떻게 변주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의 매력을 자랑한다는 것! 커피콩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 역시 때로는 달콤하고 때로는 씁쓸한 뮤지컬의 다채로운 맛을 더 많은 이에게 알리기 위함이다.

 

 

현재 웹툰 작가로 활동 중인데, 뮤지컬 그림 SNS 계정을 운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처음 커피콩 계정을 만든 건 동생과 함께 떠났던 유럽 여행의 추억을 기록하기 위해서였어요. 여행 기록을 마친 후에는 저희의 일상을 그림으로 그려 업로드했고요. 그러다가 뮤지컬을 관람하는 것이 일상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뮤지컬 그림을 업로드하는 계정이 됐죠. 여행을 가면 그 순간을 사진으로 남겨 간직하고 싶듯이 훌륭한 공연을 보면 그 감동과 벅참을 기록하고 싶어지잖아요. 저는 그 마음을 그림이라는 방식으로 표현하는 거랍니다. 사실 이전에 연재하던 웹툰을 마무리하고 차기작을 준비하는 동안 취미로 뮤지컬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데, 이렇게 꾸준히 그리게 될 줄 몰랐어요. (웃음) 

 

네 컷 만화로 그려주신 ‘뮤지컬 입덕기’에 대한 자세한 사연이 궁금합니다. 
동생과 유럽 여행을 떠났을 당시 관람한 <오페라의 유령>이 제게 뮤지컬의 매력을 알려줬어요. 그 후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도 뮤지컬을 즐겨 보게 되었고요. 그러다가 우연히 <킹키부츠>를 보게 되었는데, 그야말로 신세계였어요. 귀에 쏙쏙 박히는 뮤지컬 넘버와 탄탄한 스토리, 깨알 같은 코믹 요소까지! 공연의 모든 순간이 제게 흥분을 안겨줬어요. 사실 뮤지컬은 어둡고 웅장한 분위기의 작품이 대부분이고, 세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이야기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어려울 거라는 편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킹키부츠>를 보고 그런 선입견이 깨지게 됐어요. <킹키부츠>는 제가 처음으로 뮤지컬 ‘N차 관람’을 하게 한 작품이자, 뮤지컬 그림을 그리게 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제게 정말 특별해요. 

 

하나의 콘텐츠를 탄생시킬 때 지키고자 하는 원칙은 무엇인가요? 
뮤지컬에 관한 전문 지식이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뮤지컬 일러스트 역시 정보 제공의 목적보다는 시각적인 재미를 전달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무대가 보여주는 순간의 모습과 공연을 통해 느껴지는 감정을 담아내는 데 중점을 두죠. 라이브 공연은 같은 작품이어도 매일 다른 무대를 만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제가 본 공연에서 그날따라 특히 감명 깊었던 장면을 그림으로 옮기려고 해요. 장르적 특성상 일상에서 공연을 떠올릴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 콘텐츠가 제한적인데, 제 그림을 통해 공연을 회상할 수 있어서 좋다는 반응을 남겨주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더더욱 공연 특유의 분위기를 잘 살리려고 노력합니다. 또 다른 원칙은 제가 직접 보지 않은 작품의 그림은 그리지 않는 거예요. 가끔 ‘이 작품도 그려주세요’라는 부탁을 받는데, 공연 사진을 보고 그릴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그리면 작품의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거든요.

 

SNS에 업로드한 게시물 중 뮤지컬 캐릭터의 MBTI를 분석해 일러스트와 접목시킨 콘텐츠가 인상적이에요. 해당 시리즈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킹키부츠>의 롤라를 MBTI 일러스트 그림체로 그린 게 시작이었어요. 평소의 그림체와 다를 뿐만 아니라 마우스로 하나하나 클릭해서 그리느라 시간이 많이 걸렸는데, 완성하고 나니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그 그림을 보신 분들이 재밌어하시면서 다른 뮤지컬 캐릭터들의 MBTI를 분석해 주셨고, 도움을 받아 <위키드> <시카고> <하데스타운>의 등장 인물들을 MBTI 일러스트로 재탄생시켰어요. 

 

계정을 운영하며 느낀 보람과 고충에 대해 말씀 부탁드려요. 
팔로워분들이 제가 그림으로 표현하고자 했던 공연의 포인트들을 알아봐 주실 때 가장 뿌듯하고 즐거워요. 팔로워분들의 칭찬 메시지가 제 원동력이에요. 한번은 한 배우분이 제 그림을 보시고 ‘그림 그리는 사람을 제일 존경한다’는 코멘트를 남기신 적이 있는데, 그 말에 얼마나 감동받았는지 몰라요. 칭찬은 커피콩을 춤추게 한답니다! 고충은 단순해 보이는 그림이지만 무대의 특징을 디테일하게 담아내야 하기 때문에 작업 과정이 다소 까다롭다는 거예요. 어떤 장면을 그릴지, 조명이나 색감을 어떻게 표현할지 많은 고민이 필요하죠. 또, 뮤지컬이 너무 좋아서 시작한 일이지만 가끔은 공연 관람 후에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공연을 충분히 즐기지 못할 때가 있어요. 공연의 감동에 젖어 들기보다 ‘어, 이거 그리면 예쁘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무대를 최대한 눈에 담으려고 애를 쓰고, 장면마다 키워드를 기억해 뒀다가 인터미션이 되자마자 핸드폰 메모장에 적을 때면 스스로 부담을 느끼고 있구나 싶기도 해요. 

 

앞으로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나요? 
뮤지컬이 익숙지 않은 분들이 제 그림을 통해 뮤지컬의 매력을 알아가셨으면 좋겠어요. 뮤지컬은 다른 대중문화예술 콘텐츠에 비해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아 진입 장벽이 높다고 생각해요. <레베카>나 <지킬 앤 하이드>처럼 뮤지컬 넘버가 잘 알려진 뮤지컬이나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배우가 출연하는 뮤지컬은 작품 관련 정보를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유명하지 않은 작품은 포털사이트에 검색해 봐도 어떤 작품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죠. 그러다 보니 뮤지컬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선뜻 공연을 보러 가기가 어려운 것 같아요. 뮤지컬의 재미를 더 많은 사람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최근에는 공연의 줄거리나 리뷰처럼 정보를 전달하는 게시물도 자주 올리려고 노력해요. 덧붙여서, 언젠간 뮤지컬 소재의 웹툰을 그려보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어요. 한 편의 뮤지컬이 수많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듯 저도 그 과정을 꼭 한번 그림에 담아보고 싶어요. 

 


그림1: 작가의 시그니처 캐릭터인 ‘커피콩’을 활용해 그린 <위키드>의 두 주인공 글린다와 엘파바.
그림2: <데스노트>의 한 장면을 그대로 옮긴 그림. L의 서늘한 눈빛이 돋보인다.
그림3: 첫 만남의 설렘이 한껏 느껴지는 <하데스타운> 속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그림4: MBTI 그림체로 구현한 <킹키부츠>의 롤라!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6호 2022년 9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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