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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뮤지컬 팬의 그림일기② - 유쾌한 창의력, 분더비니 [No.216]

글 |최영현 사진 | 2022-10-14 530

유쾌한 창의력
분더비니

@wunderbinnie

 

뮤지컬을 보면서 떠올렸던 재미있는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며 사람들과 소통하고 있는 분더비니. 그의 SNS 계정에 업로드된 이미지를 쓱쓱 넘기다 보면 슬그머니 미소가 떠오른다. ‘나도 이런 생각을 했는데’ 하는 공감부터 ‘어쩜 이런 생각을 하지’ 하는 감탄을 자아내는 그림들. 뽀글뽀글 귀여운 앞머리가 인상적인 캐릭터가 전하는 재미있는 뮤지컬 이야기는 마치 내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친근한 기분마저 들게 한다.

 

 

분더비니라는 활동명과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분더비니는 독일어로 놀라움을 뜻하는 ‘분더Wunder’와 제 이름 중 한 글자인 ‘빈’을 합쳐서 만든 이름이에요. 캐릭터는 계정 운영을 시작하면서 만들었어요.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캐릭터가 없으니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더라고요. 뽀글거리는 앞머리, 별명 등 제 아이덴티티를 이것저것 섞어서 완성했어요. 

 

어떤 이유로 뮤지컬을 좋아하게 됐나요?
원래는 연극을 더 좋아했어요. <썸씽로튼>의 노래 가사에 나오는 것처럼 ‘고통과 고뇌의 고달픈 연극을 보며 고문받는’ 사람이 딱 저였거든요. (웃음) 그런데 연극을 보러 갈 때마다 바로 옆 극장에서 뮤지컬을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뮤지컬을 보게 됐어요. 그러다 본격적으로 뮤지컬에 빠진 건 2015년에 <맨 오브 라만차>를 보고 나서였어요. 꿈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던 시기에 남들이 뭐라 하든 자신의 신념을 믿고 나아가는 돈키호테를 보면서 용기를 많이 얻었거든요. 힘들고 지칠 때마다 <맨 오브 라만차> 노래를 들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도 충전했고요. <맨 오브 라만차> 덕분에 음악으로 쌓는 이야기의 힘을 제대로 느끼면서 뮤지컬에 빠지게 됐죠. 

 

뮤지컬 그림을 주제로 SNS를 운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처음부터 뮤지컬을 소재 삼아 그림을 그릴 계획으로 계정을 만든 건 아니에요. 원래는 친구들과 함께 보려고 만든 일상툰 계정이었어요. 제 인생 모토가 ‘기왕이면 재미있게 살자’거든요. 일상을 기록하는 저도, 그 기록을 보는 친구들도 소소한 재미를 느끼길 바라는 마음으로 계정을 운영했죠. 그러던 어느 날 티켓팅 에피소드를 그려서 올렸는데, 모르는 분들에게 댓글과 DM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대부분 정말 공감된다는 말이었어요. 왠지 취향이 잘 맞는 친구들을 만난 기분이라 반갑고 신기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공연을 보고 떠올랐던 소소한 생각들을 활용해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뮤지컬을 소재로 한 그림이나 영상 외에 다른 콘텐츠를 만든 적이 있나요?
전에는 공연을 보고 나서 혼자 글을 썼어요. 학생 때 공연 관련 기자단, 리뷰단 활동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글을 쓸 때는 감상을 끄적이기보다는 되도록 잘 정돈된 글을 쓰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공연을 보면서 떠올렸던 재미있는 생각들을 기록할 방법이 없었어요. 지금은 글로 옮길 수 없었던 소재들을 SNS 운영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무릎을 탁 칠 만큼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아요. 보통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어요?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 선생님께 꼬박꼬박 말대꾸해서 많이 혼나는 아이였어요. 한마디 말도 안 놓치고 트집 잡는 금쪽이었죠. 하하. 그런 기질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작품 안에서 재미있는 포인트를 포착한 후 이미지와 연결 지어 콘텐츠를 만들어요.

 

포스팅용 콘텐츠는 어떤 과정을 거쳐 완성하나요?
공연을 보고 난 후 콘텐츠로 만들고 싶은 소재들을 메모장에 쭉 적어봐요. 그런 다음 작업이 오래 걸릴 것 같거나 시각화가 어려울 것 같은 소재는 과감히 포기해요. 그리기 쉬운 소재를 골라 콘텐츠를 제작하기 때문에 작업 시간이 길지 않죠. 보통 퇴근해서(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관객으로 살고 있답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면 그 자리에서 적어도 하나, 많으면 세 개 정도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 같아요. 그림 작업은 아이패드와 프로크리에이트라는 앱을 이용하고, 영상은 어도비 프리미어를 사용해서 제작해요. 

 

계정을 운영할 때 꼭 지키고자 하는 원칙이 있나요?
업로드 주기나 분량 같은 걸 따로 정해두진 않았어요. 제가 즐겁고 재미있게 콘텐츠를 만들어야 보는 사람들도 즐거울 거라 생각하거든요. 제 그림 실력으로 표현하기 어렵거나, 그림 10장 안에 내용을 축약할 수 없다면 과감히 포기해요. 계정을 오래 운영하기 위한 저만의 원칙이에요. 그러다 보니 제가 재미있게 그릴 수 있는 포인트가 있을 때만 그림을 그리게 되더라고요. 그림으로 그리지 못한 소재들은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려서 사람들과 공유하거나, 일기장에 써서 간직하거나, 언젠가 글로 쓰기 위해 아껴둬요.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예요?
SNS를 운영하면서 생각지도 못한 경험을 할 때가 있었어요. 계정을 운영한 지 얼마 안 돼서 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인터뷰를 요청받았어요. 공연 콘텐츠 개발을 위한 관객 인터뷰였는데, 제 그림을 보시고 공연 덕후의 생각이 궁금하다며 연락을 주신 거예요. 계정을 운영하기 전이나 후나 저는 공연을 즐겨 보는 한 명의 관객일 뿐인데, 관객으로서 제 생각을 나눌 수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지금 이 인터뷰도 그렇고요. 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그곳에 기꺼이 찾아오셔서 제 콘텐츠를 즐겁게 봐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게 큰 보람이죠.

 

앞으로 어떤 목표와 계획이 있나요?
분더비니 계정을 개설했을 때 목표는 유쾌한 일상을 잘 기록하자는 거였어요. 지금도 그 목표는 변함없어요. 일상툰을 올리던 처음과 달리 지금은 공연과 관련된 콘텐츠를 주로 만들고 있지만, 저는 지금도 좋아요. 왜냐하면 관객은 다른 영역의 소비자와 달리 손에 쥘 수 없는 ‘경험’을 사는 사람이잖아요. 저는 쉽게 사라지는 경험을 저만의 방식으로 기록해서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지금처럼 그림과 글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생각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적극적인 관객이 되고 싶어요. 

 

 

그림1: 티켓팅 전후 흔한 관객의 자화상
그림2: 모두 티켓팅에 성공하기를 바라며 그린 디오뉘소스
그림3: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흔한 관객
그림4: 인스타그램 팔로워에게 사연을 신청받아 그린 그림. 사연의 주제는 ‘<하데스타운> 포토존에서 찍고 싶었던 콘셉트 사진’이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6호 2022년 9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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