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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AWARDS] 제75회 토니 어워즈, 다시 시작된 축제 [No.214]

글 |여태은(뉴욕통신원) 사진 | 2022-10-11 290

제75회 토니 어워즈
다시 시작된 축제

 

아리아나 드보스 ⓒSara Krulwich

 

돌아온 브로드웨이의 축제


지난 6월 12일, 뉴욕 라디오 시티 뮤직 홀에서 제75회 토니 어워즈 시상식이 개최되었다. 토니 어워즈는 미국 공연계에서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시상식으로, 브로드웨이 극장에서 공연된 연극과 뮤지컬을 대상으로 시상한다. 매년 6월 열렸던 토니 어워즈는 2020년 팬데믹으로 브로드웨이 극장가가 문을 닫으면서 잠정 연기되었다가 2021년 9월 제74회 시상식을 개최했다. 코로나19의 여파로 후보작은 예년에 비해 현저히 적었고, 옥석을 가리는 것보다는 브로드웨이 극장가의 재개장을 축하하는 데 더 의미를 둔 자리였다. 올해 토니 어워즈 역시 여러 공연이 조기 폐막하거나 개막이 연기되는 바람에 후보 발표가 늦어지는 고충을 겪긴 했으나, 2019년 이후 3년 만에 제대로 된 시상식을 열게 되었다.


제75회 토니 어워즈 호스트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아니타 역으로 올해 아카데미, 골든 글로브, 미국배우조합상에서 여우조연상을 휩쓴 아리아나 드보스가 맡았다. 그는 오프닝 무대에서 <해밀턴>과 <썸머: 더 도나 썸머 뮤지컬>에서 갈고닦은 노래와 춤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청중을 휘어잡았다. 이전 호스트였던 닐 패트릭 해리스, 제임스 코든에 비해 유머는 조금 부족했지만 전반적인 진행이 매끄러웠고, 객석에 앉은 샘 록웰, 로렌스 피시번, 앤드류 가필드 등의 배우를 능수능란하게 다뤄 호스트로서 손색없는 기량을 펼쳤다.


아리아나 드보스는 시상식 중간중간 스윙, 언더스터디, 스탠바이 배우와 무대 감독에게 감사를 표했다. 배우들이 연달아 코로나에 확진되는 상황에서도 브로드웨이 극장가가 다시 문을 닫는 일 없이 공연을 이어갈 수 있는 이유는 이들이 긴급 상황에 잘 대처해 주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상기하며, 공연이란 실로 많은 사람이 모여 만들어내는 합작의 결과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팬데믹을 기점으로 브로드웨이에는 출연진과 스태프를 상대로 코로나 검사를 진행하고 코로나 관련 안전 관리를 책임지는 ‘코로나 안전 관리자(COVID Safety Manager)’라는 직책이 새로 생겼는데, 아리아나 드보스는 이들의 노고에 대한 언급도 빼놓지 않았다.

 

마이클 R. 잭슨 ⓒSara Krulwich

 

화제의 수상작


영예의 베스트 뮤지컬상은 예상대로 오프브로드웨이 공연으로 2020년 퓰리처상을 받은 <스트레인지 루프>(『더뮤지컬』 213호 NOW IN NEW YORK에 소개)에 돌아갔다. <스트레인지 루프>는 흑인 게이 뮤지컬 창작자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그린 작품으로,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작품에 녹여낸 작가 겸 작곡가 마이클 R. 잭슨이 극본상을 받았다. 이 작품의 프로듀서 중 한 명인 가수 겸 배우 제니퍼 허드슨은 이번 수상을 통해 TV의 에미상, 음악의 그래미상, 영화의 오스카상, 공연의 토니상을 모두 석권한 EGOT(Emmy, Grammy, Oscar, Tony의 약자) 수상자가 되었다. 하지만 애초에 작품이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던 것에 비하면 2개 부문 수상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이다. 주인공 어셔를 연기한 자켈 스파이비와 여섯 명의 배우는 시상식 축하 공연으로 오프닝곡 ‘인터미션 송(Intermission Song)’을 선보여, 작품의 매력을 짧고 굵게 보여줬다.


마이클 잭슨의 일대기를 그린 (『더뮤지컬』 210호 NOW IN NEW YORK에 소개)는 10개 부문 후보에 올라 남우주연상, 안무상, 조명상, 음향상을 거머쥐었다. 마이클 잭슨 역을 맡은 22세의 마일스 프로스트는 역대 최연소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되었다. 그는 축하 공연으로 ‘스무스 크리미널(Smooth Criminal)’을 선보였는데, 마치 마이클 잭슨이 살아 돌아온 것만 같은 외모와 목소리, 춤선으로 그 실력을 증명했다. 연출가 겸 안무가 크리스토퍼 윌든이 마이클 잭슨의 춤을 어떻게 뮤지컬에 맞게 바꾸어 놓았는지 엿볼 수 있는 무대이기도 했다. 크리스토퍼 윌든은 이 작품으로 <파리의 미국인>에 이어 두번째 안무상을 받았다.


10개 부문 후보에 오른 <파라다이스 스퀘어>는 남북 전쟁이 한창이었던 1863년, 뉴욕에 사는 흑인 자유민과 아일랜드계 이민자의 사랑과 반목을 그린 작품이다. <스프링 어웨이크닝>의 안무가이자 현대무용의 전설인 빌 T. 존스가 참여하고 대규모 앙상블의 화려한 안무에 주력한 작품이지만 에 밀려 안무상을 받지 못했다. 대신 조아키나 칼라캉고가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는데, 그는 토니 어워즈 역사상 길이 남을 축하 공연을 선보였다.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안겨주는 솔로곡 ‘렛 잇 번(Let It Burn)’을 부르며 짧은 순간 눈물을 흘리는 몰입력을 보여줘 시상식 이후 많은 이들이 그를 직접 보기 위해 극장으로 달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베스트 리바이벌 뮤지컬상은 휴 잭맨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뮤직맨>을 제치고 <컴퍼니>가 차지했다. 2018년 웨스트엔드 리바이벌 공연 이후 브로드웨이로 건너온 프로덕션이다. 원작의 독신남 바비를 여성으로 바꾸고, 결혼을 앞둔 이성애자 커플을 게이 커플로 바꾸는 등 현대 사회에 맞춘 각색으로 화제를 모았다. 이 작품에 참여한 마리안느 엘리엇은 연출상을, 버니 크리스티는 무대상을, 맷 도일과 패티 루폰은 나란히 남녀조연상을 받았다. <컴퍼니> 팀은 축하 공연으로 바비의 친구들이 좁은 공간 안에서 바비 옆을 맴돌며 부르는 오프닝곡 ‘컴퍼니(Company)’를 선보였다. 35세 생일을 맞은 바비가 친구들로부터 받는 부담감,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압박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한 작품의 핵심 장면이다.


이 밖에 헨리 8세의 여섯 왕비를 주인공으로 한 영국 뮤지컬 <식스>가 작곡상과 의상상을,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의 노래를 사용한 <걸 프롬 더 노스 컨트리>가 편곡상을 받았다. 1992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미스터 세러데이 나이트>는 베스트 뮤지컬상 후보에도 올랐으나 무관에 그쳤다. 특별상은 <스위니 토드>의 오리지널 러빗 부인이자 토니 어워즈를 다섯 차례나 진행했던 안젤라 랜스베리가 받았다.


연극 부문에서는 영국 내셔널 시어터가 제작한 <리먼 트릴로지>가 베스트 연극상을 차지하며 이번 시즌 최고의 화제작임을 증명했다. 더불어 이 작품에 참여한 샘 멘데스가 연출상을, 사이먼 러셀 빌이 남우주연상을(참고로 이 작품의 주연 배우 세 명은 모두 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에즈 데블린이 무대상을, 존 클라크가 조명상을 받았다. 베스트 리바이벌상은 흑인 게이 야구선수가 마주하는 차별과 편견을 그린 <테이크 미 아웃>에 돌아갔다. 의상상은 <더 스킨 오브 아워 티스(The Skin of Our Teeth)>의 몬태나 르비 블랑코가 받았는데, 그는 <스트레인지 루프>의 의상 디자이너이기도 하다.

 

<스프링 어웨이크닝> ⓒSara Krulwich

<식스> ⓒAndrew H. Walker

 

특별한 축하 공연


토니 어워즈 축하 공연은 수상 후보에 오른 작품들의 주요 장면을 볼 수 있는 기회다. 앞서 언급한 수상작 외에도 다양한 작품들이 축하 공연을 선보였다. 올해 시상식의 첫 축하 무대를 장식한 작품은 <뮤직맨>(『더뮤지컬』 211호 NOW IN NEW YORK에 소개)이다. 타이틀 롤을 맡은 휴 잭맨의 독창으로 시작해 아역을 비롯한 전 출연진이 객석 통로를 따라 등장해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뮤직맨>팀은 이례적으로 커튼콜 장면을 축하 공연으로 선보였는데, 이는 작품 속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서튼 포스터의 춤을 볼 수 있는 유일한 장면이 커튼콜이기 때문이다. <뮤직맨>은 이번 시상식에서 수상에 실패했지만, 인기 스타 휴 잭맨 덕분에 흥행에 있어서는 승승장구 중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토니 어워즈 다음 날 휴 잭맨이 코로나에 확진되어 당분간 다른 배우가 그를 대신한다.


축하 공연을 위해 다시 뭉친 <스프링 어웨이크닝> 브로드웨이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출연진과 밴드도 반가움을 안겨줬다. 이들은 2021년 11월에도 <스프링 어웨이크닝> 초연 15주년을 기념하여 함께 콘서트 무대에 선 바 있으며, 올해 이 과정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HBO Max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 작품에 출연할 당시에 이제 막 커리어를 시작했던 배우들이 드라마와 영화, 브로드웨이 무대에서 자리를 잡은 뒤 다시 모여 ‘터치 미(Touch Me)’를 부르는 모습은 큰 감동을 주었다. 지난해 운명을 달리한 미국 뮤지컬의 전설 스티븐 손드하임을 추모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린 마누엘 미란다가 나서 손드하임이 후배 양성을 위해 얼마나 힘썼는지 이야기하고, 버나뎃 피터스가 <숲속으로>의 뮤지컬 넘버 ‘칠드런 윌 리슨(Children Will Listen)’을 불러 손드하임이 아티스트로서 다음 세대에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공유했다.


마지막 축하 무대는 <식스>가 장식했는데 콘서트 스타일의 작품답게 신나는 축제 분위기로 시상식을 마무리할 수 있게 해주었다. 놀라운 점은 출연진 중 한 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댄스 캡틴이 대신 축하 공연 무대에 서야 했는데, 이 소식을 무대에 오르기 12시간 전에 듣고 급하게 합을 맞췄다는 사실이다. 호스트인 아리아나 드보스가 언급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만큼 훌륭한 무대였다. 사실 이러한 돌발 상황은 매일 밤 수많은 공연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쇼는 계속되어야 하기에, 매 순간 완벽한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애쓰는 커버 배우들의 숨은 노력이 다시 한번 빛나는 순간이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4호 2022년 7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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