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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NOW IN LONDON] <백 투 더 퓨처: 더 뮤지컬>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 여행 [No.214]

글 |여태은(뉴욕통신원) 사진 |Sean Ebsworth Barnes 2022-10-11 803

<백 투 더 퓨처: 더 뮤지컬>
유쾌하고 즐거운 시간 여행

 

올해 올리비에 어워즈의 최우수 신작 뮤지컬상은 <백 투 더 퓨처: 더 뮤지컬>(이하 <백 투 더 퓨처)>에 돌아갔다. 1985년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한 <백 투 더 퓨처>는 인기 뮤지컬 영화를 무대화한 <프로즌>과 <물랑루즈!>, 레게 음악을 전 세계적으로 유행시킨 가수 밥 말리의 일대기를 다룬 <겟 업, 스탠드 업! 더 밥 말리 뮤지컬>, 미국의 보컬 그룹 드리프터스와 매니저 이야기를 다룬 주크박스 뮤지컬 <더 드리프터스 걸> 등 쟁쟁한 경쟁작을 제치고 상을 거머쥐었다. 현재 웨스트엔드에는 <백 투 더 퓨처>를 필두로 과거에 사랑받았던 영화나 음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 많이 공연되고 있다. 영화를 무대로 옮긴 <귀여운 여인(Pretty Woman)>과 <금발이 너무해(Legally Blonde)>, 1990년대와 2000년대 유행했던 팝송을 뮤지컬 음악으로 사용한 <&줄리엣>이 그런 작품이다. 또 1956년 초연한 <마이 페어 레이디>와 1966년 초연한 <카바레>도 리바이벌 버전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데, 이 두 작품은 영화로 제작되어 인기를 누린 바 있다. 오프웨스트엔드에 위치한 디 아더 팰리스 시어터에서 성황리에 공연 중인 <헤더스> 역시 1989년 개봉한 동명 영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진 뮤지컬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과거의 즐거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인기 영화를 원작으로 한 코미디 작품에 대한 수요가 높은 현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공상과학 영화에서 뮤지컬로


2021년 런던 웨스트엔드의 아델피 시어터에서 개막한 <백 투 더 퓨처>는 원래 영화 개봉 30주년이 되는 해인 2015년 개막을 목표로 개발되었던 작품이다. 하지만 개발 과정에서 원작 영화의 각본가이자 감독인 로버트 저메키스와 뮤지컬 연출가 제이미 로이드의 의견 차이로 제이미 로이드가 하차하면서 개막이 연기됐다. 뮤지컬은 로버트 저메키스와 공동으로 영화 각본을 맡았던 밥 게일이 대본을 썼고, 영화 음악을 쓴 앨런 실베스트리가 참여했다. 여기에 록 가수 앨라니스 모리셋의 「재기드 리틀 필(Jagged Little Pill)」의 프로듀서로 그래미상을 받았던 글렌 발라드가 음악 작업에 참여했다. 덕분에 <백 투 더 퓨처>는 록 음악을 기본으로 하면서 영화 음악으로 사랑받았던 ‘파워 오브 러브(Power of Love)’, ‘조니 비 구드(Johnny B. Goode)’ 등을 들을 수 있다. 영화 팬에게는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지만, 영화 음악을 뮤지컬에서 사용한 것은 양날의 검처럼 작용하기도 한다. 익숙한 영화 음악에 가려 뮤지컬을 위해 새롭게 추가된 곡이 빛을 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출은 <온 더 타운>으로 토니 어워즈 연출상 후보에 올랐던 연출가 존 랜도가 맡았다. 그는 <온 더 타운>을 비롯해 <크리스마스 스토리> <웨딩 싱어> 등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을 연출한 경험이 있는데, 전작의 경험을 바탕으로 영화를 뮤지컬 무대로 옮기는 데 능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예를 들어 영화에서 컴퓨터 그래픽으로 구현된 장면을 영상이나 마술 트릭을 이용해 연출함으로써 영화 팬들은 물론 뮤지컬 관객들을 만족시킬 만한 무대를 만들어냈다.

 

향수를 자극하는 스토리


뮤지컬은 영화의 이야기를 충실히 따라간다. 첫 장면은 영화에서처럼 주인공 마티 맥플라이가 평소 친하게 지내던 괴짜 과학자 닥터 브라운(이하 닥)의 집을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마티가 닥의 집에 설치된 거대한 스피커에 기타를 연결해 연주를 시작하려는 순간 스피커가 폭발해 산산조각이 난다. 영화를 그대로 오마주한 이 장면은 관객에게 향수와 웃음을 유발하지만, 앞으로 이들의 여정이 순탄치 않음을 암시한다. 록 스타가 꿈인 마티는 학교 축제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음악이 너무 시끄럽다는 이유로 탈락한다. 잔뜩 상심한 채 집으로 돌아온 마티를 기다리는 건 실망스러운 가족이다. 고등학교 동창이자 직장 상사인 비프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아버지 조지, 자식들이 데이트하는 것에 이상하리만큼 보수적인 어머니 로레인, 변변한 직업 없이 햄버거 가게에서 일하는 형 데이브. 가족들을 보자니 마티는 자신의 미래마저 암담해지는 것 같다. 그러던 중 닥이 마티에게 타임머신으로 개조한 자동차 ‘드로리안’을 보여준다. 타임머신을 발명했다는 기쁨을 나눈 것도 잠시, 닥이 드로리안의 에너지원인 플루토늄이 내뿜는 방사선에 노출되어 쓰러진다. 닥을 구하기 위해 드로리안을 뒤지던 마티는 실수로 타임머신을 작동시키고, 1955년 과거로 시간 여행을 가게 된다. 그곳에서 마티는 고등학생인 부모님을 만나지만 로레인이 조지가 아닌 자신에게 반하는 바람에 곤란해지고 만다. 마티는 부모님의 운명적인 만남을 성사시키고 미래로 돌아가기 위해 젊은 닥을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미래에서 왔다는 마티를 믿지 못하는 닥에게 마티는 둘만 아는 사실, 즉 닥이 처음 타임머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렸을 때를 언급하며 그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닥과 마티가 다시 미래로 돌아갈 방법을 이야기하는 ‘Future Boy(미래에서 온 소년)’를 부르면서 이들의 좌충우돌 미래로의 귀환 작전인 ‘백 투 더 퓨처’가 시작된다.

 

살아 숨 쉬는 캐릭터의 향연


영화에서 비중이 크지 않았던 닥은 뮤지컬에서 주연급으로 비중이 커졌다. 앙상블과 함께 노래하는 ‘퓨처 보이’나 ‘21st Century(21세기)’, 그리고 발라드풍의 뮤지컬 넘버 ‘For the Dreamers(몽상가를 위해)’까지 부르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닥 역할은 <찰리 브라운>으로 토니 어워즈 남우조연상을 받고, <프로듀서스>로 또다시 토니 어워즈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로저 바트가 맡았다. 그가 연기하는 닥은 마치 영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인상을 주어 영화 팬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동시에, 능수능란한 코미디 연기를 선보이며 큰 박수를 받았다. 필자가 관람했을 때 마티 역은 언더스터디 배우 윌 헤즈웰이 맡았다. 그는 공연의 대부분을 이끌어가는 마티 역에 손색없는 노래 실력과 몸놀림으로 관객의 호응을 얻었다. 특히 비프 패거리와 마티가 벌이는 추격 장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온 동네를 배경으로 추격전을 펼치는 원작과 달리 뮤지컬에서는 학교로 장소를 한정하고 다양한 동선을 활용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을 연출했는데, 이 장면에서 윌 헤즈웰이 보여준 날렵한 모습은 마치 영화 속 마티인 마이클 J. 폭스를 떠올리게 했다.


조지 역은 <백 투 더 퓨처>로 데뷔한 신인 배우 휴 콜스가 맡았다. 그는 긴장한 탓인지 다소 과장된 연기를 펼쳐 보였는데, 다행히 그의 상대인 로레인 역의 로잔나 하이랜드가 휴 콜스를 자연스럽게 리드하며 점차 연기 밸런스를 맞췄다. 웨스트엔드 무대에 선 경험이 많은 그녀는 자기 집에 머물게 된 마티에 대해 이야기하는 ‘Something About That Boy(그 남자애한텐 뭔가 있어)’에서 상큼 발랄한 모습을 선보이며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의외로 기억에 많이 남는 배우는 악역인 비프 역의 에이단 커틀러였다. 조지와 로레인을 괴롭힐 때마다 훼방을 놓는 마티를 혼쭐내겠다며 로레인에 이어 ‘Something About That Boy’를 부르고, 이 곡의 리프라이즈 곡인 ‘Teach Him a Lesson(혼쭐내 주겠어)’을 부르며 악당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여담으로 작품 개발 단계에서 연출가 제이미 로이드가 원작자와 이견을 보인 점 중 하나가 비프에게 노래를 부르게 할지 말지였다. 작가 밥 게일에 따르면, 제이미 로이드는 악역이 더 악랄하게 보이려면 노래를 부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공상과학과 공연예술의 만남


<백 투 더 퓨처>는 영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SF 장르인 원작의 분위기를 한껏 살렸다. <백 투 더 퓨처>의 영상 디자이너는 연극 <한밤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으로 올리비에 어워즈와 토니 어워즈에서 무대 디자인상을 거머쥔 핀 로스다. 그는 연극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뮤지컬 <프로즌> <퀸카로 살아남는 법(Mean Girls)>에도 영상 디자이너로 참여한 바 있다. 핀 로스는 적재적소에 영상을 활용해 작품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닥이 앙상블과 선보이는 화려한 쇼 장면에서는 형형색색의 영상을 사용해 상상 속 미래 장면을 표현했다. 마티가 과거에서 미래로 돌아가려고 타임머신 드로리안을 운전하는 장면은 마치 자동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처럼 영상을 활용하여 박진감을 선사했다. <백 투 더 퓨처>에서 영상 사용이 가장 탁월했던 장면은 닥이 1985년으로 돌아갈 타임머신에 전력을 공급하려고 시계탑을 오르는 장면을 꼽을 수 있다. 배우는 같은 위치에서 제자리걸음을 하지만, 배우의 동작에 따라 영상이 바뀌며 실제 계단을 오르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닥이 계단을 다 오른 후엔 시계탑이 무너지는데, 이 역시 이동식 무대와 조명, 그리고 영상을 활용해 연출했다. 닥 역할의 로저 바트의 뛰어난 연기와 영상이 어우러져 실감 나는 장면으로 탄생했다.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무대에서 타임머신 드로리안이 과연 날아오를 수 있을지가 궁금할 것이다. 원작 영화는 모든 사건이 마무리된 후 타임머신을 타고 30년 후 미래로 갔던 닥이 마티와 그의 여자친구 제니퍼 앞에 나타나 두 사람의 자녀를 구하러 가야 한다면서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로 ‘날아가는’ 장면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비록 영화 속 미래인 2015년에도, 그보다 시간이 더 지난 2022년도 하늘을 나는 자동차는 실현되지 못했지만 영화를 충실히 재현한 뮤지컬은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무대 위에 구현해 냈다. 이를 가능하게 한 사람은 연극 <해리포터와 저주받은 아이>, 뮤지컬 <이집트의 왕자> <컴퍼니> 등에서 일루전 컨설턴트로 참여했던 일루전 디자이너 크리스 피셔다. 닥과 마티가 탑승한 드로리안이 공중으로 떠올라 객석으로 움직이다가, 객석 반대로 방향을 바꿔 어둠 속으로 날아가는 장면은 감탄을 금할 수 없다. 이 마법 같은 엔딩 장면이 마무리되면 공연은 신나는 커튼콜로 이어진다.

 

 

완벽히 뛰어넘지 못한 시대적 장벽


<백 투 더 퓨처>가 공연 중인 현재는 2022년, 영화가 개봉한 것은 1985년, 그리고 작품 속 마티가 타임머신을 타고 가는 과거는 1955년으로 각각 30년 정도의 시간 차이가 존재한다. 작품의 주요 배경인 1955년은 무려 60여 년 전 과거다. 그만큼 각 시대에서 통용되는 사회문화적 현상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 <백 투 더 퓨처>는 어떤 것은 원작 그대로 재현하는 반면, 어떤 것은 과감하게 바꾸었다. 창작진이 전적으로 바꾼 부분은 마티가 1955년으로 가게 되는 상황이다. 영화에서는 테러리스트들에게 폭탄 제조를 의뢰받은 닥이 폭탄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빼돌려 타임머신을 만들고 위기에 빠진다는 설정인데, 뮤지컬은 테러리스트 이야기는 빼고 방사선에 노출되어 위기를 맞는 것으로 바꾸었다. 타임머신을 만들 만큼 똑똑한 과학자가 플루토늄을 부주의하게 다룬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졌지만, 테러라는 민감한 소재를 배제한 상태에서 마티가 혼자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게 되는 동기를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인다.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여 아쉬운 장면도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스토킹이 별일 아닌 듯 치부하는 것이었다. 1955년으로 가게 된 마티는 자신의 아버지 조지와 마주치는데, 이때 조지는 나무에 올라가 로레인을 훔쳐보고 있다. 이때 “피핑 톰이잖아!(He is a Peeping Tom!)”이라는 대사가 영화과 뮤지컬에 동시에 등장한다. 피핑 톰은 엿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1955년과 1985년에는 이 장면이 문제가 되지 않았을지는 몰라도, 전 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일어나고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희롱, 성차별 이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현시점에서 대부분의 창작진이 남성으로 이루어진 이 공연의 한계가 엿보였다. 이 장면에서 조지는 자신의 솔로곡인 ‘My Myopia(내 눈엔 너밖에 안보여)’를 통해 근시(Myopia) 때문에 로레인밖에 보이지 않으며, 그녀는 자신의 유토피아(Utopia)라는 가사로 그의 순수한 마음을 강조하지만, 지금 관객의 눈에는 나무 위에 올라가 여학생이 옷을 갈아입는 것을 훔쳐보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진다. <백 투 더 퓨처>는 오래전 큰 인기를 누린 원작을 가볍게 즐기는 데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에 작품을 통해 뜻깊은 주제를 전달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르겠지만, 긴 세월 속에 변한 세상을 선택적으로 적용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4호 2022년 7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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