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 더 뮤지컬>
아프지 마, 사랑이야
보수적인 가톨릭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청춘들의 엇갈린 사랑과 우정을 그린 <베어 더 뮤지컬>이 돌아왔다. 작품은 게이 청소년 피터와 제이슨을 중심으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지나는 청소년들의 일탈을 거침없이 그린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동성애에 대한 혐오의 시선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책을 읽어보면 피터와 제이슨의 고민을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2020)
김한아 지음 | 알마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편견 없는 시선으로 포착한 김한아 작가의 단편 소설집이다. 책에는 십대 게이와 레즈비언, 그리고 성소수자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지하는 앨라이가 등장한다. 「사랑을 말할 때 우리는」에서는 중학생 레즈비언의 사랑을, 「어리고 젊고 늙은 그녀들, 스미다」에서는 중학생, 트렌스젠더, 독거노인의 우정을, 「우리들의 우리들」에서는 비혼모와 그의 딸, 그리고 성소수자로 이루어진 대안 가족의 모습을, 「사라지는 사라지지 않는」에서는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스러워하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담았다. 실제로 오랜 시간 청소년들과 소통해 온 저자는 청소년을 미완의 존재가 아닌 완성된 삶의 주체로 바라보며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따뜻하게 그리는 한편, 청소년들이 겪는 심리적, 물리적 문제들을 밀도 있게 녹여냈다.
『밀림, 그 끝에 서다』(2019)
정해윤 지음 | 단비청소년
가족과 사회로부터 상처받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각 이야기의 주인공은 편의점에서 일하는 고등학교 자퇴생, 외국인 엄마를 둔 다문화 가정의 아이, 특목고 입학을 준비 중인 중학생, 의붓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한 청소년이다. 저자는 시스템 밖 청소년의 이야기를 끄집어내고, 그들이 겪는 문제가 결국 사회 문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지적한다. 책에 실린 여섯 가지 이야기 중 성소수자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붉은 탑에 오르다」는 SF 형식을 빌려 현실을 비틀었다. 소설은 동성애자로 이루어진 미래 사회 ‘케플러-62e’를 배경으로, 소수자인 이성애자들이 사회 지배 이데올로기인 동성애에 대항하는 이야기를 다뤘다. 현실을 뒤집은 설정을 통해 성소수자 청소년을 향한 우리 사회의 시선이 얼마나 냉혹한지 반추하게 한다.
『첫사랑』(2016)
성석제 지음| 문학동네
이 시대 이야기꾼으로 불리는 소설가 성석제의 초기작을 모은 소설집에는 한국 문학사에 남을 만한 퀴어 소설 「첫사랑」이 포함되어 있다. 「첫사랑」은 달콤한 제목과 달리 지옥에서도 끝내 성장해야만 했던 소년의 사랑 이야기를 담담하게 그렸다. 주인공 ‘나’는 대도시 변두리 지옥구 지옥동의 지옥중학교로 막 전학 온 시골 소년이다. 전학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학교 깡패에게 죽도록 맞은 나는 살아서 지옥을 빠져나가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런 나에게 ‘너’는 손을 내밀어 이해와 위로를 전하지만, 너의 손과 나의 손은 자꾸만 엇갈리고 만다. “우리는 서로 멀리 떨어져서 도는 행성과 같았다. 너는 슬픔에 잠겨 네 맘대로 했고 나는 시름에 겨워 내 마음대로 했다.” 1995년에 쓰였지만 소설 속 이 문장은 지금도 SNS에 회자될 정도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불편해도 괜찮아』(2010)
김두식 지음 | 창비
군법무관, 검사, 변호사를 거쳐 대학에서 형법을 가르치고 있는 김두식 교수가 우리에게 익숙한 이야기를 ‘인권’이라는 렌즈로 들여다본다. 김두식 교수는 80여 편의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를 인용해 평소 사람들이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인권과 차별 문제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다.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와 영화 <발레 교습소>로 청소년 인권을,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와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통해 성소수자 인권 문제를 이야기한다. 이뿐만 아니라 책에서는 여성, 장애인,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의 인권 문제, 더 나아가 인종차별과 제노사이드까지 아우른다. 김 교수는 인권을 한마디로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로 요약한다. 악의 없는 말 한마디가 주는 상처를 주의하고, 내가 가진 권리를 남에게도 허용하자는 조언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4호 2022년 7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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