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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NEW FACE] <유진과 유진> 이아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No.213]

글 |이솔희 사진 |표기식 2022-09-28 1,075

<유진과 유진> 이아진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데뷔 19년 차인데, 뉴 페이스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진 않아요?” 인생의 대부분을 연기와 함께한 배우에게 ‘뉴 페이스(새로운 얼굴)’라는 코너명이 괜찮을까 싶어 조심스레 물었다. 하지만 이아진은 환하게 웃으며 현답을 돌려줬다. “제가 연기하는 인물들은 비슷한 것 같아도 다 달라요. 누군가에게 손 내밀 줄 아는 큰 유진이었다가, 사람들 앞에서 한없이 움츠러드는 미호였다가, 방황하지만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포기하지 않는 나탈리였다가. 이렇게 매번 새로운 얼굴을 보여드리는 ‘뉴 페이스’라는 뜻 아닐까요?”

 

 

이아진은 2004년 가극 <금강>을 통해 아역 배우로 데뷔했다. 같은 직업을 가진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아홉 살이란 어린 나이에 무대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이다. 대사 없이 단 한 장면에만 출연하면 됐지만 무대에 오르기 전 손에 땀이 삐질삐질 나던 데뷔 시절의 기억과 <사운드 오브 뮤직>을 통해 처음으로 무대에 서서 노래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단다. “배우가 무대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도 할 수 있다는 게 어린 나이에도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공연을 마친 후 박수받을 때 얼마나 설레던지. 그 설렘이 아직도 절 무대에 있게 해요.”


‘아역 배우’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난 후로도 꽤나 오랜 시간 학생 역할을 연기해 온 이아진에게 처음으로 찾아온 성인 역할은 2019년 출연한 <키다리 아저씨>의 제루샤 애봇이었다. 통통 튀는 소녀에서 단단한 내면을 지닌 어른으로 성장하는 인물의 모습을 밀도 높게 그려낸 이후부터 이아진은 <차미> <태양의 노래> <썸씽로튼> 등에서 인물의 연령대를 가리지 않고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스물한 살, 그러니까 이제 막 아역 배우를 벗어났던 시기에 ‘나는 언제쯤 성인 캐릭터를 만날 수 있을까’ 걱정했어요. 저랑 가까운 선배들이 학생과 성인 캐릭터를 번갈아 가면서 연기하는 걸 볼 때 정말 부러웠죠. 그때 선배들의 나이가 스물일곱 살이었어요. 그래서 저도 빨리 스물일곱 살이 되고 싶었어요. 만약 스물한 살의 제가 지금의 제 모습을 보면 만족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오케이, 이 정도면 스물일곱 살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웃음)”


그토록 바라던 스물일곱 살이 된 지금, 이아진은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것도 그가 꿈꿨던 대로 다양한 캐릭터를 동시에 소화하면서 말이다. “<넥스트 투 노멀> 첫 공연 때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되더라고요.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정말 컸거든요. 제가 나탈리라고 불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워요. <차미>는 제가 무대에서 20대 청년으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준 작품이라서 더 소중해요. 이번 시즌에 다시 미호라는 인물을 만나면서 미처 몰랐던 새로운 면을 많이 발견했고, 미호가 두려움을 깨고 나오는 과정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2021년 초연에 이어 1년 만에 다시 재연으로 돌아오게 된 <유진과 유진>은 아동 성폭력을 소재로, 아픔을 딛고 성장하는 두 명의 유진이 등장하는 이인극이다. 이아진은 상처를 마주하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큰 유진을 연기한다. “초연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그 어떤 작품보다 많은 눈물을 흘렸어요. 두 유진의 이야기가 관객의 마음에 닿을 수 있도록 개막 전날까지도 고민을 거듭했죠.” 초연부터 참여한 창작뮤지컬인 만큼 <유진과 유진>을 향한 애정이 남다르다. “이번에는 관객분들에게 더욱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 드리고 싶어요. 이 세상 모든 유진이들에게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고 싶죠. 매일 괜찮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나는 왜 괜찮지 않을까’ 하고 자책해 스스로를 더 힘들게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이아진은 배우에게 연기란 매번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여행 같다고 말한다.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길을 떠나지만, 종착지는 결국 자기 자신인 여행 말이다. “여행할 때 내가 가보지 못한 곳을 찾아가 보고, 아는 곳은 더 꼼꼼히 들여다보고, 그러다가 길을 잃었을 땐 헤매기도 하잖아요.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한 인물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제 자신을 알아가는 데 정말 큰 자양분이 되어주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의 여행에서 이아진이 얻은 깨달음은 무엇보다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는 어릴 때 미움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어요. 그래서 ‘타인이 원하는 나’로 살다 보니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는 점차 잊게 됐죠. 그런데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직면하고 나니까 마음이 편해졌어요. 모두에게 사랑받으려고 애쓰는 대신 제가 제 자신을 사랑해 주기로 했거든요. 그러니까 이제야 비로소 제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것 같아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3호 2022년 6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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