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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뮤지컬 가족사진관⑤ - 송상훈·손유동, 가족 같은 친구, 친구 같은 가족 [No.212]

글 |배경희, 이솔희 사진 |김현성 Stylist |천유경 Hair |지니(모아위) Make-up |영란(모아위) 2022-09-23 3,507
송상훈·손유동
가족 같은 친구, 친구 같은 가족
 
송상훈과 손유동은 대학 시절 시작된 인연으로 한 지붕 아래 살게 된 하우스메이트다. 서로를 향해 “빈 부분을 채워주는 존재”라고 말하는 두 사람의 슬기로운 동거 이야기를 들어보자.
 
 
 
두 분은 경희대 10학번 신입생으로 처음 만났죠? 각자 다른 걸 준비하다 연극영화과로 진로를 바꿨다는 공통점이 서로를 가깝게 만들었을 것 같아요. 상훈 씨는 경희대 입학 전에 요리사를 준비했고, 유동 씨는 십 대 시절 내내 축구부를 했으니까요.
손유동 저희는 서로의 과거를 리스펙트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나이 때문에 동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죠. (일동 웃음) 상훈 형은 당시 저희 과 최고 연장자였고, 제가 둘째였거든요. 제가 일 학년 과대표를 맡았던 이유도 나이 때문이었어요. 원래는 동기들이 상훈 형을 과대표로 뽑으려고 했는데, 형이 자기는 구석에 있는 걸 좋아한다면서 사양하더라고요. 그래서 둘째인 제가 맡게 됐죠.
송상훈 연극영화과에 들어갔을 때 제 나이가 스물여섯이었어요. 부모님이 연기하는 걸 반대하셔서 꿈을 접으려고 했는데, 아무래도 포기가 안 되더라고요. 남들보다 시작이 늦었더라도 하고 싶은 걸 해보자는 마음으로 다시 학교에 들어갔죠. 처음엔 저보다 어린 친구들을 선배라고 부르는 게 편하진 않았는데, 저처럼 나이 많은 유동이가 있어서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웃음)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서로의 첫인상을 기억해요?
손유동 그럼요, 아직도 기억나요. 과 사무실 앞에서 처음 형을 마주쳤는데, 당시 유행하던 ‘공효진 야상 점퍼’를 입고 있는 거예요. 드라마 <파스타>의 히트템이었던 그 야상!
송상훈 저는 스타일링할 때 ‘잇 아이템’을 한 가지 정도 섞는 걸 좋아해요. 하하.
손유동 뭐, 그렇다 치고. 형이 예전에 내 첫인상에 대해 말해준 거 있잖아. 잘생기고 점잖은 배우 닮았다고 한 거, 그 이야기 좀 해봐.
송상훈 유동이는 첫인상이 되게 신사 같았어요. 문제는 첫인상만 그랬다는 거죠.
손유동 아니, 우리 훈훈한 이야기 좀 하자! (일동 웃음) 저는 형을 리스펙트했던 게, 1학년 때 4학년 선배들이 학교 공연으로 <스위니 토드>를 했어요. 그런데 배역이 두 개 남아서 선배들이 우리 학년을 모아놓고 지원해 볼 사람 있냐고 하더라고요. 그 자리에서 형이랑 (기)세중이가 주저 없이 손을 딱 들었죠. 그 모습이 되게 멋있었어요. 기회가 왔을 때, 도전할 줄 아는 거. 그때 형이 ‘비들’을, 세중이가 ‘피렐리’를 맡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잘했어요. 저는 오프닝 장면에서 노래 두 소절 부르는 것도 떨려서 죽을 뻔했는데.
 
학교 공연에 대한 추억은 차고 넘치죠? 어떤 공연이 제일 기억에 남았나요?
송상훈 2학년 때 했던 <스프링 어웨이크닝>이요. 처음엔 저희 둘이 한센 역에 더블 캐스팅됐다가 ‘에른스트’를 하기로 한 선배가 빠지면서 제 역할이 바뀌었어요. 음악 연습 시간에 제가 임시로 에른스트를 맡았는데, 선생님이 제 음색이 에른스트 역에 잘 어울린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불렀던 노래가 ‘터치 미’였어요. 아직도 기억나요.
손유동 저는 형이랑 둘이서 2학년 겨울방학 때 <쓰릴 미>를 했던 게 제일 생각나요. 군대 가기 전에 제가 공연하고 싶어서 기획한 거라, 학교가 아닌 저희 두 사람이 중심이 돼서 직접 공연을 만들었거든요. 우리끼리 연습하다 연습 끝나면 무대 세트를 만들러 가는 식이었죠. 그래서 공연을 준비하는 모든 순간이 더 특별하게 남은 것 같아요.
 
대학 친구에서 하우스메이트가 된 계기가 있었나요?
손유동 배우 활동을 시작하면서 집에서 나와 혼자 살았어요. 그런데 공연을 마치고 집에 가면 혼자 있는 게 싫더라고요. 그래서 형을 저희 집에 자주 불렀죠. “형, 먹고 싶은 거 있어? 내가 미리 시켜 놓을게.” 이렇게 맨날 야식으로 꼬셨어요. (웃음) 서로의 집이 꽤 멀었는데, 고맙게도 형이 맨날 못 이기는 척하면서 와줬어요. 그래서 이사를 해야 하는 시점에 같이 살자고 제안했죠. 독립할 생각이 있으면, 나와 뜻을 함께하자고요. 그게 3년 전이에요.
송상훈 사실 저는 독립할 생각이 없었어요. 부모님하고 사는 게 편해서 ‘굳이 독립을 왜?’ 이렇게 생각했는데, 유동이한테 말 한 번 잘못했다가 그만···. (일동 웃음) 그리고 유동이가 대학로에서 가까운 곳에 살면서 의지를 불태워보자고 하더라고요. 그래, 한 번 그래 보자 싶었죠.
 
반려견 하찌는 어떻게 키우게 된 건가요?
송상훈 하찌는 유동이 사촌 동생이 키우던 강아지예요. 그런데 사촌 동생이 대학에 가면서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유동이가 대신 맡게 됐죠. 저희 집에 데리고 오기 전에 제 의사를 묻긴 했지만, 굉장히 형식적이었고 답은 이미 정해져 있더라고요. (웃음)
손유동 하찌가 저를 굉장히 좋아했어요. 저를 볼 때마다 얼마나 반겨주던지 ‘얘랑 나랑은 운명인가?’ 싶었죠. 근데 알고 보니 하찌는 원래 사람을 좋아하더라고요. 저는 저만 좋아하는 건 줄 알았는데···. 그래도 하찌는 요즘 제 삶의 큰 힘이에요. 하찌한테는 좋은 것만 먹이고 싶어서 힘들 때도 ‘하찌 밥값 벌려면 열심히 일해야 해’ 하고 마음을 다잡게 되죠.
 
같이 살면서 서로에게 고마울 때는 언제인가요.
송상훈 저는 행동이 좀 빠릿빠릿하지 못해요. 오디션 접수도 마감을 앞두고 지원하는 그런 타입이죠. 근데 유동이는 저랑 정반대라, 제가 어떤 오디션에 지원하겠다고 하면 그날부터 매일 “그거 썼어, 안 썼어? 언제 쓸 거야?” 재촉해요. 저희 부모님도 저한테 안 그러셨는데. (웃음) 이 친구의 채찍질 덕분에 제가 지금까지 뮤지컬을 하고 있는 거라 생각해요.
손유동 제 대사 암기력은 상훈 형한테서 나온다고 할 수 있어요. 형이 집에서 항상 대본 리딩을 같이 해주거든요. 특히 연극 <알앤제이> 초연 때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연습 초반에 대사를 빨리 외우겠다는 오기가 생겨서 매일 밤 집에서 형이랑 같이 리딩을 했죠. 연습 분량을 정해놓고 제가 대사를 안 틀릴 때까지 반복하는 식으로요. 그때 형이 정말 고생이 많았어요.
 
아까 영상 인터뷰 때 큰 이변이 생기기 전까진 같이 살 거라고 말했는데, 하우스메이트로서 상대에게 바라는 게 있을까요?
송상훈 인간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건 배려인 것 같아요. 어떤 문제든 상대를 배려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해결점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같이 사는 데 제일 중요한 집안일 문제도 그렇고요.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잃지 않는다면 다른 건 더 바랄 게 없어요.
손유동 형한테 그동안 마음을 많이 표현하진 않았지만, 상훈 형은 제 인생에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항상 옆에 있어줬어요. 정말 고마운 사람이죠. 그래서 저는 형이 저와 함께 사는 동안 원하는 바를 이루었으면 좋겠어요. 그 이상 바라는 건 없답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2호 2022년 5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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