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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어린이 공연의 세계③ - 무대 위에 펼쳐진 그림책 [No.212]

글 |김석홍(아시테지 코리아 이사) 사진 | 2022-09-23 773

무대 위에 펼쳐진 그림책

 

글과 달리 상상의 여지가 무궁무진한 그림책은 많은 무대 예술가에게 창작의 영감을 주었다. 소재 선택의 폭이 넓어진 요즘도 여전히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 어린이극이나 가족극이 많은 이유다. 그림책을 훌륭하게 무대화한 해외 공연 4편을 소개한다.

 

 

음악극 <스노우맨(The Snowman)>
<스노우맨>은 영국의 작가 레이먼드 브릭스가 1978년에 발표한 『눈사람 아저씨』를 원작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 책의 특징은 글 없이 오직 그림으로만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주인공은 어린아이와 눈사람이다. 자신이 만든 눈사람이 행여 녹지 않을까 걱정하다 잠이든 아이에게 살아 움직이는 눈사람이 찾아온다. 친구가 된 둘은 눈사람의 고향인 먼 북쪽 나라까지 날아가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온다. 1986년 맨체스터 콘택트 시어터에서 초연한 <스노우맨>은 1993년 버밍엄 레퍼토리 시어터에서 재창작되었다. 1997년부터는 런던에 위치한 피콕 시어터에서 크리스마스 시즌마다 공연되어, 영국을 대표하는 크리스마스 공연으로 자리 잡았다. <스노우맨>은 아름다운 음악과 사랑스러운 의상 그리고 버라이어티한 무대 효과가 어우러져 풍성한 볼거리를 선보인다. 특히 와이어와 하네스를 이용해 하늘은 나는 눈사람과 아이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구현한 장면은 이 공연의 하이라이트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런던에 간다면 꼭 한번 보기를 추천한다.

 

 

무언극 <도착(The Arrival)>
숀 탠의 그래픽 노블 『도착』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에 도착한 아키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가족을 만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호주 출신 일러스트레이터이자 말레이시아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난 숀 탠은 독특한 색감의 삽화로 이민자들이 겪는 어려움과 외로움을 담담하게 그려내 명성을 쌓았다. 지난 2006년 호주에서 초연한 무언극 <도착>은 스페어 파츠 퍼펫 시어터가 각색한 작품으로, 숀 탠의 초현실적인 그림과 더불어 배우들의 뛰어난 마임 연기, 인터랙티브한 애니메이션 영상, 마법처럼 움직이는 인형, 그리고 몽환적인 음악을 사용하여 원작과는 또 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현재 전쟁 때문에 피난 중인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포함하여 전 세계의 모든 난민과 이주민들을 생각나게 하는 작품이다. 2009년에는 뉴질랜드의 레드 립 시어터가 같은 원작을 바탕으로 또 다른 스타일의 마임극을 선보이기도 했다.

 

 

인형극 <집에 가는 길(The Way Back Home)>
한 아이가 벽장에서 꺼낸 장난감 비행기를 타고 우주여행을 하다가 연료 부족으로 달에 불시착한다. 아이는 그곳에서 기계 고장으로 불시착한 화성인을 만나 친구가 된다. 화성인 친구의 도움으로 지구에 돌아온 아이는 비행기 정비 도구를 챙겨 다시 달로 간다. 친구의 비행기를 고쳐준 아이는 화성인 친구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헤어진다. 아이들의 우정과 협력에 대한 이야기를 그린 그림책 『집에 가는 길』은 미국에서 활동 중인 아일랜드 출신 작가 올리버 제퍼스의 작품이다. 원작을 각색하여 인형극으로 만든 <집에 가는 길>은 아일랜드 인형극단 브라나(Branar Téatar) 와 덴마크 인형극단 테아터 리플렉시온(Teater Refleksion)이 공동으로 만들고, 아일랜드 바보로 국제 어린이 예술 페스티벌(Baboró International Arts Festival for Children)과 협력하여 제작했다. 2014년 초연 이후 영국, 미국, 독일, 중국, 일본 등에서 공연되며 관객을 만났다. 원작에서 바로 튀어나온 것 같은 사랑스러운 인형들의 정교한 움직임을 통해 원작의 감동을 고스란히 무대화했다.

 

 

무용극 <거짓말(Le Mensonge)>
<거짓말>은 프랑스 작가 카트린 그리브가 글을 쓰고, 어린이책 일러스트레이터 프레데리크 베르트랑이 그림을 그린 동명의 그림책을 바탕으로 한다. 카트린 드레퓌스가 안무를 맡고, 극단 ACT2가 참여했다. 거짓말을 의미하는 빨간 점은 주인공이 거짓말을 할수록 점점 커진다. 거짓말은 주인공을 따라다니며 같이 놀기도 하고 괴롭히기도 한다. 이 공연의 특징은 거짓말로부터 달아나려는 주인공의 노력을 재치 있고 역동적인 안무로 표현한 점이다. 또한 거짓말을 다양한 크기의 붉은 원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신선하다. 그림책은 커질 대로 커진 거짓말을 주인공이 터트리는 것으로 끝나는데, 공연에서는 거대해진 거짓말을 터트리면 주인공의 마음을 대변하는 다양한 색깔의 작은 구슬이 쏟아져 무대를 뒤덮는다. 빨간 점과 대비되는 알록달록한 의상과 조립식 테이블을 활용한 재미있는 무대 연출은 역동적 안무와 더불어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2호 2022년 5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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