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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ULTURE INTERVIEW] <죽음의 집> 윤성호 작가·연출가, 죽음을 통해 삶을 묻다 [No.211]

글 |김일송(공연 칼럼니스트) 사진 |표기식 2022-09-15 380

<죽음의 집> 윤성호 작가·연출가
죽음을 통해 삶을 묻다

 

<죽음의 집>은 공연 애호가 사이에서 ‘전설의 작품’으로 불린다. 여기엔 두 가지 의미가 있어 보인다. 하나는 작품성이 높다는 의미일 테고, 다른 하나는 막상 이 작품을 본 관객이 많지 않다는 의미. 아버지가 남긴 미완성 희곡을 아들이 이어 쓴 그 과정을 상기하면 ‘전설의 작품’이라는 명명은 제법 잘 어울리는 듯하다. <죽음의 집>은 故 윤영선 작가의 유고를 작가 겸 연출가인 극단 아어의 윤성호가 완성한 연극이다.

 

 

관객들이 <죽음의 집>을 두고 ‘전설의 작품’이라 하더라고요. 작품을 쓸 때 이렇게 전설이 될 줄 알았나요?
뮤지컬을 좋아하는 젊은 관객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그렇게 불리게 된 것 같아요. 이전에 작은 극장에서 공연해 실제로 보신 분이 적어서 더 궁금해하시는 면도 있겠죠. 사실 처음 공연을 올렸을 때는 객석 반응에 어리둥절했어요. 약간 패배한 기분으로 공연을 올렸는데 관객분들이 좋아해 주셔서요. 왜냐하면 초연 전날까지 대본이 계속 바뀌었거든요. 어떻게 해야 오래된 원작의 미덕을 살리면서 지금의 감성에 맞게 재탄생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공연을 올리기 직전까지 매일 대본을 고쳤어요. 이제 와서 고백하자면 마지막 7장은 공연 전날 쓴 거예요. 그래서 이 작품을 생각하면 저와 단원들 모두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나요.

 

어디까지가 원작이고, 어디서부터가 직접 쓴 대본인가요?
3막에 등장하는 춤 장면 전후로 나뉘어요. ‘죽었는데 살아 있을 때와 다르지 않다면 어떡하지?’ 이러한 질문이 던져지고 등장인물들이 어쩔 줄 몰라 발버둥 치는 상황까지가 원작 초고예요. 이후 실질적으로 죽음이 다가오기 시작하면서 인물들이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는 부분을 2부로 나눌 수 있어요.

 

2부를 쓸 때 아버지가 원한 질문의 답을 찾으려고 했나요? 아니면 본인만의 답을 제시하려고 했나요?
둘 다예요. 아버지가 원작을 발표하지 않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원작은 분량이 짧은데, 질문을 던진 후 어떻게 재미있게 다룰까 고민하다가 끝난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가 할 일은 ‘그 질문을 가지고 재미있게 노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동시대적 감각으로 놀아 보자고 마음먹었죠.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아무도 몰랐어요.

 

이 작품이 관객들에게 사랑받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어떻게 하면 어려운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편이에요. 저희 극단 단원들도 마찬가지고요. 그래서 죽음을 관념적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당장 우리에게 죽음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남겨진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느끼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가미했어요. 죽음을 너무 무겁지 않게 생각해 볼 수 있도록요. 그렇게 정서적으로 다양한 지점을 건드리려 한 점을 좋아해 주시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죽었는데도 산 사람과 다르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삶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하도록 만들기 때문에 호응을 얻은 것 같아요.

 

저도 공감해요. 죽었지만 살아 있는 듯한 인물들을 통해 살아 있지만 죽어 있는 듯한 현실의 삶을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1부는 정신적이고 관념적인 죽음을, 2부는 육체적이고 실재적인 죽음을 이야기해요. 그에 따라 관객 반응도 나뉘어요. 1부에서는 살아 있지만 꿈을 잊고 죽은 듯 사는 경험에 공감하시는 것 같아요. 2부에서는 소중한 사람을 잃는 느낌에 공감하시는 것 같고요. 2017년 윤영선 페스티벌에서 초연했을 때 “공연 끝나고 하늘을 봤다”라는 후기를 많이 봤어요.

 

재연 때 관객 반응은 초연과 달랐나요?
2020년 서울연극제 첫 공연 날, 객석에 앉아 공연을 보는데 관객분들이 아무 반응도 없는 거예요. ‘망했다, 3년 사이에 내 감각이 낡았구나’ 생각했어요. 작가들은 그런 생각을 많이 하거든요. 그런데 문실이 들어와 “누구세요?” 하는 장면에서 객석이 얼어붙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순간 ‘관객이 잘 따라오고 있구나’ 싶어 마음이 편해졌어요. 그때가 코로나로 거리두기를 막 시작해 조심스럽게 공연을 볼 때여서 객석이 조용했나 봐요.

 

작품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는 관객도 있더라고요.
거기에는 더블 캐스트라는 요인도 작용했다고 봐요. 개인적으로 <죽음의 집>을 통해 처음으로 더블 캐스트를 경험해 봤는데, 배우마다 해석이 다른 게 재미있더라고요. 예를 들어 친구의 죽음을 대하는 동욱의 태도도 배우의 해석에 따라 달라져요. 어떤 배우는 친구의 죽음을 빨리 인정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친구를 잘 보내 줄 수 있을까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요. 반면에 다른 배우는 친구에 대한 애정이 강해서 죽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요. ‘내가 널 어떻게 보내’라는 마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요. 아무튼 제가 이렇게 재공연을 많이 해 본 적이 없는데 여기까지 온 건 관객들 덕분이에요.

 

이번 공연도 이미 매진된 걸로 아는데, 다음 공연은 언제쯤 돌아올까요?
아마 이번이 마지막일 거예요. 재공연을 올리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더라고요. 작품이 이 정도로 사랑받으면 같이 공연하는 사람들에게 금전적으로 만족할 만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아직 만나야 할 관객이 남아 있다는 생각으로 재공연을 올렸지만 이제 접을 때가 된 것 같아요.

 

인터뷰 자리에 동석한 <죽음의 집> 프로듀서는 연출가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대로 끝내기는 아쉽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헤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윤성호 연출가에게 물었다. “기사 마무리를 이렇게 해도 될까요? 재공연을 바라는 극장 관계자가 있다면 무대를 폐기하기 전에 연락 달라고.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그가 동의했는지 아닌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희미하게 웃었던 것 같기도 하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1호 2022년 4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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