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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오디오 콘텐츠의 가능성 [No.211]

글 |최영현 사진 | 2022-09-14 1,145

오디오 콘텐츠의 가능성

 

여전히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최강자는 유튜브,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영상 콘텐츠다. 관련 산업이 형성된 이래 꾸준히 성장 중인 영상 콘텐츠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미래 전망도 밝다. 이런 상황 속에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새롭게 재조명받고 있다. 영상의 시대에 새삼 오디오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재조명받는 오디오 콘텐츠


최근 오디오 콘텐츠 중 팟캐스트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2020년 4월 글로벌 투자은행 UBS는 2019년 전 세계 팟캐스트 매출액을 9억 2,200만 달러(한화 약 1조 1,200억 원)로 추정하고, 2024년까지 매년 연평균 22%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팟캐스트 청취자는 2019년 1억 4,200만 명에서 2024년 3억 200만 명으로 두 배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전 세계 대형 IT 기업들이 오디오 콘텐츠 투자에 발 벗고 나서며 긍정적인 시장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세계 최대 오디오 스트리밍 기업 스포티파이는 팟캐스트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2018년부터 팟캐스트 전문 제작 업체와 광고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하고 있다. 또 영국의 해리 왕자 부부나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의 팟캐스트를 독점 계약하는 등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도 열을 올리는 중이다. 애플도 팟캐스트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유료 정기 구독 서비스를 도입하고 라디오처럼 팟캐스트를 서비스하는 앱 스카우트 FM을 인수했다. 이미 오디오북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아마존도 팟캐스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마존은 2020년에 아마존뮤직에서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하고, 2021년에는 인기 팟캐스트 제작 업체 원더리를 인수했다.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투자 확대는 비단 해외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네이버는 2016년부터 오디오 콘텐츠 개발을 위한 투자 계획을 밝히고, 이듬해 오디오 콘텐츠 플랫폼인 오디오클립의 시범 서비스를 출범시켰다. 2018년에는 국내 최대 오디오북 제작 유통 업체인 오디언소리를 인수하고, 오디오클립에 오디오북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2019년에는 라이브 오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인 나우(NOW)를 론칭하며 오디오 콘텐츠 사업 영역을 넓혀 가는 중이다. 오디오 콘텐츠에 투자를 늘리는 건 네이버뿐만이 아니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플로의 오디오 콘텐츠에 3년간 2천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본격적인 오디오 콘텐츠 시장 진입을 위해 자체 팟캐스트 콘텐츠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또 오디오북 업체 윌라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플로에서 윌라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젊은 세대를 겨냥한 오디오 콘텐츠 개발을 위해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개인 오디오 방송 플랫폼 스푼라디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팟캐스트 플랫폼 업계 1위 팟빵 역시 지속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개발하고, 인공지능 스피커 등 디바이스 사업자와 파트너십을 맺으며 이용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콘텐츠 중에서도 레거시 미디어로 꼽히는 오디오 콘텐츠가 다시 조명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로는 인공지능 스피커로 대표되는 음성 인식 서비스 기기의 보급을 꼽을 수 있다. 오디오를 기반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음성 인식 서비스 기기 보급률이 증가할수록 오디오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도 오디오 콘텐츠를 재조명하는 데 한몫했다. 코로나19로 가장 수혜를 입은 것은 영상 콘텐츠였다. 넷플릭스는 2020년 3,700만 명의 신규 구독자를 유치했는데,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대비 31%나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너무 많은 영상에 노출된 이용자들이 영상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껴 오디오 콘텐츠로 주의를 돌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에디슨 연구소와 트라이튼 디지털이 발표한 ‘2021년 미국인들의 디지털 플랫폼 및 뉴미디어 사용 공동 연구서’에 따르면 만 12세 이상 인구의 28%가 매주 팟캐스트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20년 대비 4%가 증가한 수치였다. 오디오 콘텐츠는 집중해서 봐야 하는 영상과 달리 다른 일을 하면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기때문에 영상 콘텐츠의 경쟁자가 아닌 별도의 시장으로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오디오 콘텐츠의 선두 주자 팟캐스트와 오디오북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디지털 전환 시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오디오 콘텐츠는 ‘온라인으로 유통되는 음성 방송 콘텐츠’로 정의되며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는 구분되는 개념이다. 오디오 콘텐츠는 크게 팟캐스트로 대표되는 방송형 콘텐츠, 오디오북과 같은 낭독형 콘텐츠로 나눌 수 있다. 최근에 등장한 소셜 오디오 서비스 역시 오디오 콘텐츠에 포함된다.


오디오 콘텐츠의 대표적 서비스인 팟캐스트는 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개념이다. 처음에는 인터넷 뉴스 사업자들이 오디오 파일로 뉴스를 제공하는 것을 일컬었지만, 현재는 거의 대부분의 오디오 콘텐츠를 아우르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팟캐스트가 다루는 콘텐츠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팟캐스트는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무료로 다양한 콘텐츠를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작자 입장에서 보면 영상에 비해 적은 제작비로 내용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참신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한 가지 주제로 연속적인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점도 팟캐스트의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2012년 정치 풍자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인기로 팟캐스트에 관심이 커지기 시작했고, 팟빵, 네이버 오디오클립 등이 대표적인 팟캐스트 플랫폼으로 꼽힌다.


오디오북은 종이책을 음성으로 전달하는 오디오 콘텐츠다. 과거에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오디오북이 존재하였으나, 디지털 콘텐츠로 새롭게 떠오른 오디오북은 1997년 미국의 오디오북 업체 오디블(Audible)이 오디오북 전용 플레이어를 출시하면서 등장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6년 오디오북 전문 포털사이트 오디언이 처음으로 오디오북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2018년 네이버가 오디언소리를 인수해 자사 오디오 플랫폼인 오디오클립에서 오디오북 서비스를 시작했고, 그 후 윌라, 밀리의 서재 등 후발 주자가 오디오북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9년에는 스웨덴 오디오북 기업인 스토리텔이 국내에 진출했다. 이처럼 오디오북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업체는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에 집중하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게 오디오 드라마다. 2018년부터 웹소설 오디오 드라마가 등장했고, 최근에는 인기 소설을 각색한 오디오 드라마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희곡을 바탕으로 한 오디오북도 속속 제작되고 있다.

 

 

새로운 형식의 오디오 뮤지컬 등장


오디오 콘텐츠의 다변화 속에 공연계, 그중에서도 뮤지컬계에서 주의 깊게 볼 만한 시도가 있다. 바로 ‘팟캐스트 뮤지컬’이다. 2016년 처음 등장한 팟캐스트 뮤지컬은 아직 제작 편 수가 많지 않고 신인 창작자들의 작품이 대부분이지만, 2021년 <헤드윅>의 원작자 존 카메론 미첼이 팟캐스트 뮤지컬 <앤썸(Anthem: Homunculus show)>을 발표해 이목을 끌었다.


팟캐스트 뮤지컬 중 가장 큰 성과를 낸 것은 2017년에 첫선을 보인 <36 Questions>다. 팟캐스트 제작사 투-업(Two-up)에서 만든 이 작품은 뉴욕타임스에 실린 칼럼 ‘사랑에 빠지는 36가지 질문’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작품은 자신의 정체를 속이고 결혼한 주디스가 남편 제이스와의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그에게 36가지 질문에 함께 대답해 볼 것을 남편에게 제안하며 시작한다. 약 50분 분량의 에피소드를 3편으로 나누어 업데이트한 <36 Questions>는 애플의 미디어 플레이어 아이튠즈에 처음 공개되었을 때 차트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에서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할 것이라는 소식도 들려온다. <36 Questions> 이전에 범죄 저널리즘 팟캐스트가 다룬 미제 사건을 모티브로 만든 나 밴드 이야기를 다룬 가 팟캐스트 뮤지컬로 소개되었으나 큰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최근 영국 BBC 월드 서비스 라디오를 통해 서비스된 는 새로운 팟캐스트 뮤지컬로 눈여겨볼 만하다. 총 10개 에피소드로 구성된 는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5월 선보인 이 작품은 형식적인 면에서는 기존 팟캐스트 뮤지컬과 다를 것이 없지만 노출 방식이 특이하다. BBC 월드 서비스 라디오로 방송한 후, 팟캐스트와 유튜브를 통해 노출했기 때문이다. 유튜브 공개 시 뮤지컬을 위해 제작된 애니메이션을 업로드하여 영상물로서 보는 재미를 살린 것도 돋보였다.

 

형식과 내용이 자유로운 팟캐스트 뮤지컬

 

팟캐스트 뮤지컬은 규모나 형식에 제한이 없다는 게 큰 특징이다. < The World To Come >처럼 전기도 인터넷도 없는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SF 뮤지컬이 있는가 하면, < The Two Prince >처럼 전쟁 중인 두 왕국의 왕자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기도 한다. 또 < In Strange Woods >처럼 한마을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사건과 그 파장을 파헤치기도 한다. 독특한 형식도 눈길을 끈다. < In Strange Woods >는 일반적인 드라마 형식에서 벗어나 범죄 저널리즘 팟캐스트 형식을 차용했다. 범죄 저널리즘 팟캐스트는 사회자가 사건에 대해 리포트하고 관련 인물들의 인터뷰 음성을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 In Strange Woods >는 이런 진행 방식에 노래를 끼워 넣는 식으로 뮤지컬을 완성했다. 자신을 유명한 마술사라고 속이는 청년이 주인공인 < Scott Robbins And The Traveling Show >는 1930년대 배경에 맞는 라디오 드라마 스타일로 뮤지컬을 만들었다.


내용도 형식도 다양하지만 팟캐스트 뮤지컬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여타의 팟캐스트 콘텐츠처럼 ‘연속성’을 갖는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작품마다 연재 횟수의 차이는 있지만, 적어도 2회 이상 연재된다. 연재 횟수에 따라 한 에피소드가 40~50분이 넘는 뮤지컬이 있는가 하면, 장면이나 뮤지컬 넘버별로 연재해 10분 남짓의 짧은 에피소드로 구성된 뮤지컬도 있다. 그다음으로는 음향 효과를 들 수 있다. 팟캐스트 뮤지컬은 오로지 청각으로만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에 효과적인 음향 사용은 현장감과 몰입도를 높여 주는 중요한 요소다. 일반적으로 사람은 청각 정보를 받아들인 후 상상을 더해 이미지를 완성하는데, 이때 음향 효과는 더 생생한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돕는다.


이용자 입장에서 팟캐스트 뮤지컬은 같은 작품이라도 청취자에 따라 각기 다른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대 공연과는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또 언제 어디서든 뮤지컬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에 활성화되고 있는 온라인 공연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자유를 주었다고는 하지만, 팟캐스트 뮤지컬은 그보다 한발 더 나아가 재생 장치만 있다면 말 그대로 언제 어디서나 청취가 가능하다. 콘텐츠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무대 공연보다 다양한 소재의 작품을 즐길 수 있지만, 아직까지 작품 수가 많지 않아 선택의 폭이 좁고, 작품마다 완성도 차이가 나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창작자 입장에서 팟캐스트 뮤지컬은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관객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기회다. 소재나 형식의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창작이 가능하다. 반대로 청각으로만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점은 창작의 애로 사항이다. 창작자 입장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외부의 지원 없이 팟캐스트 뮤지컬을 제작했을 때 수익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창작자는 개인 후원 채널을 오픈해 후원을 받거나 유튜브로 음원을 공유해 추가 광고 수익을 얻기도 한다.

 

국내 공연 오디오 콘텐츠


아직 국내에서 팟캐스트 뮤지컬이라고 부를 만한 작품은 등장하지 않았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팟캐스트로 방송된 ‘스튜디오 뮤지컬 자리주삼’에서 처음으로 오디오 뮤지컬을 선보인 바 있지만, 기존 작품을 각색해 낭독 형태로 선보였다는 점에서 최근 등장한 팟캐스트 뮤지컬과는 차이가 있다. 근래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온라인 미디어 예술 활동 지원 사업 ‘아트 체인지업’ 사업을 통해 오디오 뮤지컬 <라스 올라스>와 <콜리 더 도기>가 소개되었다. 두 작품은 접근성이 쉬운 유튜브에 영상을 공개해 많은 관객이 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라스 올라스>는 버지니아 울프의 삶과 그녀의 소설 『출항』 『올랜도』를 모티브로 만든 작품으로 낭독 공연과 오디오 뮤지컬로 동시에 기획되었다. 오디오 뮤지컬은 인물 간 대화와 서사에 몰입할 수 있도록 배우의 목소리와 음향 효과에 집중했다. 유기견 콜리가 보호소를 탈출해 엄마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린 배리어 프리 오디오 뮤지컬 <콜리 더 도기>는 공연을 즐기기 힘든 시각장애인을 위해 오디오 뮤지컬을 기획했다.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에는 자막 외에 이미지도 넣어 작품의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라스 올라스>와 <콜리 더 도기>는 형식적으로 팟캐스트 뮤지컬로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오디오 콘텐츠로 선보인 뮤지컬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디오 공연 콘텐츠는 이제 막 출발선에 섰다. 아직 성과를 논하기엔 이르지만, 불과 2년 전만 해도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온라인 공연이 공연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한 것을 감안한다면, 급변하는 오디오 콘텐츠 시장에서 조금씩 싹을 틔우는 공연이 어떻게 발전해 나갈지 주목해 볼 만하다.

 

참고 문헌
『디지털전환 시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 한국콘텐츠진흥원

 

>> SPECIAL② 귀로 듣는 무대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1호 2022년 4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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