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미>
두 얼굴의 SNS
누구나 인플루언서를 꿈꾸는 시대다. 인스타그램에서 ‘하트’를 받으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고 ‘언팔’을 당하면 속상해진다. 더 많은 하트를 받기 위해 더 완벽한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우리들의 욕심을 솔직하고 위트 있게 그려 낸 뮤지컬이 돌아온다. <차미>는 평범한 대학생 차미호가 만들어 낸 SNS 속 완벽한 자아 ‘차미’가 현실에 등장하면서 생기는 일을 그린다. 지금도 수많은 ‘차미’들이 탄생하는 SNS의 이모저모를 다룬 책을 골라 봤다.
『인플루언서』(2022)
볼프강 M. 슈미트, 올레 니모엔 지음 | 강희진 옮김 | 미래의창
인터넷 세상 속 화려한 나를 꿈꾸는 이들을 뜨끔하게 만드는 책이다. 두 저자는 직업인으로서의 인플루언서를 산업적 시각으로 파헤친다. 책은 우리가 인플루언서에게 매혹되는 이유를 영화 <트루먼쇼>에 비유해 설명한다. 영화 속에서 시청자들은 따분하기 짝이 없는 트루먼의 일상으로 빠져든다. 인플루언서의 포스팅에 빠져드는 이유도 비슷하다. 인플루언서들이 평범한 사람들과 완전히 반대되는 세상을 보여 주기 때문에 인기가 높은 게 아니다. 팔로워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세계를 그대로 보여 주고 있어서 모두가 환호하는 것이다. 물론 인플루언서들이 보여 주는 세계는 보통 사람이 살고 있는 세계보다는 좀 더 매끈하게 포토숍을 통해 보정되고, 필터링된 조금 더 예쁘게 꾸며진 세계이긴 하지만 말이다. 책은 인플루언서의 삶을 “후기 자본주의가 지닌 무한한 따분함을 감추는 포장지”라고 냉정하게 비판한다.
『메타 페이스북』(2022)
스티븐 레비 지음 | 노승영 옮김 | 부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이 어떻게 성공했는지 이보다 완벽하게 알려 주는 책은 없다. 하버드 대학 여학생들을 ‘얼평’하려고 만든 사이트로 시작해 젊은 황제가 된 마크 저커버그의 세계 최대 미디어 제국을 샅샅이 분석하기 위해 미국의 유명 테크 저널리스트 스티븐 레비가 나섰다. 마크 저커버그가 만든 페이스북은 전 세계인의 일상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온 혁신의 아이콘이었지만, 이제는 가짜 뉴스의 온상이자 개인 정보 유출, 미국 대선 개입, 폭력과 테러 조장 등 인권과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주범으로 낙인찍혔다. 온갖 구설수 속에 이미지 쇄신을 위해 급기야 사명을 ‘메타’로 바꿨지만 마크 저커버그는 여전히 자신만만하다. 3년간 300여 차례의 인터뷰를 거쳐 페이스북의 신화를 파헤친 저자는 전 지구적 공동체 만들기라는 이상을 향해 폭주하는 ‘21세기 개츠비’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2020)
정지우 지음 | 한겨레출판사
밀레니얼 세대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볼까. 이 책은 문화 평론가 정지우가 일상다반사에 관해 담담하게 쓴 에세이이자 문화비평서다. 정지우는 밀레니얼 세대를 ‘시소의 세계관’을 가진 ‘환각의 세대’로 정의한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그래서 어딘지 괴기스러워 보인다. 흔히 청년세대에 대한 이야기들은 대개 절망과 포기로 수렴된다. 그런데 정작 청년세대가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SNS에는 그런 흔적이 없다.”라고 쓴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챕터의 성찰은 곱씹어 볼 만하다. 저자는 SNS 속 화려한 타인의 삶이야말로 우리 세대가 우울감과 소외감을 갖게 되는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환각적인 이미지들과 청년들이 당면한 열악한 현실 사이의 간극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한 청년 담론은 거의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이 시대에 필요한 사회 비평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모두 거짓말을 한다』(2018)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 |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구글의 데이터 과학자가 빅데이터에 숨겨진 진실을 폭로한 이 책은 검색창이야말로 사람의 심리를 엿보는 창이라 명명한다. 검색 결과가 누적된 빅데이터는 우리가 갖고 있는 편견을 하나씩 깨부순다. 불안감은 시민들의 학력이 높고 경쟁이 치열한 대도시에서 더 높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불안감’을 검색하는 사람들은 교육 수준이 낮고 소득 수준이 중위인 농촌 지역에서 더 많이 나타났다. 테러 직후나 직장인들이 우울해하는 월요일보다 오히려 즐거운 날 농담을 즐겨 검색했다. 유행병과 인종 차별의 징후도 구글 검색 데이터를 통해 발견할 수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빅데이터가 사회의 어둠과 싸우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일견 섬뜩하기도 한 인간의 본성을 거침없이 폭로하는 이 책을 읽다 보면 결국 깨닫게 된다. 구글 신(神)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1호 2022년 4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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