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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컬처 | [NOW IN NEW YORK] <MJ 더 뮤지컬> 주크박스 뮤지컬로 돌아온 팝의 황제 [No.210]

글 |여태은(뉴욕통신원) 사진 |Matthew Murphy 2022-09-08 248

< MJ 더 뮤지컬>
주크박스 뮤지컬로 돌아온 팝의 황제

 

20세기 대중문화의 아이콘,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이 브로드웨이에서 부활했다. 그의 히트송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 MJ 더 뮤지컬>을 통해서 말이다. 이 작품은 연극 <폐허>와 <스웨트>로 두 차례나 퓰리처상을 수상한 린 노티지가 극본을 쓰고, 런던 로열 발레단과 뉴욕 시티 발레단의 안무가를 거쳐 2015년 <파리의 미국인>으로 토니상을 받은 크리스토퍼 윌든이 안무와 연출을 맡았다. 당초 마이클 잭슨 역에 <해밀턴>, <애인트 투 프라우드>에 출연한 이브라임 사익스를 캐스팅해 2020년 여름 개막할 예정이었으나, 팬데믹으로 계속된 브로드웨이 셧다운 때문에 2021년 신예 마일스 프로스트로 캐스팅을 바꿔 지난 2월 1일 브로드웨이 닐 사이먼 시어터에서 정식 개막했다. 약 서른다섯 곡의 주옥같은 히트송과 댄스 퍼포먼스로 마이클 잭슨의 전성기를 재현한 이 작품은 관객이 주크박스 뮤지컬에서 기대할 법한 모든 것을 보여 준다.

 

 

주크박스 뮤지컬의 정석


마이클 잭슨은 흑인 음악에 뿌리를 두면서도 백인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다양한 스타일의 음악을 선보여 대중음악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세운 가수다. 그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록의 시대에서 팝의 시대로 대중음악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마이클 잭슨은 ‘Beat It’, ‘Thriller’, ‘Dangerous’, ‘Billie Jean’에서 군무와 문워크, 린댄스 등 획기적인 안무를 선보여 댄서로도 인정받았다. 그의 화려한 퍼포먼스와 뮤직비디오는 TV가 라디오를 제치고 주류 대중 매체로 부상한 시대적 흐름과 맞물려 막강한 파급력을 발휘했고, 듣는 음악을 넘어서 보는 음악의 시대를 열었다. 한마디로 주크박스 뮤지컬의 주인공이 되기에 완벽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 MJ 더 뮤지컬>은 마이클 잭슨(극 중 MJ)이 ‘댄저러스 월드 투어’를 준비하던 1992년을 배경으로 한다. 극장에 들어서면 마치 콘서트 리허설을 준비하는 듯한 코러스와 댄서들이 무대에서 관객을 맞이한다. 곧이어 중절모를 눌러쓴 MJ가 등장해 ‘Beat It’ 리허설을 시작한다. 강렬한 비트와 기타 솔로가 귀를 사로잡는 첫 장면에 이어 MJ가 즉석에서 안무를 추가하고 음악을 가지고 노는 천재 아티스트의 면모를 보여 준다. 신비주의로 유명한 팝의 황제 이야기를 과연 어떻게 풀어 나갈까 궁금해질 때쯤, M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의 연출가와 카메라맨이 등장해 콘서트 리허설 내내 MJ를 따라다니며 그의 이야기를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인터뷰를 진행한다는 설정은 MJ가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받고 평생 사랑과 관심을 갈구했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게 만든다. 콘서트 셋리스트를 어떤 기준으로 정하냐는 다큐멘터리 연출가 레이첼의 질문에 MJ는 형제들과 함께 ‘잭슨 파이브’로 데뷔한 시절을 회상하며 모타운 레코드 시대로 관객을 초대한다. 어린 MJ는 완벽한 무대를 위해 형제들과 자신을 학대한 아버지 조셉 때문에 상처받고 주눅 든 모습으로 그려진다. 어머니 캐서린은 아버지가 널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는 거라고 MJ를 위로하며 함께 ‘I'll Be There’을 부른다. 조셉이 연습을 위해 어린 MJ를 끌고 가자 이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던 1992년의 MJ가 어머니와 듀엣을 이어 가고, 다시 MJ가 콘서트 리허설에서 홀로 노래하는 모습으로 장면이 전환되며 곡이 마무리된다. ‘이 노래를 이렇게 쓰다니!’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가사와 장면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 MJ 더 뮤지컬>은 주크박스 뮤지컬의 좋은 선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었던 천재


과거와 현재의 교차를 통해 작품이 조명하는 것은 사랑받기 위해 아버지의 학대를 감내하며 노력해 온 어린아이가 마침내 수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완벽을 추구하며 자신과 주변을 채찍질하는 모습이다. MJ는 콘서트 리허설 도중 계속해서 코러스와 댄서들을 다그치고, 투어 비용이 예산을 훨씬 넘어섰음에도 더욱 화려한 무대를 구상하다가 비즈니스 매니저와 다툰다. 결국 그는 평생의 꿈이었던 자신의 집 ‘네버랜드’를 저당 잡아 콘서트를 진행하기로 결정한다. MJ는 리허설 내내 진통제를 투약하며 머릿속에 구상한 투어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을 몰아세우는데, 그가 이렇게 고집을 부리는 이유는 아버지의 학대에서 기인한 내면의 악마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드러내기 위해 쓰인 노래가 바로 최고의 히트송 ‘Thriller’다. 극적인 음악과 기괴한 안무가 돋보이는 이 장면은 죽은 자들의 카니발처럼 화려하게 구현된다.


마이클 잭슨은 살아생전 사생활 문제로 구설수에 시달렸지만, < MJ 더 뮤지컬>은 그러한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한다. 다큐멘터리 연출가 레이첼은 MJ와 독대하는 장면마다 왜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는지, 무엇이 진실인지 묻는다. 그때마다 MJ는 언론에서 말하는 것이 전부 진실은 아니라며 ‘Tabloid Junkie’를 부르거나 자신은 유명세를 치르고 있을 뿐이라며 ‘Price of Fame’을 부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레이첼은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비교적 객관적으로 MJ를 바라보는 인물이다. 그런 면에서 레이첼과 MJ가 2막에서 부르는 듀엣곡 ‘Human Nature’는 옥에 티로 느껴진다. 레이첼이 몽환적인 멜로디에 맞춰 MJ와 함께 노래하는 이 장면은 마치 매번 자신에 대해 해명해야 하는 처지를 자조하는 MJ를 레이첼이 거들어 주는 듯한 느낌을 줘서 당황스러웠다. 레이첼이 끝까지 시니컬한 입장을 고수했다면 이 작품이 마이클 잭슨을 미화한다는 비판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지 않았을까.

 

 

시공간을 넘나드는 무대 연출


MJ의 괴로움이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은 1막 마지막의 기자회견 장면이다. MJ는 ‘Earth Song’을 부르며 아이들과 환경을 보호하는 자선 단체의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 댄저러스 월드 투어를 진행하겠노라 발표한다. 하지만 취재진의 공격적인 질문에 MJ는 점차 이성을 잃고 ‘They Don't Care About Us’를 부르며 무너진다. 이때 프로젝션 영상으로 무대 전면에 깨진 TV 브라운관을 보여 주는데, 영상과 더불어 깨진 조각 모양 세트가 무대를 꽉 채워 그가 느끼는 좌절과 공포를 드러낸다.


이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 낸 건 다름 아닌 <물랑루즈>의 무대 디자이너 데릭 매클레인과 <디어 에반 핸슨><비틀쥬스>의 프로젝션 디자이너 피터 니그리니다. MJ의 이야기가 1960년대와 1990년대를 오감에 따라 무대는 콘서트 리허설 현장에서 레코딩 스튜디오, 클럽, 방송 세트장 등으로 변신한다. 그때마다 리허설 현장에서 각종 장비를 옮기는 데 쓰는 검은 상자와 이동식 거울을 다용도로 활용하여 공간 변화를 표현한다. 프로젝션 영상은 MJ가 구상하는 콘서트 무대, 과거 회상 장면의 배경, 언론에 보도된 MJ의 업적, MJ가 느끼는 불안과 좌절 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해 낸다. 특히 잭슨 파이브 시절 선보인 로봇 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장면을 수많은 사람이 무대 위에서 춤추는 것처럼 보이게끔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프로젝션 영상으로 표현한 것은 꽤나 흥미로운 시도다. MJ 주변을 물 흐르듯 움직이는 댄서들도 장면이 자연스럽게 전환될 수 있도록 돕는다. 안무가 크리스토퍼 윌든은 마이클 잭슨의 트레이드 마크인 안무를 새롭게 소생시켜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는 완벽한 군무를 선보인다.

 

무대 위에 환생한 마이클 잭슨


필자가 공연을 본 날은 주인공 MJ 역으로 스윙 배우인 아라미 페이튼이 출연했는데, 메인 배우가 아님에도 마치 마이클 잭슨이 살아 돌아온 듯한 음색과 춤선으로 관객의 감탄을 자아냈다. 2막 첫 곡 ‘Billie Jean’을 부르는 장면에서는 혼자서도 텅 빈 무대를 꽉 채우는 기량을 뽐냈다. 만약 처음부터 전혀 딴판으로 생긴 배우가 무대에 등장해 자신을 마이클 잭슨이라고 소개했다면 거부감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중절모를 푹 눌러 쓰고 등장한 배우가 마이클 잭슨의 노래와 춤을 완벽하게 소화한 뒤, 점차 얼굴을 드러내고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자 자연스럽게 관객은 정말 마이클 잭슨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심지어 공연에 깊이 몰입한 관객들이 중간중간 “사랑해요 마이클!”을 외치기도 했다. MJ가 자신이 아무리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을 세운다 해도 완벽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자조하는 장면에서는 한 관객이 “당신은 완벽해요!”라고 외치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잭슨 파이브로 활동하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배우와 ‘Thriller’로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한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배우 또한 독특한 미성과 화려한 무대 매너로 마이클 잭슨의 생전 모습을 무대 위로 되살려 내는 마법을 부린다.

 

 

공연에 대한 엇갈린 평가


마이클 잭슨의 화려한 성공 이면에는 아동 성추행과 성형 수술 의혹이라는 그림자가 자리하고 있다. 대중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만큼 그를 둘러싼 논란은 수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그를 등지게 만들었다. < MJ 더 뮤지컬>은 이러한 논란을 언급하지 않고 마이클 잭슨의 예술가적 면모에만 집중했다는 점 때문에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특히 미국의 사회 구조적 문제가 각기 다른 인종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려낸 연극 <스웨트>로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린 노티지가 마이클 잭슨을 상처받은 피터팬으로 포장했다는 점은 실망스러웠다. 심지어 개막일에 버라이어티지의 기자가 배우들에게 극에서 그리는 마이클 잭슨에 대해 관객들이 느낄 잠재적인 불편함에 대해 질문했다가 관계자에 의해 퇴장당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이처럼 이 마이클 잭슨을 둘러싼 여러가지 논란에 대해 언급하기 어려웠던 건 아마도 마이클 잭슨 재단이 제작했기 때문이 아닐까 짐작된다. 사실 마이클 잭슨 재단이 마이클 잭슨을 무대 위에 되살려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전에도 ‘태양의 서커스’와 함께 <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 투어>와 <마이클 잭슨 원>을 제작했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 임모털 월드 투어>는 마이클 잭슨의 음악에 맞춰 화려한 아크로바틱과 댄스, 영상과 무대 장치를 선보이는 공연으로 전 세계 대형 스타디움을 돌며 투어를 진행했다. 2013년 한국에도 소개된 바 있다. <마이클 잭슨 원>은 태양의 서커스가 2013년부터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호텔에서 진행하는 상주 공연이다. 마이클 잭슨의 뮤직비디오 속 장면들을 무대화해 화려한 영상과 댄스, 아크로바틱을 선보인다. 이렇듯 마이클 잭슨 사후 만들어진 그에 대한 공연은 한 인간에 대한 깊은 고찰보다는 엔터테이너로서 그가 선보인 주옥같은 명곡과 춤을 재현하고, 여전히 그를 추억하고 동경하는 사람들에게 팬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 MJ 더 뮤지컬>은 ‘Man In The Mirror’를 부르며 자신의 과거와 주변을 돌아본 MJ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 다짐하며 댄저러스 월드 투어를 성공적으로 올리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다. 그러자 마치 콘서트 현장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에 취한 관객이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고 흔드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극장 이곳저곳에서는 마이클 잭슨의 무대 의상을 모방한 옷차림에 반짝이 장갑을 낀 관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러한 풍경은 작품에 대한 언론과 평단의 평가와는 별개로 브로드웨이 관객들이 < MJ 더 뮤지컬>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해 주기에 충분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0호 2022년 3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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