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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NEW FACE] 2022년을 빛낼 라이징 스타 - 이석준·장민제 [No.210]

글 |안세영·이솔희 사진 |강지영 2022-09-08 1,942

 

한계 없는 질주
이석준

 

이석준이 한국 뮤지컬계의 다음 세대를 책임질 유망주라는 사실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슈퍼 루키, 라이징 스타, 반짝이는 신예… 그의 이름 앞에 으레 붙는 수식어 역시 모두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어린 나이에 기세 좋게 등장해 데뷔와 동시에 관객의 마음에 안착한 이 배우는 벌써 3년째 질주를 이어 가고 있다.

 

조금 진부한 표현일지는 몰라도, 이석준은 우리 앞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 시작은 2017년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 개최한 청소년 뮤지컬 경연 대회인 ‘DIMF 뮤지컬스타’에서 그가 대상을 받아 뮤지컬 마니아와 관계자의 기억 한편에 자리를 잡으면서다. 청소년 무대에서 활약했다고 해도 곧바로 관객의 눈에 드는 것은 드문 일인데 말이다. 그러나 고등학생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노련함, 특색 있는 목소리, 훤칠한 키와 날카로운 눈빛까지, 사람을 끌어당기는 요소를 한데 모아 둔 이 배우에게 시선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무대에 서면 그 누구보다 반짝이는 이석준이지만, 사실 처음부터 뮤지컬배우를 꿈꾼 것은 아니다. 배우가 되기 위해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을 때만 해도 뮤지컬 무대에 오르는 것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와중 학교 공연으로 <페임>을 무대에 올리게 됐고, 그의 마음속에 처음으로 뮤지컬배우라는 꿈이 싹텄다. 친구들과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수많은 연습 끝에 공연을 선보이고, 조명 아래에 서서 쏟아지는 박수를 받는 그 모든 과정이 그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행복이었단다. “관객분들이 저로 인해 감동받는 모습이 저에게 다시 감동을 주더라고요. 이렇게 뿌듯하고 행복한 일이라면 평생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이석준의 데뷔작은 2019년에 올라간 <그리스>다. 록스타를 꿈꾸는 순수한 청년 두디 역은 나이에 걸맞은 풋풋한 매력을 지닌 그와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렸고, 호평 속에 첫 발걸음을 시작했다. 뒤를 이어 <풍월주> <미드나잇> <쓰릴미> 등 대학로의 내로라하는 인기작으로 작품 이력을 쌓아 갔다. 어린 나이에 주인공 자리를 꿰찬 그의 삶이 타인의 시선에는 마냥 희망차 보였겠지만, 오히려 스물두 살이라는 나이는 그에게 뜻밖의 한계로 작용했다. 깊은 내공을 지닌 선배 배우들이 거쳐 가 확고한 틀이 잡혀 있는 캐릭터들을 이제 막 20대에 들어선 신인 배우가 소화하기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그를 막아선 것이다.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그가 선택한 방법은 과감한 도전과 끝없는 연습이다. 인물이 지닌 기존의 이미지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신만의 색채를 더하고, 그 채도를 높이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풍월주>에서 미완의 사랑에 아파하는 ‘열’은 조금 더 순정적으로, <미드나잇>의 정체불명의 방문객 ‘비지터’는 훨씬 패기 넘치게, <쓰릴미>의 오만한 천재 십대 소년 ‘그’는 한층 치기 어리게 재탄생됐다. 이처럼 이석준은 지난 3년간 자신의 한계를 확장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능력치를 빠른 속도로 끌어올렸다. “물론 이전 작품에서 만났던 캐릭터들을 지금 다시 연기하게 된다면 그때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을 거라는 아쉬움이 있어요. 하지만 그때의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최근에는 괴테의 『파우스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인 <더데빌>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데뷔 후 줄곧 도전이라는 키워드를 마음속에 지닌 채 살아온 이석준에게도 <더데빌>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간 출연했던 작품들은 인물들 간의 관계와 감정에 집중했다면, <더데빌>은 작품에 숨어 있는 추상적인 상징들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이석준은 선과 악 사이에서 방황하는 존 파우스트를 연기했다. 그는 존이 겪는 혼란을 수없이 되새기고, 감정을 폭발시키는 대신 억누르며 캐릭터 내면의 밀도를 높이는 법을 배웠다. 스스로도 ‘잘해 낼 수 있을까’ 걱정했던 <더데빌>은 그렇게 이석준을 또 한 번 성장시켰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지난 3년을 쉼 없이 달려온 이석준. 자만에 빠질 법도 한데, 그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을 더욱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기 위해 노력한다. 부족한 점을 스스로 깨우쳤을 때 성장의 자양분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 매번 제 자신과 싸우고 있어요. 요즘엔 어떻게 하면 관객분들에게 더 좋은 자극을 줄 수 있을까 생각해요. 관객들이 제 공연을 보고 극장 밖으로 나갈 때 ‘좋은 공연을 보고 간다’고 느끼길 바라거든요. 그래서 제 목표는 ‘계속 보고 싶은 배우’가 되는 거예요.”

 

 

당당한 발걸음
장민제

 

지난 1월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여자신인상을 받은 장민제는 당시의 얼떨떨한 기분을 떠올리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하지만 이제 겨우 데뷔 1년 차인 신인 배우의 저력에 놀란 쪽은 오히려 뮤지컬 업계가 아니었을까. 뚜렷한 이목구비가 빚어내는 풍부한 표정과 시원한 가창력으로 주목받는 장민제는 2021년 한 해에만 다섯 작품에 출연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어릴 적부터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와 개그맨을 꿈꾼 아버지를 따라 다양한 공연을 보러 다녔던 장민제의 마음속에는 자연스럽게 뮤지컬배우라는 꿈이 자리 잡았다. “무대에서 박수받는 배우들을 보면서 언젠가는 나도 저곳에 서게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어요. 그게 저한테는 당연한 일처럼 여겨졌죠” 그런 그에게도 흔들림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한때 대형 기획사 아이돌 연습생으로 생활하며 아이유의 ‘스물셋’ 뮤직비디오에 등장하기도 했던 그는, 발목 부상으로 연습생을 그만두면서 장래에 대해 다시 고민했다. 그때 뮤지컬배우라는 최종 목표를 상기시켜 주며 포기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 준 것도 부모님이었다. 결국 장민제는 삼수 끝에 목표했던 중앙대학교에 뮤지컬 전공으로 합격하며 본격적인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


2021년 동명 영화를 뮤지컬화한 <검은 사제들>의 영신 역으로 1200명의 지원자 가운데 발탁된 장민제는 데뷔작부터 존재감을 발휘했다. 특히 허스키하면서도 청아한 매력을 동시에 지닌 묘한 중저음 보이스가 고교생과 악령을 오가는 일인이역 연기와 맞아떨어져 시너지 효과를 냈다. 잠재력을 입증한 장민제는 차기작 <비틀쥬스>에서 주인공 리디아 역을 맡아 바로 대극장 주연으로 발돋움했다. 이후 <미인>의 독립투사 병연 역으로 성숙한 모습을, <작은 아씨들>의 에이미, <썸씽로튼>의 포샤 역으로 발랄한 모습을 보여 주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 갔다.


데뷔 초부터 유독 귀신과 인연이 많았던 장민제는 <검은 사제들>의 귀신 씐 고교생 영신에서 <비틀쥬스>의 귀신 보는 십 대 리디아를 거쳐 올해 <데스노트>의 사신을 보는 아이돌 가수 미사 역에 도전한다. <데스노트>는 고등학생 라이토가 이름이 적히면 죽는 사신의 노트 ‘데스노트’를 이용해 악인을 처단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미사는 라이토의 추종자이자 또 다른 데스노트의 주인이다. 사실 장민제가 처음 제안받은 역할은 라이토의 동생이었으나 이후 다른 작품에서 스타성이 입증되면서 미사 역으로 다시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다. 현재 그는 <데스노트>의 원작 만화까지 섭렵하며 캐릭터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미사는 라이토를 구세주로 여기는 아이예요. 단순히 사랑하는 마음을 넘어 라이토를 향한 광적인 신앙심을 잘 표현해 보고 싶어요. 또 미사의 직업이 아이돌 가수이기 때문에 제 연습생 시절 경험을 녹여낼 수 있을 것 같아 무척 기대돼요. 아이돌이라는 캐릭터 특성을 살려 가요 창법을 사용해 보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어요.”


평소 마음에 새긴 공연 대사나 가사가 있는지 묻는 질문에 장민제는 <작은 아씨들>에 나오는 조의 대사 ‘포부는 크고 목표는 당당하게’를 꼽았다. 그 문장 그대로 장민제의 포부는 크고 목표는 당당하다. “계속해서 다양한 역할에 도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어요.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모든 색깔을 다 보여 드리고 싶어요.” <위키드>의 엘파바와 글린다, <시카고>의 록시와 벨마를 모두 연기할 수 있는 배우를 꿈꾸는 그의 위시리스트에는 <렌트>의 미미도 포함되어 있다. “록 뮤지컬을 꼭 해 보고 싶기도 하고, 미미의 자유로움에 끌렸어요. 다만 ‘Out Tonight’를 부를 때 난간에 매달려 노래해야 한다는 점이 좀 마음에 걸려요. <검은 사제들>의 벽 타는 장면도 무서워서 손에 땀을 쥐고 했거든요. (웃음)”


언젠가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 무대에 서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도 드러냈다. “장기 공연이 아니라 일회성 콘서트라 해도 좋아요. 한 번쯤 뮤지컬의 본고장에 가서 그곳 사람들에게 제 목소리를 들려주고 싶어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함께 작업해 보고 싶기도 하고요.” 그 소망을 이룰 수 있게 하루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길 바란다고 말하자 장민제는 문제없다는 듯 웃어 보였다. “괜찮아요. 배우 일을 오래오래 하면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 그를 향한 눈부신 스포트라이트 때문에 잠깐 잊을 뻔했지만 장민제의 대담한 행보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그의 앞에는 무한한 미래가 펼쳐져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10호 2022년 3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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