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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OLUMN] <프랑켄슈타인> 자발적으로 누명을 쓴 것도 죄가 될까 [No.209]

글 |고봉주(변호사) 사진 |뉴컨텐츠컴퍼니 2022-08-30 221

<프랑켄슈타인>

자발적으로 누명을 쓴 것도 죄가 될까

 

 

거짓 자백과 달아난 진범


<프랑켄슈타인>의 주인공은 19세기 나폴레옹 전쟁 중에 만난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과 의사 앙리 뒤프레다. 두 사람은 죽은 사람을 되살리는 생명 창조 실험에 뜻을 같이하면서 친구가 된다. 전쟁이 끝난 후 빅터와 앙리는 프랑켄슈타인 성에서 실험을 계속한다. 빅터는 실험을 위해 장의사한테 죽은 지 얼마 안 된 시체를 구해 달라고 부탁하는데, 장의사는 신선한 시체를 구해 더 많은 돈을 받으려고 사람을 살해한다. 이 사실을 안 빅터가 분노하여 장의사를 죽이고, 이 모습을 지켜본 앙리는 자신이 장의사를 죽였다고 거짓으로 자수하여 살인죄를 뒤집어쓴다. 즉, 앙리가 자발적으로 살인범이라는 누명을 씀으로써 수사 기관은 진범을 놓치게 된다. 


현실에서 친구의 살인죄를 대신 뒤집어쓰는 극단적인 일은 거의 없겠지만, 음주 운전 같은 자동차 사고에서 다른 사람이 죄를 뒤집어 쓰는 경우는 종종 있다. 음주 운전을 하던 중 가벼운 접촉 사고를 낸 운전자가 음주 운전 사실을 은폐하기 위하여 동승자한테 대신 운전한 척해 달라고 부탁한 사건을 뉴스에서 가끔 접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불법 영업으로 단속을 받자 소위 ‘바지 사장’이 진짜 사장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자신이 업주인 척 허위 진술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바지 사장의 허위 진술 때문에 수사기관은 실제 업주를 체포하지 못할 수 있다. 이 경우 자발적으로 누명을 쓰는 행위도 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허위 자수 처벌의 세 가지 기준


거짓으로 피의자를 자처한 경우 성립할 수 있는 죄는 범인은닉·도피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다. 범인을 숨겨 줌으로써 진범 체포와 발견에 지장을 초래하면 범인은닉죄가 되고, 그와 동시에 범인이 도망갈 수 있게 도와주면 범인도피죄에 해당하는데, ‘은닉’과 ‘도피’를 현실적으로 엄밀히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에 법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한다. 


처벌 여부는 판례에 따라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피의자 아닌 자가 범인에 관하여 조사를 받으면서 알고 있는 사실을 묵비하거나 허위 진술을 하더라도, 그것이 적극적으로 수사기관을 착오에 빠트림으로써 범인 발견 또는 체포를 곤란 내지 불가능하게 할 정도가 아니라면 범인도피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왜냐하면 수사기관은 수사받는 자의 진술에 상관없이 수사를 통해 진범을 찾아 체포할 권리와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둘째, 피의자 아닌 자가 진범으로부터 대가를 제공받고 자신이 대신 처벌받는 경우, 나아가 사건 발생 경위에 관하여 적극적으로 허위 진술을 하거나 허위 자료를 제시하여 수사기관이 진범을 발견 또는 체포하는 것이 곤란 내지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게 만든 경우 범인은닉죄 또는 범인도피죄가 성립한다. 셋째, 만약 피의자 아닌 자의 적극적인 증거 조작으로 인해 수사기관이 나름대로 충실한 수사를 했음에도 증거가 허위임을 밝히지 못하고 잘못된 결론을 내리게 된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한다. 범인은닉·도피죄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며,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더 무겁게 처벌된다. 


그렇다면 <프랑켄슈타인>에서 앙리가 빅터의 살인죄를 자발적으로 뒤집어쓴 것도 죄가 될까. 판단에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앙리는 빅터가 저지른 살인 현장에 함께 있었고 자신이 거짓으로 자수하기 위하여 빅터를 기절시켰다. 또 빅터가 감옥에 갇혀 있는 앙리에게 왜 죄를 뒤집어썼는지 묻자, 네가 살아서 생명 창조 실험을 성공시켜야 하므로 자신이 대신 죽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러한 앙리의 행동은 적극적으로 진범을 숨기고 수사기관을 착오에 빠뜨려 진범을 발견 또는 체포하는 것이 곤란 내지 불가능할 정도에 이르게 만든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앙리가 증거 조작까지 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므로 범인은닉죄만 성립하고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진범의 자백을 정신착란으로 감싼다면


<프랑켄슈타인>에서 빅터의 죄를 숨겨 준 사람이 또 있다. 바로 빅터의 연인 줄리아의 아버지 슈테판이다. 빅터는 죄책감에 시달리다 결국 법정에서 자신이 진범임을 고백하지만, 슈테판이 나서 “빅터는 전쟁 후유증으로 정신착란을 겪고 있으므로 그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라고 주장한다. 이를 위증죄로 볼 수 있을까? 위증죄란 법률에 의하여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하면 성립하는 죄로, 여기서 허위 진술이란 자기 기억에 반하는 사실의 진술을 말한다. 만약 증인이 허위라는 사실을 몰랐다면 그 진술이 객관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아도 위증이 되지 않는다. 뮤지컬에서 슈테판은 빅터가 진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가 앙리에 대한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법률에 의한 선서를 했다면, 빅터의 자수를 정신착란에 의한 헛소리로 진술한 행위는 위증죄가 될 수 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9호 2022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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