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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BOOK] <더모먼트> 시간과 공간을 넘어 마주한 세 남자 [No.209]

글 |엄지혜(채널예스 기자) 사진 | 2022-08-30 723

<더모먼트>

시간과 공간을 넘어 마주한 세 남자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 수상한 산장에서 세 남자가 마주한다. 놀랍게도 그들의 이름은 모두 ‘김남우’다. 세 남자는 서로 자신이 먼저 산장을 예약했다며 다투지만 산장 주인은 연락 두절. 산장 밖에 주차해 둔 차는 바퀴 자국도 없이 사라지고 세 남자는 걸어서라도 산에서 내려가려고 하지만 계속 같은 자리에 맴돈다. 그때 한 사내가 엉뚱한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알고 보니 세 남자는 한 여자를 만나기 위해 이 산장에 찾아온 것이 밝혀진다. 표상아 연출가와 김여우리 작곡가가 만난 <더모먼트>는 창작뮤지컬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양자역학과 다중우주론을 기반으로 하는 작품이다. 무한한 우주 속에 마주친 세 남자의 ‘운명’과 이 운명마저 넘어서는 ‘사랑’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맺을까.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 지음 / 이민아 엮음 / 박한선 감수 | 디플롯


인간과 우주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하는 <더모먼트>를 보면서 단박에 떠오른 책이다.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의 저자 브라이언 헤어는 진화인류학을 공부하며 “적자생존은 틀렸다. 진화의 승자는 최적자가 아니라 다정한 자였다”라고 밝힌다. <더모먼트>의 세 남자는 미스터리한 산장 안에서 서로 먼저 살아남겠다고 다투지만 결국 함께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다. <더모먼트>의 극본을 직접 쓴 표상아 연출가는 “이 작품의 핵심적인 메시지는 결국 관계에 관한 이야기”라며 “나이가 들면서 관계를 맺는 방식이 변화하는 과정은 어떻게 보면 삶을 대하는 태도의 변화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마음을 읽는 자가 살아남는다”라는 이야기는 책과 뮤지컬 모두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떨림과 울림』
김상욱 지음 | 동아시아 

 

<더모먼트> 속 양자역학을 눈치챈 관객이라면 술술 읽히는 과학책을 읽어 보자. 물리학자 김상욱의 과학 에세이 『떨림과 울림』은 원자, 전자부터 최소작용의 원리, 양자역학 등 물리에서 다루는 핵심 개념을 친절하게 소개하며, ‘물리’라는 새로운 언어가 삶과 죽음의 문제, 우리 존재와 타자와의 관계를 어떻게 새로운 틀로 바라볼 수 있는지 차분하게 이야기한다. 저자는 나의 존재를 이루는 것들이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타자와 나의 차이를 물리학자의 시선으로 되짚어 보며 “우주의 본질을 본다는 것은 인간의 모든 상식과 편견을 버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과학을 소재로 한 영화와 책에 관한 글도 담겨 있어 <더모먼트>를 흥미롭게 본 관객이라면 틀림없이 재미있게 읽을 책이다. 

 

 

『어떤 물질의 사랑』
천선란 지음 | 아작 

 

“SF적인 소재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구현해 내는 방식이 SF적이지 않다. 관객들이 보기에 과학을 다루고 있지만 문학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표상아 연출가의 이야기를 듣고 바로 이 소설집이 생각났다. 2020년 제4회 한국과학문학상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한 천선란의 첫 소설집 『어떤 물질의 사랑』은 인간의 사랑, 관계, 외면, 이해, 오해를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우주도 경계를 넘으면 또 다른 우주가 나오지 않을까. <더모먼트>를 보면서 상상하게 되는 다중우주의 세계가 『어떤 물질의 사랑』에서도 등장한다. 천선란 소설가는 “언제나 지구의 마지막을 생각했고 우주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꿈꿨다”라고 말했다. 어떠한 세계라도 분명히 존재할 사랑을 말하는 작품이다. 

 

 

『지구에서 한아뿐』
정세랑 지음 | 난다 

 

<더모먼트>의 세 남자는 각자 다른 시공간 속에서 한 여자와 평범한 듯하지만 독특한 사랑을 한다. 이 설정을 생각하다 마주친 소설이 바로 『지구에서 한아뿐』이다. 정세랑 작가의 두 번째 장편 소설인 이 작품은 외계인 ‘경민’과 지구인 ‘한아’의 아주 희귀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한아와 경민은 만난 지 11년이 된 사이다. 늘 익숙한 곳에 머물고자 하는 한아와 달리 자유분방하게 사는 경민은 혼자 유성우를 보러 캐나다로 훌쩍 떠나 버린다. 그리고 때마침 캐나다에 운석이 떨어져 소동이 벌어졌다는 뉴스에 한아는 걱정스러운 마음이 가득하다. 순문학과 장르문학 경계에서 독보적인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정세랑 작가의 행보는 어쩌면 <더모먼트>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아닐까.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9호 2022년 2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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