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창작뮤지컬 가이드
코로나19 상황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올해 창작뮤지컬 라인업은 예전과 다름없이 신작과 재연작으로 골고루 채워졌다. 오랜 기간 관객을 만날 준비를 해 온 신작부터 오랜만에 돌아와 더욱 반가운 창작뮤지컬을 소개한다.
중견 제작사에서 선보이는 신작
2020년 제14회 DIMF 창작뮤지컬상을 수상하고, 2021년 제15회 DIMF 공식 초청작으로 공연된 <프리다>(2~5월,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가 올해 정식 무대에 오른다. <프리다>는 멕시코를 대표하는 초현실주의 화가 프리다 칼로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이다. 임종 직전의 프리다 칼로가 토크쇼에 출연해 자기 삶을 돌아본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프리다>는 그동안 <마타하리> <웃는 남자> <엑스칼리버> 등 대극장 창작뮤지컬을 주로 제작해 온 EMK뮤지컬컴퍼니가 처음 선보이는 소극장 창작뮤지컬이다. EMK뮤지컬컴퍼니는 <프리다>를 시작으로 다양한 소재의 소극장 창작뮤지컬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밝혀 앞으로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프리다>의 창작진으로는 대학로를 중심으로 <인터뷰> <스모크> 등 다양한 소재의 작품을 함께 선보인 추정화 작가와 허수현 작곡가 콤비가 이름을 올렸다.
쇼노트는 2007년 <첫사랑> 이후 오랜만에 소극장 창작뮤지컬을 선보인다.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3~5월,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최초의 뱀파이어 소설 『뱀파이어 테일』을 둘러싼 시인 바이런과 그의 주치의 존 폴리도리의 진실 공방을 다룬다. 실제로 뱀파이어의 모티프가 된 ‘죽지 않은 사람’의 아이디어를 낸 것은 바이런이었지만,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소설을 쓴 사람은 폴리도리였다. 몇 년 후 폴리도리의 소설은 바이런이 쓴 것으로 포장되어 큰 인기를 누렸다. <라 루미에르>의 작가 김지식, <조선변호사>의 작곡가 유한나,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 <명동 로망스>의 연출가 김민정이 참여한다.
신스웨이브가 제작을 맡은 <페드라>(5~7월, 유니플렉스 1관)도 올해 처음 관객을 만난다. <아랑가>의 김가람이 대본을 쓰고, 음악감독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김길려가 작곡했다. <페드라>는 양아들 히폴리투스와 사랑에 빠지는 저주에 걸린 페드라 신화와 판도라의 상자 신화를 모티프로 삼았다. 신화에 SF적 상상력을 더한 것이 이색적이다. 생명공학자 테세우스가 신처럼 군림하는 미래를 배경으로 테세우스의 정체를 밝히려는 페드라와 테세우스의 후계자이자 A.I. 히폴리투스의 이야기를 그린다. <페드라>는 신스웨이브가 2019년에 개최한 제1회 창작뮤지컬 공모전에서 개발지원작으로 당선되었다. 약 1년간 작품 개발 과정을 거쳐 2020년 리딩 공연으로 관객에게 처음 소개되었다.
오랜 준비 끝에 정식 공연으로
오는 3월 초연하는 <렛미플라이>(3~6월, 예스24스테이지 1관)는 2018년 ‘우란이상 공연예술개발 프로그램’에 선정되어 약 2년간 초기 개발부터 트라이아웃 공연까지 지원받은 작품이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던 남원이 어느 날 갑자기 2020년으로 타임워프를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탄탄한 스토리에 알앤비, 힙합,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목한 뮤지컬 넘버가 재미를 더한다. 2020년 트라이아웃 공연 당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는 따뜻한 이야기로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차미> <명동로망스>의 조민형 작가와 <빨래> <랭보>의 민찬홍 작곡가가 창작자로 참여했다. 두 사람은 <렛미플라이>를 통해 ‘평범한 개인의 일상이 모여 찬란한 역사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3월에 공연하는 <쇼맨_어느 독재자의 네 번째 대역배우>(3~5월, 국립정동극장)는 누군가의 대리인이자 자신의 독재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다룬 작품이다. 자신이 과거 어느 독재자의 대역 배우였다고 주장하는 수상한 노인 네불라와 얼떨결에 그의 인생 사진을 찍게 된 사진작가 수아가 주인공이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 <레드북>의 한정석 작가, 이선영 작곡가 콤비가 선보이는 세 번째 작품이자 <레드북> 이후 5년 만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은다. 전작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관객의 신뢰와 지지를 얻은 두 창작자가 이번에는 어떤 이야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사뭇 기대된다.
2018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극창작과 기말 독회 작품으로 처음 소개되었던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5월 개막, 공연장 미정)이 올봄 관객과 만난다. 신인 창작자 김주영 작가와 박병준 작곡가의 상업 데뷔작이다. 45분짜리 짧은 뮤지컬로 시작한 <말리의 어제보다 특별한 오늘>은 개발 과정을 거쳐 2019년 케이아츠 플랫폼 창작공모전 디벨롭 분야 선정작, 2021년 제15회 DIMF 창작뮤지컬상 수상작에 선정되며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작품은 애착 인형의 몸에 들어간 사춘기 소녀 말리가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나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넨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짜임새 있는 대본과 음악,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주제로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새로운 가족뮤지컬의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재연작
익숙한 동화에 기발한 상상력과 풍자를 더해 본격 ‘어른이’ 뮤지컬을 표방했던 <난쟁이들>(1~4월, 플러스씨어터)이 오랜만에 재공연한다. 아름다운 동화 나라에서 하루 종일 보석만 캐던 난쟁이 찰리가 동화 속 주인공이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2015년 초연된 <난쟁이들>은 독특한 소재와 재치 넘치는 뮤지컬 넘버로 큰 사랑을 받으며 2017년 세 번째 시즌까지 성공적으로 공연했다. 매 시즌 작품 속 B급 코드를 잘 살린 마케팅과 이벤트로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4년 만에 새로운 프로덕션으로 돌아오는 <난쟁이들>은 특유의 B급 코드와 현실을 유쾌하게 비튼 풍자 코미디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무대 디자인 등 작품 외적인 부분을 업그레이드한다. 또한 초연 후 7년이 지난 작품인 만큼 동시대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등장인물의 대사를 가다듬을 예정이다.
동명의 드라마를 뮤지컬화한 <모래시계>(5~8월, 디큐브아트센터)도 초연 5년 만에 재공연한다. 격변의 한국 현대사를 배경으로 세 주인공 박태수, 강우석, 윤혜린의 우정과 사랑, 엇갈린 운명을 그린 작품이다. 이번 재연에서 주목할 것은 초연과는 전혀 다른 프로덕션으로 꾸려진다는 점이다. 초연이 한국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재연은 주요 사건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인물 중심의 드라마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주요 창작진도 모두 바뀐다. <메리 셸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의 박해림 작가, <해적> <트레이스 유>의 박정아 작곡가, <그레이트 코멧> <난쟁이들>의 김동연 연출가가 새롭게 참여한다.
<마타하리>(5~8월, 샤롯데씨어터)도 5년 만에 다시 관객을 만난다. 지난 2016년 초연한 <마타하리>는 1차 세계대전 중 독일과 프랑스의 이중 스파이 혐의로 체포된 무희 마타하리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마타하리>는 EMK뮤지컬컴퍼니가 처음으로 선보였던 창작뮤지컬이다. 당시 창작뮤지컬로서는 드물게 거액의 제작비를 투입하여 큰 화제를 모았고, 라이선스 뮤지컬 못지않은 무대 세트와 화려한 볼거리로 주목을 받았다. 이듬해 재연에서는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무대와 대본을 대대적으로 수정하여 공연했다. 올해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마타하리>는 또 어떤 모습으로 관객을 만날지 궁금하다.
2018년 초연한 <용의자 X의 헌신>(11월 개막, 한전아트센터)은 새로운 제작사를 만나 돌아온다. 일본의 대표 추리소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의문의 살인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형사와 사건을 은폐하려는 수학자의 대결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이번 재연은 <태양의 노래> <알타보이즈>의 제작사인 신스웨이브가 제작한다. 정영 작가, 원미솔 작곡가, 정태영 연출가 등 초연 창작진이 참여하는 가운데, 대극장 공연으로 규모를 키워 새로운 연출을 예고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8호 2022년 1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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