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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EDITOR'S PICK] 이달의 문장 [No.208]

글 |최영현·안세영·이솔희 사진 | 2022-08-23 631

이달의 문장

 

 

The parts we can’t tell, we carry them well.
But that doesn’t mean they’re not heavy.
모두 비밀을 잘 감추고 살지만 그렇다고 그게 무겁지 않은 건 아냐.
영화 <디어 에반 핸슨> ‘The Anonymous Ones’

 

살면서 나름대로 터득한 삶의 진리(?)가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난 괜찮지 않다I’m not fine’는 거다. 무심한 천성 덕에 ‘괜찮지 않은 나’에 대한 불안은 대개 파도처럼 밀려왔다가 금세 쓸려 나가지만, 그래도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몸과 마음에 큰 타격을 입곤 한다. 그럴 때마다 힘이 되는 건 ‘다들 겉으론 괜찮아 보여도, 그 속은 나처럼 괜찮지 않다’는 내 삶의 진리 2번이다. 영화 <디어 에반 핸슨>에는 소심한 데다가 불안장애까지 있는 주인공 에반과 정반대 세상에 사는 것 같은 ‘알라나’가 나온다. 나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알라나에게 살짝 질투가 났다. 하지만 알라나가 솔로곡인 ‘The Anonymous Ones’에서 에반과 다르지 않은 자신의 불안을 고백할 때, 갑자기 마음이 놓였다. 질투는 공감으로 바뀌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이 세상은 괜찮지 않은 사람들 투성이니까. Editor | 최영현


 

공연을 본다는 건, 관객들의 심장 박동이 맞춰지는 일이야. (…)
그럴 때, 극장은 거대한 공감 기계처럼 되는 거야.
만약 내가 - 우리가 - 어떤 이야기를, 네 목소리 같은 걸 가져와서 그 기계에 담으면,
사람들이 귀를 기울이는 거야. 네 목소리에. 네 이야기에.
연극 <마우스피스>

 

극이 뭐냐는 데클란의 질문에 나라면 뭐라고 답했을까. 아마 한참 머리를 굴리다 이렇게 답했을 것이다. 한곳에 모인 사람들이 두 패로 나뉜 다음, 한 패가 거짓말을 하는데 다른 한 패가 그걸 알면서도 기꺼이 속는 거야! 관객은 극장에서 펼쳐지는 삶이 현실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눈앞에서 거짓을 꾸며 내는 걸 빤히 보면서도 기꺼이 속기를 택한다. 이 속임수 속에서 한 조각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으며. 가짜로 지어낸 이야기를 통해서만 더 잘 드러나고 전달되는 진실이 있다고 믿으며. 글이나 영상으로 전달되는 이야기보다 ‘가짜’임이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 그것이 역설적으로 연극의 매혹적인 점이 아닐까. Editor | 안세영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위해.
그리고 지금 사는 이 세상을 위해.
중요한 것은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것.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고 믿으면서.
뮤지컬 <하데스타운> ‘Livin' it Up on Top’ & ‘Road To Hell Ⅱ’

 

극 중 일꾼들처럼 공허한 눈빛으로 하루하루 무의미하게 벽을 쌓아 올리고, 하데스와 영혼의 거래라도 한 듯이 텅 빈 가슴을 체념으로 채우던 그때, <하데스타운>을 만났다. 좌절로 점철된 것처럼 보일지라도 ‘지금 사는 이 세상’이 소중하다고, 반복되는 비극 속에서도 희망을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될 거라고 말하는 오르페우스와 헤르메스가 전한 이 문장들이 내게는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따가운 일침이자 나아갈 힘을 주는 따뜻한 위로였다. 앞으로 살아갈 수많은 나날 동안 끊임없이 두려움과 불안을 마주할 테고, 머릿속을 가득 채운 불신 탓에 그토록 꿈꾸던 지상을 눈앞에 두고 뒤를 돌아보는 날들도 종종 있겠지만, 그럼에도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가 그랬던 것처럼 다시 삶을 사랑하고, 밝아질 세상을 위해 노래할 것. <하데스타운>이 알려준 이 소중한 가르침은 모질고 각박한 세상을 버텨 내는 모든 이에게 유효하다. Editor | 이솔희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8호 2022년 1월호 게재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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