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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PECIAL] 코로나 시대에 공연이 국경을 넘는 법 [No.205]

글 |안세영 사진제공 |S&CO, 쇼노트 2020-10-30 3,107

코로나 시대의 공연 지키기 

지난 2월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되기 시작하자, 관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객석에 입장하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배우와 스태프, 관객 모두 처음 겪는 이 광경에 두려움과 괴상함을 느꼈지만,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무대 위의 배우를 제외한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극장 안을 채우는 건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변화가 불가피한 코로나 시대에 한 편의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공연계 사람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코로나19로 달라진 공연계 풍경을 집중 조명한다.

 

코로나 시대에 공연이 국경을 넘는 법

 


 

거리 두기를 위한 연출

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캣츠>에 최초로 마스크를 쓴 고양이가 등장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한국 공연을 올리는 <캣츠>는 작품 고유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안전하게 공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배우들이 객석을 통과하는 장면에서 ‘메이크업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그 방법 가운데 하나다. 이 마스크는 오리지널 프로덕션에서 한국 공연을 위해 고안한 것으로, 각 고양이의 실제 분장과 비슷하게 디자인되었다. 아크릴 페인트를 칠한 원본 마스크를 디지털 프린팅 기술로 복제해 여러 개 제작한 다음 매일 세탁을 거쳐 사용한다. 
 

메이크업 마스크는 오프닝에서 고양이들이 객석을 가로질러 젤리클 축제의 무대로 모이는 장면, 선지자 고양이 올드 듀터러노미가 객석 뒤편에서 등장하는 장면, 악당 맥캐버티가 객석 앞으로 나타나는 장면에서 사용된다. 이 밖의 장면에서는 배우들의 객석 이동 동선을 최소화했다. 그리자벨라와 극장 고양이 거스가 객석을 통과하는 장면은 쓰레기장 컨셉의 무대 세트 곳곳에 숨겨진 공간을 이용해 등퇴장하도록 바뀌었다. 인터미션 때 올드 듀터러노미 홀로 퇴장하지 않고 무대 위에 머무는 연출은 기존과 동일하지만, 이전처럼 관객들을 무대 위로 초대해 안아주는 대신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한다. 인터미션에 고양이들이 관객과 스킨십하며 재롱을 부리는 장면도 이번 시즌에는 무대 끝에서 관객들을 관찰하는 형식으로 바뀌었다. 또한 무대와 객석 간의 거리를 3m 이상 유지하기 위해 객석 1열은 판매하지 않는다.

 

배우와 스태프 격리 문제

수많은 해외 배우와 스태프가 참여하는 내한 공연 <캣츠>의 제작사 S&CO는 공연 개막 전부터 방역에 총력을 기울였다. 모든 배우와 스태프는 입국 후 14일간 임시 생활 시설에 격리되었다. 공항과 격리 시설, 관할 보건소 이동 시에는 전용 버스를 이용했다. 격리가 해제된 이후에도 컴퍼니매니저가 매일 모든 배우 및 스태프의 동선과 컨디션을 체크하고 있다. 공연장 입장 시 지정된 출입구를 통해 체온 확인 후 입장하며, 숙소 입장 시에도 체온을 확인한다. 또한 연습 시간 외에는 백스테이지에서도 마스크를 상시 착용한다.
 

라이선스 뮤지컬 <고스트>에도 해외에서 입국한 협력연출가 1명과 기술 스태프 14명이 참여한다. 제작사 신시컴퍼니는 이들을 14일간 격리할 장소를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정부에서 지정한 격리 시설은 그날그날 입국 인원에 맞춰 임의로 숙소를 배정해, 스태프들이 묵게 될 공간의 컨디션을 미리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태프들이 서로 다른 숙소에 묵게 될 경우 제작사에서 이들을 관리하는 데 더 많은 수고를 들여야 한다. 결국 신시컴퍼니는 질병관리청의 방역 지침에 맞는 별도의 격리 장소를 찾아 나섰고, 제작사 직원의 인맥을 동원해 지방에 위치한 펜션 한 동을 빌렸다. 옆 동에는 제작사 직원 1명이 한 달 넘게 상주하며 연달아 입국하는 해외 스태프의 격리 생활을 도왔다.
 

해외 입국자의 14일 의무 격리가 예외적으로 면제되는 경우도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해외 기업 관계자가 국내 중소기업과 계약, 투자, 기술 지원 등 중요한 사업을 위해 입국하는 경우 격리를 면제해 주고 있다. 국내 입국 시 임시 격리 시설에서 1박 2일 검사를 받은 후 음성으로 판정되면 최종적으로 격리가 면제된다. 지역별 중소벤처기업청에서 기업의 신청을 받은 뒤 사업의 시급성과 중요성을 따져 격리 면제 여부를 판단한다. 신시컴퍼니도 <고스트> 해외 스태프의 격리 면제를 신청하고자 중소벤처기업청에 문의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신시컴퍼니 해외업무 팀은 “정부 부처에서 공연 산업에도 많은 기술자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어 아쉬웠다. 정부 입장에서는 공연처럼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를 억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우리와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낮은 가능성에 시간을 낭비할 수 없었던 신시컴퍼니는 결국 격리 면제 신청을 포기했다. 다음은 관계자의 말이다. “코로나19 발발 전에는 비자 발급에 걸리는 시간이 일주일 정도였지만, 현재는 4주 이상으로 늘어났다. 격리 면제 심사 결과를 기다렸다가 비자를 신청하면 입국 날짜가 너무 미뤄진다. 심사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해외 스태프를 마냥 기다리게 할 수 없었다.”



활발한 온라인 소통

<제이미> 한국 공연은 웨스트엔드 최신작의 세계 최초 라이선스 프로덕션으로,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매력을 동일하게 구현하기 위해 국내외 스태프 간의 긴밀한 소통을 필요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예정되어 있던 해외 스태프의 입국이 전면 취소되자 제작사 쇼노트는 온라인 소통 방식을 적극 활용했다. 오디션부터 무대 셋업까지 제작 과정 전반을 영상으로 기록해 오리지널 프로덕션 측에 전달하고 이메일과 화상 통화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단점은 이러한 방식으로는 즉각적인 소통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영상을 촬영한 뒤 편집해서 해외에 전달하고 피드백을 받기까지 최소한 2박 3일이 걸렸다.
 

<고스트>의 해외 스태프 일부도 자국에서 여행 규제를 풀지 않아 입국이 취소되었고, 온라인 소통으로 그 공백을 매우고 있다. <고스트> 무대에 사용되는 오토메이션 설치와 프로그래밍 작업을 지원하는 해외 회사는 한국 프로덕션에 영상 통화가 가능한 특별한 헤드셋을 보내주었다. 이 헤드셋은 오토메이션 회사에서 시중에 나와 있는 장비를 조합해 개발한 것으로, 헤드셋에 달린 카메라가 작업자의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영상으로 촬영해 상대방에게 실시간 전송한다. 손으로 태블릿을 들고 촬영할 필요가 없어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국내 스태프가 이 헤드셋을 착용한 채로 작업하며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해외 스태프는 자신의 PC를 통해 그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영상으로 확인하며 실시간 피드백을 줄 수 있다. 물론 양국의 시차를 고려해 약속 시간은 미리 정해야 한다. 이 헤드셋은 코로나19로 인해 개발된 장비는 아니나 기술자가 국경을 넘는 일이 어려워진 지금 어느 때보다 요긴하게 사용되고 있다. 팬데믹 시대를 맞아 비대면 화상 회의와 원격 수업이 활성화되었듯, 공연계에서도 온라인 소통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5호 2020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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