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공연 지키기
지난 2월 코로나19가 국내에 확산되기 시작하자, 관객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객석에 입장하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배우와 스태프, 관객 모두 처음 겪는 이 광경에 두려움과 괴상함을 느꼈지만, 그로부터 반년이 지난 지금 무대 위의 배우를 제외한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극장 안을 채우는 건 더 이상 낯선 모습이 아니다. 변화가 불가피한 코로나 시대에 한 편의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공연계 사람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코로나19로 달라진 공연계 풍경을 집중 조명한다.
코로나 시대를 대비하는 공연장 사람들
철저한 방역의 실행
관람객과 공연을 지키기 위해서 만반의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공연장 스태프들로, 공연장을 지키는 최정예 요원들이다. 코로나19 유행 이전에는 자유롭게 공연장에 입장해 티켓을 수령하고 공연을 관람했다면, 지금은 여러 단계의 확인 과정을 거쳐야만 객석에 앉을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안내는 공연장 안내원의 몫이 되었다. 현재 공연하는 공연장의 하우스매니저는 “이전보다 공연장 안내원의 업무가 2~3배가량 늘어난 셈”이라고 말한다. 원활한 공간 안내를 위해 일부 공연장은 극장 출입구, 티켓 부스, 로비, 객석 입구 등의 배치 인원을 늘렸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에 따라 철저한 방역이 계속 이어지면서 이들의 업무량은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다. 공연장 안내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다. 기존 공연장 에티켓과 고객 응대 시스템 외에도 거리 두기 방역 수칙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반드시 숙지해야만 한다.
공연장 문이 열리면 하우스매니저와 공연장 안내원, 티켓 담당자 및 스태프의 본격적인 업무가 시작된다. 공연장 안내원과 티켓 담당자는 불특정 다수의 관람객을 직접적으로 마주하기 때문에, 최소 KF80 이상의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착용한 상태로 공연장에 상주한다. 공연장은 손 세정제를 곳곳에 비치해 두었는데, 관람객뿐만 아니라 공연장 안내원도 수시로 손을 소독하며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해 노력한다. 공연장 안내원은 하루에 최대 8시간 동안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착용한 채로 근무해야 한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라텍스 장갑 내부에서 차오른 땀이 마르지 않아 습진이나 피부 질병이 발생하기도 한다고. 관람객이 공연장 입장 시 QR코드 인증을 통한 전자출입명부를 제출하거나 수기 문진표를 작성하도록 안내하고 내용을 꼼꼼히 확인하는 것도 이들의 업무다. 체온계로 관람객의 체온도 일일이 측정한다. 한 공연장은 공연장 안내원이 문진표의 내용을 신속하게 확인하고, 정확한 내용을 안내할 수 있도록 특화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또 공연장 안내원들은 관람객 밀집도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공연장 입장에서부터 티켓 배부처, 로비 곳곳에서 빠른 객석 입장을 안내하고 있다. 여기에는 관람객의 동선을 나누고 거리 두기를 유지하도록 안내하는 것도 포함된다. 공연장 안내원 외에도 티켓 담당자는 티켓 배부 시 할인 증빙 자료, 문진표, 신분증 등을 눈으로 확인하고 관람객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다. 또 각각의 운영 방침에 따라 MD 판매를 온라인에서 진행하거나 판매 부스 운영 시간을 줄였고, 공연장 내부 매점과 카페를 운영 중단하며 관람객 밀집도를 낮추기도 한다.
공연장 관리의 어려움
체온 측정과 문진표 작성 시스템 도입 초반에는 문진표를 수기로 작성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관객의 불만이 상당히 많이 접수됐다. 협조적이지 않은 관람객에게 자가 문진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작성을 설득해야만 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온라인 문진표나 QR 코드 인증을 통한 전자출입명부에 익숙하지 않은 관람객이 방문할 경우 재안내를 하는 경우도 많았다. 한 공연장의 하우스매니저는 “코로나19 확산 초반에는 문진표를 확인해 공연장 입장이 불가한 관객이 나타났을 때, 티켓을 소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입장이 안 된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애를 먹은 경우가 많았다”고 밝혔다.
객석 관리를 담당하는 공연장 스태프들은 공연이 시작되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만 한다. 객석에서 마스크를 벗거나 제대로 쓰지 않는 관람객을 찾아 조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한 공연장 안내원은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 중간에 공연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직접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리지 않은 관람객을 찾고 제지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연 중 마스크를 벗은 관람객이 있으면 주변 다른 관람객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바로 민원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마스크 미착용 관람객을 발견하고 안내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특히 방역 단계 초기에는 마스크 착용에 비협조적인 관람객이 많았고, 일부 관람객은 욕설 혹은 위력을 가하려는 경우도 있어 이에 대응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다. 한 대학로 소극장의 하우스매니저는 “대극장과 비교해 객석 간 간격 및 부대시설의 공간이 상대적으로 협소한 소극장은 많은 관람객이 밀집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실시 이전부터 마스크 착용 의무를 강제화하여 비협조적인 관람객은 공연 중에도 퇴장당할 수 있다는 강경한 안내 멘트를 여러 번 공지했고, 커튼콜 시 함성을 금지한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실제로 해당 공연장에서는 수차례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한 관람객을 퇴장 조치시킨 바 있다. 해당 공연장은 이렇게 철저한 방역 지침을 지킨 덕분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두 번이나 방문했음에도 공연장 내부에서 추가 감염이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에 집중되다 보니 공연장 기본 에티켓에 대한 안내가 줄어 공연장 안내원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이로 인해 공연 중 휴대폰 사용, 사진 촬영, 대화, 자리 이동 등의 사례가 증가해 공연장 안내원의 고충이 늘었다. 대극장 공연장에서 근무하는 한 공연장 안내원은 “관람객에게 해당 사항을 제지해 달라고 요청하면 오히려 컴플레인을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공연장 안내원 외에 티켓 담당자들도 어려움이 있다. 티켓 배부 과정에서 직접적인 대화를 피하고자 일부 공연장은 티켓 배부처에 투명한 아크릴 가림막을 설치했다. 티켓 담당자들은 티켓 발권을 위해 예매 내역 혹은 예매자 정보를 확인해야만 하는데, 투명 아크릴 가림막으로 말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관객 불만이 많았다. 이로 인해 많은 티켓 담당자들은 예매 정보 내역을 확인하는 소요 시간이 과거보다 오래 걸린다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티켓 담당자들은 현재 마스크의 필수 착용으로 입 모양을 확인하는 것도 어렵다면서 대신 목소리를 최대한 크게 내고 적절한 보디랭귀지를 섞어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공연장 운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공연장 관계자들은 이 상황을 헤쳐 나가고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 공연 관계자는 “객석 내에서는 관객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옆자리 관객과 대화도 하지 않는다. 방역 수칙만 지킨다면 비말 전파를 막을 수 있다. 공연장의 모든 사람이 노력을 쏟고 있으니, 안심하고 공연을 관람하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5호 2020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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