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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ZOOM IN] 공연계 소규모 프로젝트, 마음과 마음이 모일 때 [No.205]

글 |박보라 2020-10-26 3,097

공연계 소규모 프로젝트
마음과 마음이 모일 때 


최근 주목할 만한 공연계의 소규모 프로젝트가 등장했다. 지난 8월부터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고독한 연필방에 업로드한 사진을 공개한 ‘흑심이와 언니 둘’과 유튜브에서 모임 영상을 시작으로 여러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는 원승휘 프로젝트가 그 주인공이다. 열정 가득한 이들은 어떤 공연을 만들고 싶을까. 두 프로젝트가 꿈꾸는 청사진을 들어본다. 



흑심이와 언니 둘
흑심이의 진심을 들여다보다

인스타그램에 귀여운 동그라미가 등장했다. 이름은 ‘흑심이’로, 연필로 탄생한 흑심 프로젝트의 마스코트다. 한아름 연출가와 이정미, 정인지 배우가 마음을 모아 만든 흑심이의 시작은 2020년 6월로 거슬러 간다. 평소 공연과 자신의 관계성을 탐구하고 고민해 오던 한아름은 신촌극장과의 작업을 앞두고 ‘연출가로서 자신의 자아가 창작 과정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이어갔다. 그 결과 과거 『연필깎기의 정석』이라는 책을 읽으면서 큰 인상을 받은 ‘쓸모없는 행위를 쓸모 있게 만든다’는 컨셉의 프로젝트를 떠올렸다. 평소 한아름과 두터운 친분을 다져온 이정미와 정인지가 그의 이야기를 듣고 선뜻 합류하겠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정미는 “평소 옆에서 지켜본 한아름 연출가는 톡톡 튀는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 그를 지지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고 밝혔고, 정인지 또한 한아름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궁금증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한아름에게 이 프로젝트는 특별하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다짐한 것은 무언가를 증명하려 말고 과정에 집중하고자 했다. 든든한 두 배우를 만나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게 됐다.” 
세 사람이 처음 만난 때부터 이 프로젝트의 중심 소재는 ‘연필’이었다. 연필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각자의 특성을 발견했다. 첫 단계는 각자가 기억하는 연필을 말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후 약 2, 3주에 걸쳐 연필을 깎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이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연필을 깎으며 자신에게 집중했다. 또 카카오톡에 세 사람만의 ‘고독한 연필방’을 만들었다. 규칙은 하나. 직접 깎은 연필로 하고 싶은 말을 종이에 써서 소통한다는 것. 어떠한 내용도 괜찮았다.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라는 소소한 필담을 나누거나 일기 형식의 혼잣말을 올려도 무방했다. 이렇게 차곡차곡 모인 손 글씨들은 8월에 개설된 인스타그램 ‘흑심이’에서 만날 수 있다.

이들은 지난 9월 15일부터 20일까지 신촌에 위치한 신촌극장에서 <연필을 깎으며 내가 생각한 것>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이정미는 “지난 3개월 동안 서로를 향한 소통의 선이 만들어지는 걸 체험했다. 연필을 깎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신을 들여다보고 더 넓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이런 모습을 공연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연필을 깎으면서 세 사람이 나눈 공통적인 이야기가 작품의 큰 골자가 됐다. 이들이 연필을 깎으면서 느낀 감정과 생각 그리고 새롭게 발견한 무언가를 간단한 말로 뱉는 것이 전부다. 

이들에게 이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한아름은 “연필을 깎으면서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게 됐다.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면 우리를 통해 마음에 지니고 있는 연필을 발견하고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정미는 “배우로서 잘 서 있을 힘을 준 시간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내 스스로가 나를 더 믿어도 된다고 느꼈다”는 소감을, 정인지는 “우리에게 특별한 경험이었던 것은 맞지만 특별했다고 명명하고 싶지는 않다. 목표를 향한 과정 중 하나였고, 내 자신에게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됐다”고 애틋함을 전했다. 




원승휘 프로젝트
좋은 작품을 발견해 나가 는 일

지난 5월에 공연된 <베어 더 뮤지컬>로 만난 이지원 연출가와 정휘, 홍승안 배우가 ‘원승휘 프로젝트’를 결성했다. 이들의 이름을 한 글자씩 조합해 만들어진 ‘원승휘’는 정휘의 아이디어로, 그 이상의 신박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 만장일치로 결정된 프로젝트 명이다. 세 사람은 <베어 더 뮤지컬>을 공연할 당시에 마음이 잘 맞아 급속도로 친해졌다. 덕분에 공연을 하며 서로에게 많은 힘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사석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고, 그 이야기의 끝은 공연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었단다. 그렇게 탄생한 원승휘 프로젝트는 공연에 대한 애착과 비슷한 취향을 지닌 멤버들이 모인 집단으로, 원하는 공연을 직접 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원승휘 프로젝트는 다양하고 좋은 공연을 만들어서 선보이겠다는 꿈을 향해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특히나 이들이 관심을 쏟는 소재는 삶이다. 세 사람이 대화를 나누면서 떠올랐던 관계를 생활에서 잘 녹여낼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고 싶단다. 원승휘 프로젝트의 첫 정식 작품은 2021년 가을에 선보일 예정인 연극이다. 아직 많은 정보를 알려줄 수는 없지만, 외부 작가에 의해 현재 대본 작업 중이다. 정식 공연과 더불어 리딩 공연도 준비 중이다. 홍승안은 “우리 셋 외에도 다른 배우, 창작진과 협업하는 방향을 생각 중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좋은 창작진과 배우를 만나 서로 교감하고 소통하며 창작자이자 인간으로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내년 상반기 계획하고 있는 리딩 공연의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 좋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인데, 공모를 통해 외부 작품을 수집할 가능성도 열어 놨다. 

원승휘 프로젝트는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콘텐츠를 업로드하고 있다. 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모이는데, 일주일에 한 번 유튜브 콘텐츠 업로드를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정휘는 “공연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해야만 하는 일이 많다. 유튜브를 통해 우리 세 명이 앞으로 겪을 좌충우돌의 과정을 공유하고 싶다. 또 우리도 공연을 제작하는 일은 처음이라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과정을 보여드리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꾸준히 프로젝트를 이어 나가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이지원은 “프로젝트를 장기적으로 운영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데, 특별히 수익을 내겠다는 욕심은 없다. 우리에게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좋은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이 마음을 끝까지 가지고 가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홍승안은 “공연은 내게 업이자 취미다. 이 과정을 즐길 수 있어서 행복하다. 원승휘 프로젝트를 통해 즐거운 창작 작업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또 정휘는 “나는 현실주의자다. 원승휘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이 행복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 닥쳐도 이들이 든든한 힘이 될 거라 믿는다”는 애정을 보였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5호 2020년 10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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