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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SPECIAL INTERVIEW] 나나영롱킴·밤비·빛하믹주​, 드래그 퀸은 오늘도! [No.204]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2020-10-08 16,460

나나영롱킴·밤비·빛하믹주
드래그 퀸은 오늘도!

               
우리하고 다를 게 없는 똑같은 사람인데, 단지 드래그라는 일을 할 뿐이네? LGBTQ+ 기반의 컬처 브랜드 ‘네온 밀크’를 함께 꾸려가고 있는 드래그 퀸 나나영롱킴과 밤비, 빛하믹주, 세 사람이 듣고 싶은 말은 이렇게나 심플하다. 하지만 틀릴 것 없는 이 말을 쟁취하기 위해 이들이 쌓아가는 노력과 시간은 결코 심플할 수 없다. 현실의 드래그 퀸이 말하는 드래그 퀸의 세계.




재능이 이끈 인생의 무대 

뮤지컬 잡지에서 인터뷰 제안을 받았을 때 어땠나요? 
나나_
저는 원래 뮤지컬에 관심이 많았어요. 평소에도 뮤지컬 넘버를 드래그 쇼 곡으로 사용하거나 뮤지컬에서 영감을 받아 드래그 분장을 연출하거든요. 대학교 다닐 때 접한 영화 <헤드윅>하고 <프리실라>를 통해 드래그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는데, 요즘에는 드래그 퀸을 소재로 하는 공연이 정말 많아졌잖아요? 올해만 해도 연극 <조지아 맥브라이드의 전설>이나 뮤지컬 <제이미> 같은 새로운 작품이 공연됐고요. 공연 장르에서 드래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느낄 때, 이렇게 뮤지컬 잡지에서 연락이 와서 ‘아, 이제 여기까지 진출하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서 기뻤어요. 하하. 최근엔 저희 셋이 개인 활동에 전념했는데, 오랜만에 같이 사진을 찍으면 좋을 것 같아서 두 사람한테 재미있게 준비해 보자고 했죠, 

세 분께 오늘 뮤지컬 캐릭터로 변신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캐릭터를 고르기까지 어떤 고민의 과정을 거쳤나요?
밤비_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뮤지컬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은 아니에요. 어떤 작품들이 있다는 것만 아는 정도라 인터뷰 소식을 들었을 때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이것저것 찾아보다 <레베카>의 댄버스 부인을 해볼까 했는데, 공연 의상이 심플해서 드래그 분장으론 좀 심심할 것 같은? 그래서 <스위니 토드>의 러빗 부인을 준비하게 됐죠. 저희 동네 예쁜 빵 가게들이 전부 다 없어져서 소품으로 파이 대신 케이크를 사온 게 좀 아쉬워요.
나나_ 밤비가 처음엔 <헤어스프레이>나 <미스 사이공>도 고민했어요. 그러다 자기한테 어울리는 걸 딱 찾아내더라고요. 얘한테 러빗 부인 이야기를 듣자마자 “어, 야! 너무 잘 어울리겠다” 그랬어요. 저는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되게 많았는데, 마침 저한테 <라이온 킹>에 어울리는 옷이 있었어요. 워낙 ‘쎈’ 옷이라 제작해서 구입해 놓고 한 번밖에 못 입었거든요. 이걸 어떻게 연출할까 고민하다 옷을 입고 머리에 천을 둘러봤더니 주술사 같은 느낌이 나더라고요. <라이온 킹>에 주술사 원숭이 캐릭터도 있으니까, 심바에 주술사 느낌을 더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믹주_ 저도 뮤지컬에 대해 잘 몰라서 나나가 <제이미>의 ‘제이미’랑 <록키 호러 쇼>의 ‘프랑큰 퍼터’ 두 개를 추천해 줬어요. 제가 생각해도 둘 다 저한테 잘 어울릴 것 같았는데, <제이미>는 현재 공연 중인 작품이기도 하고, 최근에 예쁘장한 분장을 많이 해서 ‘프랑큰 퍼터’에 더 끌렸어요. 원래 기괴하고 독특한 오컬트적인 분위기를 좋아해서 옛날에는 그런 스타일을 많이 연출했거든요. 안 그래도 옛날 그 느낌을 다시 내보고 싶었는데, 이번 기회에 잘 표현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나나와 믹주, 두 분이 활동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드래그는 지금보다 훨씬 낯선 문화였어요. 처음에 어떻게 드래그 세계에 빠지게 됐나요. 
믹주_
중학생 때부터 화장하는 걸 좋아했어요. 엄마 화장품으로요. (웃음) 대학교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스모키 화장을 하기 시작했고, 머리 스타일도 희한하게 하고 다녔어요. 평소에도 가발을 자주 쓰고 다녔죠. 그러다 자연스럽게 드래그 문화를 접하게 됐는데, 지인 소개로 드래그 쇼 무대에 설 기회가 생긴 거예요. 처음엔 드래그 쇼를 한다는 것보다는 무대에 선다는 사실 자체에 끌렸어요. 저는 무대에 너무너무 서보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데뷔 무대를 마치고 나니 드래그 쇼의 희열이 엄청 크더라고요. 2013년 당시만 해도 드래그를 하는 사람이 많이 없어서 사람들이 저희를 지금보다 훨씬 신기한 시선으로 봤어요. 세상에는 다양한 아름다움이 존재하고,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보여주는 데서 오는 희열이 있었어요. 
나나_ 아까 제가 영화 <헤드윅>을 보고 드래그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잖아요? 대학 시절 학교에서 뮤지컬 갈라 공연으로 <헤드윅> 장면을 한 적이 있어요. 헤드윅처럼 분장을 하고 공연하는데, 그 모든 과정이 너무 재미있었어요. 아마 <프리실라> 영화도 그 즈음에 봤을 거예요. <프리실라>는 드래그 쇼를 하는 주인공들이 큰 버스를 타고 소도시를 돌아다니며 쇼를 펼치는 내용이거든요. 편견에 맞서면서요. 그 모습이 엄청 멋있게 보였어요. 그래서 드래그에 대해 알아봤더니 우리나라에도 드래그 쇼를 하는 클럽들이 있더라고요. 이걸 본격적으로 해봐야겠다 싶어 클럽 공연 신에 뛰어들게 된 거죠. 그게 2007년 즈음이에요.

나나는 대학교에서 연극영화과를 전공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어렸을 때는 배우를 꿈꿨던 걸까요?
나나_
저는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게 많았어요. 연기도 하고 싶고, 노래도 하고 싶고, 춤도 추고 싶고. 그걸 다 좇다 보니 대학을 연극영화과로 진학했는데, 학교생활이 제가 기대했던 것과 달랐어요. 커리큘럼이 저랑 안 맞았다고 해야 하나. 학교 공연에서는 남녀 간의 서정적인 사랑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제 성 정체성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던 터라 여자를 사랑하는 연기가 어렵더라고요. 학교에서 요구하는 연기와 제가 하고 싶은 연기가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학교를 그만두고 바깥 활동을 시작하게 됐죠. 옛날에 믹주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자기는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려다 보니 그게 결국 드래그였다고. 그 말에 저도 공감하는 게, 제가 연극영화과에 가겠다고 마음먹기 전에는 미대 입시를 준비했거든요. 그림 그리는 재능은 메이크업에 쓰고, 춤추고 노래하는 끼는 쇼에 발휘되고, 드래그는 제가 잘할 수 있는 걸 종합한 거더라고요.

반면 밤비는 비교적 최근에 드래그를 하게 됐어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밤비_
저는 성격상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하는 게 맞는 체질이에요. 학창 시절엔 사범 대학교에 들어가서 선생님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무대에 올라 남들 앞에 서는 일을 할 거라곤 상상도 못 했어요. 그런데 제가 ‘네온 밀크’라는 레이블을 운영하다 보니, 드래그 쇼를 진행할 때 호스트를 맡아줄 캐릭터가 필요하더라고요. 2017년에 네온 밀크를 론칭하고 2018년에 첫 드래그 분장을 했으니까 처음부터 제가 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조금 현실적인 이유로 직접 호스팅을 맡게 됐는데, 드래그 퀸으로 무대에 서면 다른 사람이 되는 것 같은 느낌이 좋더라고요. 이렇게 메이크업을 하고 의상을 갖춰 입으면 제가 아닌 것 같은? 오늘 사진 찍은 것만 해도 저는 평소에 그런 포즈를 못 해요. 그런데 드래그를 하면 과감해지죠. 그런 게 좋아요.

믹주도 나나처럼 과거에 미술을 배운 걸로 알고 있는데, 밤비는 그런 경험 없이 메이크업을 하는 게 어려웠을 것 같아요. 드래그 분장을 처음으로 손수 해봤을 때 어땠는지 기억나요? 
밤비_
제가 처음 메이크업을 했을 때 아마 다들 충격을 받았을 거예요. 거울 속에 제가 생각했던 제 얼굴이 없더라고요. (웃음) 드래그 메이크업에서는 눈 화장이 중요한데, 전 제 눈이 어떤 모양인지 몰랐던 거죠. 보통 자기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진 않잖아요. 내가 그동안 내 얼굴을 모르고 살았구나 싶어서 솔직히 처음에는 진짜 힘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자기한테 맞는 메이크업 스타일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전 그걸 찾기까지 조금 오래 걸렸지만요. 
나나_ 아는 사람이 뭘 처음 시도하면 아무래도 옆에서 조언을 해주게 되잖아요? 경험자로서요. 이걸 써봐라, 저렇게 해봐라, 제가 밤비한테 그런 말을 많이 했는데, 그걸 튕겨내지 않고 잘 흡수해서 자기 걸로 녹여내더라고요. 어드바이스를 해줘도 웬 참견이냐면서 튕겨버리는 싸가지 없는 애들도 많거든요. 어머, 험한 말해서 죄송해요. (일동 웃음) 그런데 저는 예전부터 밤비가 언젠가 드래그를 할 것 같았어요. 얘가 좀 조용한 성격이긴 해도 섬세한 면이 많아요. 그래서 ‘저거 언젠간 화장하겠네’ 했는데, 역시 제 예상대로 가더라고요. (웃음) 
믹주_ 전 반대로 밤비가 드래그를 하게 될 줄 몰랐어요. 근데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놀랍진 않았어요. 뭐, 누구나 할 수 있지 싶은?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당시에 밤비와 저는 네온 밀크의 기획자와 피고용자 관계였기 때문에 제 일을 하기에 바빠서 크게 신경 안 썼던 것 같아요. 하하하. 

말이 나온 김에 밤비가 운영하는 네온 밀크는 어떻게 탄생하게 됐나요. 시대가 조금씩 변하고 있으니까 새로운 시도를 해보자고 마음먹은 건가요 아니면 외부 시선과 상관없이 이 일을 꼭 해보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건가요.
밤비_
이 일을 하기 전에 제가 다녔던 회사는 공연 기획사였어요. 주로 해외 뮤지션들의 내한 콘서트를 주최하는 곳이었는데, 이태원 클럽 신에 진출할 방법을 모색하면서 저한테 그 일을 맡긴 거예요. 제가 게이니까 그쪽 문화를 잘 알지 않겠냐면서요. 저도 나나처럼 어렸을 때부터 제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주위 사람들한테도 제 정체성을 숨기지 않았거든요. 2016년에 회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 시즌8(미국의 인기 드래그 퀸 서바이벌 쇼)에서 톱3 안에 든 ‘김치’ 내한 공연을 추진하게 됐고, 그때 우리나라에 드래그 쇼를 즐기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마침 그 시기에 회사에서 독립할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드래그 컬처에 포커싱을 맞춘 레이블을 만들면 재미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네온 밀크 초창기에는 <루폴의 드래그 레이스>에 출연했던 유명한 드래그 퀸들의 내한 공연을 주로 했지만, 우리나라에도 실력 있는 드래그 아티스트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회사의 방향성을 바꾸게 됐어요.




꿈을 행동하기 위해 

오늘날에도 성 소수자를 향한 편견과 혐오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그래도 과거에 비해서는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사회적 변화를 느끼나요?
믹주_
피부에 와닿게 변화를 느끼는 게 뭐냐면, 제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드래그 퀸처럼 꾸미고 이태원에 놀러 가면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고 그랬어요. 제 친구들 말고는 다 저를 피하고 창피해하는 분위기였달까. 근데 그때 당시에 나나가 바텐더로 일했던 바에 놀러갔더니, 얘가 저보고 이렇게 말하는 거예요. “믹주야, 너무 뷰우티풀하다.” 서로 잘 모르던 때라 나나는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데, 저한테는 그 말이 마음에 되게 크게 남았어요. 나를 이렇게 봐주는 사람도 있으니까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진짜 열심히 했더니, 언젠가부터 길에서 손가락질 받는 게 아니라 같이 사진 찍자는 이야기를 듣게 되더라고요. 저를 알아본 사람들이 먼저 아는 척하면서 다가와 주기도 하고요.
나나_ 믹주가 말하는 바에서 일하던 때가 제가 드래그 일을 잠시 쉬었던 시기예요. 쇼 의상은 같은 걸 여러 번 입기가 힘들다 보니 경제적인 부담이 컸거든요. 생활 유지를 위해 회사를 다니면서 드래그 활동을 했는데, 회사에서 버는 만큼 쇼 준비에 돈이 드니까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믹주 말대로, 지금은 성 소수자에 대한 인식이 조금 나아졌지만, 드래그 쇼는 퀴어 커뮤니티 내에서도 소수의 문화거든요. 그래서 당시에는 게이들조차도 드래그 퀸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봤어요. 쟤들이 게이들 망신시키고 다닌다면서요. 당연히 상처도 많이 받고 힘들었죠. 그런데 지금은 판이 180도 바뀐 것 같아요. 이제는 미디어에서도 드래그 퀸을 찾잖아요. 아, 드래그 활동 초창기에 저를 엄청 깔보던 형이 있거든요. 요즘엔 저보고 너무 멋있대서 제가 ‘헛소리 작작하세요’ 그랬어요. 난 다 기억하고 있다고! (일동 웃음)  

드래그 퀸으로서 활동하면서 이 일이 아니었다면 못할 경험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그중에서 뭐가 가장 기억에 남나요?
밤비_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원더 우먼’ 뮤직비디오에 참여했던 거요. 단지 출연만 한 게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네온 밀크가 함께한 거라, 이 일을 안 했다면 쉽게 못 해볼 경험이었어요. 뮤비에 출연할 열댓 명의 드래그 퀸을 제가 직접 캐스팅했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아 두 달 준비 기간 내내 매일 앓는 소리를 했지만요. (웃음) 의상 컨셉을 정하는 것도 진짜 어려웠어요. 그런데 결과물이 나오니까 너무 뿌듯했어요.
믹주_ 저는 사실 중학생 때 패션모델이 꿈이었어요. 타이라 뱅크스가 진행하는 <도전! 슈퍼모델>이라는 TV 프로그램을 좋아했거든요. 그걸 보면서 모델의 꿈을 키웠던 때가 있었는데, 키가 하도 안 크는 바람에 꿈을 접어야 했죠. 하하하. 대신 드래그 퀸으로 활동하면서 잡지 화보를 찍게 돼 어릴 적 꿈을 조금이나마 이룬 것 같아요. 그 외에는 뷰티 모델 일을 했던 것도 기억에 남아요. 
나나_ 제가 한국에서 제일 나대는 드래그 퀸이라, 저는 너무 많은 경험을 해봤어요. (웃음) 뮤비 찍었지, 영화에 나왔지, 광고 모델 했지, 패션 런웨이에도 서봤지. 또 뭐 해봤더라. 음반 작업을 한 적도 있고, 일본이랑 중국 투어 공연도 했고, 그리고…, 만약 제가 드래그를 안 했으면, 우리가 이렇게 인터뷰로 만났을까요? (일동 웃음) 전 항상 도전 정신을 가지고 그때그때 새롭게 다가오는 일을 하는데, 드래그를 통해 이렇게 많은 일들을 이뤄가고 있다는 게 너무 특별하게 느껴져요. 어느 하나 빠짐없이 전부 다 소중하죠.

드래그 아티스트를 꿈꾸지만 선뜻 용기를 못 내고 있는 사람을 만난다면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밤비_
저는 이런 질문에 항상 똑같은 대답을 해요. 일단 드래그를 하고 밖으로 나오라고요. 왜냐면 막연히 이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과 직접 한번 부딪혀보는 것에는 천지 차이가 있거든요. 그리고 시작하는 용기만으로도 절반은 해낸 거라고 생각해요. 
믹주_ 맞아 맞아, 시작이 반이에요. 저희가 길을 잘 닦아 놓을 테니까 그 길을 따라오시면 돼요. (나나_ 아, 예예, 잘 알겠고요.) 하하, 근데 진짜로요. 왜냐면 우리도 누군가 닦아 놓은 길을 따라 여기까지 온 거니까요. 
나나_ 사실 네온 밀크 유튜브를 보면서 드래그 아티스트를 꿈꾸게 됐다는 어린 친구들이 꽤 있어요. 그 친구들은 저희보다 화장도 잘 먹을 테고, 훨씬 더 어드벤처한 걸 할 수 있을 테니까 앞으로 이 일을 하면 얼마나 재미있겠어요. 아후, 부럽다. (일동 웃음) 현실적인 팁을 하나 주면, 메이크업은 테크닉이라 연습이 중요해요. 그리고 어디선가 영감을 받은 메이크업은 밖에 선보이기 전에 반드시 집에서 연습 삼아 미리 한 번 해봐야 해요. 그래야 나한테 어울리는 방향으로 완성할 수 있어요. 
믹주_ 저도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나 하자면, 저희 셋 다 드래그 아티스트 활동 외에 각자 따로 하고 있는 일이 있어요. 저는 폴 댄스 강사 일을 하고, 밤비는 네온 밀크를 운영하고, 나나는 회사에 다니고 있죠.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드래그를 전업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거든요. 수입적인 면에서요. 드래그 퀸이 화려해 보이는 직업이기 때문에 이 점을 미리 알면 좋을 것 같아요.

쇼를 보러 오는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도 있나요? 이런 부분은 조심해 줬으면 좋겠다는 거요.
믹주_
이건 동시에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나나_ 심한 터치! 아까 보셨다시피 가발을 세팅하려면 적지 않은 노력이 들어가는데, 쇼를 보러 와서 진짜 머리냐고 잡아당겨 보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럼 스타일이 다 망가져버리죠. 그리고 팬분들하고 악수는 얼마든지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팬이에요!’ 하면서 격하게 포옹하고 제 몸을 잡고 흔들면 의상이 찢어질 수 있어요. 그런 행동은 지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네온 밀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은 무엇인가요. 
밤비_ 저희가 유튜브 채널을 시작했을 때 드래그 관련 국내 콘텐츠는 어렵게 찾아봐야 하는 거였어요. 저희 채널에도 ‘드래그 퀸이 뭐지? 들어는 본 것 같은데?’ 하고 들어오는 분들이 많았고요. 그런데 2년 동안 콘텐츠를 많이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드래그를 받아들이는 분들이 생기는 것 같더라고요. 최근에 드래그 퀸이 나오는 뮤지컬이 많아졌다고 하니까 그걸로 예를 들면, 대부분의 관객들이 ‘드래그 퀸 이야기라니까 보러 가자!’ 하고 극장에 가진 않을 거잖아요? 그런 것처럼 드래그를 옳고 그름의 시선으로 판단하는 대신 이런 존재가 있다는 걸 조금 더 많은 분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4호 2020년 9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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