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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SKETCH] <베르나르다 알바> 공개 오디션, 본능의 움직임을 따라 [No.203]

글 |박보라 사진제공 |정동극장 2020-08-27 5,034

<베르나르다 알바> 공개 오디션
본능의 움직임을 따라

 

 

지난 7월 13일, 2021년 1월 개막 예정인 <베르나르다 알바>의 1차 공개 오디션이 열렸다. 서경대학교 공연실습소에서 열린 이번 공개 오디션에는 정영주 배우 겸 프로듀서, 박해림 연출가, 김성수 음악감독, 이혜정 안무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20세기 스페인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뮤지컬은 <씨 왓 아이 워너 씨>로 알려진 작곡가 마이클 존 라키우사가 작곡을 맡아 약 20곡의 음악이 더해진 작품으로 탄생했다. 지난 2018년 한국에 처음으로 소개된 <베르나르다 알바>는 당시 열 명의 등장인물 모두 여성으로 구성되어 화제를 모았다. 관객의 호평은 물론 제3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소극장 뮤지컬상, 여우주연상, 여자신인상, 음악상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작품은 1930년대 초 스페인 남부를 배경으로 권위적인 가장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두 번째 남편 안토니오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가족들을 책임지게 된 가장으로, 안토니오의 8년 상을 치르는 동안 딸들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강요한다. 억압된 상황에서 베르나르다의 첫째 딸 앙구스티아스는 연하 약혼자 페페와의 결혼을 서두른다. 이를 지켜보던 자매들은 본능적인 감정에 눈을 뜨고, 이들은 결국 파국으로 치닫는다. 


박해림 연출가 ↑

 

작품은 단조롭고 숨 막히는 공간 안에서 욕망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표현하기 위해 스페인 남부의 전통 무용인 플라멩코를 활용해 시청각적 효과를 강조했다. 때문에 이번 공개 오디션에서는 연기와 노래 실력은 물론 플라멩코가 중심이 된 안무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능력이 기본적으로 요구됐다. 또 다양한 연령으로 구성된 여성 배역을 선발하는 공개 오디션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는데, 현재 활동 중인 배우들은 물론 지망생들까지 포함해 약 5백여 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경력이 없다 해도 보석 같은 신예를 발굴하겠다는 제작사의 의지와 나이에 상관없이 기성 배우들에게 원하는 배역에 지원할 동등한 기회를 주기 위해 지원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는 배역은 베르나르다 알바, 앙구스티아스, 아멜리아, 아델라다. 배우이자 프로듀서로 참여하는 정영주는 일부 배역만 오디션을 진행하는 이유로 “지정 배역 오디션을 진행함으로써 지원자들이 배역마다 깊이 있는 고민을 하고 새로운 해석을 보여주길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1차 공개 오디션에서는 아델라에 지원한 지원자 한 명이 배역에 따라 뮤지컬 넘버 한 곡과 특징적인 장면을 짧게 연기했다. 박해림 연출가는 “아델라는 집안의 다른 여인들과는 다른 성격의 인물로, 억압적인 통제를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그래서 때로는 과격하기도 하다. 이런 아델라의 특징을 잘 살려낼 배우를 찾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아델라는 극 중 가장 어린 여성으로, 지원자들 대다수는 프로 무대 데뷔 전의 지망생 혹은 신인 배우였다. 관능적이면서도 개성 강한 분위기를 내세운 지원자들도 눈에 띄었다. 아델라의 오디션 지정곡은 ‘아델라’로 아델라가 첫째 앙구스티아스의 약혼자 페페의 관심을 끌고 정열적인 밀회를 가진 후, 자유를 갈망하는 장면에서 불린다. 한 지원자는 초연의 무대 의상을 연상시키는 검은색의 긴 치마를 입고 오디션에 참여했다. 곧이어 언니 마르티리오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장면을 열정적으로 연기하며, 오디션장을 뜨겁게 만들었다. 심사위원들은 빽빽하게 진행된 오디션 일정 중에서도 모든 지원자들을 섬세하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이번 <베르나르다 알바> 오디션 심사에서 중요한 기준은 ‘자신감’이다. 정영주는 “<베르나르다 알바>의 캐릭터들을 한 단어로 설명하자면 ‘불’같다가 어울릴 듯싶다. 각각 뜨겁고, 처연하고, 찬란한 불의 느낌이 있다. 이런 캐릭터의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아우라가 중요하다. 무대를 향해 내뿜는 에너지가 강렬하기 때문에 이를 표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고난도의 플라멩코로 구성된 안무가 매력적인 작품은 지원자들의 안무 능력이 당락을 결정하는 요소 중 하나였다. 외형적인 이미지보다 춤과 음악이 지닌 정서를 표현해 낼 수 있는 감각을 섬세하게 살펴본 것도 특이점이다. 플라멩코 아티스트로도 활약하고 있는 이혜정 안무감독은 “플라멩코를 비롯한 안무 소화 능력도 중요하지만, 작품은 몸으로 표현하는 감정과 리듬감이 특별하게 요구된다. 그래서 풍부한 표현력을 중점으로 살펴봤다”고 심사 기준을 밝혔다. 이번 재연은 초연 당시 모든 출연진이 등장해 큰 인상을 남긴 ‘프롤로그’처럼 밀집된 에너지를 통해 여러 감정을 드러내는 안무로 보여주려 한다고. 또 원작이 지닌 언어적 유희와 익살을 몸짓으로도 표현할 예정이라, 안무를 표현하는 연기력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김성수 음악감독은 “배역별로 독백 형식의 노래가 있는데, 이 장면은 각각 캐릭터가 완벽하게 책임져야 한다. 해당 장면에서 에너지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노래 실력은 물론 연기, 안무 능력을 눈여겨봤다”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리듬감’도 빼놓을 수 없다. 타악을 활용한 음악 구성이 강렬한 만큼 리듬감은 안무와 음악적인 부분에서 필수적인 요소라고 덧붙였다.  


김성수 음악감독  ↑

 

마지막으로 심사위원들은 입을 모아 신예 발굴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정영주는 “배역을 위해 주어진 것 이상을 탐구해 오디션에 참가한 지원자들이 보여 반갑다”고 전하며 이번 공개 오디션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베르나르다 알바>는 숨 막히는 작품으로, 실제 이번 공개 오디션은 높은 집중력이 만들어낸 긴장 속에 진행됐다. 본능을 향한 숨 막히는 열정을 보여줄 주인공은 과연 누가 될까. 오디션에 합격한 배우들은 오는 9월부터 플라멩코 연습을 시작하며 작품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하니 새롭게 다가올 <베르나르다 알바>를 기다려보자.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3호 2020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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