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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처 | [CLOSE UP] <모차르트!>의 무대 변천사, 천재와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내다 [No.203]

글 |박보라 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2020-08-27 8,521

<모차르트!>의 무대 변천사
천재와 인간의 이야기를 풀어내다

 

<모차르트!>의 무대는 다섯 번째 시즌에 이르기까지 총 네 번의 변화를 겪었다. 초연과 2020년 시즌에 참여한 서숙진 무대디자이너와 2014년과 2016년 시즌에 참여한 정승호 무대디자이너를 만나 무대 디자인에 대해 들어봤다. 이들이 꾸민 가로 22m, 높이 12m의 대형 프로시니엄 무대 이야기를 전한다.

 

 

거울을 통해 마주하다

2010년 / 2011년 / 2012년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이어진 세 시즌의 무대는 전체적으로 단조로웠는데, 모차르트의 내면에 집중하기 위한 의도된 설정이었다. 세 시즌 모두 ‘거울’을 중심으로 디자인한 이유도 인간 내면을 바라보게 하기 위해서였다. 서숙진 디자이너는 깨끗하고 반듯한 거울이 아닌 모차르트가 지닌 갈급함을 상징할 수 있도록 낡고 스크래치가 많이 난 낡은 거울을 무대 전면에 내세웠는데, 그 이유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차르트의 이중적인 모습에 포커스를 맞추는 동시에 그의 광기와 울분이 거울이라는 소재로 표현되길 원했기 때문이다. 장면 곳곳에 빛이나 영상을 거울에 쏘아 반사되는 효과를 내세워 모차르트의 혼란스러운 심리를 대변한다. 모차르트의 나무 피아노도 중요한 디자인적 요소다. 피아노의 겉면에 거친 상처를 비롯해 음표나 악보가 곳곳에 새겨져 있다. 이것은 실제 모차르트가 악상이 떠오르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작곡했다는 에피소드에서 착안해 디자인한 것으로, 그의 천재적인 능력을 상징하는 것이다.


 

깊고 넓은 무대로 유명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경사 무대를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기본이 되는 무대는 계단식 오르막 경사를 오선지로 형상화한 형태다. 해당 시즌은 모차르트의 감정을 잘 표현해 낼 수 있도록 특별히 고정된 세트를 사용하지 않았다. 모차르트의 공간은 피아노를 중심으로 놓인 텅 빈 무대에 음표와 오선지가 곳곳에 삽입됐다. 콜로레도 대주교의 공간은 비스듬히 내려온 계단을 무대 뒤편에 배치해 그의 권위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서숙진 디자이너는 1막 시작과 2막 끝에 아마데가 탄 피아노가 내려오고 다시 올라가는 장면에 애정을 드러냈다. 큰 우주 속 하나의 별에서 지구로 온 모차르트가 죽음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의미다. 객석에 남은 관객은 그의 음악을 기억하면서 곁에 있는 모차르트를 되새기는 게 된다. 

 



위로를 전하는 무대

2014년

 

아드리안 오스몬드가 연출가로 새롭게 합류한 시즌이다. 오스몬드는 천재이기 이전에 평범한 인간이길 원했던 모차르트에 초점을 맞추어, 자유롭게 음악 생활을 하고 싶지만 사회와 환경에 억압받으며 정해진 창작 활동을 해야만 했던 그의 내적 갈등을 강조했다. 무대 디자인도 이에 따라 강렬한 붉은색을 전체적인 색감으로 내세웠다. 붉은색은 모차르트가 인간으로서 느끼는 삶에 대한 고뇌와 천재 음악가로서 멈출 수 없는 창작 욕구를 상징한다. 오프닝 막은 붉은 액자를 연상시키면서 수많은 악보와 음표를 삽입했다. 정승호 디자이너는 해당 시즌의 무대 디자인 컨셉으로 ‘모차르트의 삶에서 그가 지닌 음악성’을 꼽았다. 기본적인 무대는 음표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프로시니움 포털 겉면을 비롯한 무대 바닥에도 음표를 그려 넣었다. 또한 프로시니움의 형태도 컨셉에 맞게 바이올린 뒷부분에서 영감을 받아 곡선으로 만들어냈다. 오스몬드 연출가와 정승호 디자이너는 이전에도 다른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파트너로, 해당 디자인 역시 많은 논의 끝에 탄생했다고. 오스몬드 연출가가 작은 카메라로 바이올린 현 밑의 구멍 속을 촬영한 사진을 정승호 디자이너에게 보냈단다. 해당 사진을 본 정승호 디자이너는 ‘마치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생경한 악기’의 모습에 아이디어를 얻어 프리시니움 포털의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연출의 목적에 맞게 무대 디자인에서도 모차르트의 삶 속에 배어 있는 고난과 역경을 암시하는 부분을 군데군데 넣으며 드라마적인 요소를 강조했다. 대표적으로 ‘모두 다 사악한 악마들’ 장면에서는 그동안 작은 소품으로만 등장했던 아마데의 영감 상자가 무대 가운데를 채우는 거대한 형태로 등장했다. 오스몬드 연출가는 모차르트와 그의 천재성을 상징하는 아마데의 관계 속에서 아마데를 천사 같은 조력자의 모습으로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악몽 같은 존재로도 부각하고 싶어 했다고. 정승호 디자이너는 이러한 연출의 의도를 살리기 위해 아마데의 영감 상자를 거대하게 만들어 모차르트에게 중압감을 느끼는 존재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제작 초반 아마데의 영감 상자 안에서 약 6~7미터에 달하는 아마데 인형이 나와 모차르트를 쳐다보는 연출적인 아이디어가 나왔지만, 이 부분은 제작 사정상 실현되지 못했다. 대신 영상을 사용해 큰 눈이나 손을 비춰 아마데의 거대한 존재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1막 엔딩 ‘내 운명 피하고 싶어’는 자신의 삶을 살려고 하는 모차르트의 의지를 강력하게 보여주려 한 만큼 임팩트를 준 장면. 모차르트가 무대 중간을 기준으로 상승한 슬로프 위로 달려가 점프를 하고 뛰어내린다. 이후 전체적으로 붉게 변하는 무대로 모차르트의 의지를 드러냈다. 2막 엔딩에서는 현실에 고통받던 모차르트에게 위로를 주는 동시에 관객들에게도 위로를 전하기 위해 무대 위 자리한 음표들이 천천히 올라간다. 당시 발생한 세월호 사건을 위로하기 위해 정승호 디자이너는 음표들에 노란 리본을 그려 넣어 희생자를 추모했다는 비하인드스토리도 있다. 



 

화려한 불빛으로 등장하다

2016년

 

일본 연출가 코이케 슈이치가 새롭게 합류한 시즌이다. 무대 디자인의 중심적인 요소는 계단으로, 세 개의 계단이 장면마다 계속해서 변화한다. 이러한 무대 디자인과 연출은 코이케 슈이치로 연출가가 모차르트의 감정적인 서사를 점진적인 방법으로 조금씩 보여주기 위해 강력하게 주장했다고. 반듯하게 만들어진 무대 세트에 비대칭적인 형태의 계단 세 개가 등장한다. 계단들을 다양한 조합으로 여러 형태의 무대를 구현해 냈는데, 여기에 턴테이블을 활용해 제한된 세트 활용이라는 한계점을 뛰어넘었다. 
 

정승호 디자이너는 항상 무대 위에 존재하는 계단에 변화를 주는 방법을 고심했고, LED 조명이라는 파격적인 도전을 하게 된다. 계단의 외곽마다 LED 조명을 삽입했는데, 무대 디자인의 통일성을 위해 외부 프레임에도 사용했다. 지난 시즌에 비해 직사각형으로 단순해진 프로시니움 아치에 LED 조명을 사용해 화려함을 강조했다. 장면마다 계단과 프로시니움 아치에 삽입된 조명의 색이 바뀌면서 역동적인 연출을 만들어냈다. 또 국내 뮤지컬 최초로 갓 형태의 키네틱 라이트를 사용했다. ‘빈으로 간 레오폴트’ 장면의 앞부분에서는 모차르트가 큰 공연장에서 지휘하는 뒷모습으로 등장한다. 이 장면에서 키네틱 라이트를 사용해 화려한 불빛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넓은 공간감을 표현하려 노력했다. 키네틱 라이트는 모차르트가 베버 가족과 다시 재회하는 프락터 공원 장면에서도 인상을 남겼다. 사람들이 흥겨운 춤을 출 때, 키네틱 라이트가 반짝이면서 활동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 것이다. 클로징 무대에서도 별처럼 키네틱 라이트를 쏟아지게 만들어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이외에도 무대와 객석의 먼 거리를 좁히기 위한 노력도 눈에 띈다. 처음으로 오케스트라 피트 위에 중앙 무대와 연결된 은교라는 명칭의 작은 무대를 설치했다. ‘나는 쉬카네더’ 장면에서 모든 배우가  은교 위로 등장해 화려하고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어냈고, 2막 엔딩에서 피아노에 앉은 모차르트가 오케스트라 피트를 넘어 객석 앞쪽으로 서서히 나와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모차르트를 기리다

2020년

 

초연을 맡았던 서숙진 디자이너와 2014년 시즌에 참여한 아드리안 오스몬드 연출가가 새롭게 합을 맞췄다. 무대 디자인은 초연의 무대 디자인에서 발전된 형태를 보여줬는데, 이번 시즌의 무대 디자인은 ‘클래식한 시대의 특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내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모차르트가 지닌 무한한 재능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를 위해 완벽한 구조물이나 단단한 프레임을 내세운 무대보다 모래성처럼 위태로운 이미지에 모티프를 얻어 디자인 작업에 매달렸다. 지난해 8월부터 디자인에 들어갔고 올해 초 절반 크기의 세트를 따로 제작해 영상과 조명을 합친 테스트 기간을 거쳤다. 또 극장을 따로 대관해 음악과 동선을 맞추며 완성도를 높였다.
 

이번 시즌의 무대는 많은 장면의 공간들이 빠르고 자연스럽게 전환될 수 있도록 특별히 노력을 기울였는데, 턴테이블의 활용이 많아진 것이 특징이다. 무엇보다 과거 시즌과 비교해 이번 시즌의 가장 큰 변화는 경사 무대를 없애고, 네 개의 기둥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공간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네 개의 기둥을 이동시키며 공간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방법을 택했다. 다른 시즌보다 영상을 많이 사용한 것도 눈여겨볼 점인데, 특이하게도 무대 뒤편을 주로 사용하는 영상 외에도 기둥에 영상을 비춘다. 감성적인 모차르트의 성격과 차가운 철의 느낌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서숙진 디자이너는 검은 철제 구조물을 선택하며 이러한 의견을 돌파했다. 작품 속 모차르트의 어두운 심리를 보여주고, 그의 예민성이나 천재성을 날카롭게 표현하기 위해서 굵은 철제 소재를 선택한 것이다. 특히 네 개의 기둥은 상당히 까다로운 제작 과정을 거쳐 탄생됐다고. 굵은 철제 구조물로 기둥의 형태를 세운 후 얇은 철망을 덧댔다. 철망이 잘못 재단되면 아메바 무늬의 특이한 얼룩이 발생할 수 있어 꼼꼼하게 제작됐다. 이후 영상과 조명의 상을 정확하게 비추기 위해 얇은 철망 위에 반짝이는 불투명한 천을 덧댔다. 이 모든 재단과 조립 과정은 수작업으로 진행됐다. 또 턴테이블에 리프트를 접목해 모차르트의 인간적인 고뇌를 표현했다. 1막 끝부분에서는 턴테이블이 회전하면서 서로 다른 높이로 솟아오른 리프트가 마치 계단을 연상시키며 모차르트의 혼란스러운 심경을 대변해 준다. 해당 무대 디자인은 유기적으로 흘러가는 이야기의 흐름과 맞물려 회전하는 턴테이블과 계단 형태의 리프트가 모차르트가 맞닿은 내면의 심리를 더욱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았다. 

 

 

2020 시즌 캐릭터별 공간 컨셉 들여다보기



모차르트의 공간

모차르트의 자유로운 성격에 초점을 맞춰 디자인했다. 초연과 마찬가지로 모차르트가 악상이 떠오르면 아무 곳에 음표를 받아서 적었다는 것이 디자인의 첫 출발점이었다. 과거 시즌에 비해 적은 양의 음표와 악보가 등장하는 대신 다양한 색을 조합해 모차르트의 무한한 천재성을 나타냈다. 열정과 피를 상징하는 빨간색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하얀색을 중심으로, 다양한 색채가 사용된다. 특히 2막 ‘마술피리’ 장면에서는 물감을 풀어놓은 것 같은 영상을 사용함으로써 모차르트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강조했다. 지난 시즌에서 평범하게 등장했던 그랜드 피아노가 특별하게 바뀌었다. 무대 위 네 개의 기둥과 비슷한 디자인을 차용해, 두꺼운 검은색의 철로 큰 뼈대를 만들었고 반짝이는 불투명한 천을 덧대어 형태를 만들어냈다. 무대 위 기둥과 피아노에 사용된 불투명한 천은 비슷하게 보이지만 다른 종류로, 피아노에 덧댄 것은 고가의 이탈리아산 원단이다. 

 

레오폴트와 귀족들의 공간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트의 공간은 직선적이고 딱딱한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억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 모차르트가 마치 감옥에 들어간 것처럼 보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귀족들의 공간은 허상 같은 낙원을 컨셉으로, 새와 구름 같은 거대한 구조물을 무대 상단에 배치했다. 



 

콜로레도 대주교의 공간

이번 시즌에서 섬세한 무대 디자인 요소들이 더해진 콜로레도 대주교의 공간. 톱니바퀴가 맞물려가는 이미지를 바탕으로 제작했는데, 깐깐한 그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함이다. 무대 위쪽에 지구본을 연상시키는 구조물을 배치했다. 시계태엽 모양의 콜로레도 대주교의 마차는 실제 전동차를 개조해서 만들었다. 운전면허가 있는 앙상블 배우가 오토메이션으로 실제 운전한다. 실험실에서 사용되는 뇌를 비롯해 과학 도구 등의 소품이 추가되어 풍성한 무대를 꾸몄다. 



서민들과 베버 가족의 공간

서민들이 모이는 선술집에서는 나무뿌리를 연상시키는 자연적인 소재를 통해 그들의 강인한 모습을 녹여냈다. 이때 등장하는 나무 샹들리에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의자나 테이블을 상대적으로 높게 제작한 것도 서민들의 성향을 잘 표현하기 위한 노력이다. 

 

베버 가족의 공간은 유랑 마차를 연상시키는 형태로 탄생됐다. 서숙진 디자이너는 “베버 가족의 공간을 일반적이거나 활동에 제약에 있는 제한적인 집으로 설정하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유랑 마차에서 모티프를 얻어 손쉽게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는데, 배우들이 마차의 문을 열고 앞으로 나와 연기할 수 있도록 해 보다 자유로운 느낌을 줬다. 베버 가족이 프락터 공원에서도 등장한다는 점에서 해당 마차를 앞뒤로 디자인했다. 프락터 공원 장면에서는 화려한 서커스를 연상시키는 마차의 뒷부분이 드러난다. 아르코 백작이 서커스의 도우미가 되는 장면에 쓰는 마술 도구는 서숙진 디자이너가 직접 제작했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3호 2020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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