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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gazine 국내 유일의 뮤지컬 전문지 더뮤지컬이 취재한 뮤지컬계 이슈와 인물

피처 | [SURVEY] 이럴 땐 이 캐릭터! [No.203]

글 |박보라 2020-08-13 4,612

이럴 땐 이 캐릭터!

 

무대 위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실제로 내가 아는 사람이라면 어떨까? 무대 아래에서 만났을 때도 함께하고 싶거나 스치는 것도 싫은 인물이 있다면? 뮤지컬 속 캐릭터에 대한 솔직한 속마음을 들어보았다. 

* 7월 17~20일까지 설문 진행. 총 1285명 참여.

 

 

Q. 물건을 환불하러 갈 때 데려가고 싶은 사람은? 

<레베카> 댄버스 부인 58%

<리지> 리지 보든 11%

<사의찬미> 윤심덕 10%

<비스티> 마담 9%

<머더 발라드> 나레이터 1%

 

작은 빈틈 하나도 용납할 수 없는 깐깐한 성격과 단호하고도 논리 정연한 말투, 그리고 서슬 퍼런 눈빛을 지닌 댄버스 부인이 압도적인 투표수를 기록하며 환불하러 갈 때 데려가고 싶은 사람으로 뽑혔다. 그녀의 카리스마라면 그 어떤 환불이라도 무사히 해낼 수 있다는 게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다만 이를 위해서 내가 댄버스 부인의 ‘레베카’가 되어야만 한다는 현실적인 조건을 설명한 답변도 있었다. 댄버스 부인의 뒤를 이은 <리지>의 리지 보든도 비슷한 이유로 표를 얻었다. 도끼를 든 리지가 냉철하게 환불을 원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짚어준다면, 계속해서 환불 불가를 우길 사장님은 없을 거라고. 참고로 리지 보든의 언니 엠마 보든도 재판정에서의 화려한 증언 실력을 바탕으로 환불을 잘 처리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의견도 많았다.

 

 

Q. 퇴근 후 같이 술 한잔하면서 위로를 받고 싶은 사람은? 

<프랑켄슈타인> 앙리 35%

<헤드윅> 헤드윅 22%

<라흐마니노프> 달 박사 12%

<팬레터> 김해진 10%

<명동 로망스> 전혜린 7%

 

술에 몸을 맡긴 채 슬픔과 외로움, 고민거리를 날려버리는 <프랑켄슈타인>의 앙리에게 위로를 받고 싶어 하는 응답자가 많았다. 고작 한잔 술에 테이블 위에 성큼 올라가 화려한 스텝을 선보이는 그의 춤사위를 보는 것만으로도 우울한 하루의 위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일부 응답자는 내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망설임 없이 흥겹게 춤을 춰주는 친구는 존재만으로도 감동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통 크게 ‘오늘 술값은 모두 제가 내겠습니다!’라는 공수표를 날린 전적을 살펴보면, 이날 계산은 앙리의 몫일 것이라는 재치 있는 설명도 있었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헤드윅은 마음껏 눈물을 흘릴 수 있는 품을 내어줄 것 같다며 2위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어떤 문제와 고민 앞에서도 현명하게 조언을 내려줄 <시라노>의 시라노, 맛있는(?) 음식으로 마음을 어루만져 줄 <스위니 토드>의 러빗 부인도 위로를 받고 싶은 뮤지컬 속 인물로 뽑혔다.

 

 

Q. 맛있는 걸 사 먹이면서 힘을 주고 싶은 사람은? 

<프랑켄슈타인> 괴물 41%

<여신님이 보고 계셔> 순호 19%

<차미> 차미호 15%

<용의자 X의 헌신> 이시가미 3%

<두 도시 이야기> 시드니 2%

 

맛있는 걸 사 먹이면서 힘을 주고 싶은 캐릭터 1위는 비운의 인물인 괴물이 차지했다. 괴물은 살기 위해 자신을 만들어낸 창조주로부터 도망치는 기막힌 운명을 지닌 캐릭터다. 괴물을 선택한 대다수의 응답자는 본인 말로는 맛있는 곰 고기를 먹으며 살아왔다고 하지만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그에게 세상에는 곰 고기 말고도 맛있는 음식이 존재하는 걸 알려주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괴물에 이어 <여신님이 보고 계셔>의 순호는 뭐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막내 동생 같은 이미지 때문에 선택된 인물이다. 12첩 반상을 차려준다 해도 착하고 순한 순호는 ‘여신님! 맛있는 건 여신님 먼저!’라고 할 테니 더 챙겨주고 싶다는 인상적인 의견이 있었다. 이외에도 반 토막 난 빵을 먹은 어린 시절에 한이 맺힌 <벤허>의 메셀라, 주차장에서 홀로 차가운 주먹밥을 먹은 <영웅본색>의 마크, 맛없는 파이만 먹었던 <스위니 토드>의 토비아스에게 뜨뜻한 국밥 한 그릇으로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응답자가 꽤 많았다. 

 

Q. 옷을 살 때 데려가고 싶은 사람은? 

<아이다> 암네리스 36%

<킹키부츠> 롤라 23%

<마리 앙투아네트> 마리 앙투아네트 9%

<렌트> 엔젤 9%

<제이미> 제이미 8%

 

쇼핑할 때 데려가고 싶은 사람으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인물은 차기 이집트의 통치자이자 화려한 패션 감각의 소유자인 암네리스다. 유행을 선도하는 패셔니스타이자 개인 패션쇼를 열 정도로 풍부한 센스와 재력을 지닌 그녀가 선택하는 옷은 믿음이 간다는 이유에서다. 한 응답자는 암네리스 특유의 발랄한 목소리로 “자~ 얘들아~”라고 쇼핑을 시작하면 곧 SNS를 장악할 패션 피플로 거듭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암네리스의 뒤를 이은 인물은 솔직하면서 당당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롤라로, 응답자들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센스를 가지고 있는 그녀와 함께라면 새로운 스타일의 도전도 쉽게 마음먹을 수 있을 것 같단다. 이들 외에도 <헤드윅>의 헤드윅과 함께 쇼핑하며 그녀의 취향을 구경하고 싶다는 의견도 있었다. <키다리 아저씨>의 제르비스와 <팬레터>의 정세훈도 함께 쇼핑을 가고 싶은 인물로 등장했는데 이들의 재력으로 마음껏 쇼핑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Q. 노래방에서 분위기를 잘 띄워줄 것 같은 사람은? 

<킹키부츠> 엔젤들 31%

<프랑켄슈타인> 쟈크 22%

<스쿨 오브 락> 스쿨 밴드 14%

<비스티> 강민혁 10%

<신과함께_저승편> 김자홍 8%

 

아찔한 하이힐과 반짝이는 스팽글 티, 화려한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으로 무장한 엔젤들이 노래방에서 분위기를 잘 띄어줄 것 같은 캐릭터 1위로 선정됐다. 이들과 함께라면 딱히 내가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불편한 의무감을 버려도 괜찮은 동시에 오직 탬버린 하나만으로 EDM 페스티벌을 방불케 하는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낼 것 같아서란다. 이어 지팡이를 손에 쥐고 격투장을 가볍게 뛰어다니던 쟈크의 발랄한 끼를 노래방에서 보고 싶다는 결과가 뒤따랐다. 우울한 노래가 나올 때마다 대신 마이크를 뺏어 ‘뀨뀨!’를 외치는 발랄한 쟈크를 상상하니 재미있을 것 같다고. 심지어 하늘을 뚫을 정도의 흥 넘치는 쟈크가 회사 동료라면 회식의 2차 관문 노래방도 언제나 환영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상사의 기분을 잘 맞춰줄 것 같은 <또 오해영>의 오해영과 터핀 판사 밑에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노래방 회식이야 식은 죽 먹기라는 태도로 임할 것 같은 <스위니토드>의 비들을 추천한 이들도 있다.

 

Q. 연인으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사의찬미> 김우진 31%

<엘리자벳> 프란츠 요제프 20%

<헤드윅> 토미 15%

<더 데빌> 존 12%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토마스7%

 

바다 건너 일본에서 만난 심덕과 사랑에 빠져버린 유학생이자 극작가 김우진. 연인으로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는데, 가장 큰 이유는 그가 조선 고향 땅에 아내를 둔 유부남이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진 것이 죄는 아니지만 도덕성이 결여된 사랑은 떳떳할 수 없으며 이해할 수 없다고.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현실에서 절대 연인으로는 만나고 싶지 않다는 공통적인 의견이다. 김우진의 뒤를 이은 인물은 황제 프란츠 요제프다. 한 응답자는 어머니의 그늘에 가려 아내인 엘리자벳을 감싸주지 않고 혼자 외롭게 내버려두었으며 성병까지 옮겨온 그는 뮤지컬계에서 최악의 남편이라고 비난했다. 이외도 만나기만 해도 혈서를 보낼 것 같은 <팬레터>의 김해진이나 ‘엄마’만 찾는 <마마, 돈 크라이>의 프로페서 V가 애인으로 ‘꽝’이라는 기타 의견이 있었다. 

 

Q. 내 친구(동료)라면 달갑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은?  

<쓰릴 미> 리차드 31%

<모차르트!> 모차르트 26%

<에드거 앨런 포> 그리스 월드 12%

<베르테르> 베르테르 8%

<몬테크리스토> 몬데고 5%

 

내 친구(동료)라면 달갑지 않을 것 같은 사람으로는 <쓰릴 미>의 리차드가 최다 득표를 기록했다. 툭하면 방화를 저지르고 오직 쾌락을 위해 자신의 동생을 죽이자고 말하는 걸 보면 기가 찬다는 반응이 많았다. 대부분의 응답자들이 스스로 뛰어난 인간이라고 주장하면서 범죄에 끌어들이는 사람을 친구로 둘 수는 없다고 단호한 의견을 전했다. 천재적인 예술가 모차르트도 친구로서 달갑지 않은 상대인데, 예민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그를 편하게 대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의견과 뛰어난 모차르트의 능력을 곁에서 바라볼 때면 나도 모르게 자괴감을 느낄 거라는 의견이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또 어떤 응답자들은 그리스 월드는 교회 목사임에도 불구하고 속내를 알 수 없는 인물이라, 어딘가 음흉한 계략이 숨어 있는 그를 멀리하고 싶다고 했다. <미드나잇>의 맨도 친구이자 동료로 멀리하고 싶은 인물로 등장했는데, 가족을 위해서라면 서슴없이 동료를 배신하는 그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갈 수 없기 때문이란다.

 

Q. 교통사고가 났을 때 곧바로 부르고 싶은 사람은? 

<위키드> 엘파바 26%

<마리 퀴리> 마리 24%

<배니싱> 의신 18%

<프랑켄슈타인> 빅터 14%

<렌트> 엔젤 6%

 

작은 사고일지라도 교통사고는 무섭다. 다행히 다치는 사람이 없었다 하더라도 복잡한 사고 처리는 머리가 아프다. 그래서인지 엘파바의 마법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길 바라는 응답이 많았다. 많은 사람들이 엘파바라면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마법 빗자루를 타고 내 곁으로 와 순식간에 사고 현장을 정리한 뒤 불안한 마음을 위로해 줄 거라면서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다. 엘파바의 뒤를 이어 선정된 마리는 냉철하고 똑똑한 과학자로, 사고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침착하게 응급 처치를 끝낸 후 보험사를 부르고 사고 조사를 지켜봐 줄 것만 같다는 답변이 많았다. 의신을 선택한 응답자들은 경성의전 수석 출신의 그가 작은 상처라도 심각하고 진지하게 살펴보고 목숨을 살려줄 것 같은 믿음이 간다고 밝혔다. 이외도 경찰인 <더 픽션>의 휴 대커는 교통사고 처리를 담당해 주고, <프랑켄슈타인>의 앙리와 <지킬 앤 하이드>의 지킬은 의사로서 사명감을 보여줄 것 같다는 의견이 있었다. 

 

Q. 늦은 밤 귀갓길에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지킬 앤 하이드> 하이드 30%

<잭 더 리퍼> 잭 24%

<미드나잇> 비지터 18%

<스위니 토드> 스위니 토드 15%

<드라큘라> 드라큘라 3%

 

이 질문에 하이드를 선택한 한 응답자는 늦은 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긴 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이상한 털 코트를 입은 그를 마주친다면 당장 핸드폰을 들어 112를 눌러야만 한다고 외쳤다. 폭력과 살인의 눈빛을 지닌 하이드를 이길 사람이 없다고 덧붙이면서 말이다. 같은 이유로 <잭 더 리퍼>의 살인마 잭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선정됐다. 할당량을 채워야만 하는 비지터를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는데, 특별한 이유 없이 끌려갈 수도 있기 때문. 비지터가 몰아세우는 심리적 압박을 견뎌낼 사람은 드물기 때문에 절대 만나고 싶지 않다는 응답도 있었다. 참고로 술에 취한 <팬레터> 김해진을 마주치면, 그대로 도망가라는 조언이 인상적이었는데, 히카루에게 편지가 오지 않는다는 술주정에 멋진 작가로서의 동경심이 홀라당 날아가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다. 

 

Q. 해외 배낭여행을 갈 때 데려가고 싶은 사람은? 

<키다리 아저씨> 제르비스 29%

<맘마미아!> 소피 21%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앨빈 20%

<맨 오브 라만차> 산초 11%

<김종욱 찾기> 김종욱 5%

 

해외 배낭여행을 갈 때 데려가고 싶은 사람 1위로는 <키다리 아저씨>의 제르비스가 이름을 올렸다. 제르비스는 ‘키다리 아저씨’라는 별명을 지녔을 정도로 큰 키와 훈훈한 외모는 물론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재력가이기 때문이다. 많은 응답자가 그와 함께라면 배낭여행보다는 비싼 호텔과 레스토랑 예약, 각종 공연을 예매해 놓는 럭셔리한 여행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발랄하고 유쾌한 성격의 소피는 예상치 못한 사건이 벌어져도 낙천적이게 헤쳐 나가는 여행 파트너로 제격이라는 반응이다. 작은 책방에만 있던 앨빈이 그 뒤를 이어 높은 응답을 기록했는데, 넓은 세상을 보여주기 위해 여행을 함께하고 싶다는 이유다. 여행을 위해서 구입한 카메라를 가지고 사진을 찍는 앨빈의 뒷모습을 보면 흐뭇할 것 같다고. 앨빈과 비슷한 이유로 <로빈>의 루나와 <풍월주>의 사담, <개와 고양이의 시간>의 랩터와 플루토도 함께하고 싶은 여행의 길동무로 뽑혔다.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3호 2020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 본 기사와 사진은 “더뮤지컬”이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민, 형사상 법적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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