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 20주년 홈커밍 데이
모든 것은 사랑
지난 7월 5일 <렌트>가 특별한 무대를 꾸몄다. 한국 공연 20주년을 맞아 지금껏 <렌트>를 거쳐 간 배우들이 무대에 오른 것. 남경주, 최정원, 이건명, 정선아, 윤공주를 비롯해 20여 명의 배우들이 한자리에 모였는데, 이들 중 일부는 1막 중간 깜짝 카메오로 등장해 소소한 웃음을 전하기도 했다. <렌트> 20주년 기념 홈커밍 데이의 준비 과정을 살짝 엿보자.
▲ 7월 5일 낮 공연이 끝나자마자 미리 대기하고 있던 배우들이 서둘러 무대로 향했다. <렌트> 20주년 홈커밍 데이의 하이라이트인 커튼콜을 준비하기 위해서다. 무대를 꽉 채운 배우들은 서로 반가운 눈인사를 나누며 ‘시즌 오브 러브’를 열창했다.
▲ <렌트>의 감동을 표현해 달라는 주문을 받은 송용진, 김수용 그리고 남경주가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 2000년 초연에서 마크 역으로 출연한 이건명과 2007년 공연에서 마크를 맡아 뮤지컬 데뷔 신고식을 치른 그룹 노을의 나성호.
▲ 미미 삼인방, 최정원, 소냐, 정선아는 서로를 다정하게 바라보면서 리허설을 진행했다.
▲ 솔로 파트를 열창하는 김지우. 그를 지켜보는 선후배들의 눈빛이 따뜻하다.
▲ 이날 홈커밍 데이의 깜짝 이벤트는 1막 중간에 등장한 역대 배우들의 카메오 출연이었다. 오랜만에 <렌트> 무대에 서는 만큼 저녁 식사도 반납하고 열정적으로 리허설에 임한 선배 배우들.
▲ 초연 당시 각각 로저와 미미를 맡았던 남경주와 최정원은 조앤의 부모로 등장해 찰진 연기를 보였다. 리허설도 실전처럼 임하는 이들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특별한 무대를 내려와서
<렌트>는 제 인생의 선물 같은 작품이에요. 첫 주연작에 신인상을 안겨준 데다 인생을 채워 나가는 방법을 고민하게 해줬거든요. 소년 이건명이 어른 이건명으로 성장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가 됐다고 할까요? 20주년 기념 공연에 참여하기 위해 극장에 가는 길에 차 안에서 <렌트> OST를 듣다 20년 전 추억이 떠올랐어요. 아, 그거 아세요? <렌트>의 오리지널 OST를 듣자마자 이 작품에 출연하는 것이 꿈이 됐어요. 한국 공연 소식이 들리기 전에 이미 노래 연습을 하고 있을 정도로요. 뮤지컬배우로 이 작품을 꼭 하고 싶어서 언제 국내에서 공연될진 몰라도 미리 준비하고 있던 거죠. 그 어떤 오디션보다도 열심히 참여했고 마크로 무대에 서게 됐어요. 연습실에 있는데 박명성 대표님께서 ‘건명아, 네가 마크를 해’라는 말에 어금니를 꽉 깨물었어요. 그토록 원하던 공연 기회가 왔으니 정말 잘해내고 싶어서요. 아직도 그 벅찬 심장 박동이 생각나요. 제가 이렇게 애정을 쏟은 작품의 20주년 특별 공연 무대에 오를 수 있다니, 꿈만 같았죠. 1막에 잠깐 카메오로 출연하는 거라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관객들이 너무 좋아하셔서 <렌트>의 첫 무대만큼이나 떨렸어요. 하하. 좋은 선물이 되셨나요? 이런 감동의 시간이 앞으로도 많이 있었으면 해요. 맞다. 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20년 전에 마크로 <렌트>의 무대에 올랐던 이건명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거든요. “그때 참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 불확실한 꿈을 위해 정말 열심히 했다는 걸 나는 알아. 덕분에 20년이 지난 지금도 무대에 설 수 있게 되었어. 마크를 연기했던 건명아. 진짜 고맙고 자랑스럽다.” - 이건명
▲ “어머, 언니! 오랜만이다!” 능청스러운 김호영의 인사에 웃음이 터지기 직전인 박준면.
▲ 홈리스 역으로 깜짝 등장한 박준면과 호흡을 맞추는 정원영, 최재림, 김호영. 이 장면은 순발력과 호흡이 잘 맞아야 하는 장면이라, 계속해서 넘어지고 넘어지고 넘어졌다.
▲ “동정할 거면 돈으로 줘!” 김영주의 맛깔난 대사에 지켜보던 사람들 모두 웃음이 터졌다.
▲ 공연이 시작되기 직전 대기실에서의 한 컷. 카메라를 본 송용진은 “우리는 설정하지 말자”면서 자연스러움을 외쳤다. 그렇게 탄생한 자연스러운 재회의 순간이다.
▲ 추억을 기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진 속에 기억 저장! 이날 모인 배우와 스태프 들은 반가움을 숨기지 않았다.
▲ 홈커밍 데이 공연이 시작되기 20분 전, 커다란 원을 그리며 모인 이날의 주인공들.
▲ 모두 함께 ‘시즌 오브 러브’를 열창한 후에 이어진 파이팅 콜. <렌트>는 렌트다!
새로운 꿈을 꾸며
20주년을 맞은 <렌트>에 참여한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나날들이에요. 무대에 올라간 순간 마법처럼 마크에 완전히 스며들게 되더군요. 심장이 터질 것 같은 마음으로 첫 대사를 내뱉었어요. 정말 행복했어요. 제가 느낀 <렌트>의 힘은 사랑이거든요. 그래서 매번 공연할 때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을 더 사랑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돼요. 오늘은 특별하게 20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렌트>를 축하하는 무대잖아요. 공연장의 모든 배우, 스태프, 관객, 음악, 무대, 조명, 소품, 의상은 물론, 아주 사소한 모든 것까지 모두 <렌트>를 완성해 낸 주인공이에요. 모든 사람들이 ‘시즌 오브 러브’를 부르던 그 순간, 마크처럼 꿈을 찾기 위해 노력했던 제 과거가 떠올랐어요. 그 긴 시간을 버텨낼 수 있었던 건, 꿈을 꼭 이루겠다는 다짐과 절 응원해 주는 사람들에게 받은 사랑 때문이에요. 이 자리를 빌려 그때의 정원영에게 편지를 보낼 수 있다면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어요. “꿈이 언제나 널 행복하게만 만들어주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 모든 과정과 결과는 모두 네 몫이란다. 그러니까 그 순간을 즐기고 사랑하렴.” 아, 이 편지와 함께 마크가 촬영한 영화도 보내주고 싶어요. 마크의 카메라 속에는 과거에 연연하지도 않고, 미래를 걱정하지도 않는 ‘지금 이 순간’의 아름다움이 담겨 있거든요. 꿈을 향해 달려가는 과거의 제게 힘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전 오늘 새로운 꿈을 갖게 됐어요. 저도 20년 후에 <렌트>의 순간을 함께한 선배이자 동료로 이 무대를 지켜보고 싶어요. 제 꿈이 이뤄질 수 있겠죠? - 정원영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3호 2020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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