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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COVER STORY] <프랑켄슈타인> 유준상·박은태 [NO.126]

글 |배경희 사진 |김호근 스타일리스트 | 김현경 2014-04-03 6,487

당신이 이번 무대에서 기대해도 좋은 것

 



 

“공연을 하고 나서 인터뷰를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프랑켄슈타인>의 두 남자 유준상과 박은태는 마치 서로 짜기라도 한듯이 똑같은 말을 했다. 올 봄 새롭게 공개될 <프랑켄슈타인>의 내용에 관해서 두 배우는 말을 아꼈지만, 창작뮤지컬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줄 공연을 기대해도 좋다고 말했다. 글쎄, 그건 아직 속단할 수 없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프랑켄슈타인과 자크, 앙리와 괴물, 전혀 다른 두 인물을 연기하는 두 배우에게서 전과 다른 마스크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다.

 

 

 

 

희비극의 얼굴 유준상

“2009년인가, <삼총사>를 할 때 왕용범 연출이 그랬어요. 나중에 꼭 자기하고 <프랑켄슈타인>을 같이하자고. 그 후론 매년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를 했어요. 근데 그게 정말 실현되니까 신기했죠.” <프랑켄슈타인>의 우선 멤버로 언급됐던 유준상은 연기를 마음껏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작품이 좋다고 했다. 그의 이야기에 고개가 끄덕여졌던 건, 이번 뮤지컬에서 그는 두 배역을 연기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생명 창조라는 오만한 실험을 벌이는 고독한 남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고, 다른 하나는 싸구려 격투장의 주인 자크다. 능청스러운 인물 자크는, 유준상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캐릭터다.

 

그렇다면 얼핏 보기에 그와 대척점에 있는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참고로 괴물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은 결국 자신이 탄생시킨 괴물처럼 세상에 혼자 남겨지는 대가를 치르게 된다. 어떻게 이런 인물을 이해할 수 있을까? “배우로서 나이를 먹는 게 행복한 이유가 이런 거예요. 그 어떤 캐릭터도 이해가 돼요. 빅터의 마음이 이해가 되기 때문에, 연습하면서도 계속 눈물이 나죠. 세상에 혼자 남겨졌을 때는 (흐느끼는 시늉을 하면서) ‘아, 신이시여! 내게 왜 이런 시련을 도대체 왜!’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그래서 요즘 얼굴이 좋아졌어요. 너무 많이 울어서 얼굴이 정화됐죠. 으하하.” 농담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며 시원하게 웃는 유준상을 보는데, 그를 빅터 프랑켄슈타인으로 무대에 세운 왕용범 연출가의 말이 떠올랐다. “유준상이라는 배우는 희비극적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요.”

 


 

“모든 걸 다 접고 <프랑켄슈타인>에 올인하고 있어요. 여기에 매달려서 연습하고 있죠. 내가 런스루를 제일 먼저 했다니까요?” 인터뷰 중 그가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연습의 중요성’이었다. 그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가. 그건 그의 파이팅 구호만 봐도 알 수 있다. “오늘 연습도 열심히 하자. 온몸이 불사를 정도로 빡세게.” 그의 ‘빡세게’ 노력하는 태도는 공연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림도 그리고, 책도 쓰고, 곡도 쓰는 배우. 그리고 최근엔 음반까지 냈다는 사실이 떠오르자, “이토록 열심히 하는 이유는 뭘까요?”라는 질문이 자동으로 튀어 나왔다. 어떻게 하면이 아니라 왜 그렇게 열심히 하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이었다. “오래 버티려고 그래요. 으하하. 안 그러면 여기서 어떻게 버텨요. 저 진짜 열심히 해요. 근데 그게 그렇게 안 하면 옛날처럼 대본도 쉽게 안 외워지니까. 으하하. (실눈을 뜨는 시늉을 하면서) 글자도 잘 안 보여서 대본을 이렇게 봐야 하고. 그리고 열심히 해야 관객들이 감동받아요. 도대체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면 (나이를 먹고도) 이렇게 계속 조금씩 실력이 느는 걸까, 감동하는 거죠. 하하.” 농담 섞인 말이 묘하게 마음을 움직인 건, 배우들이 으레 하는 말과는 다른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유준상이 다시 진지하게 말했다. “이쪽에서 어떻게 보면 나도 옛날 사람이잖아요. (잠시 사이) 나하고 같이 무대에 서 왔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얼마 안 남은 내 또래가 버팀목이 돼줘야 후배들도 즐겁게 무대에 설 의욕이 생기지 않겠어요? 나도 열심히 하면 저 선배처럼 오래도록 무대에 설 수 있겠구나, 하고.”

 

그의 말처럼, 그와 시작을 함께했던 동료들이 하나둘씩 떠나도 그가 여전히 무대에 남아서 버틸 수 있는 이유는 하나다. “요즘 동계 올림픽 시즌이잖아요.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보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참, 저 선수들은 몇 초를 위해서 어떻게 그 몇 년의 시간을 투자할 수 있었을까. 또 그 압박감은 어떻게 이겨내는 걸까. 자기가 좋아서 하지 않으면 그렇게 못해요. 공연도 그래요. 좋아하지 않으면, 매 순간 평가받아야 하는 압박감을 이겨낼 수 없어요. 어떤 모습으로 관객과 만나게 될지 모르겠지만, <프랑켄슈타인>은 하루하루 공연이 가슴에 꽂히게 될 것 같아요. 죽을힘을 다해서 할 거예요.”



정체성의 재정비 박은태

지난해 가을 <엘리자벳> 앙코르 공연을 마치고 난 후 박은태는 다섯 달의 공백을 가졌다. 고작 다섯 달의 시간을 공백기라고 표현한 건, 그에겐 데뷔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박은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 <노트르담 드 파리>는 연기 경험이 거의 없는 이 신인 배우를 차세대 스타로 주목하게 했다. 그의 뛰어난 미성은, 신인 배우의 부족한 연기력을 꼬집는 대신 가창력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게 할 만큼 강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에 이어서 곧바로 출연한 <햄릿>은 그의 연기에 혹평을 안겨줘 좌절을 맛보게 했다. 그때 그가 내린 결정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 <노트르담드 파리>로 오랜 시간 기본기를 다진 후 그 앞에 펼쳐진 건 탄탄대로였다. <모차르트>(2010), <엘리자벳>(2011),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2012)…. 그해의 손꼽히는 대형 뮤지컬엔 항상 박은태의 이름이 있었다.

 

‘성실’이라는 재능을 가진 그가 스스로 브레이크를 건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전부 좋은 작품들이었고, 제가 원해서 했으니까. 그런데 언젠가부터 연습이 시작된다고 하면 하아, 한숨부터 나왔어요. 연습을 하면서 ‘해보자!’ 하고 시동을 걸었죠. 뭐랄까, 좀 지쳤던 것 같아요. 분명 그냥 좋아서 시작한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왜 뮤지컬 배우가 됐는지 그 이유를 잊어버린 것 같은 느낌? 사람들에게 잘한다고 칭찬받는 게 좋고, 사랑받는 게 좋으니까, 욕심이 커졌나 봐요. 저 인기에 엄청 신경 썼어요. ‘티켓 파워’ 같은 말에 예민해지고. 그러다 보니 여유가 없었죠. 그래서 <엘리자벳>을 끝내고 <프랑켄슈타인> 연습을 시작하기 전까지 잠깐의 시간이 생겨서, 결정을 내린 거죠. 이번이 기회다, 쉬자!” 앞만 보고 달려왔던 배우가 잠시 자신을 되돌아보는 건 어떤 기분이었을까? “저한테 꼭 필요했던 재충전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쉬는 동안 다시 연습하러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어요. 정말이지 ‘이제 다시 연습하고 싶다’ 하는 마음이 들 때, <프랑켄슈타인> 연습이 시작됐어요. 지금은 동료 배우들하고 서로 응원하면서 즐겁게 연습하고 있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후 출연하는 <프랑켄슈타인>이 그에게 더욱 특별한 이유는 그가 지금까지 출연한 작품 중에서 가장 도전적인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보통 새로운 도전을 하면서 커리어의 전환점을 맞잖아요? 전 그런 도전을 하는 게 겁이 났어요. 예를 들어, 극과 극의 캐릭터를 보여줘야 하는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작품, 저는 무서워서 못하겠더라고요. 워낙 미성이라 목에 부담이 갈까 걱정도 되고. 그런데 이번 작품에선 상반된 두 캐릭터를 연기해야 해요. 저에겐 용기가 필요했던 일이죠.”

 

이번에 박은태가 맡은 역할은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생명 창조 실험의 조력자 앙리와, 그 실험 끝에 탄생하는 괴물이다.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지 못한 채 외롭게 세상과 맞서야 하는 괴물 말이다. “괴물은 처절하게 외로운 존재예요. 그 감정을 연기하는 게 너무 힘들어요. 하루는 연습 중에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가게 됐는데, 노래도, 연기도, 아무것도 못하겠더라고요. 이렇게 3일만 공연하면, 죽을지도 모르겠다 싶었어요. 지나치게 몰입해서 ‘혼자’ 연기하지 않는 것, 그게 이번 공연의 숙제가 될 것 같아요.”

 

5년 전, 그러니까 점차 많은 관객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던 스물아홉 살의 박은태는 이렇게 말했다. “뮤지컬 배우는 꿈도 못 꾼 일인데, 오랜 방황 끝에 이제 겨우 내가 가야 할 길을 찾은 기분이에요. 시작은 남들보다 좀 늦었지만, 조급해하면서 서두르지 않을 거예요. 어차피 평생 할 일이니까.” 그 마음은 여전히 그대로일까? “재충전하면서 앞으로 5년은 열심히 달릴 수 있는 힘을 얻었어요. 내가 왜 무대에 서야 하는지 그 이유를 알았거든요. 다시금 뮤지컬과 사랑에 빠지게 된 기분이에요.”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126호 2014년 3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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