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퀴리>
중극장에서 만나는 웰메이드 뮤지컬
뮤지컬 <마리 퀴리>는 마리 퀴리가 폴란드 이민자이자 여성으로 차별을 받으면서도 누구의 아내가 아닌 위대한 과학자로 자신의 이름을 되찾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것은 과거 우리의 잘못된 인식에 대한 고발이며, 여전히 차별적 인식이 남아 있지만 그나마 지금의 위치까지 여성의 권리를 이끌어낸 여성 연대가 이끌어낸 투쟁의 기록이다.
뮤지컬은 폴란드에서 프랑스로 가는 열차에서 시작한다. 그곳에서 소르본 대학에 유학 가는 마리 퀴리와 더 나은 삶을 위해 일을 찾아 떠나는 안느 코발스키가 만난다. 마리 퀴리는 가난한 이민자 여성으로 온갖 차별을 당하면서도 자신의 자리와 이름을 찾는다. 빈 주기율표에 플로늄과 라듐 두 개의 원소를 발견하고 채워 넣는 장면은 위대한 과학자로서 마리 퀴리의 과학적 성과와 더불어 그의 삶의 영원한 과제였던 존재의 증명으로 읽힌다. 새롭게 발견한 원소에 러시아 지배하에 있던 조국 폴란드의 이름을 따서 지었던 ‘폴로늄’이 힘없고 가난한 이민자였던 그가 세상에 자신을 드러내는 함성이었다면, 스스로 빛을 낸다는 의미의 ‘라듐’은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무시당했던 모든 여성들을 위한 항변이었다. 실제 마리 퀴리는 라듐을 발견하기 위한 실험을 주도하고 발견해 내지만 단지 여자라는 이유로 노벨상 수상이 거부될 뻔한다. 남편이자 공동 연구자였던 피에르 퀴리의 탄원으로 공동 수상자에 이름을 올린다. 뮤지컬에서는 마리가 연구를 주도하는 장면과 노벨상 시상식에서 뒤로 물러서는 모습을 연출해 당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창작뮤지컬 인큐베이팅 사업인 글로컬 뮤지컬 라이브 시즌2(2017년)에 선정되어 개발됐다.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 뽑혀 초연을 올렸다. 초연 때는 작품 의도와는 달리 마리가 라듐을 자신으로 여겨 끝까지 지켜내려고 하는 모습만 강조되었다. 그러나 올해 초에 올린 재공연에서는 새로운 작품으로 거듭났다. 라듐의 희생자인 라듐 걸스를 대표하는 안느 코발스키의 비중을 늘려 마리와는 또 다른 자리에서 노동자의 희생을 고발하고 권리를 주장하는 인물로 탄생시켰다. 그리고 결국에는 마리와 안느의 여성 연대를 이끌어낸다. 음악 역시 초연의 여섯 곡만 남기고 새롭게 작곡했다. 철저한 자료 조사로 라듐을 발견하는 과정을 꼼꼼하게 고증하는 등 노력이 돋보였다. 라듐과 자신을 동일시하며 혼란을 느끼는 ‘또 다른 이름’, 라듐으로 죽어가는 직공들의 노래 ‘죽은 직공들을 위한 볼레로’ 등 극적인 노래가 작품의 매력을 배가시켰다.
이번 홍대아트센터는 재연 공연의 작품 틀을 유지하면서 700석 규모의 중극장으로 이동한 만큼 앙상블을 2명 추가하고, 라이브 밴드도 5인조에서 7인조로 늘렸다. 극장 규모에 맞게 무대 세트를 새롭게 마련하는 등 준비를 철저히 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마리를 맡은 옥주현의 등장이다. 옥주현이 대학로 무대에 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월 30일~ 9월 27일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대극장
02-1577-3363
* 본 기사는 월간 <더뮤지컬> 통권 제203호 2020년 8월호 게재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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